핵융합은 오랫동안 미래 전력의 약속으로 남아 있었다. 문제는 약속이 발전소가 되려면 플라즈마를 잠깐 만드는 것보다, 멈추지 않고 제어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1. 이터나퓨전은 그 병목을 외부 전류구동 솔루션 Tokamak Injection으로 풀겠다고 나섰고, 거기에 23억원의 시드 자금이 붙었다1345.

VEST 장치 경험토카막 인젝션 PoC연속운전 검증컴팩트 모듈형 핵융합로
23억Seed 라운드 · 컴퍼니케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 참여1
2011년서울대 VEST 실험실 기반 인력이 스페리컬 토카막 장치 VEST 제작·실험을 시작한 시점1
2024년과기정통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라인업 이후 스케일업1

왜 연속운전이었나 — 핵융합의 병목이 실험에서 전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핵융합 스타트업을 볼 때 흔한 질문은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느냐”다. 하지만 발전 사업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전력망은 간헐적 성공을 사지 않는다. 상용 발전의 언어에서 핵심은 한 번의 점화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연속 가동이다.

이터나퓨전이 겨냥한 지점도 여기에 있다. 회사는 핵융합 상용화의 한계로 꼽히는 24시간 연속 운전 제어 문제를 언급하며, 토카막 내부 플라즈마 전류를 외부에서 연속 공급하는 아키텍처를 제시했다1. 이 접근은 플라즈마 전류를 안정화해 가동 중단 리스크를 줄이고, 중단 없는 운전을 구현하겠다는 설계다1.

이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시장의 압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AI 인프라 확장과 반도체 팹 증설은 전력 그리드 안정성을 전면 이슈로 끌어올렸고, 무탄소 기저부하 전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1. 태양광과 풍력이 전력 믹스의 큰 축이 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팹은 더 안정적인 베이스 전원을 요구한다. 핵융합은 아직 먼 기술이지만, 그 먼 기술을 앞당기는 스타트업의 평가 기준은 점점 “과학적으로 흥미로운가”에서 “발전소 구성요소로 검증 가능한가”로 이동한다.

그래서 이번 23억원은 대형 인프라를 바로 짓는 돈이 아니다. 개념 실증과 초기 기술 신뢰성 검증에 집중하는 돈이다1. 시드 라운드의 의미는 회사가 완성된 발전소를 팔기 시작했다는 뜻이 아니라, 가장 먼저 검증해야 할 병목을 정확히 골랐다는 뜻에 가깝다.

무엇이 달랐나 — 연구실 핵융합과 스타트업 핵융합의 차이

영역전통 접근이터나퓨전 접근
핵심 질문플라즈마 성능과 장치 연구 중심상용 발전의 아킬레스건인 연속운전 제어를 전면에 배치1
기술 레이어토카막 장치 자체의 대형화와 실험 성능 축적외부 전류구동 솔루션 Tokamak Injection으로 플라즈마 전류 안정화 시도1
장치 전략공공 연구 인프라 중심의 장기 실험스페리컬 토카막과 결합한 컴팩트 모듈형 핵융합로 COSMOS 사업화 목표1
팀의 근거논문·이론·외부 장치 의존서울대 VEST 실험실 기반 인력이 2011년부터 장치를 직접 제작하고 데이터를 확보1
시장 위치공공 연구 중심 생태계민간 스타트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핵융합 경쟁에 진입1

이 회사가 먼저 증명해야 할 세 가지는 무엇인가

  1. 전류구동 솔루션이 실제로 안정적인가. 이터나퓨전의 1차 과제는 독자 개발한 Tokamak Injection의 개념 실증과 초기 기술 신뢰성 검증이다1. 핵융합 스타트업의 발표는 크기 쉽지만, 투자자가 보는 첫 문턱은 실험 조건에서 반복 가능한 제어 성능이다.
  2. 스페리컬 토카막과 결합할 때 장점이 살아나는가. 회사는 소형화 설계에 유리한 스페리컬 토카막 장치에 해당 기술을 결합해 상시 운영 가능한 컴팩트 모듈형 핵융합로 COSMOS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1. 여기서 관건은 “작게 만든다”가 아니라, 작게 만들면서도 연속운전의 제어 난도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3. 팀의 하드웨어 실행력이 계속 유지되는가. 핵심 인력은 서울대 VEST 실험실 기반이며, 2011년부터 국내 유일의 스페리컬 토카막 핵융합 장치인 VEST를 직접 제작하고 실험 데이터를 확보해 왔다1. 딥테크 시드에서 이 이력은 단순한 학력보다 중요하다. 장치를 만져본 팀인지, 장치의 실패를 견뎌본 팀인지가 검증 속도를 가른다.
“토카막 내부 플라즈마 전류를 외부에서 연속 공급해 중단 없는 연속 가동을 구현하고, 이를 컴팩트 모듈형 핵융합로로 확장한다.”— 이터나퓨전 공식 포지셔닝 요약1

왜 투자사는 이 베팅을 샀나

The Bet

컴퍼니케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서울대기술지주가 산 것은 완성된 발전소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병목이다1. 핵융합의 시장 서사는 AI 인프라와 반도체 팹이 요구하는 무탄소 기저부하 전원으로 커지고 있고, 글로벌 생태계는 공공 연구 중심에서 민간 스타트업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1. 이터나퓨전의 베팅은 그 변화 속에서 “연속운전 전류구동”이라는 좁은 문제를 먼저 점유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라운드에는 리드 투자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각 기관별 상세 투자 금액도 비공개다1. 그렇다면 해석은 투자 규모의 크기보다 자금 사용처에 놓여야 한다. 회사는 이번 재원을 토카막 인젝션의 PoC와 초기 기술 신뢰성 검증에 쓰겠다고 했다1. 딥테크에서 시드 라운드가 가장 설득력 있을 때는, 회사가 “무엇을 만들겠다”보다 “다음 실험에서 무엇이 맞거나 틀릴지”를 분명히 말할 때다.

또 하나의 신호는 정책 라인업이다. 이터나퓨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 라인업에 포함돼 2024년부터 스케일업을 진행해 왔다1. 정부 프로그램 자체가 상업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핵융합처럼 연구 인프라와 장기 자본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정책 검증과 민간 자본이 겹치는 순간이 회사의 초기 신뢰도를 만든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토카막 인젝션 PoC의 공개 수준. 회사는 개념 실증과 초기 기술 신뢰성 검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1. 다음 관전 포인트는 성공 여부만이 아니라, 어떤 조건과 반복성으로 결과를 공개하느냐다.
  2. COSMOS 로드맵의 구체화. 이터나퓨전은 상시 운영이 가능한 컴팩트 모듈형 핵융합로 COSMOS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1. 장치 규모, 검증 단계, 파트너십, 공급망 계획 중 무엇이 먼저 구체화되는지가 사업화 신호가 된다.
  3. 민간 핵융합 생태계 안에서의 포지션. 글로벌 핵융합 생태계는 공공 연구 중심에서 민간 스타트업 중심의 기술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1. 이터나퓨전이 이 흐름 안에서 전류구동 모듈 회사가 될지, 발전 시스템 회사가 될지, 혹은 둘을 함께 가져갈지가 다음 티어를 결정한다.
결국 이터나퓨전은 핵융합이라는 거대한 약속보다, 연속운전이라는 좁고 까다로운 병목을 판다.
다음은 그 병목이 실험실 밖에서도 반복되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