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은 지금 스스로 만든 에너지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챗GPT 응답 한 번에 500밀리리터 생수병 한 병 분량의 물이 소비되고1, 빅테크들이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하나가 소도시 전체 전력을 집어삼킨다1. 문제의 뿌리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 자체에 있다 — 수천억 개 파라미터를 연산할 때마다 전부 깨워야 하는 밀집 구조가 만들어내는 필연적 결과다. 그 간극을 뇌 신경과학으로 파고드는 스타트업 플러리시(Flourish)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약 1억 달러를 직접 출자하며 총 5억 달러가 붙었다1.

커넥토믹스 연구소희소 활성화 알고리즘Cortex AI 아키텍처에너지 효율 AI 플랫폼
5억 달러Series A · 베이조스 직접 출자 약 1억 달러 포함1
25억 달러포스트머니 기업가치1
20~50W목표 소비 전력 · 현 LLM 대비 10배+ 에너지 효율1

왜 트랜스포머가 아니었나 — 비효율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오늘날 대규모 언어 모델의 기반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는 설계 상의 특성 하나를 갖는다. 밀집 활성화(dense activation)다. 입력 토큰 하나를 처리할 때도 수천억 개 파라미터 전체가 연산에 참여한다1. 해당 쿼리와 무관한 파라미터까지 동시에 깨어나 전력을 소비한다. 더 좋은 하드웨어를 쓰거나 더 작은 모델로 대체하면 줄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키텍처 자체가 구조적으로 생성하는 비용이다.

반면 인간의 뇌는 860억 개 뉴런 중 극히 일부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면서 20와트(W)로 작동한다1. 관련 없는 뉴런은 그대로 비활성 상태를 유지한다. 에너지는 필요한 연산에만 소비된다. 플러리시는 이 원리를 컴퓨팅 아키텍처로 이식하는 경로를 택했다. 칩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뇌 조직에서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것이다1. 핵심 방법론은 커넥토믹스(connectomics) — 뉴런 수백만 개의 연결망을 전자현미경으로 정밀하게 지도화하는 연구다. 플러리시는 이 연구를 외부 학술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사내 신경과학 연구소를 직접 운영하며 수행한다1.

이 지도에서 추출한 원리가 Cortex AI 아키텍처에 이식된다. 핵심은 희소 활성화(sparse activation) — 입력과 관련된 뉴런만 선택적으로 켜고 나머지는 비활성 상태로 두는 방식이다1. 목표 소비 전력은 20~50W, 현재 LLM 대비 10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이다1.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레이어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하드웨어 교체 없이 기존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 에너지 효율 AI의 주류 경로인 전용 뉴로모픽 칩 개발과 방향 자체가 다른 베팅이다.

팀의 이력이 이 경로의 설득력을 더한다. 공동창업자 토머스 리어던(Thomas Reardon)은 10대 시절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개발한 뒤1, 방향을 바꿔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CTRL-labs를 창업해 2019년 메타(Meta)에 5억 달러에 매각했다1. 메타 리얼리티 랩스(Meta Reality Labs)에서 AR 뉴럴 밴드(Neural Band) 연구를 이끌다, 2025년 네이처(Nature)에 성과를 발표한 직후 독립해 플러리시를 창업했다1. 공동창업자 롭 윌리엄스(Rob Williams)는 아마존 S팀 출신 임원으로 사업 실행을 담당한다1. 기술 신뢰와 실행 신뢰를 동시에 갖춘 팀 구성이, 이 라운드를 가능하게 한 조건이었다.

트랜스포머 기반 LLM vs Cortex AI — 무엇이 달라지는가

비교 영역트랜스포머 기반 LLM플러리시 Cortex AI
활성화 방식전체 파라미터 밀집 활성화 (Dense Activation)관련 뉴런만 희소 활성화 (Sparse Activation) · 뇌 모방 구조1
소비 전력데이터센터 단위 · 소도시 전력망 수준1목표 20~50W · 현 LLM 대비 10배+ 효율1
알고리즘 원천통계적 패턴 학습 · 대규모 데이터커넥토믹스 · 실제 뇌 신경망 전자현미경 지도화1
하드웨어 의존도전용 GPU/TPU 가속기 필수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레이어 · 기존 하드웨어 호환1
창업 배경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중심신경과학 박사 + CTRL-labs 5억 달러 매각 + S팀 임원1

플러리시가 선택한 세 가지 경로

  1. 신경과학 연구소를 회사 안에 둔다 커넥토믹스 연구를 외부 학술 기관에 의존하지 않는다. 사내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뉴런 수백만 개의 연결망을 전자현미경으로 직접 지도화한다1. 알고리즘의 원천이 논문이 아닌 플러리시 자체 실험실 데이터라는 점이 이 경로의 핵심 방어력이다. 외부에서 복제하려면 같은 수준의 커넥토믹스 연구소를 다시 세워야 한다.
  2. 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베팅한다 에너지 효율 AI를 향한 주류 경로 중 하나는 전용 뉴로모픽 칩 개발이다. 플러리시는 반대 방향이다. 희소 활성화 원리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레이어에서 구현해 기존 하드웨어 위에서 작동하게 한다1. 칩 개발의 막대한 자본과 수년의 시간 없이 배포 속도를 확보하는 경로다. 제품화까지의 거리가 하드웨어 경쟁사보다 짧다.
  3. 두 번의 5억 달러로 신뢰 자산을 쌓는다 토머스 리어던은 CTRL-labs를 메타에 5억 달러에 매각한 뒤1, 다시 같은 규모의 투자를 모금했다. 단순 연속 성공이 아니다. CTRL-labs 매각 후 메타 리얼리티 랩스에서 연구를 이어가 Nature에 발표한 뒤 독립했다는 경로1는, 이 팀이 기술 완성도를 확인한 시점에 베팅을 시작한다는 신호다. 베이조스가 직접 약 1억 달러를 출자한 것도, 아마존 S팀 출신 공동창업자 롭 윌리엄스와의 신뢰 관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1.
칩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뇌 조직에서 알고리즘을 찾아낸다. 커넥토믹스가 이 회사의 무기다1.— 플러리시 방법론, 보도 요약

The Bet — 베이조스는 무엇을 샀나

The Bet

베이조스가 직접 약 1억 달러를 출자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분산이 아니다1. 아마존 AWS는 현재 AI 추론 인프라 비용 급등의 직접적 수혜자이자, 동시에 그 비용 상승을 고객에게 전가해야 하는 구조적 압박을 받는 위치이기도 하다. 에너지 효율 AI가 현실화되면 데이터센터 경제학 자체가 재편된다. 베이조스의 베팅은 그 재편을 직접 만들겠다는 포지셔닝이다. 알파벳 산하 GV, 딥테크 전문 럭스 캐피탈(Lux Capital), 헬스케어 펀드 카탈리오(Catalio)가 한 테이블에 앉은 조합1은 Cortex AI의 타깃 시장이 범용 AI 인프라에 그치지 않고 의료·바이오·엣지 컴퓨팅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토머스 리어던이 CTRL-labs를 5억 달러에 팔고 다시 5억 달러를 모금한 이 팀이 남기는 질문은 하나다 — Cortex AI가 공개 벤치마크에서 전력 대비 성능(perf-per-watt)을 수치로 입증할 수 있는가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Cortex AI 공개 벤치마크 발표 여부 목표 소비 전력 20~50W와 에너지 효율 10배 이상 주장이 공개 데이터셋에서 독립 검증되는 시점이 언제 오는지1. 수치 없이 서사만 있는 스테이지는 반드시 끝난다. 다음 라운드 밸류에이션의 근거는 이 벤치마크가 쥐고 있다.
  2. 첫 엔터프라이즈 고객 또는 파트너십 공개 GV, 럭스 캐피탈, 카탈리오의 포트폴리오 네트워크를 통해 첫 공개 레퍼런스가 어느 영역에서 나오는지1. 헬스케어 펀드가 참여한 만큼 의료 AI 진단 도구 쪽에서 초기 고객이 등장할 가능성을 주목할 것. 고객의 종류가 플러리시의 실제 포지셔닝을 공식 서사보다 먼저 알려준다.
  3. 커넥토믹스 연구소 vs 엔지니어링 채용 비중 5억 달러 조달 후 인력 구성이 연구 쪽에 집중되면 아직 R&D 페이즈, 엔지니어링이 빠르게 늘면 제품화 전환 신호다1. 플러리시가 현재 어느 스테이지에 실제로 있는지를 가장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결국 플러리시는 AI 에너지 위기라는 구조적 문제에 뇌 신경과학으로 정면 답하겠다는 회사다.
베이조스의 1억 달러가 서사가 아닌 벤치마크로 증명되는 날이,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