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하나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리고, 비용은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성공 확률은 10%를 밑돈다1. 제약 산업이 수십 년째 안고 있는 이 구조적 방정식을 AI 단일 엔진으로 재설계하겠다는 회사가 있다. 그 회사에 이번 주 21억 달러(약 2조 7,300억 원)가 붙었다1.
왜 알파벳은 이 회사를 직접 만들었나 — 알파폴드 이후의 빈칸
2021년, 알파벳은 딥마인드 자매사로 이소모픽 랩스를 설립했다1. 타이밍은 의도적이었다. 알파폴드2가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사실상 해결한 직후였다. 알파폴드가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풀었다면, 이소모픽 랩스의 과제는 그 다음 줄이었다 — 어떤 물질이 그 단백질에 결합해 질병을 막을 수 있는가2.
신약 개발에서 단백질 구조 파악은 출발선이다. 진짜 병목은 그 이후에 온다. 수천만 개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에서 후보를 추려내고, 결합력을 예측하고, 독성을 걸러내고, 임상 가능성을 따지는 과정이 10년의 대부분을 잡아먹는다3. 이소모픽 랩스가 만든 IsoDDE 엔진은 이 전 과정을 단일 AI 시스템으로 통합 처리한다1.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경(Sir Demis Hassabis)은 2024년 노벨화학상을 알파폴드 개발 공로로 수상했다1. 과학계의 신뢰를 이미 검증받은 창업자가 이끄는 회사가, 알파폴드의 직계 후속 기술을 제약 산업에 적용하는 구조다. 이 배경이 7개 기관, 21억 달러를 한 라운드에 집결시킨 맥락이다1.
알파벳과 GV 는 이번 시리즈B 에도 재참여했고, MGX·테마섹·캐피탈G·UK Sovereign AI Fund 가 신규 합류했다1. 특히 영국 국가 AI 기금의 참여는 단순한 재무 수익 계산을 넘는 신호다. 이 회사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투자 라운드에 직접 반영된 것이다1.
신약 개발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가 — 전통 방식과의 비교
| 신약 개발 단계 | 전통 제약사 방식 | 이소모픽 랩스 방식 |
|---|---|---|
| 단백질 구조 파악 | X선 결정학·cryo-EM, 수년 소요 | 알파폴드 기반 AI 예측으로 기간 대폭 단축 |
| 후보 물질 탐색 | 수천만 화합물 실험적 스크리닝 | IsoDDE 가상 스크리닝으로 탐색 범위 압축 |
| 결합력 예측 | 실험실 반복 합성·측정 | AI 결합 친화도 예측으로 실험 횟수 절감 |
| 파이프라인 구조 | 빅파마 자체 R&D 시스템에 제한 | 노바티스·릴리·J&J 와 다수 질환 파이프라인 공동 운영 |
| 자본·시간 비용 | 10년·1조 원 이상, 성공률 10% 미만 | AI 개입으로 각 단계의 방정식 압축 시도 |
IsoDDE 가 실제로 하는 일 — 신약 개발의 세 병목
- 구조 예측에서 설계로 알파폴드가 단백질이 어떻게 접히는가를 해결했다면, IsoDDE 는 그 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결합 가능한 분자를 바로 이어받아 설계한다1. 단백질 구조 파악과 약물 설계 사이의 공백을 AI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것이 첫 번째 병목 해소다.
- 가상 스크리닝으로 탐색 공간 압축 신약 후보 탐색은 전통적으로 수천만 개 화합물을 실험적으로 걸러내는 작업이었다3. IsoDDE 는 이 탐색을 AI 가상 스크리닝으로 처리해 실제 합성·실험이 필요한 후보 범위를 줄인다1. 초기 R&D 의 물리적 반복 횟수가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 빅파마와 공동 파이프라인 운영 이소모픽 랩스는 기술 라이선싱에 그치지 않는다. 노바티스·일라이 릴리·Johnson & Johnson 등 빅파마 3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수 질환 파이프라인을 직접 운영 중이다1. 빅파마의 임상 인프라와 이소모픽의 AI 엔진이 결합되는 구조다.
The Bet — 쓰라이브는 왜 21억 달러를 이 한 회사에 집중했나
쓰라이브 캐피탈의 판단은 단순하다. AI 신약 설계 레이스에서 이소모픽 랩스는 따라잡기 어려운 출발점에 서 있다. 알파폴드 기술의 직계 상속자이고, 창업자는 이미 노벨상을 받았으며, 알파벳이라는 컴퓨팅·데이터 인프라가 뒤에 있다12. 경쟁 AI 바이오테크들이 플랫폼 검증 단계를 밟는 동안, 이소모픽은 노바티스·릴리·J&J 와 실제 파이프라인을 돌리고 있다1. 이 파이프라인 중 하나라도 임상 단계를 통과하면, 21억 달러는 신약 개발 비용 구조 전체의 레퍼런스 베팅이 된다. 영국 국가 AI 기금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 라운드가 재무 수익 계산을 넘어 과학 주권 베팅임을 보여준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빅파마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여부 노바티스·릴리·J&J 와 공동 운영 중인 파이프라인 중 어느 것이 임상 1상에 진입하는지가 IsoDDE 기술의 실질적 검증 시점이다1. AI 설계 신약의 첫 임상 데이터는 섹터 전체의 평가 기준을 바꿀 수 있다.
- IsoDDE 성과 데이터 공개 현재 IsoDDE 의 기술적 성과 수치(후보 탐색 속도 향상, 결합력 예측 정확도 등)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후 학술 논문이나 공개 벤치마크가 나오는지가 다음 신뢰도 신호다5.
- 파트너십 계약 구조 공개 여부 현재 빅파마 3사 파트너십의 마일스톤·로열티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구조가 확인되거나 신규 파트너십이 추가될 경우 이소모픽의 수익 모델 실체가 드러난다1.
알파폴드가 단백질을 풀었다면, 다음은 그 단백질로 무엇을 만들어낼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