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은 오랫동안 ‘꿈의 소재’로 불렸지만, 시장의 질문은 늘 같았다. 성능이 아니라 가격, 공정, 폐수, 그리고 대량 공급이었다. 케이비엘러먼트는 이 병목을 비산화 그래핀 양산 공정으로 풀겠다고 나선 회사이고1, 거기에 시리즈 B 140억원이 붙었다1. 이번 라운드는 그래핀 기술이 논문을 넘어 공장과 공급망의 언어로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왜 그래핀이었나 — 성능보다 양산이 더 어려운 소재였다
그래핀의 매력은 새롭지 않다. 얇고 강하며 전기적·열적 특성이 뛰어난 탄소 소재라는 설명은 이미 산업계에 충분히 퍼졌다. 하지만 소재 시장은 ‘가능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 해양, 아웃도어, 전자 소재처럼 실제 공정에 들어가려면 반복 가능한 품질, 납기, 가격, 가공 편의성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
케이비엘러먼트가 겨냥한 지점은 바로 이 사이의 간극이다. 회사는 2016년 설립된 그래핀 소재 전문 기업으로, 독자적인 대기압 플라즈마 공정을 통해 비산화 그래핀을 양산한다고 설명한다1. 기존 산화·환원 그래핀 방식이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쳤다면, 케이비엘러먼트는 제조 공정을 5단계로 단축하고 폐수 발생이 없는 생산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다1.
이번 투자의 핵심은 ‘그래핀이 좋다’가 아니라 ‘그래핀을 쓸 수 있게 만든다’에 있다. 소재 스타트업은 대개 성능 데이터로 시작하지만, 산업 고객은 공정 투입 가능성과 원가 구조를 본다. 회사가 제시한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그래핀 파우더 기준 21톤, 분산액 기준 2100톤이다1. 이 숫자는 실험실 샘플이 아니라 공급 계약을 논의할 수 있는 단위다.
투자자들이 본 것도 이 지점이다. 이번 시리즈 B에는 총 9개 기관이 참여했고, 회사의 비산화 그래핀 양산 기술, 상용화 레퍼런스, 그래핀 분산 및 복합재 사업 확장 가능성이 평가됐다고 보도됐다1. 리드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이 라운드는 특정 연구성과보다 생산·응용·영업 확장에 자금이 붙은 딜에 가깝다.
그래핀 시장에서 무엇이 달랐나
| 영역 | 전통적 그래핀 접근 | 케이비엘러먼트 접근 |
|---|---|---|
| 제조 방식 | 산화·환원 기반의 복잡한 공정 | 대기압 플라즈마 기반 비산화 그래핀 양산1 |
| 공정 구조 | 여러 단계의 화학 처리와 후처리 부담 | 제조 공정을 5단계로 단축1 |
| 환경 부담 | 폐수와 공정 부산물 관리가 비용 변수 | 폐수 발생 없는 친환경 생산 체계1 |
| 공급 능력 | 샘플 공급 중심이면 산업 고객 검증이 지연 | 파우더 21톤·분산액 2100톤 연간 생산능력1 |
| 시장 진입 | 고객별 별도 설비와 적용 부담이 큼 | 기존 폴리머 가공 공정에 추가 설비 없이 적용 가능한 마스터배치 추진1 |
이 비교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절대 우열이 아니다. 소재 산업에서 채택을 가르는 것은 ‘좋은 물질’이 아니라 ‘기존 공정에 얼마나 적은 마찰로 들어가는가’다. 케이비엘러먼트가 하반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그래핀 마스터배치는 이 문제를 직접 겨냥한다1.
케이비엘러먼트의 확장 경로는 무엇인가
- 양산 공정을 먼저 잡았다 회사는 비산화 그래핀을 독자 공정으로 양산한다고 밝힌다1. 소재 스타트업이 초기부터 양산성을 전면에 놓는 것은 중요하다. 고객사가 원하는 것은 단발성 성능보다 반복 가능한 공급이기 때문이다.
- 분산과 복합재로 내려간다 그래핀은 혼자 팔릴 때보다 다른 소재 안에 잘 섞여 기능을 만들 때 시장이 커진다. 케이비엘러먼트는 그래핀 분산 및 복합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1. 그래핀의 상용화는 파우더를 파는 일이 아니라, 고객 공정에 들어갈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 마스터배치로 도입 장벽을 낮춘다 회사는 분산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인 그래핀 마스터배치 사업을 올 하반기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1. 기존 폴리머 가공 공정에 별도 추가 설비 없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전기차, 아웃도어, 해양산업 등으로 공급처를 넓히려는 전략과 맞물린다1.
The Bet — 왜 이 투자자들은 이 소재 회사를 샀나
이번 베팅은 그래핀의 ‘미래성’이 아니라 그래핀의 ‘납품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다. 140억원의 시리즈 B와 307억원의 누적 투자금은 회사가 연구개발 인력과 영업 인력을 확충해 적용처 발굴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에 붙었다1. 투자자가 산 것은 소재 하나가 아니라, 국내 공급망 위에서 그래핀을 산업재로 바꾸는 실행 능력이다. 리드 투자자와 기관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 9개 기관 참여라는 사실은 이 회사가 단일 전략 투자자의 파일럿을 넘어 재무적·산업적 검증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뜻으로 읽힌다1.
다만 아직 남은 질문도 분명하다. 회사가 밝힌 생산능력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실제 고객별 채택률, 반복 매출, 해외 매출 비중, 제품별 마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핀 소재 회사의 다음 평가는 생산량이 아니라 고객 공정 안에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쓰이는지로 결정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마스터배치의 실제 채택 고객 회사는 올 하반기 그래핀 마스터배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1. 관전 포인트는 출시 발표가 아니라 전기차, 아웃도어, 해양산업 등에서 반복 구매 고객이 생기는지다1.
- 양산능력의 매출 전환율 파우더 21톤, 분산액 2100톤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충분히 큰 숫자다1. 다음 질문은 이 설비 능력이 샘플·파일럿을 넘어 상업 매출로 얼마나 전환되는가다.
- 소재 국산화와 해외 확장의 균형 배경정 대표는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을 기반으로 소재 국산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1. 국내 대체 공급망을 만든 뒤 해외 고객을 얻는 순서가 성립하면, 회사의 밸류에이션 논리는 달라진다.
다음은 양산능력이 매출 품질로 바뀌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