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에서 로봇 라인을 세팅하는 일은 오래도록 '수개월짜리 인간 노동'이었다. 수백 대 로봇의 동선과 경로를 엔지니어가 CAD 도면 위에서 수작업으로 설계하고, 완성된 도면이 실제 공장 바닥과 어긋나면 다시 처음부터 그렸다. 현대자동차 제조솔루션 본부에서 그 비효율의 한복판을 직접 겪은 팀이 분사해 만든 회사가 로아이다4. 그 회사에 KB인베스트먼트·LB인베스트먼트가 공동 리드한 130억원이 붙었다1.
왜 '플래닝'이었나 — 자동화가 아니라 인텔리전스 부재가 병목이었다
산업용 로봇의 보급은 가팔랐다. 그러나 로봇을 '제대로' 배치하는 일의 복잡도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라인 하나를 새로 설계할 때 엔지니어는 수백 대 로봇의 경로·순서·충돌 가능성을 손으로 계산하고, 완성된 도면을 시뮬레이터에 넣어 검증하고, 다시 실물 라인에 투입해 오류를 확인한다. 이 과정이 통상 수개월을 잡아먹는다1. 공장 신설이나 차종 변경이 잦은 완성차 업계에서 플래닝 리드타임은 곧 생산 기회비용이다.
로아이의 진단은 간결하다. 로봇 자체는 이미 자동화되어 있다. 그런데 그 로봇들을 어떻게 배치할지를 결정하는 두뇌, 즉 플래닝 인텔리전스가 없었다. 자동화의 진짜 병목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설계하는 인간에게 있었다. 로아이의 AI 플래닝 엔진 Xelo는 그 두뇌를 표방한다. 수백 대 로봇이 투입된 복잡한 환경에서 최적 경로를 AI가 직접 설계하고, 엔비디아 Omniverse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생산 환경과의 정합성을 사전에 검증한다1. 설계도와 현장 사이의 갭을 실물 투입 없이 디지털 트윈에서 먼저 해소하는 방식이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Body shop 용접 공정에 적용하면 1주일 내 자동화 완료에 사이클 타임 11% 이상 감소, 다관절 조립 공정은 1일 내 완료에 8% 이상 감소가 확인됐다1. 검사 공정에서는 최대 20% 사이클 타임 단축이 달성됐다1. 완성차 공장에서 사이클 타임 1%는 연간 생산 대수와 직결되는 지표다.
출신이 결정적이다. 현대자동차 제조솔루션 본부에서 분사한 팀은 현대·기아·제네시스·GM을 첫 고객사로 확보했다4. 이론이 아니라 실제 양산 라인에서 검증된 실적이라는 의미다. 완성차 업계에서 새 소프트웨어 벤더가 진입하려면 통상 수년의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로아이는 분사라는 구조로 그 관문을 우회했고, 현장 데이터와 레퍼런스를 경쟁자보다 수년 앞서 쌓았다. 2025년 정부 TIPS 프로그램 선정으로 R&D 지원 15억원도 확보했다4. 민간 VC와 정부 기술 평가가 동시에 통과됐다는 것은 기술 신뢰의 근거가 단일 출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통 방식 vs 로아이 — 무엇이 달라지는가
| 비교 영역 | 전통 방식 | 로아이 (Xelo + Omniverse) |
|---|---|---|
| 플래닝 소요 시간 | 수개월 (수작업 경로 설계) | 900개+ 로봇 수 시간 내 플래닝1 |
| 현장 정합성 검증 | 실물 투입 후 반복 수정 | NVIDIA Omniverse 시뮬레이션 사전 검증1 |
| 로봇 브랜드 호환 | 특정 브랜드 종속 · 커스텀 필요 | FANUC·ABB·현대로보틱스·가와사키 범용 지원4 |
| 사이클 타임 | 엔지니어 경험치 의존 | AI 플래닝 적용 시 최대 20% 단축1 |
| 현장 적용 리드타임 | 수주~수개월 | 용접 공정 1주일 · 조립 공정 1일 내 완료1 |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 세 개의 레이어
- 분사로 고객 신뢰를 선점했다 현대자동차 제조솔루션 본부는 로아이의 창업 배경이자 첫 번째 레퍼런스다. 완성차 고객사 4개사를 창업 초기부터 확보했다는 것4은 기술 검증 이전에 도메인 신뢰가 선행됐음을 의미한다. 완성차 업계는 새 벤더 진입에 통상 수년을 요구한다. 로아이는 그 관문을 분사라는 방식으로 우회했고, 경쟁자가 맨땅에서 쌓아야 할 데이터와 신뢰를 출발선에서부터 갖고 시작했다. 2025년 TIPS 프로그램 선정으로 정부 R&D 지원 15억원도 추가로 확보했다4. 민간 투자 검증과 정부 기술 평가를 동시에 통과한 구조다.
- Xelo 엔진으로 플래닝을 AI 문제로 재정의했다 Xelo는 로봇 경로 최적화를 수작업 도메인에서 AI 알고리즘 도메인으로 이전시키는 엔진이다. 900개 이상의 로봇을 수 시간 내에 플래닝할 수 있다1. 기존에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이다. 여기에 NVIDIA Omniverse 시뮬레이션을 연결해 실제 생산 환경과의 갭을 디지털 트윈에서 먼저 해소하는 방식은 '도면이 현장과 어긋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공략한다. FANUC·ABB·현대로보틱스·가와사키 등 주요 산업용 로봇 브랜드를 망라한 호환 지원은 특정 벤더 종속에서도 벗어났다4.
- Series A로 풀스택 자율 제조 인프라를 완성한다 KB인베스트먼트·LB인베스트먼트의 공동 리드, 두산인베스트먼트 SI 참여, 퓨처플레이·슈미트·제로원의 후속 참여1로 구성된 이번 라운드는 재무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동시에 설계되어 있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두산밥캣·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등 제조 현장 레퍼런스를 보유한 그룹의 투자 기관이다. SI 참여는 단순 재무 수익 이상으로, 로아이 기술이 현대차 생태계 밖으로 확산되는 첫 번째 통로가 될 수 있다. 로아이는 이번 투자금으로 자율 생산 인프라의 기술 스택 완성과 제품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1.
The Bet — 현대차 DNA 가 해자인가, 천장인가
KB·LB·두산이 130억원을 넣은 논리의 핵심은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가정이다. 하나는 완성차 현장 레퍼런스로 쌓은 도메인 신뢰, 다른 하나는 Xelo가 만들어낸 속도 격차다. 완성차 고객사를 보유하며 900개 로봇을 수 시간에 플래닝하는 스타트업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그 진입 장벽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라 '공장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관계'에서 나온다. 두산인베스트먼트의 SI 합류는 이 관계를 현대차 밖으로 복제하려는 첫 시도다. 리스크는 명확하다. 현대차 의존도가 높다면 납품 단가 협상력이 약하고, '완성차 전문'이라는 포지셔닝이 반도체·배터리·식품 등 타 산업 진출 시 저항으로 작동할 수 있다. 베팅의 핵심 가정은 Xelo가 복잡한 라인 구조를 가진 어떤 산업에서도 같은 속도 격차를 증명하는 것이고, 두산 SI가 그 첫 번째 외부 검증이 되는 것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비완성차 산업 레퍼런스 공개 여부 두산인베스트먼트 SI 합류 이후 두산 계열 제조 현장에서 Xelo가 적용된 사례가 공개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현대차 외 반도체·배터리·중공업 등 산업군에서 사이클 타임 단축 수치가 나온다면 플랫폼 확장 가설이 검증된다. 이 레퍼런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로아이는 완성차 전문 솔루션으로 포지셔닝이 고정될 위험이 있다.
- TIPS 과제 결과물과 핵심 알고리즘 특허 현황 2025년 TIPS 선정으로 확보한 15억원 R&D 지원의 성과물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올해 안이다4. 핵심 플래닝 알고리즘의 특허 출원·등록 현황은 기술 해자의 깊이를 가늠하는 지표다. 대형 로봇 SI 업체들이 유사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인수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경쟁 지형 변화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 매출 구조 — 납품형에서 구독·플랫폼형 전환 여부 자율 제조 인프라 풀스택이 완성되면 일회성 프로젝트 납품에서 SaaS·구독 형태의 반복 매출로 전환이 가능해진다. 공개 재무 지표에서 ARR이나 반복 계약 비중이 등장하는지가 비즈니스 모델 성숙도의 핵심 신호다. 납품형에 머문다면 밸류에이션의 상한이 제조 IT SI 수준으로 제한될 수 있다.
현대차 담장 안에서 증명된 이 번역이 다른 공장에서도 같은 문장으로 읽히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