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자동화는 오랫동안 '현장 전체 무인화'라는 한 장의 조감도로 소비돼 왔다. 서로 다른 장비와 공정, 작업자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하는 일이라 기술 구현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 쌓인 것은 매출이 아니라 데모였다1. 스패너(Xpanner)는 그 그림을 접고 반복 횟수가 많은 공정 하나만 잘라 자동화했다. 그 한 공정으로 2025년 미국에서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거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5년·50억원짜리 검증을 붙였다1.

반복 공정 하나 선택 미국 현장 매출로 검증 글로벌팁스 5년 50억 공정 패키지·지역 확장
50억 글로벌팁스 5년 정부 연구개발 지원 · 생기원·기계연 컨소시엄
300억 2025년 미국 파일 시공 자동화 장비 매출
4년 연속 BuiltWorlds Global Robotics Top 50 선정 (2023~2026)

왜 '전체'가 아니라 '한 공정'이었나

건설 현장 전체를 무인화하려면 서로 다른 장비와 공정, 작업자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한다1. 이 통합은 난이도의 문제라기보다 시간의 문제다. 현장은 매번 지형과 공기, 협력사 조합이 바뀌고, 모든 변수를 흡수한 통합 플랫폼은 그 흡수가 끝난 뒤에야 첫 청구서를 발행한다. 건설 로보틱스에서 기술적으로 훌륭한 팀이 상업적으로 사라지는 이유는 대체로 여기에 있다. 완성 시점이 자금 소진 시점보다 늦다.

스패너의 선택은 정반대 순서였다. 반복 횟수가 많고 노동집약적인 공정을 먼저 찾아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공정 특화(Task-Specific) 자동화'다1. 자동화 범위를 좁히면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작업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1. 검증 주기가 짧아지면 그 결과 자체가 다음 수주의 근거 자료가 되고, 자금 조달은 미래의 서사가 아니라 지난 분기의 숫자로 하게 된다.

첫 타깃은 파일 시공이었다. 동일 규격의 말뚝을 부지 전체에 반복해서 박아야 하는 현장은 건설 공정 중에서도 반복 밀도와 인력 의존도가 함께 높은 구간이다. 대표 솔루션인 파일 시공 자동화 장비는 2025년 미국에서 약 300억원의 매출을 만들며 현장 적용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통과했다1. 적용 지역은 애리조나·텍사스·콜로라도·미주리의 태양광 발전소와 토목 현장, 그리고 호주 태양광 현장으로 이어졌다6. 업계 평가에서도 BuiltWorldsGlobal Robotics Top 50에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6.

이번 선정이 읽히는 지점은 금액이 아니라 순서다. 글로벌팁스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운영하는 팁스의 글로벌 연구개발 트랙으로, 민간 투자와 해외 사업 성과를 이미 확보한 기술 스타트업을 선별해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확장을 지원한다1. 정부는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 아니라, 이미 돈이 도는 라인 위에 5년치 연구개발 예산을 얹었다. 공식 운영사로는 KB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고, 스패너는 그 KB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1.

통합 플랫폼형과 무엇이 다른가

같은 '건설 자동화'라는 말을 쓰지만, 자동화의 단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회사의 손익계산서 모양이 전혀 달라진다. 전체를 겨냥하면 검증이 끝나기 전까지 매출이 0에 수렴하고, 한 공정을 겨냥하면 매출은 일찍 시작되지만 확장은 공정 개수만큼만 늘어난다. 스패너는 후자를 택한 뒤, 늘려야 할 공정 개수를 정부 예산으로 사들이는 경로를 하나 더 붙였다.

영역통합 플랫폼형 접근스패너 · 공정 특화형
자동화 단위현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반복·노동집약 공정 단위로 분할1
검증 방식파일럿·시연 현장 중심미국 상용 현장 매출로 검증 · 2025년 약 300억원1
수익 구조장비 판매·라이선스 단발Automation as a Service · 약 1,800만 달러 투자 유치6
확장 경로전 공정 동시 완성 후 확산파일 시공 → 배치(Shake-Out) → 패널 설치(Panel Lift)1
연구개발 재원자체 투자·단발 과제글로벌팁스 5년 50억 · 생기원·기계연 공동개발1

300억을 만든 세 단계

  1. 공정을 고른다 모든 작업을 한꺼번에 자동화하지 않고, 반복 횟수가 많고 인력 의존도가 높은 공정을 먼저 특정한다1. 자동화의 난이도가 아니라 '반복의 밀도'가 선택 기준이 되는 지점이다. 파일 시공은 그 기준에서 가장 앞줄에 있었다.
  2.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붙인다 선택한 공정에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피지컬 AI 기반 자동화로 구현한다1. 로봇 팔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공정의 결과물까지 책임지는 구성이라, 검증 대상이 기능이 아니라 공기와 비용이 된다.
  3. 서비스로 판다 장비를 넘기는 대신 Automation as a Service 모델로 자동화 자체를 서비스로 제공하며, 이 모델로 약 1,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6. 현장은 자본 지출 대신 운영 비용으로 자동화를 도입하고, 회사는 한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 매출 구조를 얻는다.
"현장 전체를 한 번에 무인화하는 대신, 반복이 많고 사람이 많이 드는 공정을 하나씩 골라 자동화한다." — 스패너 공정 특화 자동화 전략 요약1

The Bet — 정부가 5년을 산 이유

50억원은 5년으로 나누면 연 10억원이다. 회사를 살리는 돈은 아니다. 이 지원의 값어치는 금액이 아니라, 다음 공정의 검증 비용을 매출이 아니라 예산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공정 특화 전략의 유일한 약점은 공정 하나를 늘릴 때마다 처음의 검증 사이클을 다시 돌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반복 비용을 5년치로 선지급받은 셈이다.

The Bet

스패너의 해자는 장비가 아니라 이미 대금을 지불하는 미국 현장에서 쌓인 운용 데이터다. 파일 시공 한 공정으로 2025년 약 300억원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남은 공정에서도 같은 방법론이 작동할 확률을 시장이 아니라 청구서로 증명한 것에 가깝다1. 여기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과의 컨소시엄으로 5년간 50억원의 연구개발 재원이 붙으면서, 배치(Shake-Out)와 패널 설치(Panel Lift)까지의 확장 구간이 자기자본 리스크에서 국가 검증 트랙으로 옮겨졌다1. 베팅의 요지는 단순하다 — 한 공정에서 통한 경제성이 두 번째, 세 번째 공정에서도 반복되는가. 반복되면 이 회사는 장비 회사가 아니라 건설 현장의 운영 원가를 재정의하는 회사가 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두 번째 공정의 첫 청구서 배치와 패널 설치 자동화 패키지가 구축 단계를 넘어 실제 현장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1. 파일 시공에서 확인된 검증 속도가 다른 공정에서도 재현되는지를 가르는 첫 데이터다.
  2. 미국 밖 매출 비중 회사는 미국을 넘어 호주·유럽·일본 진출을 추진한다1. 호주 태양광 현장에는 이미 장비가 적용됐고6, 관건은 적용 사례가 아니라 미국 의존도를 실제로 낮추는 매출 구성이다.
  3. 서비스 모델의 반복 매출 지표 Automation as a Service를 표방하는 이상6 계약 잔고와 재계약률이 핵심 지표가 되지만, 현재 이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장비 판매의 다른 이름인지, 실제 구독형 구조인지가 여기서 갈린다.
결국 스패너가 파는 것은 로봇이 아니라, 반복 공정 하나당 줄어드는 원가다.
다음 질문은 그 '하나'가 몇 개까지 늘어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