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로봇은 오랫동안 의사의 손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 왔다. 치과에서도 임플란트 식립과 수술 보조에 로봇이 몰렸다1. 그런데 진료실에서 정작 비어 있는 자리는 의사 옆에서 석션을 잡는 보조인력이었고, 면허를 가진 치과위생사 가운데 실제로 일하는 비율은 48.4%에 그친다1. 그 빈자리에 Physical AI 기반 6축 로봇팔을 들이겠다는 현직 치과의사의 회사 덴탈로보틱스에, AI엔젤클럽·씨엔티테크·피플인베스트먼트·DHP 네 곳이 시드 투자로 붙었다. 금액은 비공개다13.

치과 보조인력 공백 → 석션을 로봇이 대신 → 임상 검증·2등급 인허가 → HW 판매+SW 구독+소모품
4곳 시드 라운드 투자자 · AI엔젤클럽·씨엔티테크·피플인베스트먼트·DHP, 금액 비공개1
48.4% 치과위생사 면허 취득자 대비 활동 비율 · 보조인력 공백의 구조적 원인1
98.6% 210케이스 검증 정합 성공률 · CT·스캔·비전 정합 정확도 0.25mm 이하1

왜 '석션'이었나 — 가장 단순해 보이는 일이 가장 비어 있었다

의료 로봇의 계보는 집도의 중심으로 쓰여 왔다. 비싼 장비가 의사의 손을 더 정밀하게 만들고, 그 비용은 수술비에 녹아든다. 치과도 다르지 않았다. 임플란트 식립과 수술 보조에 로봇이 편중됐고, 보조인력이 하는 일은 자동화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1. 그런데 치과 원장들이 매일 체감하는 결핍은 집도의의 손이 아니라, 옆에서 석션을 잡아줄 사람이다.

숫자가 그 결핍을 설명한다. 치과위생사는 면허 취득자 대비 활동 비율이 48.4%에 그치고, 저출산으로 보조인력 수급 불균형은 구조적인 국면에 들어섰다1. 회사가 분석한 진료 현장에서 치과위생사는 하루 평균 2.5시간을 석션에 쓰고, 그중 약 2시간은 혼자 진료에 참여한다1. 석션은 단순해 보이지만 숙련과 섬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고강도 반복 업무다1.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보조인력이라는 진단이 이 회사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덴탈로보틱스는 로봇의 핵심 목표를 수술이 아니라 진료 보조 자동화로 잡았다1. 이 선택은 시장 접근 방식도 바꾼다. 수술 로봇은 '더 잘하는 수술'을 팔아야 하지만, 석션 로봇은 '없는 사람의 손'을 판다. 하루 2.5시간 가운데 로봇이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이 곧 치과 한 곳의 인력 여유로 환산되고, 구매 결정자인 원장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고통을 겨냥한다. 채용 공고를 내도 사람이 오지 않는 진료실에 이 메시지는 단순하게 닿는다.

문제를 정의한 사람이 현장에 있다는 점도 다르다. 김남균 대표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이자 연세굿플란트치과 대표원장으로, 진료를 보면서 회사를 이끈다13. 엄세현 공동대표가 AI 디지털트윈과 3D 를 총괄하고, 메디픽셀·레인보우로보틱스·휴비츠·오스템임플란트 출신 엔지니어가 합류했다13. 임상가가 문제를 정의하고, 로봇·의료영상·치과 장비 회사 출신이 손을 만드는 구성이다. 2026년 5월 SIDEX 2026에서 자율주행 석션 로봇을 처음 공개하며 시장에 등장했다13.

사람의 석션 vs 로봇의 석션 — 다섯 레이어에서 무엇이 바뀌나

석션을 로봇에 맡긴다는 것은 팔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보고, 어디서 멈추는지가 전부 바뀐다. 회사가 공개한 사양을 기준으로 다섯 레이어에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1.

영역치과위생사 수동 석션덴탈로보틱스 자율 석션 로봇
공간 인식술자의 눈과 경험으로 위치 판단CBCT·구강스캐너 정합, 환자별 구강 공간 100㎛ 좌표화1
실시간 판단숙련도에 따라 편차, 피로 누적비전 AI 가 타액·혈액·치아·잇몸을 실시간 인식1
안전술자 감각에 의존50g 압력 센서 + 1ms 전류 차단·5ms 감시·모션 플래닝 3중 구조1
인력 투입하루 평균 2.5시간, 약 2시간은 단독 보조16축 로봇팔이 석션 위치를 스스로 추적1
규격·검증개인 숙련, 표준화 어려움IEC 80601-2-77·ISO 13482 설계 반영, 210케이스 98.6%1

로봇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세 단계

  1. 좌표화 3D CBCT(치과용 CT)와 구강스캐너 데이터를 정합해 환자별 구강 공간을 100㎛ 정확도로 좌표화한다. 환자마다 다른 입안을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지도로 바꾸는 단계다. CT·스캔·비전 카메라 데이터의 정합 정확도는 0.25mm 이하이고, 210케이스 검증에서 98.6%의 정합 성공률을 확인했다1.
  2. 인식과 추적 비전 AI 가 타액·혈액·치아·잇몸 등 구강 내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6축 로봇팔이 석션 위치를 스스로 찾아간다1. 회사는 이 시스템을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으로 구성한다고 설명한다1. 진료 흐름을 인식하는 이 소프트웨어는 향후 구독 상품으로도 설계돼 있다13.
  3. 안전 중단 로봇 말단에 50g부터 감지하는 압력 센서를 달아 접촉 형태에 따라 회피와 석션을 판단한다. 하드웨어 전류 차단(1ms)·소프트웨어 실시간 감시(5ms)·상위 모션 플래닝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3중 안전 구조를 갖췄고, 수술용 로봇 표준 IEC 80601-2-77과 개인케어 로봇 표준 ISO 13482를 설계 단계부터 적용했다1. 입안이라는 가장 민감한 작업 공간에서 인허가를 통과하기 위한 설계다.
"기존 의료 로봇이 임플란트·수술 보조에 편중된 사이, 정작 현장에서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보조인력이었다."1 — 덴탈로보틱스 공식 포지셔닝 요약

The Bet — 네 투자자는 무엇을 샀나

이번 라운드는 금액이 비공개다1. 대신 읽을 것은 투자자 구성이다. 이름에 AI 를 건 AI엔젤클럽과 디지털헬스케어를 건 DHP(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가 씨엔티테크, 피플인베스트먼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1. 2026년 3분기 국내 투자에서 로보틱스가 부각되고 바이오헬스 메가딜은 사라졌다는 흐름 속에서, 피지컬 AI 와 헬스케어가 겹치는 자리에 시드 머니가 들어온 셈이다2.

The Bet

베팅의 핵심은 '매일 쓰이는 로봇'이다. 수술 로봇은 수술이 있을 때만 돌지만, 석션은 진료가 있는 모든 시간에 필요하다. 보조인력 공백이 구조적이라면 이 수요는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된다1. 수익 구조도 그 전제 위에 짜였다. 하드웨어 판매에 진료 흐름 인식 소프트웨어 구독, 전용 소모품과 유지보수를 결합해 설치 이후에도 반복 매출이 생기는 모델이다13. 석션 로봇 정렬·이상 상황 대응·3중 안전 아키텍처·비전 기반 자율 석션 등 특허 20건 출원, 4건 등록으로 진입 장벽을 먼저 쌓았다13. 리스크는 시간이다. 국내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시작으로 디지털 의료기기 인증과 해외 인증을 순차 추진해 2028년 정식 출시가 목표이고, 그때까지 매출 없이 임상과 인허가를 통과해야 한다13. 네 투자자는 그 공백기를 감당할 만큼 보조인력 부족이 깊고 오래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임상 검증 결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송인석 교수팀과 안전성·유효성 임상 검증이 진행 중이다13. 210케이스에서 확인한 98.6% 정합 성공률은 데이터 정합 단계의 수치다1. 실제 환자의 입안에서 압력 센서와 3중 안전 구조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결과가 공개되는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2.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진입 회사가 밝힌 경로는 국내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 디지털 의료기기 인증, 해외 인증 순이다13. 2028년 정식 출시를 지키려면 12개월 안에 첫 인허가 절차가 실질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설계 단계부터 적용한 IEC 80601-2-77·ISO 13482 가 심사에서 얼마나 시간을 줄여주는지도 함께 드러날 것이다1.
  3. 시범 공급 계약 투자금의 용처 가운데 하나가 대학병원과 중대형 치과를 대상으로 한 시범 공급 준비다1. 첫 설치 사이트가 어디인지, 원장들이 하루 2.5시간의 석션 가운데 얼마를 로봇에 넘겼는지가 수익 모델의 첫 실증이 된다1. 이 숫자가 다음 라운드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덴탈로보틱스는 치과의 '비어 있는 손'을 판다.
그 손이 2028년 진료실에 실제로 놓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