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은 오랫동안 '굴뚝의 일'이었다. 발전소와 산업단지의 배기가스를 대형 플랜트로 잡는 CCUS 가 표준이었고, 사무실·학교·공장 내부의 공기는 포집 대상조차 아니었다. 그 전제를 뒤집어 미세조류 배양조를 건물 안에 두고 공기 중 CO₂를 먹이는 설비를 만든 회사가 포네이처스다1. 거기에 CES 2026 혁신상 2개 부문과, 전국 50개 기업 중 본선 15개를 추려 벤처 투자자가 고른 과기정통부 장관상이 붙었다1.
왜 '분산형'이었나 — 굴뚝이 아니라 공간을 겨눴다
탄소포집의 경제학은 규모에 종속돼 왔다. 배기가스 농도가 높고 배출량이 집중된 곳에 설비를 세워야 톤당 비용이 내려가니, 플레이어는 발전사·정유·시멘트 같은 대형 배출원 주변에만 모였다. 반대로 말하면 배출은 작지만 수가 많은 건물·사무실·중소 공장은 시장 밖에 있었다. 포네이처스는 그 빈 자리를 겨눴다. 2022년 10월 류호림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미세조류의 광합성으로 공기 중 CO₂를 흡수·고정하는 분산형 생물학적 탄소포집 설비 힐림(HEALIM) 을 개발했다1.
제품은 세 가지다. 힐림 마스터·힐림 월·힐림 플랜트 로, 설치 공간과 규모에 따라 고르는 구조다3. 핵심은 배양조가 '사람 없이 돈다'는 점이다. 밀폐형 배양조 안에서 pH 를 ±0.05, 온도를 ±1°C 범위로 자율 제어하고, 자란 조류는 원심분리형 장치가 자동으로 연속 수확한다1. 생물 설비는 전담 인력이 붙어야 한다는 통념이 분산형 모델의 가장 큰 장벽인데, 자율 제어와 자동 수확이 그 장벽을 설계 단계에서 지웠다.
수치는 아직 실험실 단계다. 회사가 밝힌 포집량은 힐림 1대당 연간 약 2톤으로, 실험실 검증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추정치다1. 대형 플랜트의 단위와 비교하면 작다. 그러나 분산형의 셈법은 다르다. 한 대의 포집량이 아니라 건물마다 설비가 들어갔을 때의 합이 시장 규모다. 그래서 이 회사의 진짜 경쟁력은 포집량 자체보다 '어디에 들어가 봤느냐'에 있다.
그 답이 실증 이력이다. 2025년 1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서울에너지공사 ESG 개방형 테스트베드에서 열병합발전 현장 실증을 마쳤고, 지금은 설비 확장을 협의 중이다1. 식품가공 폐수처리 현장과 수출 중견 제조기업에도 설치해 에너지·수처리·건축 세 분야에서 실증을 돌렸다1. CES 가 제품 완성도를, 장관상이 투자 심사를 통과시켰다면, 현장 실증은 '설비가 실제로 돈다'는 세 번째 검증이다.
수상의 맥락도 짚을 필요가 있다. CES 혁신상은 가전·모빌리티·헬스 같은 소비자 테크가 주류인 무대다. 그 무대에서 생물학적 탄소포집 설비가 2개 부문에 들었다는 것은, 심사가 이 장비를 '플랜트 설비'가 아니라 '공간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읽었다는 뜻이다1. 회사가 처음부터 설비를 마스터·월·플랜트 3종의 제품 라인으로 설계한 이유와 맞닿는다3.
대형 CCUS 와 무엇이 다른가 — 다섯 줄로 보는 분산형의 셈법
| 영역 | 전통 대형 CCUS | 포네이처스 힐림 |
|---|---|---|
| 설치 단위 | 발전소·산업단지 플랜트 한 곳에 집중 | 사무실·공장·건물 단위 분산 설치, 마스터·월·플랜트 3종3 |
| 포집 원리 | 화학 흡수·흡착 공정 | 미세조류 광합성으로 CO₂ 흡수·고정1 |
| 운영 제어 | 전담 운전 인력 상주 | 밀폐 배양조 pH ±0.05 · 온도 ±1°C 자율 제어1 |
| 포집 후 처리 | 포집 CO₂ 를 압축·수송·저장 | 원심분리형 자동 연속 수확으로 조류 바이오매스 회수1 |
| 검증 지점 | 단일 플랜트 실증 |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 등 에너지·수처리·건축 3개 분야 실증1 |
수상은 어떻게 쌓였나 — 특허·실증·무대의 3단
- 특허로 울타리를 쳤다 미세조류 배양장치·연속 확장식 배양장치·배기가스 활용 배양장치 등 등록 특허가 10건이고, 북미·유럽에 PCT 출원을 걸었다. 기술이전 계약도 3건 체결했다1. 설립 4년차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는 두꺼운 IP 다. ISO 9001·ISO 14001·KC 인증을 갖췄고, 녹색기술인증은 진행 중이다1.
- 실증으로 데이터를 쌓았다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 현장, 식품가공 폐수처리 현장, 수출 중견 제조기업. 세 분야 실증은 '어느 공간에서도 돈다'는 분산형 전제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최소 샘플이다1. 특히 공공 에너지사와의 설비 확장 협의는 실증이 유료 설치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다1.
- 무대에서 신호를 받았다 CES 2026 혁신상 2개 부문, 비바테크 2026 '테크 포 체인지' 선정으로 해외에서 먼저 평가가 나왔다12. 비바테크 현장에서는 알그린(Algreen) 과 데이터 기반 생물학적 탄소포집 공동 R&D·사업화 MOU 를 맺었다2. 그리고 2026년 9월 15일, 과기정통부·NIPA 의 지역 디지털 스케일업 챌린지 본선에서 대상을 받았다1.
The Bet — 왜 이 수상이 시장 신호인가
상 자체는 매출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두 수상은 심사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읽을 거리가 있다. CES 혁신상은 제품 완성도와 설계를 보는 글로벌 테크 심사이고, 지역 디지털 스케일업 챌린지 본선은 벤처 투자자가 50개 중 15개를 추려 대상을 골랐다1. 하나는 '제품으로서 성립하는가', 다른 하나는 '투자 대상으로 성립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여기에 알그린 MOU 가 더해지면 해외 동종 플레이어도 데이터 공동 R&D 상대로 이 회사를 골랐다는 뜻이 된다2. 베팅의 핵심은 탄소포집의 단위가 '플랜트'에서 '건물'로 내려오느냐다. 그 전환이 일어난다면 특허 10건과 세 분야 실증 데이터를 가진 회사가 선점 위치에 선다1. 팀도 하드웨어 양산을 전제로 짜였다. 삼성전자에서 32년 하드웨어를 개발한 CTO, 제약 10년 경력의 CIO, B2G 영업 20년의 이사가 있다1. 리스크는 분명하다. 1대당 2톤은 실험실 추정치이고, 현장 톤 단위 실측과 톤당 비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27년 상반기 프리시리즈A 30억원 목표의 용처가 OEM 에서 자체 양산으로의 전환, 영업 인력·인증·실증 확대라는 점은 회사도 그 공백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서울에너지공사 설비 확장 계약 실증이 '확장 협의'에서 '유료 설치'로 넘어가는지가 첫 번째 지표다1. 공공 에너지사의 확장 계약은 톤 단위 현장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할 명분도 만든다. 이 숫자가 나오면 실험실 추정 2톤의 신뢰도가 결정된다.
- 프리시리즈A 30억 마감과 양산 전환 목표 시기는 2027년 상반기다1. 라운드가 닫히면 OEM 의존에서 자체 양산 체계로 넘어가는 투자가 시작된다. 하드웨어 기업의 원가 구조는 이 단계에서 결정되므로, 리드 투자자가 누구인지와 양산 라인 착수 시점을 함께 봐야 한다.
- 해외 첫 유료 파일럿과 알그린 공동 R&D 결과 회사는 2027~2028년 프랑스·독일·중동 유료 파일럿을 계획하고 있다1. 알그린과의 데이터 기반 공동 R&D 가 실제 산출물로 이어지는지, 비바테크 선정이 유럽 첫 계약으로 환전되는지가 세 번째 지표다2. 녹색기술인증 취득 여부도 B2G 영업의 전제 조건으로 함께 볼 항목이다1.
상은 받았다. 다음은 톤 단위 계약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