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사업의 병목은 대개 '차를 굴리는 일'이 아니라 '차를 관리하는 일'에서 생긴다. 대수가 늘수록 정비·사고·가동률·배차가 사람 손에 걸리고, 규모가 커질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대신 관리 비용이 먼저 올라간다. 공카는 그 관리 레이어를 AI 기반 차량 통합 관리 시스템(FMS)으로 되감는 쪽에 기술을 걸었고, 거기에 정부가 딥테크 팁스로 15억원을 붙였다1. 일반 팁스보다 기술 검증 과정이 까다로운 트랙이라1, 이 돈은 지원금보다 검증서에 가깝다.

입점사 200여 곳 운영 데이터 축적 AI FMS 제품화 딥테크 검증 · 누적 120억
15억 딥테크 팁스 최종 선정 · 중기부 초격차 R&D 지원금
120억 이번 선정 포함 누적 기업 자금조달액 돌파
200+ 플랫폼 입점사 · FMS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

왜 '딥테크'였나 — 모빌리티가 기술로 심사받기 가장 어려운 업종인 이유

팁스에는 층이 있다. 딥테크 팁스는 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신산업 창업 분야 가운데서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만 따로 골라 집중 지원하는 트랙으로, 일반 팁스보다 선정 기준과 기술 검증 과정이 까다로운 대신 선정되면 최대 15억원의 R&D 자금이 붙는다1. 문턱이 높은 만큼 딥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공신력 높은 관문으로 통한다1. 공카는 2026년 7월 이 관문을 최종 통과하며 총 15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1.

모빌리티에서 이 문턱은 유독 높다. 차량을 다루는 사업은 심사대에서 기술이 아니라 운영으로, 연구개발이 아니라 중개로 읽히기 쉽기 때문이다. 차를 더 많이 붙이고 더 자주 회전시키는 일은 영업의 성취이지 알고리즘의 성취가 아니라는 시선이 기본값에 가깝다. 그래서 이 업종에서 '딥테크'라는 도장을 받는다는 건, 사업 규모가 아니라 원가 구조를 기술로 설명해냈다는 뜻이다.

공카가 심사 과정에서 인정받은 항목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자체 개발 중인 AI 기반 차량 통합 관리 시스템(FMS)의 기술적 차별성, 그리고 모빌리티 플랫폼의 사업 확장 가능성이다1. 확보한 자금의 용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 기반 차량 상태 예측, 실시간 관제, 배차 최적화 알고리즘 — 세 축 모두 FMS 연구개발로 투입될 예정이다1. 플랫폼 확장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차량 한 대당 관리 원가를 깎는 엔진 쪽에 돈이 걸렸다.

그리고 이 15억은 회사의 자본 이력을 한 칸 올려놓았다. 공카는 이번 선정으로 누적 기업 자금조달액 120억원을 돌파하며 예비 유니콘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1. 정부 R&D 자금은 라운드와 성격이 다른 돈이다. 시장이 아직 가격을 매기지 못하는 기술 리스크 구간을 대신 떠안아 주는 자본이고, 그 구간을 통과한 이력은 다음 투자자에게 실사 비용을 줄여준다.

차량 200대를 굴리는 두 가지 방법

플랫폼 사업에서 입점사 수는 흔히 성장 지표로 읽힌다. 공카에서는 그보다 앞선 의미가 있다. 현재 200여 개 이상의 입점사를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인데1, 이 입점사들이 굴리는 차량이 곧 상태·주행·사고·회전율 데이터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예측 모델의 정확도는 결코 그 데이터의 밀도를 넘어서지 못한다.

차량 운영의 원가는 대체로 세 군데에서 샌다. 예정에 없던 정비, 비어 있는 차, 잘못 붙은 배차다. 공카가 R&D 자금을 넣겠다고 밝힌 세 항목 — 차량 상태 예측, 실시간 관제, 배차 최적화 — 은 이 세 구멍과 정확히 한 칸씩 맞물린다1. 기술 로드맵이 원가 구조를 그대로 베껴 그린 형태라는 뜻이다.

운영 영역전통 차량 운영공카 FMS 연결 운영
차량 상태 파악정비 이력·주행거리 수기 관리, 고장이 난 뒤 대응AI 기반 차량 상태 예측으로 사전 감지 지향1
위치·가동 관제전화·메신저로 담당자가 개별 확인실시간 관제를 시스템 레이어로 흡수1
배차 결정담당자 경험칙과 관행에 의존배차 최적화 알고리즘으로 대체 시도1
공급 네트워크업체 단위 개별 계약, 확장은 영업 인력에 비례200여 개 입점사 인프라를 한 판에서 운용1
확장 비용 곡선차량이 늘면 관리 인력이 같이 늘어난다증분을 소프트웨어가 흡수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공카가 쌓은 순서 — 네트워크, 데이터, 그다음이 알고리즘

순서를 뒤집었다면 이번 선정은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AI를 먼저 만들고 쓸 곳을 찾는 회사와, 이미 돌아가는 현장 위에 AI를 얹는 회사는 같은 심사표에서 전혀 다른 점수를 받는다.

  1. 공급 밀도를 먼저 확보했다 200여 개 이상의 입점사를 붙여 시장 경쟁력의 기반을 만들었다1. 이 단계에서는 기술 회사라기보다 운영 회사에 가깝다. 다만 이 시기에 쌓이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라, 뒤에 올 모델이 학습할 원본 기록이다.
  2. 운영을 데이터로 전환했다 차량 관리라는 반복 업무를 통합 관리 시스템(FMS)의 형태로 묶었다1. 흩어진 대장과 메신저를 하나의 스키마로 정리하는 이 구간이 가장 지루하고, 동시에 경쟁사가 가장 건너뛰고 싶어 하는 구간이다.
  3. 검증을 자본으로 바꿨다 FMS와 플랫폼의 기술적 차별성·확장 가능성으로 딥테크 팁스 15억원을 확보했고, 누적 조달액은 120억원을 넘겼다1. 기술을 돈으로 바꾸는 대신, 기술이 검증됐다는 사실을 돈으로 바꾼 셈이다.
"AI 기반 차량 통합 관리 시스템과 모빌리티 플랫폼의 기술적 차별성, 그리고 사업 확장 가능성." — 공카가 딥테크 팁스 선정에서 인정받았다고 밝힌 항목1

The Bet — 정부가 산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데이터 접근권이다

딥테크 팁스 심사에서 실제로 평가되는 것은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앞으로 3년치 R&D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 조건을 갖췄는지다. 차량 상태 예측 모델은 고장 데이터 없이는 학습되지 않고, 배차 최적화는 실제 수요 분포 없이는 시뮬레이션에 머문다. 그 조건을 이미 확보한 곳과 앞으로 확보해야 하는 곳의 차이는, 자금 15억보다 훨씬 크다.

The Bet

베팅의 대상은 알고리즘 자체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자랄 토양이다. 200여 개 입점사가 매일 만들어내는 운영 기록은 뒤늦게 들어오는 경쟁자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고1, 15억원의 R&D 자금은 그 기록을 예측·관제·배차라는 세 제품으로 번역하는 비용이다1. 이 번역이 성공하면 공카는 차량을 중개하는 플랫폼에서 차량 원가를 낮추는 소프트웨어로 정체성이 바뀐다. 실패하면 200개 입점사는 여전히 좋은 유통망으로 남지만, 딥테크라는 이름값은 회수되지 않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선정은 시작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이 회사가 실제로 티어를 바꿨는지는 아래 세 숫자가 공개되는 방식으로 판명된다.

  1. FMS 실장률 200여 개 입점사 가운데 실제로 FMS를 켜고 매일 쓰는 비중이다1. 입점사 수는 계약의 숫자이고, 실장률은 제품의 숫자다. 이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데이터 우위는 장부상 우위에 그친다.
  2. 원가 개선의 정량 공개 예측 정비 도입 후 계획 외 정비 비율, 관제 도입 후 가동률, 알고리즘 배차의 공차 거리 — 셋 중 하나라도 수치로 나오는 순간이 기술 검증의 진짜 결승선이다. 현재 이 지표들은 공개되지 않았다.
  3. 팁스 이후의 자본 누적 조달액 120억원 다음에 붙는 라운드의 성격이다1. 정부 검증 뒤에 민간 자본이 어떤 밸류로 따라붙는지가 예비 유니콘이라는 표현의 실질을 결정한다. 후속 라운드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공카가 파는 것은 차가 아니라 차량 한 대당 관리 원가다.
15억원이 그 원가를 몇 퍼센트나 깎아내는지, 다음은 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