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을 내건 회사 상당수는 같은 길을 걸었다. AI 로 후보물질을 찾아 자체 파이프라인을 키우고, 임상이라는 긴 터널로 들어가는 길이다. 히츠는 터널에 들어가는 대신 터널을 파는 사람들에게 도구를 팔기로 했고, 제약사·연구기관용 AI 연구 플랫폼이 그 도구다. 그 선택에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이끈 183억원 시리즈B 가 붙었고, 누적 투자액은 286억원이 됐다1.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폴드 → 연구 플랫폼 하이퍼랩 → 제약사·암 연구기관 유료 구독 → 북미 연구 환경에 임베드
183억 시리즈B · 프리미어파트너스 리드, 목표액 초과 달성
286억 누적 투자 유치액
9곳 참여 투자사 · 신규 5곳 + 시드 단계 투자자 3곳 후속

왜 '신약을 안 만드는' 바이오 AI 였나 — 터널 대신 곡괭이를 골랐다

AI 신약개발 기업 상당수는 AI 로 후보물질을 찾아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키우는 방식을 택한다1. 맞으면 보상이 크지만, 임상 실패와 해외 인허가 지연이라는 신약 개발 고유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김우연 대표가 이끄는 히츠는 처음부터 그 위험의 반대편에 섰다1.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대신, 신약 연구나 바이오 데이터 분석을 하는 제약사와 연구기관에 AI 연구 플랫폼을 판매하는 데 집중해 왔다1. 상당수가 파이프라인으로 몰린 시장에서 반대 방향을 고른, 흔치 않은 포지션이다.

회사가 설명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신약의 성패에 매출을 걸지 않고, 고객이 늘수록 매출이 쌓이는 구조를 택했다는 것이다1. 바이오 AI 를 한 방의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반복 과금되는 소프트웨어로 보는 관점이다. 주력 제품 하이퍼랩(HyperLab)은 이미 국내 주요 제약사와 국립암센터, 미국 암 연구기관이 유료로 쓰고 있고, 회사에 따르면 국내외 암 연구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갱신했다1. 연구장비·시약 기업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도 협력하고 있다1. 유료 고객과 재계약이 이미 있다는 사실이, 이 회사를 '모델 연구소'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로 읽게 만든다.

플랫폼 아래에는 모델이 있다. 히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바이오 AI 모델 K-폴드(K-Fold) 의 상용화 기업으로 선정됐다1.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로 미리 학습해 여러 용도에 맞춰 쓸 수 있는 기반 AI 모델이다1. 즉 히츠의 레이어는 두 겹이다. 정부 사업에서 벤치마크로 검증받은 모델, 그리고 그 모델을 연구자가 바로 쓰게 만든 플랫폼. 모델만 있는 회사도 많고 플랫폼만 있는 회사도 많지만, 둘을 한 회사가 쥔 경우는 드물다.

리드 투자자가 본 것도 정확히 이 두 겹이다. 윤하영 프리미어파트너스 상무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주요 벤치마크 성능을 입증했고, 이를 고객이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현해 사용성과 사업성까지 확보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1. 투자자 구성도 그 판단을 뒷받침한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삼성증권·BSK인베스트먼트·TBT파트너스·IBK벤처투자 다섯 곳이 새로 들어왔고, 시드 단계부터 투자해 온 한국투자파트너스·캡스톤파트너스·라플라스파트너스 세 곳이 후속 투자했다1. 라플라스파트너스는 ETRI 와 함께 연구실 원천기술 투자포럼을 여는 딥테크 전문 투자사다45. 시드 투자자 세 곳이 모두 시리즈B 까지 따라왔다는 점은, 초기 가설이 라운드마다 깨지지 않았다는 간접 신호다. 다만 매출 규모와 고객 수는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전통 AI 신약개발 vs 히츠 — 무엇을 팔고, 무엇을 지지 않나

같은 '바이오 AI' 라도 어디서 돈이 나오고 어디서 위험이 터지는지는 완전히 다르다. 히츠가 선택한 구조를 전통적인 AI 신약개발 모델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영역전통 AI 신약개발히츠
수익원자체 파이프라인 · 기술이전과 임상 성공에 의존AI 연구 플랫폼 판매 · 고객 수에 비례해 누적
핵심 리스크임상 실패 · 해외 인허가 지연고객 확보 · 재계약
매출 발생 시점후보물질 발굴 이후 장기 지연계약 즉시 · 제약사와 암 연구기관이 이미 유료 사용
고객자사 파이프라인 (내부)국내 주요 제약사 · 국립암센터 · 미국 암 연구기관
공급 형태해당 없음구독형 SaaS → 사내 설치형 · API · 기업용 라이선스

표의 오른쪽 열이 말하는 것은 한 가지다. 히츠는 임상 리스크를 버린 대신 재계약 리스크를 샀다1. 신약 회사의 실패는 한 번에 크게 오지만, 플랫폼 회사의 실패는 조용히 갱신율로 온다. 회사가 북미 사업개발 인력을 늘리고 미국·유럽 거점에서 재계약과 신규 고객 확보를 동시에 내건 이유가 여기 있다1. 공급 형태를 구독형 SaaS 에서 사내 설치형·API·기업용 라이선스로 넓히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1. 제약사의 연구 데이터는 외부 클라우드로 쉽게 나가지 않는다. 설치형과 API 가 없으면, 가장 큰 고객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공공 부문 공급 실적을 레퍼런스 삼아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AI 전환 수요를 공략한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다1.

플랫폼 회사가 만들어지는 순서 — 모델, 플랫폼, 채널

  1. 모델을 먼저 검증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K-폴드 상용화 기업으로 선정되며 주요 벤치마크 성능을 입증했다1. 리드 투자자가 '사업성 확보'의 출발점으로 꼽은 대목이 이것이다. 정부 사업은 돈보다 레퍼런스다. 보수적인 제약사와 공공 연구기관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2. 플랫폼으로 묶어 유료 고객을 만든다 하이퍼랩이 국내 주요 제약사와 국립암센터, 미국 암 연구기관에 유료로 공급되고 있다1. 회사는 국내에서 공공 부문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AI 전환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밝혔다1. 공공이 먼저 쓰고 민간이 따라오는, 국내 B2B 의 전형적 순서다.
  3. 공급 채널을 넓힌다 구독형 중심이던 공급 방식을 사내 설치형·API·기업용 라이선스로 확대하고, 연구장비·시약 기업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협력한다1. 2028년 상반기까지 연구장비·바이오·데이터 기업의 연구 환경에 AI 솔루션을 임베드하겠다는 계획의 전 단계다1. 플랫폼이 장비 안에 들어가면, 고객은 히츠를 고르는 게 아니라 장비를 고르면서 히츠를 쓰게 된다.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주요 벤치마크 성능을 입증했고, 이를 고객이 쉽게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현해 사용성과 사업성까지 확보했다고 판단했다.”1 — 윤하영, 프리미어파트너스 상무

The Bet — 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신약 없는 바이오 AI' 를 샀나

The Bet

베팅의 핵심은 바이오 AI 의 가치가 신약 한 건의 성공이 아니라 연구실의 작업 방식 전체에서 나온다는 가정이다. 히츠는 투자금으로 2029년까지 3단계 계획을 밀어붙인다. 올해 안에 AI 가 연구 과정의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2027년 상반기까지 핵심 기술과 제품군을 정비하며, 2028년 상반기에는 연구장비·바이오·데이터 기업의 연구 환경에 AI 솔루션을 임베드한다1. 윤하영 상무는 장기적으로 신약개발을 넘어 과학 연구 전반과 AI·실험을 연결하는 자율형 실험실까지 적용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1. 즉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산 것은 '신약 AI 회사' 가 아니라 연구실의 운영체제가 될 수 있는 회사다. 그 가정이 맞다면, 고객이 늘수록 매출이 쌓인다는 회사의 설명은 SaaS 커브가 된다. 틀리다면, 히츠는 임상 리스크 대신 갱신율 리스크를 진 또 하나의 연구 도구 회사로 남는다.

이 베팅이 흔들릴 지점도 분명하다. 하이퍼랩의 매출과 고객 수, 북미 고객의 재계약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전틱 AI 전환은 '올해 안' 이라는 시한이 붙은 약속이지, 아직 제품으로 증명된 결과가 아니다1. 써모피셔와의 협력도 '협력하고 있다' 는 수준까지만 공개됐다1. 183억원은 이 세 가지 공백을 숫자로 채우라고 준 돈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에이전틱 AI 전환의 실체 회사는 올해 안에 사업 구조를 에이전틱 AI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다1. 하이퍼랩 안에서 AI 가 연구자 개입 없이 스스로 수행하는 단계가 어디까지 늘어나는지가 첫 번째 확인 포인트다. 선언이 기능 목록으로 바뀌는 속도가 2027년 상반기 제품군 정비의 현실성을 가른다.
  2. 북미 재계약과 신규 계약 미국 암 연구기관이 이미 유료 고객이고, 회사는 북미 사업개발 인력을 늘려 미국·유럽 거점에서 재계약과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다1. 플랫폼 모델의 리스크는 갱신율로 온다. 북미에서 재계약이 이어지는지, 신규 계약이 공공을 넘어 민간 제약사로 확장되는지가 두 번째 지표다.
  3. 공급 형태의 다변화 구독형 SaaS 에서 사내 설치형·API·기업용 라이선스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실제 계약으로 나타나는지 본다1.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의 협력이 구체적 제품이나 유통 형태로 드러난다면, 2028년 상반기 임베드 단계의 전조로 읽을 수 있다1.
결국 히츠는 신약이 아니라, 신약을 만드는 연구실의 시간을 판다.
그 시간이 북미 연구실의 재계약으로 돌아오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