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은 오랫동안 더 큰 모델, 더 빠른 가속기, 더 비싼 선단 공정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기기가 현장으로 내려올수록 병목은 속도가 아니라 전력, 메모리, 지연 시간으로 바뀐다. iHW는 이 지점에서 INFERTRON이라는 초저전력 AI 반도체를 꺼냈고, 거기에 시리즈A 520억원이 붙었다1. 단순한 팹리스 투자가 아니라, 엣지와 휴머노이드가 요구하는 계산 구조 자체에 대한 베팅이다.
왜 초저전력이었나 — AI가 데이터센터 밖으로 나가는 순간 계산법이 달라진다
AI 반도체의 첫 번째 전장은 데이터센터였다. 그곳에서는 전력도, 냉각도, 네트워크도 큰 시스템 안에서 흡수된다. 하지만 AI가 로봇, 센서, 산업 장비, 휴머노이드 같은 물리적 기기로 내려오면 조건은 달라진다. 같은 추론이라도 배터리와 발열, 응답 시간과 부품 수가 곧 제품성의 한계가 된다.
iHW가 겨냥하는 지점은 이 병목이다. 회사가 개발하는 초저전력 AI 반도체 INFERTRON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을 연산 구조에 직접 적용한 ACiM, Analog Compute-in-Memory 방식을 채택했다1. 기존 디지털 NPU가 메모리에서 가중치를 불러와 별도 연산 회로에서 처리하는 것과 달리, iHW의 구조는 가중치가 저장된 위치에서 곧바로 연산을 수행한다1.
핵심은 더 빠른 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덜 움직이는 칩을 만드는 데 있다. 데이터 이동이 줄어들면 전력 소모와 지연 시간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 iHW는 이 구조가 대규모 병렬 연산에도 맞고, 외부 DRAM이나 별도 Flash 메모리 없이 단일 칩으로 동작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다1.
더 중요한 점은 공정 전략이다. iHW는 최신 선단 공정이 아니라 성숙 공정, 즉 레거시 노드에서도 구현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고 밝혔다1. 선단 공정 경쟁이 자본력의 게임이라면, 레거시 공정에서 구현되는 저전력 AI 칩은 공급망과 원가, 양산 리스크를 다른 방식으로 풀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는 반도체 성능 경쟁의 한복판이 아니라, AI가 물리 세계로 확장될 때 필요한 계산 인프라에 찍힌 표식에 가깝다.
무엇이 다른가 — 전통 NPU와 iHW의 선택지는 다른 문제를 푼다
| 비교 영역 | 전통 디지털 NPU 접근 | iHW 접근 |
|---|---|---|
| 연산 위치 | 메모리에 저장된 가중치를 불러와 별도 연산 회로에서 처리1 | 가중치가 저장된 위치에서 곧바로 연산하는 인메모리 구조1 |
| 전력 병목 | 데이터 이동 과정이 전력과 지연 시간의 부담으로 남는다1 | 데이터 이동을 줄여 전력 소모와 지연 시간을 동시에 낮추는 방향1 |
| 메모리 구성 | 외부 메모리 의존이 제품 설계의 복잡도를 키울 수 있다 | 외부 DRAM·별도 Flash 없이 단일 칩 동작을 목표로 설계1 |
| 공정 전략 | 선단 공정 접근성이 성능과 원가의 중요한 변수로 작동한다 | 레거시 노드에서도 구현 가능한 구조를 내세운다1 |
| 적용 방향 | 범용 가속 성능 중심의 경쟁으로 흐르기 쉽다 | KETI와 휴머노이드 저전력 SoC 기술 개발을 공동 수행 중이다1 |
520억원은 무엇을 검증했나 — 투자자는 구조·자본·적용처를 함께 봤다
- 라운드의 크기 iHW는 2026년 8월 18일 기준 시리즈A에서 520억원을 유치했다1. 2024년 말 120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를 받은 뒤, 이번 라운드까지 포함한 누적 투자금은 640억원이다1. 초기 딥테크 회사에 이 정도 자본이 들어갔다는 것은 기술 데모를 넘어 칩 개발, 검증, 파트너십, 양산 준비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투자자 구성 이번 라운드에는 리드 투자사 코오롱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해 우리벤처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HB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했고, 한국산업은행이 신규 합류했다1. 여기에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IBK캐피탈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1. 재무 투자자만이 아니라 산업적 수요를 읽는 이름이 섞인 점이 눈에 띈다.
- 공공 과제의 신호 iHW는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AI 반도체 관련 과제를 동시에 다수 수주해 1,000만 달러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확보했다1. 민간 투자와 정부 과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점은, 이 기술이 단순 제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의 언어로도 읽히고 있다는 신호다.
The Bet — 왜 이 VC들은 이 베팅을 샀나
이번 베팅의 본질은 AI 반도체의 다음 병목이 연산량이 아니라 배치 위치라는 판단이다.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전력을 더 쓰고 냉각을 더 붙이면 된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국방, 산업 장비, 센서형 AI에서는 칩 하나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외부 메모리와 높은 전력 예산을 당연하게 둘 수 없다. iHW가 파는 것은 칩 하나가 아니라, AI 추론을 물리 세계에 싣기 위한 계산 방식이다. 코오롱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하고 총 13개 투자사가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1. 이 시장은 단기 매출보다 검증 주기가 길고, 실패 비용이 크며, 한 번 맞으면 적용처가 깊게 박힌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고객 계약이나 양산 일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KETI 지능형반도체디바이스연구센터와 휴머노이드 저전력 SoC 기술 개발을 공동 수행 중이라는 점은, 회사가 겨냥하는 적용처가 추상적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는 근거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실리콘 검증의 단계 iHW가 공개한 강점은 ACiM 구조, 단일 칩 동작, 레거시 공정 구현 가능성이다1. 다음 단계에서는 이 주장이 실제 칩 성능, 전력, 지연 시간, 안정성 수치로 얼마나 제시되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공개 자료에는 구체 벤치마크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다.
- 휴머노이드 SoC 협력의 진전 iHW는 KETI 지능형반도체디바이스연구센터와 휴머노이드 저전력 SoC 기술 개발을 공동 수행하고 있다1. 휴머노이드는 저전력 추론의 가장 까다로운 적용처 중 하나다. 공동 개발이 시제품, 레퍼런스 보드, 실제 로봇 탑재 검증으로 이어지는지가 다음 신호다.
- 양산과 공급망의 현실성 레거시 노드 구현 가능성은 원가와 공급망에서 매력적인 명제다1. 그러나 반도체 회사의 평가는 설계가 아니라 반복 생산과 품질 관리에서 갈린다.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고객 평가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 회사의 티어가 다시 판정될 것이다.
다음은 520억원의 서사가 실제 실리콘과 고객 검증으로 이어지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