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앱은 오랫동안 ‘기록을 쌓는 일’에서 멈춰 있었다. 부모는 매일 아이의 사진과 영상, 음성, 수유와 수면 기록, 일기를 남기지만, 그 기록은 스마트폰과 여러 앱에 흩어진 채 쌓이기만 할 뿐 다시 꺼내 보기 어렵다1. AI 육아 기록 솔루션 쑥쑥찰칵을 운영하는 제제미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3년간 최대 15억원의 R&D 자금을 붙였다1. 정부가 검증하겠다는 대상은 기록을 모으는 앱이 아니라, 기록을 가족의 허락 안에서 다시 꺼내 쓰는 AI다.
왜 일반트랙 다음에 ‘딥테크’ 팁스였나
먼저 선정의 뼈대를 정리한다. 제제미미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Deep-Tech TIPS)에 최종 선정됐고, 팁스 운영사 스프링캠프의 추천을 받았다1. 지원 규모는 앞으로 3년간 최대 1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이다1. 회사는 이 소식을 10월 26일 밝혔다1.
딥테크 팁스는 민간 투자와 정부 연구개발 지원을 연계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심화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1. 키워드는 ‘심화’다. 제제미미는 앞서 팁스 일반트랙을 통해 영유아 사진과 영상 분석, 맞춤형 육아 콘텐츠 제공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한 바 있다1. 회사 홈페이지 연혁은 이 일반트랙 R&D 선정 시점을 2022년 4월로 기록한다2. 한 번 검증받은 기술 위에 더 깊은 과제를 얹는 순서다.
두 과제가 던지는 질문은 서로 다르다. 첫 과제가 ‘사진과 영상에서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에 가까웠다면, 이번 과제는 ‘읽어낸 기록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어떤 근거로 보여줄 것인가’에 가깝다. 분석의 정확도에서 사용의 허락으로, 과제의 무게중심이 옮겨왔다. 이번 기술 개발의 중심에 ‘안전’이 있다는 회사의 설명과도 맞물린다1.
이 과제가 놓인 서비스의 규모도 짚어둘 만하다. 회사가 공개한 가입자는 약 13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45만 명이다2. 가입자 대비 MAU가 3분의 1을 웃돈다. 육아 기록은 한 번 쓰고 끝나는 콘텐츠가 아니라 부모가 매일 남기는 데이터라서1, 이 정도 이용 밀도는 새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회사는 스스로를 ‘신생아 3명 중 1명이 선택한 육아 기록 앱’으로 소개하고 App Store 평점 4.8을 내건다2. 다만 이는 회사의 주장이며 산출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사실은 따로 있다. 이번 과제에서 개발하는 기술이 실제 서비스에 적용돼 부모와 가족이 직접 체감할 기능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점이다1. 연구가 보고서에서 끝나지 않고 제품으로 이어진다는 약속이 이번 선정의 실질이다.
무엇이 달라지나 — 흩어진 기록과 허락된 추억
비교의 출발점은 기록이 놓인 상태다. 오늘의 육아 기록은 스마트폰과 여러 앱에 나뉘어 쌓인다1. 제제미미가 이번 과제에서 그리는 구조는 이를 한 줄로 꿰고, 꺼내 쓰는 순간의 권한까지 설계에 넣는 방식이다1. 아래 표의 오른쪽 열은 모두 개발 목표로 공개된 내용이다.
| 영역 | 흩어진 기록 (기존 방식) | 제제미미 딥테크 과제 |
|---|---|---|
| 기록 보관 | 사진·영상·음성·수유·수면·일기가 스마트폰과 여러 앱에 분산1 | 흩어진 기록을 하나의 추억 단위로 통합1 |
| 정리 기준 | 기록 종류별로 각자의 앱에 저장되는 구조 |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기준으로 정리1 |
| 다시 만나는 방식 | 쌓이기만 할 뿐 다시 꺼내 보기 어려운 상태1 | 성장 리포트·돌봄 요약·가족 회고 콘텐츠로 가족이 원할 때 제공1 |
| 접근 권한 | 보관이 목적이라 생성 단계의 권한 검증이 설계의 중심이 아니다 | 콘텐츠 생성의 모든 단계에서 가족 구성원의 동의 여부와 접근 권한 확인1 |
| 콘텐츠 근거 | 기록과 결과물을 잇는 근거 장치가 필수가 아니다 | 가족이 실제로 남긴 기록에 근거한 내용만 생성1 |
오른쪽 열은 구현된 기능이 아니라 3년에 걸쳐 개발할 기술의 설계 방향이라는 점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구체적인 성능 목표와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떻게 만드나 — 과제를 세 단계로 읽는다
과제의 구조는 단순하다. 기록을 묶고, 허락을 확인하고, 근거 있는 결과만 돌려준다. 회사가 밝힌 내용을 순서대로 풀면 다음과 같다.
- 흩어진 기록을 추억 단위로 묶는다 사진과 영상, 음성, 수유와 수면 기록, 일기가 따로 존재하는 한 기록은 ‘파일’일 뿐이다. 제제미미는 이를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가 담긴 하나의 추억 단위로 정리할 계획이다1. 데이터의 종류가 아니라 사건을 기준으로 다시 묶는 일이 첫 관문이다.
- 모든 단계에서 동의와 권한을 확인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단계에서 가족 구성원의 동의 여부와 접근 권한을 확인하고,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한다1. 아이의 기록은 그 기록을 남긴 가족만을 위해 쓰인다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다1. 결과를 만든 뒤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과정 전반에 권한 확인을 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기록에 근거한 콘텐츠로 돌려준다 결과물은 성장 리포트, 돌봄 요약, 가족 회고 콘텐츠 등으로 가족이 원할 때 다시 만나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1. 가족이 실제로 남긴 기록에 근거한 내용만 만들어 부모가 믿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1. 생성형 AI가 육아 콘텐츠를 다룰 때 가장 큰 불안이 ‘없던 내용이 섞이는 것’이라면, 이 방침은 그 불안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왜 정부는 ‘안전한 생성’에 걸었나 — The Bet
이 베팅이 갑작스럽지 않다는 것은 회사의 외부 이력이 보여준다. 홈페이지 연혁에는 2025년 12월 NIPA 원장상(SW 고성장클럽), 2025년 10월 서울시 혁신성장 인증 ‘하이서울기업’ 선정, 2020년 12월 구글 ‘올해의 앱’ 수상이 올라 있다2. 다만 수상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평가다. 이번 팁스는 이미 낸 성과가 아니라 앞으로 3년의 개발 과제에 자금이 붙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1.
베팅의 요지는 두 가지다. 첫째, 아이의 기록처럼 가장 사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서비스에서는 생성 품질보다 권한 설계가 먼저 신뢰를 결정한다. 둘째, 그 설계를 약 130만 가입자2의 기록이 쌓이는 서비스 위에서 직접 시험할 수 있다면, 뒤따르는 진입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가 될 수 있다. 3년간 최대 15억원의 R&D 자금은 이 베팅의 위험 일부를 나누어 지는 장치다1.
반대로 읽을 지점도 있다. 모든 단계에 동의와 권한 확인을 넣는 설계는 사용 경험의 마찰을 키울 수 있고, 가족 구성원별 권한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설정 부담도 커진다. 이번 발표에는 기술적 구현 방식도, 성능 지표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선정은 ‘검증된 기술’의 증명이라기보다 ‘검증받을 자격’을 얻었다는 뜻에 가깝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권한 기반 생성 기능의 첫 공개 회사는 이번 과제의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1. 어떤 기능이 어느 시점에 어떤 이용자 범위로 열리는지가 첫 번째 지표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 가입자 대비 MAU의 방향 현재 공개된 수치는 가입자 약 130만 명, MAU 약 45만 명이다2. 성장 리포트나 가족 회고 같은 재소환 기능이 붙은 뒤 이 비율이 움직이는지가, 기록 앱이 ‘다시 열어보는 앱’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다.
- 안전 원칙의 외부 설명력 동의 여부와 접근 권한을 모든 단계에서 확인한다는 원칙1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 그리고 이를 이용자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는지를 본다. 가족 기록을 다루는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의심받을 지점이자 가장 오래 남을 차별점이다.
다음은 그 허락이 얼마나 넓어지는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