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생성 AI 는 최근 몇 년 사이 데모 품질이 눈에 띄게 올라왔지만, 실제 제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참고용 컷' 에 머물렀다. 해외 범용 모델은 한국의 거리·간판·얼굴을 어딘가 외국처럼 그리고, 비용·속도·모델 안정성은 발주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그 틈에 스톡 영상 사업으로 저작권 문제 없는 한국 실사 데이터를 쌓아 둔 회사가 있었고, 그 데이터를 얹은 드롭샷 AI 는 정식 출시 9개월 만에 MAU 28만 명을 모았다1. 거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3년·최대 20억원의 스케일업 TIPS 로 검증을 붙였다1.
왜 '실사' 였나 — 생성 모델의 마지막 빈칸은 데이터였다
영상 생성 AI 의 병목은 더 이상 '그릴 수 있느냐' 가 아니다. 이재석 지로 공동대표의 진단은 간결하다. 영상 생성 AI 가 실제 제작 현장에서 쓰이려면 품질뿐 아니라 비용과 속도, 모델 안정성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1. 방송사와 광고대행사가 발주하는 영상은 한 컷이 인상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인물이 다음 컷에서도 같은 얼굴이어야 하고, 납기 안에 수정이 돌아야 하며, 단가가 촬영보다 낮아야 한다. 이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데모도 '참고 자료' 폴더에 들어간다. 영상 생성 AI 회사들이 소비자 앱에서는 빠르게 사용자를 모으면서도 기업 매출에서는 더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한국 시장 특유의 문제가 겹친다. 해외 범용 모델은 국내 배경·인물 장면을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어렵다1. 학습 데이터의 분포가 그렇기 때문이다. 서울의 골목, 한글 간판, 한국인의 얼굴과 복장은 글로벌 모델에게는 소수 데이터다. 국내 광고·방송 현장에서 생성 영상을 받아 보면 '어딘가 외국 같다' 는 피드백이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델을 더 크게 만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광고·방송 납품에 쓰려면 저작권이 깨끗해야 한다. 웹에서 긁어 온 영상으로 학습한 모델의 결과물을 공공기관 홍보 영상에 넣겠다고 결재를 올릴 수 있는 담당자는 없다.
지로의 답은 모델이 아니라 재료에서 나왔다. 지로는 스톡 영상 서비스를 운영하며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고품질 실사 영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했다1. 이 영상을 도메인별로 특화한 검색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자체 AI 생성·증강 기술과 결합한다1. 범용 모델이 상상으로 채우는 한국 장면을, 지로는 실제 촬영된 한국 장면에서 꺼내 온다. 저작권이 정리된 데이터라는 점은 기업·공공 고객에게는 품질보다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다. 생성 결과물의 출처를 묻는 법무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 납품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번 스케일업 TIPS 과제의 골격이 바로 이것이다. 과제명은 '실사 융합형 AI 비디오 자동 생성 시스템'. 지로는 2029년까지 3년간 최대 20억원의 정부 R&D 자금으로 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30초 영상 기준 제작 비용과 시간을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1. 운영사는 블루코너캐피탈이다1. '스케일업'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트랙에 정식 출시 9개월 된 서비스가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가 어느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기존 제작·해외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 — 같은 '영상 생성', 다른 재료
지로가 겨냥하는 비교축은 둘이다. 하나는 촬영·편집으로 돌아가는 기존 제작 파이프라인이고, 다른 하나는 범용 데이터로 학습한 해외 생성 모델이다. 전자에는 비용과 시간으로, 후자에는 한국 실사 데이터로 맞선다1. 표의 가운데 열은 두 축을 함께 놓았다.
| 영역 | 기존 제작 · 해외 범용 모델 | 지로 (드롭샷 AI) |
|---|---|---|
| 소재 데이터 | 촬영 발주 또는 범용 학습 데이터, 저작권 경계가 흐림 | 자체 스톡 영상 — 저작권 문제 없는 한국 실사 데이터1 |
| 국내 배경·인물 장면 | 해외 모델이 자연스럽게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1 | 도메인별 특화 검색 DB 로 국내 장면 생성1 |
| 30초 영상 제작 비용·시간 | 기존 제작 기준선 | 기존 대비 절반 이하 (TIPS 과제 목표)1 |
| 고객층 |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 또는 대행사 발주 구조 | 개인 구독 + 방송사·광고대행사·공공기관 확대1 |
| 결제·시장 | 국내 단일 통화 또는 해외 서비스의 달러 결제 | 한국어·영어 지원, 달러 결제, 미국 델라웨어 법인1 |
표에서 눈여겨볼 행은 첫 줄과 셋째 줄이다. 데이터의 저작권 상태와 30초 영상의 단가는 기업 고객이 계약서에 쓰는 항목이고, 나머지는 그 둘을 뒷받침하는 조건이다. 지로가 TIPS 과제의 목표를 '품질 향상' 이 아니라 '비용·시간 절반' 이라는 숫자로 잡은 것은1, 이 회사가 어느 고객을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30초는 TV 광고와 숏폼 양쪽에서 가장 흔한 단위다. 이 길이에서 단가와 납기가 절반으로 떨어지면, 광고대행사의 견적서 구조가 바뀐다. 촬영 일정 하루를 통째로 잡아먹던 B컷 보충 촬영이 생성으로 대체되는 순간이 지로가 노리는 전환점이다.
지로의 스택은 어떻게 쌓였나 — 데이터, 서비스, 공급
지로의 구조는 세 층이다. 아래에 데이터가 있고, 그 위에 소비자 서비스가 있고, 그 위에 기업·해외 공급이 올라간다. 이번 TIPS 는 가운데 층의 트랙션을 위층의 매출로 바꾸는 기술에 돈을 넣는다.
- 스톡으로 데이터를 쌓았다 지로는 스톡 영상 서비스를 운영하며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고품질 실사 영상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했다1. 공식 홈페이지는 이 서비스를 드롭샷 스톡으로 소개한다6. 생성 모델 회사가 뒤늦게 데이터를 사 오는 것과, 데이터 사업을 하다가 생성 모델을 얹는 것은 출발점이 다르다. 전자는 라이선스 비용이 변동비로 남고, 후자는 데이터가 자산으로 쌓인다.
- 드롭샷 AI 로 소비자 트랙션을 만들었다 2026년 1월 정식 출시한 드롭샷 AI 는 9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28만 명, 하루 평균 콘텐츠 생성 3만 건을 기록했다1. 홈페이지에는 CES 혁신상 2관왕 이력도 올라와 있다6. 현재 수익은 개인 크리에이터 대상 구독에서 나온다1. 소비자 서비스가 매일 3만 건의 생성 요청을 처리한다는 것은, 기업 고객에게 팔기 전에 모델 안정성을 실사용으로 검증하는 장치가 이미 돌고 있다는 뜻이다.
- 기업·공공·북미로 공급을 넓힌다 지로는 4월 글로벌 결제망을 도입하고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웠으며, 이후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늘고 있다1. 서비스 전반에 한국어·영어와 달러 결제를 지원해 해외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1. TIPS 로 개발한 기술은 드롭샷 AI 에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방송사·광고대행사 등 기업 고객과 공공기관으로 공급을 넓힐 계획이다1. 홈페이지 기준 LG U+·현대·두산·GS칼텍스·HYBE·네이버·토스·라인·넥슨게임즈 등 대기업 레퍼런스가 올라와 있다6.
세 층이 맞물리는 지점이 중요하다. 스톡 사업은 데이터를 공급하고, 소비자 서비스는 하루 3만 건의 실사용으로 모델을 단련하고1, 달러 결제와 미국 법인은 뒷날 기업 고객이 해외에서 결제할 때 쓰일 레일이다1. 어느 한 층이 빠지면 나머지가 비싸진다. 데이터가 없으면 라이선스 비용이 붙고, 소비자 트랙션이 없으면 안정성 검증을 기업 고객 앞에서 해야 하며, 결제 레일이 없으면 북미 매출은 구상에 그친다.
The Bet — 왜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나
스케일업 TIPS 는 VC 라운드가 아니라 정부 R&D 사업이다1. 그래서 질문도 '왜 이 VC 가 샀나' 가 아니라 '왜 지금 정부 검증이 이 회사에 의미 있나' 로 바뀐다. 답은 영상 생성 AI 경쟁의 축이 이동한 데 있다. 모델 크기와 데모 품질로 겨루던 시기가 지나고, 데이터·비용·안정성으로 겨루는 시기가 왔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소비자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 납품에서 돈이 되는 항목이다. 문제는 이 전환에 필요한 R&D 가 당장 구독 매출로 회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델 안정성은 데모 한 편으로 증명되지 않고, 수천 번의 생성에서 실패율을 낮추는 반복 작업으로만 쌓인다. 그 반복에 드는 시간과 돈을 소비자 구독이 전부 감당하기는 어렵다. 정부 R&D 는 이 구간에 들어가는 자금으로는 조건이 맞는 편이다.
지로의 베팅은 저작권이 정리된 한국 실사 데이터가 범용 모델이 못 채우는 국내 장면을 채우고, 그 결과물이 30초 영상 기준 제작 비용·시간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려 방송사·광고대행사의 발주 라인에 들어간다는 것이다1. 정부 R&D 20억원·3년은 이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산다1. 개인 구독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기업 납품 기준의 안정성을 만들려면 R&D 가 매출보다 앞서 가야 하는데, 그 간극을 정부 자금이 메운다. MAU 28만이 트랙션의 증거라면, 스케일업 TIPS 선정은 그 트랙션이 기업 시장으로 번역될 가치가 있다는 외부 판정이다.1 리스크도 분명하다. 해외 범용 모델이 한국 장면 품질을 빠르게 따라잡으면 데이터 해자는 얇아진다. 그리고 매출·유료 전환율 같은 사업 지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억원이 사 주는 3년은 이 두 리스크가 현실이 되기 전에 기업 매출을 세우라는 시간이기도 하다1. 데이터 해자가 얇아지기 전에 고객 관계와 납품 실적이라는 두 번째 해자를 파야 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30초 영상 비용·시간 '절반' 의 실측값 TIPS 과제 목표는 기존 대비 절반 이하다1. 목표가 아니라 실제 벤치마크, 즉 어떤 기준 영상에서 비용과 시간이 얼마에서 얼마로 줄었는지가 공개되는 시점이 첫 체크포인트다.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과제는 연구로 남는다. 반대로 특정 광고대행사의 실제 발주 건에서 '절반' 이 확인되면, 그 사례 하나가 영업 자료의 전부를 바꾼다.
- 기업·공공 고객의 첫 공급 사례 방송사·광고대행사·공공기관 공급은 아직 '계획' 단계다1. 홈페이지의 대기업 레퍼런스6가 생성 AI 영상 납품으로 이어졌는지, 개인 구독 외에 B2B 매출이 발생했는지가 두 번째 지표다. 레퍼런스 로고와 생성 AI 납품 계약은 다른 것이다. 방송사 한 곳, 공공기관 한 곳이라도 드롭샷 AI 로 만든 영상을 실제 송출·게시했다는 사례가 나오는지가 관건이다.
- 북미 매출 비중 4월 델라웨어 법인 설립 이후 북미 중심으로 해외 매출이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1. 해외 매출 비중과 달러 결제 사용자 규모가 공개되면, 한국 특화 데이터로 만든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팔리는지가 드러난다. 한국 장면에 강하다는 차별점이 북미에서는 어떤 수요로 번역되는지, 혹은 북미 매출이 범용 생성 기능에서만 나오는지를 가르는 지표다.
그 데이터가 3년 안에 제작 현장의 단가를 반으로 접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