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리테일과 공공시설은 오랫동안 온라인에 사람을 빼앗겨 왔다. 백화점도 도서관도 '판매' 하나로는 더 이상 사람을 모으지 못한다는 걸 안다. 그 빈 자리에 사람 없이 사람처럼 연주하는 AI 악기를 들여놓은 회사가 있다. 창업 5년, 외부 자본 없이 흑자를 찍은 리마엔터테인먼트가 이제 20억원 프리시리즈A 라운드를 연다1.

로보틱 악기 실시권 → 유통·공공 50곳 구축 → 설치비+구독으로 흑자 → 해외 매출 20%
20억 프리시리즈A 목표 · 2026년 4분기, 창업 후 첫 외부 라운드1
17억 2025년 매출 · 영업이익률 약 4%, 창업 이래 첫 흑자1
50여 곳 누적 구축 · 상시 운영 13곳, 신세계·롯데·도서관·과학관1

왜 '악기'였나 — 오프라인이 원한 건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 없는 콘텐츠였다

숫자부터 보자. 글로벌 체험형 리테일 시장은 2025년 약 1,333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14.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몰입형 콘텐츠 제작 시장도 2030년 약 562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1. 백화점, 도서관, 키즈카페, 병·의원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체험형 콘텐츠를 찾는 이유다1. 온라인에 고객을 내준 공간은 이제 '머무를 이유'를 사야 한다.

문제는 체험형 콘텐츠의 대부분이 사람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라이브 공연은 연주자 섭외와 스케줄에 묶이고, 회당 비용이 반복된다. 영상과 스크린은 이미 어느 공간에나 있어서 발길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 반면 악기는 다르다. 실제 피아노가 혼자 건반을 누르고 드럼이 혼자 박자를 치면, 지나가던 사람은 일단 멈춘다. 그 멈춤이 체류 시간이고, 체류 시간이 오프라인 공간이 사고 싶은 상품이다. 오프라인 공간이 실제로 원한 건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 없이 매일 돌아가는 콘텐츠였다. 리마엔터테인먼트는 이 빈틈을 정확히 겨냥했다.

회사가 만든 AI 악기 시스템 리마 퍼블릭(RIMA Public)은 피아노, 드럼, 기타, 베이스, 마림바, 퍼커션 여섯 종의 실제 악기에 로보틱스와 AIoT 모듈을 탑재해 자동연주, 반응형 연주, 리듬게임을 구현한다13. 스피커 음원이 아니라 실제 악기가 소리를 낸다. 현재는 피아노와 드럼에 집중하고 있으며, 드럼은 독자 개발한 액추에이터를 양손처럼 두 대씩 부착한다1.

결과는 레퍼런스로 쌓였다. 신세계·롯데 등 대형 유통사, 테마파크, 지자체 도서관·과학관까지 누적 50여 곳에 구축됐고 이 중 13곳이 상시 운영 중이다1. 2024년 개천절 경축식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했다1. 그리고 2025년, 매출 17억원에 영업이익률 약 4%로 창업 이래 첫 흑자를 확정했다1. 외부 투자 없이 도달한 숫자다.

라이브 공연 vs 리마 퍼블릭 — 오프라인 체험 콘텐츠의 비용 구조가 어떻게 바뀌나

백화점이나 도서관이 '음악'을 공간에 들이는 방법은 지금까지 두 가지였다. 연주자를 불러 공연을 올리거나, 스크린과 스피커로 영상을 트는 것이다. 전자는 사람이 오는 날만 콘텐츠가 있고, 후자는 매일 있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리마 퍼블릭은 이 둘 사이의 빈칸, 즉 매일 돌아가면서도 실제 악기가 눈앞에서 연주되는 자리를 노린다1. 아래 표는 그 차이를 운영과 비용의 관점에서 정리한 것이다.

영역전통 방식 (라이브 공연 · 영상 설치)리마 퍼블릭 도입 공간
콘텐츠 주체연주자 섭외 · 스케줄에 종속실제 악기가 자동연주, 상시 운영
관객 상호작용일방향 관람반응형 연주 · 리듬게임
비용 구조회당 출연료 · 인건비가 반복설치비 + 분기 서비스 사용료 + 월 구독
콘텐츠 갱신새 공연마다 재기획 · 재섭외월 구독에 콘텐츠 업데이트 · 유지보수 포함
거점 확장지점마다 별도 기획판매 · 렌탈 · 로열티로 복제, 해외 4개 거점

표의 오른쪽 열은 회사가 밝힌 수익 모델 그대로다. 설치비와 분기 서비스 사용료, 콘텐츠 업데이트·유지보수를 묶은 월 구독에 판매·렌탈·로열티 매출을 병행한다1. 하드웨어를 한 번 팔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공간에 악기가 들어간 뒤부터 반복 매출이 시작되는 구조다. 상시 운영 13곳이 그 반복 매출의 베이스다1.

매출 10억에서 흑자까지 — 외부 자본 없이 쌓은 세 단계

  1. 실시권으로 출발 리마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5월 창업했다1. 로보틱 악기 기술 보유사에서 스핀오프해 실시권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원 기술사와 지분 관계는 없다1. 박성현 대표가 관련 특허의 발명자다1. 기술을 처음부터 만드는 대신 권리를 빌려 시장 검증에 먼저 나선 선택이다.
  2. 유통·공공으로 레퍼런스 확보 신세계·롯데 같은 대형 유통사와 테마파크, 지자체 도서관·과학관에 누적 50여 곳을 구축했다1. 2023년까지는 적자였지만 2024년 매출 10억원을 처음 넘겼다1. 2025년부터는 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에 입주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판교허브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 지원을 받고 있다12.
  3. 설치비에서 구독으로 수익 구조 전환 설치비 단발 매출에 분기 사용료와 월 구독을 얹으면서 2025년 매출 17억원, 영업이익률 약 4%로 첫 흑자를 확정했다1. 2026년 목표는 매출 30억원, 영업이익률 약 10%다1. 박성현 대표가 제1저자로 쓴 멀티모달 추천 연구가 ACM CIKM 2026에 채택된 것도 이 시기다1.

세 단계를 관통하는 건 '외부 자본 없이'라는 조건이다. 2021년 창업 이후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체 매출로 성장했다1. 하드웨어와 로보틱스가 들어가는 사업에서 이 조건은 흔하지 않다. 설치 레퍼런스 한 곳 한 곳이 다음 영업의 담보가 됐고, 그 담보가 유통사와 지자체라는 보수적인 고객을 열었다. 영업이익률 약 4%는 얇지만, 투자 없이 도달한 흑자라는 점에서 다음 라운드 투자자가 읽을 숫자는 이익률이 아니라 '자본 효율'이다1.

"우리는 AI와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서 오프라인 공간을 혁신하고 있는 엔터테크 기업입니다." — 박성현, 리마엔터테인먼트 대표1

The Bet — 국내 흑자를 담보로 해외를 산다

The Bet

이 라운드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목표는 20억원, 시기는 2026년 4분기, 투자자는 공개되지 않았다1. 그래서 이 베팅은 "누가 샀나"가 아니라 "무엇을 팔고 있나"로 읽어야 한다. 회사가 파는 건 5년간 외부 자본 없이 50여 곳을 깔고 흑자까지 간 '국내 검증 완료'라는 증거다1. 조달 자금은 해외 진출 가속에 집중 투입될 예정이고, 중국·싱가포르·홍콩·미국에 거점을 두고 해외 매출 비중을 5%에서 20%로 끌어올리는 게 2026년 목표다1. 투자자가 사야 할 것은 국내 유통사 레퍼런스가 해외 쇼핑몰과 테마파크에서도 같은 속도로 복제된다는 가설이다. 그리고 실사에서 가장 먼저 열릴 서랍은 실시권 구조다. 회사 스스로 투자 유치에 맞춰 권리구조 고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1.

이 라운드의 배경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판교허브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가 있다. 리마엔터테인먼트는 2025년부터 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에 입주한 지원 기업이고, 이번 투자 유치 추진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밸류업 트랙 위에서 공개됐다12. 정부 주도 프로그램이 라운드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다만 회사가 투자자 앞에 내놓은 숫자, 즉 2025년 매출 17억원과 2026년 목표 30억원, 해외 매출 비중 20%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기록으로 남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1. 다음 라운드에서 이 숫자와 실제 결과의 간격이 그대로 평가 기준이 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라운드 성사와 리드 투자자 20억원 목표, 2026년 4분기 완료가 회사의 계획이다1. 투자자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첫 외부 라운드의 리드가 누구인지, 목표액을 채우는지가 '국내 검증'이 자본시장에서도 인정받는지를 가르는 첫 신호다. 라운드가 2026년을 넘기거나 목표액 아래로 닫힌다면, 시장이 하드웨어 기반 엔터테크의 자본 효율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2. 해외 매출 비중 5%에서 20% 중국·싱가포르·홍콩·미국 네 거점 중 어디서 첫 상시 운영 사이트가 나오는지가 관건이다1. 국내 상시 운영 13곳을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1. 해외에서 같은 수치를 몇 년에 만드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한다. 2026년 목표인 매출 30억원 가운데 해외 몫이 실제로 20%를 채우는지, 아니면 국내 유통사 추가 구축으로 메우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1.
  3. 권리구조 고도화의 결과 지금은 실시권 기반이고 원 기술사와 지분 관계가 없다1. 투자 유치에 맞춰 권리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회사의 언급이 어떤 형태로 정리되는지가 기술 리스크의 크기를 결정한다1. 구체적 방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리마엔터테인먼트는 '사람 없는 공연'을 판다.
국내에서 흑자로 증명한 이 공식이 해외에서도 반복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