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는 이제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영상, 심지어 3D 모델까지 뽑아낸다. 그런데 만들어진 객체들이 서로 반응하고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월드를 짜는 일은 여전히 Unity·Unreal 같은 전문 엔진과 개발 지식을 요구하고,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아이디어 하나를 구현하려 해도 매번 개발자의 손을 거쳐야 한다1. 그 마지막 병목을 자연어로 뚫겠다며 5년간 자체 웹 3D 엔진을 만든 10명짜리 회사가 게임스컴 무대에 한국 기업 최초로 올라섰고, 거기에 첫 라운드로 시드 5억원이라는 목표가 붙었다12.
왜 '엔진'부터 만들었나 — AI 가 채우지 못한 마지막 한 칸
인터랙티브 3D 제작 도구 시장은 이미 붐빈다. 미국의 노코드 3D 디자인 플랫폼 Spline, 자연어로 게임 로직을 생성하는 스페인 스타트업 Nilo, 그리고 게임엔진 최강자 유니티가 직접 내놓은 웹 기반 노코드 에디터 Unity Studio까지 같은 자리를 노린다1. 그런데 이들 다수는 정적인 3D 장면을 만들거나 블록을 직접 조립하는 방식에 머문다. 객체 A 가 객체 B 에 닿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관계' 를 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1. 생성형 AI 가 모델은 만들어도 세계는 못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루덴스가 만드는 팬도어(FanDoor)는 바로 그 관계를 겨냥한다. 자연어 입력만으로 객체 간 인터랙션 로직 자체를 AI 가 생성한다는 점에서 경쟁 도구들과 결을 달리한다1. 장면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도구가 아니라 장면이 '움직이게' 만드는 도구이고, 정지환 대표가 회사를 "누구나 인터랙티브 3D 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시대" 라는 문장으로 소개하는 근거다1. 노코드가 아니라 '노 디벨로퍼' 에 가깝다.
이 회사가 다른 지점은 도구를 남의 엔진 위에 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XR 학회에서 출발한 팀은 5년간 자체 웹 3D 엔진을 개발했고, 법인은 2023년 12월에야 세웠다1. 개발자 6명·디자이너 3명을 포함한 10명 팀이 특허 2건을 등록하고 PCT 국제특허 2건을 출원한 상태다1. 엔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연어가 건드릴 수 있는 레이어를 회사가 직접 설계한다는 뜻이다. '웹' 이라는 선택도 같은 맥락이다. 협업 논의가 막바지인 HeyVR 은 유럽의 웹 3D 게임 플랫폼이고, 설치와 빌드 없이 브라우저에서 만들고 바로 돌리는 구조는 게임문화교육원 같은 교육기관, 기관·학교 5곳처럼 개발 조직이 없는 고객과 맞물린다1.
숫자로 드러난 결과는 제작 기간이다. 유료 PoC 에서 종전 30일 걸리던 제작이 5일로 줄었고, 그 제작을 개발자가 아닌 비개발자 2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1. 개발자를 기다리던 사람이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됐다는 것, 이것이 팬도어가 파는 실체다. 기능 목록이 아니라 조직도가 바뀐다.
남의 엔진 위에 얹기 vs 엔진을 갖기 — 다섯 줄 비교
전통적인 3D 제작 워크플로와 팬도어의 차이는 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얼마에 만드는가' 의 차이다. 다섯 줄로 놓으면 이렇다.
| 영역 | 전통 3D 제작 (전문 엔진 워크플로) | 루덴스 팬도어 |
|---|---|---|
| 제작 주체 | 개발자 필수 · 기획자·디자이너는 요청자 | 비개발자 2명이 전체 제작 (유료 PoC)1 |
| 인터랙션 로직 | 코드 작성 또는 블록 직접 조립 | 자연어 입력 → AI 가 객체 간 로직 생성1 |
| 제작 기간 | 30일 (PoC 종전 기준) | 5일1 |
| 실행 환경 | 전문 엔진 설치 · 빌드 파이프라인 | 웹 3D 엔진 · 브라우저에서 제작·실행1 |
| 도입 비용 (HeyVR 사례) | 자체 구축 시 최소 22억원 · 18개월 추산 | 첫해 2억원, 이후 연 1억원 구독1 |
다섯 번째 줄이 이 표의 핵심이다. HeyVR 이 같은 기능을 자체 구축하려면 최소 22억원과 18개월이 든다는 추산이 나왔고, 팬도어를 도입하면 첫해 2억원(셋업비+구독료), 이후 연 1억원 구독(200K/100K 유로)이다1. 성사되면 팬도어의 첫 B2B 매출이 된다1. 이 격차가 그대로 라이선스 영업의 가격표로 쓰인다.
학회에서 쾰른까지 — 세 단계로 쌓은 검증
- 엔진을 먼저 만들었다 서울대 XR 학회 기반으로 5년간 자체 웹 3D 엔진을 개발하고 2023년 12월 법인을 세웠다. 특허 2건 등록, PCT 2건 출원으로 기술 경계를 먼저 그었다1. 시장에 나오기 전에 '무엇 위에서 돌아가는가' 를 스스로 결정한 셈이다.
- 돈을 내는 고객으로 증명했다 2024년 첫 매출을 냈고 2025·2026년 성장 중이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게임문화교육원을 포함해 반복 사용 고객 2건, 기관·학교 5곳의 계약·도입 실적이 있고, 스웨덴 연구기관 RISE 의 지지서한을 확보했다1. 청년창업사관학교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판교허브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에도 선정됐다13.
- 글로벌 무대에서 신호를 받았다 게임스컴 2026 인베스트 서클 게임테크 부문 톱5 에 선정돼 8월 27일 독일 쾰른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피치 무대에 섰다21. AWE 2026 에서는 실리콘밸리 리서치 기관이 꼽은 글로벌 톱15 에 들었다1. Ai4·게임스컴 두 전시에서 55건의 미팅을 확보했고, 그중 16개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 중이다1.
빠진 숫자도 짚어야 한다. 2024년 첫 매출 이후 성장 중이라는 설명은 있지만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고, 시드 라운드의 리드 투자사도 아직 없다1. 검증은 전시장의 미팅 수와 PoC 의 제작 기간까지 왔고, 반복 매출의 크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The Bet — 시드 5억이 사는 것은 엔진이 아니라 '첫 B2B 매출' 의 타이밍이다
유니티가 직접 웹 노코드 에디터를 들고 들어온 시장에서 10명 팀이 기능 수로 이기는 길은 없다1. 루덴스가 잡은 결은 '자체 엔진 + 자연어 인터랙션 생성' 이고, 이 결이 돈으로 바뀌는 첫 장면이 HeyVR 이다. 막바지인 이 계약이 성사되면 팬도어의 첫 B2B 매출이 찍히고, 동시에 '자체 구축 22억·18개월 대 첫해 2억' 이라는 가격표가 라이선스 논의 중인 16개사에 그대로 복사된다1. 시드 5억원은 그 복사가 일어나는 4분기 창구를 열어 두는 돈이다. 리스크도 분명하다. 투자사는 확정되지 않았고, 2025·2026년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2027년 후반 이커머스·디지털 트윈·시뮬레이션, 2028년 씬 인텔리전스·월드모델 데이터로 이어지는 확장은 아직 '계획' 이다1. 이 베팅은 로드맵을 사는 것이 아니라, 쾰른의 관심이 계약서로 바뀌는 속도를 사는 것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HeyVR 계약의 성사 여부 첫해 2억원, 이후 연 1억원 구독 계약이 실제로 서명되는지가 첫 관문이다1. 이것이 팬도어의 첫 B2B 매출이자, 나머지 16개사 논의에 쓰일 레퍼런스가 된다.
- 16개사 라이선스 논의의 전환율 55건 미팅이 16건 논의로 좁혀졌다1. 이 중 몇 건이 12개월 안에 계약으로 바뀌는지가 '전시 신호' 와 '반복 가능한 영업' 을 가른다.
- 시드 5억원의 클로징과 리드 투자사 4분기 목표인 시드 라운드가 누구의 리드로, 어떤 규모로 닫히는지1. 아울러 2024년 이후 성장 중이라는 매출이 숫자로 공개되는 시점이 다음 라운드의 출발선이다.
쾰른의 박수가 4분기 계약서로 바뀌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