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바디케어는 오랫동안 고객을 '타입'으로 나눴다. 건성이냐 지성이냐, 손상모냐 정상모냐. 그런데 매일 수영장에 들어가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망가뜨리는 건 타입이 아니라 물이었다. 그 공백을 '수영장 염소'라는 좁은 문으로 파고든 브랜드 수(SOOO)에, 아모레퍼시픽과 시그나이트가 30억원을 붙였다14.

수영장 염소 케어 수질 분석 특허 원료 대륙별 수질 이슈로 이식 두피·디바이스 뷰티테크
30억 프리 시리즈A · 시그나이트·아모레퍼시픽·이그나이트XL 신규, 블루포인트 후속
5만 개 남미 단일 권역 수출 출고 물량
2관왕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2025 헤어케어 대상 · 상하이 K-뷰티 글로우 위크 대상

왜 '수영장'이었나 — 타입이 아니라 물을 변수로 놓았다

뷰티테크 스타트업 마케마케(대표 곽효섭)는 23일 3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15. 시그나이트·아모레퍼시픽·이그나이트XL이 신규 기관으로 들어왔고, 초기 성장을 지원한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후속 투자를 집행했다14. 기업가치는 비공개다1. 숫자 자체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라운드의 구성이다. 회사는 이번 조달에서 '글로벌 밸류체인과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파트너로 맞아들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고 했다1. 재무적 투자자로 채울 수 있는 규모를 굳이 뷰티 대형 SI 로 채웠다는 뜻이다.

마케마케의 출발점은 수영장이다. 수영장 잔류염소로 상한 머리카락과 피부를 케어하는 브랜드 수(SOOO)를 앞세워 니치 시장을 정조준해 왔다13. 기존 헤어·바디케어가 고객을 피부 타입·모발 타입으로 세분화하는 동안, 이 회사는 손상의 원인을 '사람'이 아니라 '물'에서 찾았다. 매일 물에 들어가는 수영인에게 필요한 건 또 하나의 손상모 샴푸가 아니라, 염소를 전제로 설계된 제품이라는 판단이다. 범용 브랜드가 별도 카테고리로 다루지 않던 문제를 하나의 브랜드로 명명한 셈이다.

좁은 문은 검증이 빠르다. 회사는 독자 기술력을 발판으로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2025' 헤어케어 부문 대상'상하이 K-뷰티 글로우 위크' 대상을 잇달아 받았다1. 해외 실적도 먼저 찍혔다. 남미 지역으로만 5만 개 물량을 출고했고, K-뷰티 유통사 실리콘투와 파트너십을 맺어 해외 판로를 확장했다1. 국내 매출이나 전체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 가능한 정량 지표는 남미 5만 개 하나지만, 프리A 단계에서 해외 단일 권역 출고가 국내 지표보다 먼저 나온 순서 자체가 이 회사의 성격을 말해 준다. 처음부터 국내 진열대가 아니라 '물이 다른 지역'을 보고 설계된 브랜드다.

핵심은 원료다. 마케마케의 모멘텀은 수질 환경 분석에 입각한 특허 원료와 독자 기술에 있다1. 제품 패키지에는 Zeodualite™ 라는 원료명이 표기돼 있다6. 회사의 전략은 스윔케어 카테고리에서 검증을 마친 특허 기술을 경수·금속이온 등 대륙별 수질 이슈로 이식해 타깃 시장을 전방위로 넓히는 것이다1. 수영장 염소는 첫 번째 물 문제였을 뿐, 회사가 파는 건 '물에 맞춰 설계된 케어'라는 카테고리다. 이 구도가 성립해야 30억원의 첫 번째 사용처가 핵심 소재 R&D 고도화인 이유가 설명된다1.

전통 헤어·바디케어 vs 마케마케 — 변수가 다르면 확장 경로도 다르다

같은 샴푸 진열대에 놓여도 설계 논리가 다르면 확장 경로가 달라진다. 전통 브랜드는 향·제형·타깃 연령으로 라인을 늘린다. 마케마케는 물의 상태를 바꿔 가며 라인을 늘린다. 염소 다음이 경수, 그다음이 금속이온인 식이다1. 차이를 다섯 축으로 정리했다.

영역전통 헤어·바디케어마케마케 · 수(SOOO)
고객 세분화 기준피부·모발 타입 (건성·지성·손상모)물의 상태 (염소·경수·금속이온)1
핵심 원료범용 보습·세정 성분수질 분석 기반 특허 원료 · Zeodualite™16
카테고리 진입대형 브랜드가 점유한 범용 헤어케어스윔케어라는 공백 카테고리 선점3
확장 방향향·제형·연령별 라인 확장수질 이슈별 지역 확장 + 두피(스칼프처)·디바이스1
해외 판로자체 법인·대규모 마케팅실리콘투 파트너십 + SI 밸류체인 연계1

표에서 드러나는 건 하나다. 전통 브랜드의 확장은 '같은 고객에게 더 많은 SKU'이고, 마케마케의 확장은 '같은 기술로 더 많은 물 문제'다. 후자는 SKU 가 늘어도 원료 R&D 가 한 줄기로 모인다. 지역마다 다른 수질을 처방으로 쪼개는 일은 전 세계 동일 처방을 파는 범용 브랜드에게는 비효율이지만, 특허 원료 하나를 여러 수질에 이식하는 회사에게는 곧 로드맵이다.

니치가 플랫폼이 되는 세 단계

마케마케가 그리는 경로는 세 단계로 읽힌다. 각 단계마다 외부 검증이 하나씩 붙어 있다.

  1. 스윔케어로 카테고리를 만든다 수영장 잔류염소 손상이라는, 기존 브랜드가 별도로 다루지 않던 문제를 브랜드 수(SOOO)로 명명했다13. 좁지만 경쟁자가 없는 진열대다. 여기서 확보한 것은 매출 규모보다 '물을 변수로 놓은 처방'의 실전 데이터다.
  2. 수상과 수출로 밖에서 검증받는다 코스모프로프 아시아 2025 헤어케어 부문 대상, 상하이 K-뷰티 글로우 위크 대상이 연이어 붙었다1. 남미로 5만 개를 출고했고 실리콘투와 해외 유통 파트너십을 맺었다1. 국내에서 브랜드를 키운 뒤 해외로 나가는 통상 순서와 달리, 해외 검증이 먼저 왔다.
  3. 두피·디바이스로 영역을 넓힌다 최근 두피 전문 라인업 스칼프처(Scalpture)를 론칭했다1. 자사몰의 샴푸·두피앰플에는 탈모 기능성 인증이 표기돼 있다6. 회사는 이번 자금으로 스윔케어 중심 제품군을 두피·헤어케어와 뷰티테크 디바이스까지 확충해 종합 뷰티 플랫폼으로 가겠다고 했다1.
"이번 투자는 자금 조달 자체보다 수(SOOO)의 글로벌 성장을 함께 만들어갈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1 — 곽효섭, 마케마케 대표

The Bet — 왜 아모레퍼시픽이 이 니치를 샀나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해석이 필요한 대목은 투자자 구성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시그나이트는 뷰티 분야 대형 SI 로서 리드 투자자로 합류했다1. 대형 뷰티 기업이 프리A 단계 스타트업에 직접 들어올 때, 통상 사는 것은 자기 조직 안에서 만들기 어려운 카테고리다. 범용 브랜드는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처방을 팔아야 하므로, '경수 지역용'과 '금속이온 지역용'으로 처방을 쪼개는 구조가 조직 논리와 맞지 않는다. 마케마케는 거꾸로 그 쪼개짐을 원료 특허 하나로 묶었다1.

The Bet

수질을 변수로 놓은 케어는 대기업이 안에서 만들기 어려운 카테고리다. SI 가 얻는 것은 자기 밸류체인에 꽂을 수 있는 수질별 처방 파이프라인이고, 마케마케가 얻는 것은 북미 진출에 필요한 유통·소재 네트워크다1. 베팅의 핵심 가정은 하나다. 스윔케어에서 통한 원료가 경수·금속이온에서도 통한다는 것. 이 이식이 성립하면 니치는 카테고리가 되고, 실패하면 수영인용 샴푸 브랜드로 남는다. 기업가치가 비공개인 프리A 30억원은, 그 가정을 검증하는 비용으로 읽는 게 정확하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공개된 숫자가 적은 만큼, 다음 라운드까지 확인해야 할 것은 오히려 분명하다.

  1. 북미 첫 출고와 채널 자금의 두 번째 사용처가 북미 권역 진출이다1. 실리콘투 경유인지 자체 채널인지, 첫 출고 물량이 남미 5만 개와 비교해 어느 규모인지가 이식 속도를 말해 준다.
  2. 경수·금속이온 라인의 제품화 대륙별 수질 이슈로 특허를 이식한다는 전략은 아직 계획으로만 공개돼 있다1. 실제 SKU 로 나오는 시점과, 그 제품에 Zeodualite™ 외 새 원료가 붙는지가 'R&D 고도화'의 실체다.
  3. SI 협업의 구체적 형태 아모레퍼시픽·시그나이트와 무엇을 함께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동 개발·유통 입점·디바이스 협업 중 어느 것이 먼저 나오는지가, '전략적 파트너'라는 말이 자금 이상이었는지를 가른다.
결국 마케마케는 '물'을 변수로 놓은 케어 카테고리를 판다.
염소에서 경수로, 수영장에서 북미로. 이 이식이 붙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