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너지 탈탄소는 오랫동안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바꾸라'는 구호에 머물렀다. 장비는 검증됐지만,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지역의 소상공인과 단독주택 앞에는 설치비라는 벽이 먼저 서 있었다. 그 벽을 10년 구독으로 우회한 회사가 나왔고12, 거기에 정부가 최대 8억원·2년의 R&D 검증을 붙였다1. 기후테크 팁스 운영사 소풍벤처스가 시드에 이어 추천까지 맡은 딜이다1.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 10년 히트펌프 구독(HaaS) AI 설치·운영 최적화 DR·탄소배출권 연계 열자원 플랫폼
최대 8억 팁스 일반트랙 R&D 자금 · 사업화·해외 마케팅 연계 최대 3억 별도1
76:1 기후부 AX 경진대회 최우수상 · 611개 팀 중 '모닥히트'3
40~60% 제주 10년 구독 · 회사가 제시한 연간 난방비 절감폭2

왜 '구독'이었나 — 히트펌프의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첫 달 현금이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기술적으로 이미 검증된 장비다. 문제는 순서다. 초기 설치 비용을 소비자가 한 번에 내야 하고, 그 부담을 가장 못 견디는 곳이 하필 히트펌프가 가장 필요한 곳이라는 점이다. 모닥불에너지가 타깃으로 잡은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의 소상공인·사회복지시설·단독주택은 난방비 부담은 크지만 설비 교체를 결정할 자본 여력은 가장 얇은 집단이다1. 장비를 팔겠다는 회사는 많았지만, 이 집단에게 첫 달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는 없었다.

모닥불에너지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장비를 파는 대신 열을 판다. 국내 최초로 10년 히트펌프 구독서비스, HaaS(Heat as a Service)를 내놓고 초기 설치비 없이 월 구독으로 히트펌프를 쓰게 했다12. 첫 10년 계약은 2025년 말 익산의 한 주유소였다1. 화려한 레퍼런스가 아니라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곳의 자영업자가 첫 고객이었다는 사실이, 이 회사가 어느 시장을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말해 준다.

구독 모델은 그러나 자본 집약적이다. 장비를 회사가 소유하고 10년에 걸쳐 회수하니 계약 한 건마다 자산이 대차대조표에 쌓인다. 구독 사업의 마진은 결국 두 숫자, 설치 단계의 설비 이용률과 운영 단계의 에너지 효율에서 나온다. 같은 히트펌프를 놓아도 용량을 과하게 잡으면 초기 자본이 새고, 운영을 제대로 못 하면 난방비 절감 약속이 깨진다. 이 두 숫자를 AI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이번 팁스 과제의 골자다1.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26년 상반기 슈미트·소풍벤처스·쏠리드엑스로부터 7억원 시드를 받아 구독 계약을 시작한 회사에게1, 팁스 R&D 8억원은 장비를 더 사는 돈이 아니라 장비당 마진을 바꾸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돈이다. 기후테크 전문 팁스 운영사인 소풍벤처스가 시드에 이어 팁스 추천까지 맡았다는 것은1, 투자자가 이 회사의 병목을 자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읽었다는 뜻이다. 서울대 출신 에너지 전문가들이 세운 이 팀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넷제로 챌린지X에도 선정됐다1.

전통 히트펌프 설치 vs 모닥불에너지 HaaS — 무엇이 달라지나

히트펌프를 놓는 행위 자체는 같다. 달라지는 것은 누가 돈을 내고, 누가 용량을 정하고, 설치 뒤에 누가 데이터를 보는가다. 전통 방식에서는 이 셋이 모두 소비자와 시공사 사이에서 끝나고, 제조사도 판매사도 설치 이후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모닥불에너지의 HaaS 는 이 셋을 모두 회사 쪽으로 가져온다1.

영역전통 히트펌프 설치·운영모닥불에너지 HaaS
초기 비용소비자가 설치비 일시 부담초기 설치비 없이 10년 구독2
설비 용량 산정시공사 경험에 의존, 여유분 과잉 설계 경향적정 용량 자동 산정 알고리즘 (1차 연도)1
운영 데이터설치 후 사실상 미수집1분 단위 수집·분석 인프라1
운영 제어사용자 수동 설정효율·전기요금 동시 고려 AI 제어 (2차 연도)1
수익원장비 판매 일회성구독료 + DR·탄소배출권 거래 연계1

표의 마지막 행이 핵심이다. 장비 판매는 설치가 끝나면 관계도 끝난다. 구독은 10년간 회사가 장비를 소유하고 운영 데이터를 쥔다1. 전기요금을 고려한 제어1는 소비자에게는 난방비 절감이지만, 전력망 쪽에서 보면 피크 시간대 부하를 옮길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이다. 그 데이터가 전력수요관리(DR)와 탄소배출권 거래로 이어지면 히트펌프 한 대는 난방 장비가 아니라 전력망에 응답하는 분산 자원이 된다. 한국전력공사가 모닥히트에 사장상을 줬다는 사실3은 이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8억원은 어디로 가나 — 2년 로드맵 3단계

팁스 과제는 2개 연도로 나뉜다. 1차 연도가 설치와 데이터, 2차 연도가 제어와 시장이다1. 순서가 중요하다. 데이터 없이 제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고, 제어 없이 DR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

  1. 설치를 계산한다 (1차 연도) 공기열 히트펌프의 적정 설비 용량을 자동으로 산정하는 설치 최적화 알고리즘을 만든다1. 과잉 설계를 줄이면 구독 한 건당 투입 자본이 줄고, 같은 시드 자금으로 더 많은 계약을 깔 수 있다. 구독 회사에게 이 알고리즘은 기술 과제이기 전에 자본 효율 과제다.
  2. 데이터를 쌓는다 (1차 연도) 운영 데이터를 1분 단위로 수집·분석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1. 그 그릇이 히트펌프 자산관리 플랫폼 모닥히트다. 이 플랫폼은 2026 기후부 AX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611개 팀, 76대 1 경쟁률을 뚫고 최우수상(한국전력공사 사장상)을 받았다3. 한전이 상을 준 플랫폼이라는 점은 뒤에 나올 DR 연계의 복선이기도 하다.
  3. 운영을 제어하고 시장에 판다 (2차 연도) 에너지 효율과 전기요금을 함께 고려하는 운영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전력수요관리(DR)와 탄소배출권 거래 기능까지 연계한 HaaS 플랫폼을 완성한다1. 구독료 밖에서 두 번째 수익원이 열리는 지점이고, 히트펌프 회사가 에너지 플랫폼 회사로 이름을 바꾸는 지점이다.
“동일한 히트펌프를 설치하더라도 플랫폼을 활용하면 초기 설치 비용과 난방비를 동시에 줄일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접근성과 경제성을 높인다.”1 — 모닥불에너지, 팁스 선정 발표 중 공식 포지셔닝

The Bet — 정부가 산 것은 히트펌프가 아니라 열의 운영권이다

The Bet

소풍벤처스와 중기부가 검증하기로 한 가설은 단순하다. 히트펌프 보급의 병목은 장비 성능이 아니라 설치 자본과 운영 노하우이고, 그 둘을 구독과 AI로 회사가 떠안으면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이라는 남은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다1. 이 가설은 이미 개별 계약을 넘어 지자체 보급사업 단위로 시험대에 올랐다. 2026년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사업의 하반기 1,418가구를 대상으로 제주동부신협과 10년 구독 금융상품을 붙였고, 회사는 10년간 연 40~60%의 난방비 절감을 제시했다2. 10년 구독은 10년치 운영 데이터를 회사가 쥔다는 뜻이고, 그 데이터 위에서 DR과 탄소배출권이 돌아간다면 이 회사는 설비 회사가 아니라 분산 열자원 운영사가 된다.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10년 자산을 떠안을 금융 조달 구조, 그리고 AI 제어가 실제로 절감 수치를 만들어내는지는 아직 공개된 바 없다. 이 베팅은 그래서 아직 가설이고, 팁스 2년은 그 가설을 숫자로 바꾸는 시간이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제주 1,418가구 중 실제 구독 전환율 보급사업 대상 가구가 전부 고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주동부신협 금융상품과 결합한 10년 구독2이 몇 가구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HaaS 모델의 첫 대량 검증이다. 익산 주유소 한 건1과 가구 단위 수백 건은 전혀 다른 운영 난도다.
  2. 1차 연도 알고리즘의 설비 이용률 개선폭 적정 용량 자동 산정으로 과잉 설계를 얼마나 줄였는지1. 이 수치가 공개되면 구독 한 건당 자본 효율을 역산할 수 있다. 회사는 아직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3. 연계 지원 3억원의 용처와 다음 라운드 팁스 연계 지원 최대 3억원은 사업화·해외 마케팅용이다1. 이 돈이 어느 해외 시장을 가리키는지, 그리고 상반기 시드 7억원1 이후의 후속 라운드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붙는지가 다음 신호다.
결국 모닥불에너지는 히트펌프가 아니라 열의 운영권을 10년 단위로 판다.
제주 1,418가구2가 그 운영권의 첫 대량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