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AI 는 오랫동안 클라우드의 것이었다. 모델은 무거웠고, 사용자는 버튼을 누른 뒤 서버가 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 대기를 0.2초로 끊어낸 무료 웹 서비스가 나왔고, 거기에 정부가 2년간 최대 8억원을 걸고 검증에 들어갔다13. 아웃오브셋의 TIPS 선정은 투자 뉴스가 아니라, 온디바이스 음성 AI 가 '논문의 주제'에서 '제품 로드맵'으로 넘어왔다는 신호다.
왜 '온디바이스'였나 — 클라우드 음성 AI 가 남긴 네 장의 청구서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문제는 그 음성이 어디서 만들어지느냐다. 지금까지의 답은 거의 예외 없이 '서버'였다. 무거운 모델을 클라우드에 올려 두고, 기기는 텍스트를 보내고 음성을 받아 온다. 이 구조는 잘 작동하지만 네 장의 청구서를 남긴다. 아웃오브셋이 스스로 정리한 목록이 정확하다. 개인정보 유출, 네트워크 지연, 높은 운영 비용, 서버 장애1. 이 넷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연산이 기기 밖에 있다'는 하나의 원인에서 갈라져 나온 증상이다.
발표의 형식도 읽을 거리다. 아웃오브셋은 TIPS 선정 소식과 음성 AI 브랜드 '에어리(Airy)' 공개, 그리고 웹서비스 '에어리 스튜디오' 출시를 같은 날 한 묶음으로 내놨다1. 정부 과제 선정은 보통 '앞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의 뉴스다. 그 약속 옆에 지금 당장 써 볼 수 있는 제품을 나란히 세운 건, 2년 뒤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오늘의 0.2초로 담보하겠다는 배치다13.
아웃오브셋은 이 원인을 통째로 옮기겠다는 회사다.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구동되는 초경량 음성 AI 모델을 만들고, 인식과 합성 두 방향을 모두 기기 단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1. TIPS 과제명이 그대로 회사의 정의다. '온디바이스 음성 인식 및 합성 AI 파운데이션 모델'1. 응용 제품이 아니라 파운데이션 모델을 과제로 잡았다는 건, 이 회사가 앱 하나가 아니라 레이어 하나를 노린다는 뜻이다. 앱은 시장이 바뀌면 사라지지만, 레이어는 그 위에 올라온 것들과 함께 남는다.
왜 이 회사가 이 문제를 풀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창업자의 이력이 답한다. 김형주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 석사 출신으로, 네오사피엔스와 수퍼톤에서 음성 AI 개발을 맡았다3. 수퍼톤 재직 중 공개한 모델은 허깅페이스 해당 분야 1위와 깃허브 수천 개의 별점을 기록했다3. 국내 음성 합성 씬에서 가장 오래 축적된 두 회사를 거친 뒤, 그 축적을 '무겁게 키우는' 쪽이 아니라 '가볍게 줄이는' 쪽으로 독립한 셈이다.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다른 답을 내놓을 때, 그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을 다르게 읽었다는 뜻이다.
첫 제품이 '에어리 스튜디오'라는 점도 의도적이다. 브라우저에서 텍스트를 넣으면 음성이 나오고, 설치도 설정도 과금도 없다1. 온디바이스의 진짜 무대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기기지만, 그 전에 '가볍고 빠르다'는 주장을 누구나 브라우저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를 먼저 열어 둔 것이다. 0.2초는 그 창구에서 측정된 숫자다13. 기존 클라우드 음성 서비스가 무거운 모델 때문에 대기 시간과 네트워크 지연을 감수해야 했다면, 에어리 스튜디오는 자체 개발한 초경량 TTS 모델로 생성 버튼을 누른 뒤 첫 응답까지 그 시간을 끊어냈다1.
왜 하필 첫 응답 시간인가. 텍스트 인터페이스는 몇 초의 로딩을 참아 주지만 음성은 그렇지 않다.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침묵은 곧 오류로 읽히고, 기기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음성 AI 에서 첫 응답까지의 시간은 성능 지표 중 하나가 아니라 제품이 성립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김 대표가 온디바이스 음성 AI 의 핵심 과제를 '클라우드 추론 비용'과 '지연 시간' 두 가지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3. 비용은 회사가 감당하는 청구서고, 지연은 사용자가 감당하는 청구서다. 둘 다 서버를 거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클라우드 TTS 와 에어리 — 같은 '텍스트→음성', 다른 구조
비교의 기준은 음질이 아니라 구조다. 음질은 데모 한 번으로 갈리지만, 구조는 회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정한다. 아래 표의 오른쪽 열은 모두 회사 발표 기준이며, 위 세 줄은 지금 스튜디오가 보여준 것, 아래 두 줄은 TIPS 과제가 보여줘야 할 것이다13.
| 영역 | 기존 클라우드 음성 서비스 | 에어리 (아웃오브셋) |
|---|---|---|
| 추론이 도는 곳 | 서버 위의 무거운 AI 모델 | 자체 초경량 TTS · 기기 단 처리가 최종 목표1 |
| 첫 응답까지 | 모델 대기 + 네트워크 지연 | 생성 버튼 후 0.2초 (TTFB)13 |
| 사용 진입 | 설치 · 설정 · 과금 계정 | 웹 접속 · 무설치 · 무료1 |
| 데이터 경로 | 텍스트·음성이 기기 밖으로 나간다 | 인터넷 없이 기기 내부 처리 (TIPS 과제)1 |
| 비용 구조 | 사용량만큼 커지는 추론 비용 | 기기가 연산을 부담 · 운영비 절감 구상1 |
주의할 점 하나. 에어리 스튜디오는 웹 서비스다1. 오른쪽 열의 아래 두 줄, 기기 내부 처리와 운영비 절감은 지금 스튜디오가 증명한 것이 아니라 TIPS 2년이 증명해야 할 것이다1. 회사가 스튜디오로 보여준 건 '모델이 가볍다'까지고, '서버 없이도 같은 속도와 음질이 나온다'는 아직 약속의 영역이다3. 이 구분을 흐리지 않는 게 이 회사를 제대로 읽는 첫걸음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구분이 사라지는 날이 아웃오브셋의 밸류에이션이 바뀌는 날이다.
표의 왼쪽 열도 정직하게 봐야 한다. 클라우드 음성 서비스는 무거운 대신 다국어, 감정 표현, 화자 복제 같은 기능을 서버의 연산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에어리 스튜디오가 지금 내놓은 건 2개 언어와 10종 보이스다1. 가볍다는 건 곧 덜어냈다는 뜻이고, 무엇을 덜어냈는지는 사용자가 곧 알아차린다. 아웃오브셋의 과제는 속도를 지키면서 그 빈칸을 얼마나 빨리 채우느냐다. 회사가 보이스 캐릭터와 언어를 '순차 추가'하겠다고 명시한 이유가 여기 있다1.
에어리가 라인업을 쌓는 순서 — 세 단계
- 무료 스튜디오로 수요를 먼저 본다 한국어·영어 2개 언어, 10종 보이스 캐릭터, 생성부터 다운로드까지 무료다1. 과금이 없다는 건 매출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회사가 사는 건 돈이 아니라 '어떤 텍스트가 어떤 목소리로 얼마나 자주 생성되는가'라는 사용 데이터다. 보이스 캐릭터와 지원 언어는 순차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1.
- TIPS 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 향후 2년간 최대 8억원을 온디바이스 음성 인식·합성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투입한다1. 인식과 합성을 한 모델 계열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기기 위에서 듣고 말하는 루프가 서버를 거치지 않을 때, 비로소 '지연 없는 음성 인터페이스'라는 말이 성립한다.
- API·SDK 로 개발자에게 연다 아웃오브셋은 에어리를 중심축으로 온디바이스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응용 제품, 개발자용 API·SDK 까지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1. 김 대표의 표현은 "개발자도 활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음성 AI 생태계"다3. 브랜드가 플랫폼으로 바뀌는 지점이 여기다.
순서가 중요하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먼저 만들고 제품을 나중에 내는 회사는 2년 동안 보여줄 게 없다. 아웃오브셋은 반대로 무료 스튜디오를 먼저 열어 '가볍다'는 주장을 시장에 노출시킨 뒤, TIPS 로 그 아래 모델을 쌓고, 마지막에 API·SDK 로 남에게 빌려준다1.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근거가 된다. 스튜디오의 사용 데이터가 모델 개발의 방향을 정하고, 완성된 모델이 SDK 의 세일즈 자료가 된다. 에어리라는 브랜드는 이 세 단계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장치다1.
The Bet — 왜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나
추천사가 누구인지도 봐야 한다. 더벤처스는 시드 단계부터 아웃오브셋에 들어와 있던 투자자이고, 이번엔 TIPS 추천사로 나섰다1. 시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더벤처스의 시드 포트폴리오는 펨테크, 기능성 바디케어 브랜드처럼 소비재까지 넓다24. 딜 스크리닝 파이프라인을 자동화해 투자 검토를 24시간 체제로 바꾼 운영사가5, 그 넓은 파이프라인에서 골라 2년짜리 딥테크 R&D 과제로 정부 앞에 세운 회사가 아웃오브셋이다.
TIPS 는 이름 그대로 '민간투자주도형'이다1. 운영사가 먼저 자기 돈을 넣고 추천해야 정부의 R&D 자금이 따라온다. 8억원은 대형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으로는 작은 돈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모델은 처음부터 '초경량'이 목표다. 이 돈은 연산을 사는 돈이 아니라, 제품 매출 없이 2년을 버티며 인식·합성 모델을 완성할 시간을 사는 돈이다1. 베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클라우드 음성 AI 의 비용과 지연은 모델이 커질수록 나아지지 않고, 개인정보가 기기를 떠나면 안 되는 영역은 줄지 않는다1. 온디바이스 음성이 표준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응용 앱이 아니라 그 아래의 가벼운 파운데이션 모델이고, 그 레이어를 국내에서 먼저 쥐는 회사가 이후 API·SDK 의 기본값이 된다1. 정부가 검증하는 건 그 레이어가 2년 안에 나오느냐, 그리고 웹에서 낸 0.2초가 서버 없는 기기에서도 나오느냐다3.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온디바이스는 결국 기기 위에서 돌아야 하고, 기기는 제조사와 운영체제의 것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로봇의 음성 레이어를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내장하기로 결정하면, 독립 파운데이션 모델의 자리는 좁아진다. 아웃오브셋이 API·SDK 를 '개발자용'으로 못 박은 건1 그 좁은 자리를 앱 개발자 쪽에서 먼저 넓히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플랫폼이 기본값을 정하기 전에, 개발자의 기본값이 되는 것. TIPS 2년은 그 경주의 출발 신호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이 회사의 공개된 숫자는 아직 셋뿐이다. 8억, 0.2초, 10종13. 매출도, 사용자 수도, 시드 금액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켜볼 지표는 재무가 아니라 약속이 사실로 바뀌는 순간들이다.
- 인터넷을 끊은 기기에서의 0.2초 웹에서 낸 응답 속도가 오프라인 기기에서 음질 저하 없이 재현되는지가 이 회사의 첫 번째 시험이다3. 스튜디오 화면의 숫자가 아니라, 데모 기기의 숫자를 봐야 한다. 이 숫자 하나가 '가벼운 TTS 회사'와 '온디바이스 파운데이션 회사'를 가른다.
- 언어·보이스 확장 속도와 첫 과금 지금은 2개 언어, 10종 보이스다1. 이 숫자가 얼마나 빨리 늘고, 어느 시점에 무료 바깥의 요금제가 생기는지를 본다. 자체 수익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무료 사용자가 얼마나 쌓였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 API·SDK 공개와 첫 외부 도입처 개발자용 API·SDK 는 계획으로만 발표됐다1. 실제 공개 시점과 이를 얹은 첫 기기·앱이 나오는지가, 브랜드가 플랫폼이 됐다는 유일한 증거다. 시드 이후 다음 라운드의 규모도 이 증거에 달렸다.
그 0.2초가 서버 없이도 나오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