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자동화는 오랫동안 '같은 것이 같은 자리에 오는' 라인의 기술이었다. 부품 위치가 조금만 틀어져도 멈추는 설비를, 조선소 야드와 건설 현장은 쓸 수 없었다. 그곳의 자재는 매번 형상이 다르고, 열에 휘고, 놓인 각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 비정형을 비전 AI로 읽어 잘라내는 회사에, 퓨처플레이가 5억원 시드를 넣었다1.
왜 '비정형'이었나 — 자동화가 가장 늦게 도착한 공정
조선과 건설은 자동화 담론에서 늘 마지막 순번이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정이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로봇이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의지가 아니라 전제였다. 산업용 로봇은 같은 부품이 같은 위치에 온다는 전제 위에서 좌표를 반복한다. 야드의 형강은 그 전제를 매번 깬다. 운반과 가공을 거치며 미세하게 휘고, 놓이는 위치와 각도도 그때그때 다르다.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위험·반복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빨라졌지만1, 정작 그 공정이 자동화하기 가장 까다로운 형태였다는 것이 병목이었다.
네오아크로보틱스는 순서를 뒤집었다. 현장을 로봇에 맞추는 대신, 로봇이 현장을 읽게 했다. 대표 기술인 3차원 형강 절단 로봇 시스템은 비전 AI로 다양한 형강의 형상과 위치, 변형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자동 절단을 수행한다1. 좌표를 미리 심어두는 것이 아니라 매번 눈으로 확인하고 경로를 다시 만든다는 뜻이다.
회사가 피지컬 AI라고 부르는 축은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간다. 숙련공의 작업 방식을 데이터로 학습해 비정형 작업 환경에서도 정밀한 자동화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1. 공개된 또 다른 시스템 이름이 직접교시 기반 이동형 용접 로봇 시스템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1. 직접교시는 사람이 로봇에 동작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을 가리킨다. 자동화의 대상이 '동작'에서 '판단'으로 넘어간 지점이 이 회사의 좌표다.
숫자로 바뀐 결과는 단순하다. 기존 4명이 수행하던 작업을 1명이 관리할 수 있도록 개선해 생산성을 50% 이상 끌어올렸다1. 이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원가표가 아니라 가동표에 있다. 숙련공을 구하지 못해 라인이 멈추는 산업에서 '사람을 덜 쓰는 것'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동률 그 자체다. 절단·용접은 대체 인력을 하루아침에 구할 수 없는 대표적인 숙련 공정이고, 그래서 한 명이 네 명 몫을 관리한다는 문장은 인건비보다 납기에 먼저 꽂힌다.
무엇이 달라지나 — 고정된 라인과 움직이는 현장
기존 산업용 자동화와 이 회사의 접근은 성능 차이가 아니라 전제의 차이다. 하나는 세상을 라인에 맞추고, 다른 하나는 라인을 세상에 맞춘다.
| 영역 | 기존 산업용 자동화 | 네오아크로보틱스 |
|---|---|---|
| 작업 대상 | 치수·위치가 고정된 정형 부품 | 형상·위치·변형이 매번 다른 형강 — 비전 AI 실시간 분석1 |
| 교시 방식 | 사전 입력된 좌표 반복 실행 | 직접교시 기반 · 숙련공 작업 방식을 데이터로 학습1 |
| 인력 구조 | 공정별 숙련 인력 배치 유지 | 4명 작업을 1명이 관리, 생산성 50% 이상 개선1 |
| 설치 환경 | 고정 셀·전용 라인 중심 | 이동형 용접 로봇 · 좁은 공간용 AMR로 현장 이동1 |
| 확장 경로 | 국내 설비 단위 납품 | 한화오션 미국 필리조선소 연계, 2028년 미국 생산라인 적용 계획1 |
자동화 수요 자체는 이미 여러 방향에서 확인된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이 코스메카코리아의 전 공정에 AI 자동제조를 구축했고3, 위킵은 징둥과 아시아 물류 자동화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다2. 다만 이 사례들이 다루는 무대는 대체로 정형화된 실내 라인이다. 실외 야드에서, 매번 다르게 놓인 대형 강재를 상대로 하는 자동화는 난이도와 검증 비용이 다른 종목이다. 네오아크로보틱스가 절단·용접·물류를 한데 묶은 토털 솔루션을 표방하는 것도 개별 장비만으로는 현장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1.
이 회사가 파는 것 — 세 층으로 쌓인 구조
제품 목록만 보면 로봇 회사지만, 구조를 보면 순서가 있는 사업이다.
- 숙련공의 판단을 데이터로 바꾼다 직접교시 기반 시스템과 피지컬 AI로 숙련공의 작업 방식을 학습한다1. 자동화의 입력값이 도면이 아니라 사람의 작업 이력이 되는 구조다. 인력이 빠져나가는 산업에서 이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진다.
- 비정형 공정부터 꽂는다 비전 AI 기반 3차원 형강 절단 로봇, 다양한 용접 방식을 지원하는 지능형 용접 로봇,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을 함께 개발했다1. 가장 자동화가 어려운 공정을 먼저 잡아 진입 장벽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는다.
- 검증된 야드를 타고 나간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생산 현장에 시스템을 구축해 성능을 검증했고, 현재 추가 설비 도입을 협의 중이다1. 이번 투자금으로는 레이저 절단 기술과 이동형 용접 로봇을 개발해 2027년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한다1.
The Bet — 야드는 좁고, 그 좁은 곳에 레퍼런스가 있다
5억원은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에 큰돈이 아니다. 그래서 이 라운드의 값어치는 금액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자리에 있다. 국내 대형 조선사 두 곳의 실제 생산 현장에 장비를 세워보고 성능을 검증했다는 이력1은 초기 딥테크가 통상 몇 년을 들여야 얻는 종류의 자산이다. 퓨처플레이가 같은 여름 업사이클엑스 시드에도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5, 초기 딥테크에 검증 경로와 함께 들어가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 자동화에서 가장 비싼 자산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야드에 장비를 세워본 이력이다. 발주처 수가 적고 검증 사이클이 길어, 한 번 들어간 회사를 밀어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베팅의 내용은 결국 하나다 — 국내에서 검증된 레퍼런스가 국경을 넘어 그대로 복제되는가.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진출과 연계한 장비 공급, 그리고 2028년 미국 생산라인 적용 계획1이 그 답을 결정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협의가 계약으로 바뀌는 속도 현재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과 추가 설비 도입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1. 검증 이후 반복 발주로 넘어가는지가 이 사업의 첫 변곡점이다. 계약 규모와 대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레이저 절단·이동형 용접 로봇의 2027년 현장 적용 이번 투자금의 사용처이자 제품군 확장의 축이다1. 일정이 밀리는지, 적용 야드가 기존 두 곳을 넘어서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 미국 라인의 실제 착수 시점 필리조선소 연계 장비 공급과 2028년 미국 생산라인 적용은 아직 계획 단계다1. 현지 인증·안전 규격 대응과 서비스 조직 확보가 병행되는지가 계획을 실행으로 바꾼다.
그 방법이 국내 야드에서 미국 조선소까지 그대로 옮겨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