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자동화는 오랫동안 반복의 문제였다. 같은 자리에 같은 부품이 오면 로봇이 이긴다. 그런데 조선소와 건설 현장은 정반대다. 자재는 매번 조금씩 휘어 있고 도면과 실물은 어긋나며, 그 오차를 말없이 메워온 것은 수십 년치 감각을 가진 숙련공의 눈과 손이었다. 그 눈과 손을 데이터로 옮기겠다는 회사에, 퓨처플레이가 5억원을 넣었다1.
왜 조선이었나 — 자동화가 가장 늦게 도착한 현장
조선과 건설은 자동화 수요가 가장 큰 산업이면서, 동시에 자동화가 가장 늦게 도착한 산업이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위험도가 높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 결과 만성적인 인력난이 고착됐고, 현장은 설비를 더 사는 대신 사람이 빠진 자리를 그대로 비워두는 방식으로 버텨왔다1. 네오아크로보틱스는 절단·용접·물류를 묶은 로봇 자동화 토털 솔루션으로 이 공백을 겨냥한다1.
자동화가 늦은 이유는 기술 수준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있었다. 공장 자동화는 동일한 입력을 가정한다. 같은 부품이 같은 위치에 오면 미리 심어둔 좌표대로 로봇이 움직인다. 그런데 조선소에 들어오는 형강은 앵글, H-빔, 채널, 파이프로 단면부터 제각각이고, 운반과 적재를 거치며 미세하게 휘고 뒤틀린다. 로봇이 그동안 야드에서 실패해온 이유는 힘도 정밀도도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입력이었다.
네오아크로보틱스의 핵심 기술인 3차원 형강 절단 로봇 시스템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비전 AI가 앵글·H-빔·채널·파이프 등 다양한 형강 자재의 형상과 위치는 물론 변형까지 측정한 뒤 최적의 절단을 자동으로 수행한다1. 로봇에게 경로를 가르치는 대신, 로봇이 현장을 읽게 만드는 구조다. 회사가 스스로를 피지컬 AI로 규정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숙련공의 작업 방식과 노하우를 데이터로 학습시켜 로봇이 그대로 구현하게 한다는 것이다1.
숫자는 단순하다. 기존에 4명이 함께 붙어 하던 수작업이 1명이 관리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생산성은 50% 이상 올라갔다1. 이 수치를 인건비 절감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이다. 현장의 진짜 병목은 인건비가 아니라, 4인 1조를 구성하지 못해 아예 멈춰 있는 라인이었다. 사람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서 못 돌리던 라인을 다시 돌리는 기술로 팔린다는 뜻이다.
티칭에서 인식으로 —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나
기존 산업용 로봇 도입이 현장에서 좌초하는 지점은 대개 도입 이후다. 로봇은 들어왔는데 품목이 바뀔 때마다 엔지니어를 불러야 하고, 그 대기 시간이 절감분을 삼킨다. 네오아크로보틱스의 라인업은 이 운용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
| 영역 | 전통적 현장 자동화 | 네오아크로보틱스 |
|---|---|---|
| 자재 인식 | 도면·규격 치수를 전제, 실물 오차는 작업자가 보정 | 비전 AI가 형상·위치·변형까지 실측1 |
| 절단 | 마킹 후 수작업 절단, 4인 1조 편성 | 3차원 형강 절단 로봇, 1인 관리 구조1 |
| 용접 | 공법별로 장비와 인력이 따로 붙음 | FCAW·GTAW·GMAW를 한 시스템에서 지원1 |
| 운용·교시 | 품목이 바뀔 때마다 별도 프로그래밍 필요 | 협동로봇 직접 교시, 프로그래밍 없이 작업자가 조작1 |
| 공정 범위 | 절단·용접·운반이 각각 다른 벤더 | 절단·용접·AMR 물류까지 단일 라인업1 |
특히 직접 교시는 조선 현장의 현실에 맞춘 선택이다. 작업자가 로봇 팔을 손으로 잡고 한 번 움직여 경로를 심는 방식이라,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도 다룰 수 있다1. 로봇을 쓰기 위해 새 직군을 채용해야 한다면 인력난을 푸는 솔루션이 또 다른 인력난을 만드는 셈인데, 그 고리를 끊는 지점이다.
5억이 사는 것 — 세 개의 레이어
- 인식 레이어 — 변형을 읽는 눈 비전 AI가 형강의 형상·위치·변형을 측정한다1. 이 레이어가 없으면 나머지는 기존 자동화와 다르지 않다. 회사가 파는 것의 원가는 여기에 있고, 현장에서 쌓이는 데이터도 여기에 축적된다.
- 실행 레이어 — 절단과 용접 3차원 형강 절단 로봇과 지능형 용접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한다. 용접은 FCAW·GTAW·GMAW를 함께 지원해 공법별로 설비를 나누지 않아도 된다1.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는 층이다.
- 이동 레이어 — 야드를 흐르게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이 라인업에 함께 들어와 있다1. 이번 투자금은 레이저 절단 기술과 이동형 용접 로봇 시스템 개발에 투입된다1. 고정 설비를 자재가 찾아오는 구조에서, 로봇이 구조물을 찾아가는 구조로 넘어가겠다는 신호다.
The Bet — 시드에 붙은 레퍼런스의 값
시드 5억원은 하드웨어 회사 기준으로 크지 않다. 그런데 이 라운드에서 실제로 값이 매겨진 것은 자금 규모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검증이다. 네오아크로보틱스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생산 현장에 시스템을 설치해 성능 검증을 마쳤다1. 국내 산업 로봇 스타트업이 시드 단계에서 확보하기 가장 어려운 자산이 조선 빅야드의 실제 라인이다. 데모실이 아니라 납기가 걸린 현장에서 돌아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다음 야드를 여는 열쇠가 된다.
동시에 이 구조는 정확히 반대편의 리스크도 만든다. 대형 조선소 몇 곳에 최적화된 시스템은 그 밖으로 나갈 때 다시 처음부터 튜닝해야 한다. 투자금 용처가 레이저 절단과 이동형 용접 로봇에 잡혀 있는 것은, 회사도 그 한계를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1.
퓨처플레이가 산 것은 로봇 하드웨어가 아니라 변형된 자재를 읽어내는 인식 레이어와 그것이 대형 조선소 라인에서 실제로 돌아갔다는 기록이다1. 조선 현장의 인력난은 경기 변수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수라 되돌아오지 않고,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회사는 도면이 아니라 실물의 오차를 다룰 줄 아는 쪽이다. 4명을 1명으로 바꾼 숫자가 다른 야드에서도 재현된다면, 5억은 시드가 아니라 계약 선행 지표에 붙은 값이 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검증에서 유상 도입으로 넘어간 라인 수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검증1이 반복 발주로 이어지는지가 첫 관문이다. 설치 대수보다, 같은 고객사가 두 번째 라인을 주문했는지를 봐야 한다.
- 이동형 용접 로봇의 야외 성능 투자금이 향하는 이동형 시스템1은 조도·바람·비정형 지형이라는 새 변수를 만난다. 관건은 정밀도가 아니라 현장 도착 후 첫 용접까지 걸리는 셋업 시간이다.
- 건설로의 확장 여부 회사는 조선과 건설을 함께 겨냥한다고 밝혔다1. 조선은 반복 물량이 있고 건설은 매 현장이 일회성이다. 건설 레퍼런스가 나오는 시점이 이 회사의 시장 크기가 바뀌는 시점이다.
다음 질문은, 그 시간이 야드 밖으로도 걸어 나갈 수 있는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