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업계는 오랫동안 큐비트의 개수를 세어 왔다. 그러나 계산 도중 오류가 쌓이면 큐비트가 몇 개든 답은 무너진다. 그래서 업계의 질문은 '몇 큐비트냐'에서 '오류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논리큐비트를 만들 수 있느냐'로 옮겨갔다. 세계 최초 256큐비트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를 만든 QuEra의 창업 멤버가 KAIST에서 그 질문에 다시 답하겠다고 나섰고, 설립 2년이 채 안 된 이 회사에 DSC인베스트먼트 주도 140억원이 붙었다12.

KAIST 물리학 스핀오프 → 중성원자 논리큐비트 → SDQ 재구성 프로세서 → SRI·QED-C 글로벌 연결
140억 프리 시리즈A · DSC인베스트먼트 리드, 신규 투자사 5곳 합류
170억 누적 조달 · 시드 30억(카카오벤처스·블루포인트파트너스) 포함
256 김동규 대표가 창업 멤버로 참여한 QuEra의 세계 최초 중성원자 큐비트 수

왜 '중성원자'였나 — 큐비트를 세는 경쟁이 끝나고 오류를 견디는 경쟁이 시작됐다

양자컴퓨터의 성능표는 지금까지 물리큐비트 개수로 적혔다. 그러나 물리큐비트는 잡음에 민감해 계산이 길어질수록 오류가 누적되고, 어느 지점을 넘으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 벽을 넘기 위한 장치가 양자오류정정이다. 여러 물리큐비트를 코드로 묶어 계산 중 발생하는 오류를 실시간으로 감지·수정하는 연산의 기본 단위가 논리큐비트다1. 오큐티는 이 논리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삼아,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복잡한 계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오류내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터를 직접 설계·개발한다12.

소재로 고른 것은 레이저로 냉각한 중성원자다1. 이 선택에는 이력이 있다. 김동규 대표는 KAIST 물리학과 교수이자 미국 QuEra의 창업 멤버다. QuEra는 세계 최초로 256큐비트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회사다1. 세계 최초를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이, 같은 물리 플랫폼으로 두 번째 회사를 세웠다는 것이 이 라운드가 성립한 출발점이다. 오큐티는 2025년 1월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서 KAIST 물리학과 스핀오프로 설립됐고, 김 대표는 MIT 박사 출신이다2.

자본의 구성도 이 서사를 뒷받침한다. 오큐티는 시드 라운드에서 카카오벤처스·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30억원을 받았고, 이번 프리 시리즈A 140억원으로 누적 조달은 170억원이 됐다12. 시드 투자자 두 곳이 모두 후속 투자에 참여했고, DSC인베스트먼트가 리드로 들어오면서 뮤렉스파트너스·스톤브릿지벤처스·슈미트·제트벤처캐피탈(ZVC)·글로벌이노베이션랩스(GIL) 다섯 곳이 신규로 합류했다1. 국내 딥테크 전문 하우스와 미국·일본 연결고리를 가진 글로벌 투자사가 한 테이블에 앉은 구성이다1.

매출도, 공개된 논리큐비트 성능 수치도 없는 단계다. 그런데도 시드 투자자가 전원 후속에 들어오고 신규 다섯 곳이 합류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사는 것이 현재의 실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이 산 것은 오류내성 경쟁에 이미 한 번 참가해 본 팀이 한국에서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사실이다. 양자 하드웨어는 실험 한 사이클에 긴 시간과 큰 자본이 드는 영역이고, 그 비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자산은 '이미 해 본 사람'이다.

기존 양자 하드웨어와 무엇이 다른가 — 설계 순서를 뒤집었다

오큐티가 내세우는 핵심 설계 원리는 SDQ(Software-Defined Quantum Processor)다. 하드웨어를 먼저 완성한 뒤 소프트웨어를 일률적으로 얹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알고리즘의 요구에 맞춰 양자프로세서의 구조와 동작 방식을 소프트웨어로 실시간 재구성한다1. 하드웨어·소프트웨어·오류정정·양자 알고리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설계해 연산 효율과 정확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1. 기존 접근과 어디서 갈라지는지 다섯 줄로 정리했다.

영역기존 양자컴퓨팅 접근오큐티
연산 기본 단위물리큐비트 개수양자오류정정 코드 기반 논리큐비트
오류 처리계산 중 발생한 오류가 결과에 누적계산 중 실시간 감지·수정, 논리 연산과 통합
설계 순서하드웨어 완성 후 소프트웨어 일률 적용SDQ — 알고리즘 요구에 맞춰 프로세서 구조·동작 실시간 재구성
개발 범위하드웨어·소프트웨어·알고리즘 분리 개발HW·SW·오류정정·알고리즘 단일 시스템 통합 설계
큐비트 소재플랫폼별 고정 소자레이저 냉각 중성원자

표의 다섯 줄은 한 문장으로 모인다. 기존 접근은 프로세서를 고정하고 그 위에서 알고리즘을 맞췄다. 오큐티는 알고리즘이 프로세서를 정의하게 한다1. 이 순서 역전이 실제로 연산 효율과 정확도로 환산되는지는 아직 공개된 수치가 없다. 그러나 오류정정과 논리 연산을 분리하지 않고 한 시스템 안에서 통합한다는 설계 철학은, 논리큐비트 시대의 하드웨어 회사가 결국 가져야 할 소프트웨어 레이어를 창업 시점부터 내재화했다는 의미다.

이 설계가 중성원자와 맞물리는 지점도 있다. 레이저로 냉각한 중성원자는 배열과 동작을 외부 제어로 바꿀 수 있는 플랫폼이고, 오큐티는 그 제어를 소프트웨어 정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1. 하드웨어가 알고리즘에 맞춰 바뀔 수 있다면, 오류정정 코드 역시 풀려는 문제에 맞춰 고를 수 있다. SDQ가 용어로 끝나지 않으려면 바로 이 지점, 즉 재구성이 오류율을 실제로 낮추는지가 숫자로 증명되어야 한다.

140억은 무엇을 사나 — 세 개의 레이어

140억원이 어디로 가는지 회사는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이라고 요약했다1. 그 말을 레이어로 풀면 세 개다. 큐비트의 물리에서 논리로 올라가는 기술 레이어,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처럼 다루는 설계 레이어, 그리고 자본과 함께 들어온 네트워크 레이어다.

  1. 물리큐비트에서 논리큐비트로 레이저로 냉각한 중성원자를 양자오류정정 코드로 묶어, 계산 중 오류를 실시간 감지·수정하는 논리큐비트를 구현한다. 오류가 나도 복잡한 계산을 안정적으로 끝내는 오류내성 양자컴퓨터가 1차 목표다1. 이 단계에서 나올 첫 숫자가 논리큐비트 수와 오류율이고, 그 숫자가 회사의 티어를 결정한다.
  2.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처럼 다루는 SDQ 알고리즘 요구에 따라 프로세서의 구조와 동작을 실시간 재구성한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오류정정·알고리즘을 단일 시스템으로 설계해 효율과 정확도를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1.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 레이어를 처음부터 품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프로세서 자체보다 이 설계 체계가 자산이 될 수 있다.
  3. 자본과 함께 산 글로벌 네트워크 신규 투자자 ZVC를 통해 일본·미국 산업 네트워크를 넓히고, GIL과 함께 미국 SRI와의 기술 협력을 강화한다. SRI는 엔비디아·아이온큐가 회원사로 있는 세계 최대 양자기술 컨소시엄 QED-C의 의장 기관이고, GIL은 SR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진 미국 벤처캐피탈이다1. 한국 양자 스타트업이 혼자서는 닿기 어려운 테이블에 투자자가 자리를 만들어 준 셈이다.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복잡한 계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오류내성 양자컴퓨터를 구현한다.” — 오큐티 공식 포지셔닝1

The Bet — DSC는 무엇에 베팅했나

벤처 투자에서 리드 투자자는 가격을 정하는 쪽이다. DSC인베스트먼트가 프리 시리즈A에서 140억원 규모의 리드를 섰다는 것은, 이 단계의 양자 하드웨어 회사에 어떤 가치를 매길지 시장에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뜻이다1. 기존 투자자인 카카오벤처스·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후속에 참여해 그 기준점에 동의했고, 뮤렉스파트너스·스톤브릿지벤처스·슈미트가 국내에서, ZVC·GIL이 해외 연결고리로 들어왔다1. 이 구성이 말하는 베팅은 하나다.

The Bet

베팅의 핵심은 '사람과 플랫폼의 조합'이다. 중성원자는 QuEra가 256큐비트로 세계 최초를 찍은 플랫폼이고, 그 창업 멤버가 KAIST 교수로서 다시 회사를 세웠다1. DSC인베스트먼트는 이 조합이 오류내성 경쟁에서 시간을 사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GIL을 통한 SRI·QED-C 연결은 미국 양자 생태계의 테이블을 투자 시점에 함께 확보했다는 의미다1. 리스크도 명확하다. 논리큐비트 수·오류율·상용화 시점 같은 핵심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고, 수익 구조도 공개되지 않았다. 140억은 증명된 성과가 아니라, 증명할 자격에 지불된 돈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논리큐비트 시연 수치 실제로 오류정정이 작동하는 논리큐비트가 몇 개인지, 물리큐비트 대비 오류율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이 숫자가 공개되는 순간 오큐티는 '설계 원리를 말하는 회사'에서 '하드웨어를 보여 준 회사'로 티어가 바뀐다. 반대로 12개월 뒤에도 숫자가 없다면 SDQ는 아직 선언에 머문 것이다.
  2. SRI·QED-C 협력의 실체 GIL을 통한 SRI 협력이 네트워크 연계에 머무는지, 공동 연구·실증·고객 접점으로 이어지는지1. 엔비디아·아이온큐가 앉아 있는 컨소시엄과의 거리가 실제로 좁아지는지가 관건이다1.
  3. 시리즈 A와 해외 자본의 유입 ZVC를 통한 일본·미국 네트워크 확장이 다음 라운드의 해외 투자자나 산업 파트너로 환산되는지1. 누적 170억원 다음 숫자가 국내에서만 나오는지, 밖에서도 나오는지가 글로벌 진출 선언의 진위를 가른다2.
결국 오큐티는 큐비트의 개수가 아니라 오류를 견디는 설계를 판다.
그 설계가 실험실 밖에서 첫 논리큐비트 숫자를 찍는 순간이,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