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조사는 오랫동안 '한 번 쓰고 버리는 데이터'였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설문 결과는 보고서 한 장으로 남고, 다음 조사와 연결되지 못한 채 흩어졌다1. 그 조각을 1만1000건의 프로젝트와 50만명의 참여자 풀로 모아온 플랫폼이 픽플리1. 거기에 중소벤처기업부가 2년간 8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붙이고, 이 데이터를 기업 의사결정 AI로 바꾸라는 과제를 걸었다1.

참여자 모집 플랫폼 소비자 데이터 1만1000건 축적 온톨로지·합성 데이터로 구조화 에이전틱 의사결정 AI
8억원 팁스 연구개발 자금 · 2년 ·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 추천1
50만명 픽플리 누적 이용자1
1만1000건 누적 수행 데이터 프로젝트1

왜 '설문 플랫폼'이었나 — 가장 흔한 데이터가 가장 덜 쓰였다

기업이 고객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소비자 의견을 수집하는 과정과, 그 데이터를 해석해 실행 방안을 찾는 체계다1. 앞의 것은 이미 흔하다. 설문과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는 어느 소비재 기업이든 한다. 문제는 뒤의 것이다. 프로젝트마다 흩어진 조사 결과와 고객 반응을 연결하지 못하면, 데이터는 쌓여도 의사결정에 닿지 않는다1. 리서치 업계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구조적 낭비다.

알투씨컴퍼니가 운영하는 픽플리는 이 문제의 앞단에서 출발한 회사다. 조사에 필요한 참여자를 모집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플랫폼으로, 누적 이용자는 50만명을 넘겼고 수행한 데이터 프로젝트는 1만1000건을 넘었다1. 고객은 패션·뷰티·식음료·여행 같은 소비재 기업,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KAIST 같은 대학·연구기관, 그리고 스타트업이다1. 기업과 학계가 같은 풀에서 사람을 모은다는 점이 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대학·연구기관이 고객이라는 사실은 두 가지를 뜻한다. 학술 조사 수준의 설계가 이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상업 조사와는 결이 다른 데이터가 같은 풀에 쌓인다는 것이다. 소비재 기업의 제품 반응 데이터와 연구기관의 실험 설계 데이터가 한 곳에 있으면,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잡을 재료가 많아진다. 온톨로지는 바로 그 관계를 다루는 기술이다1.

여기서 회사의 방향이 갈린다. 참여자 모집 사업은 건당 매출을 내는 구조에 머물기 쉽다. 알투씨컴퍼니는 반대로 1만1000건의 프로젝트에서 남은 데이터 자체를 다음 사업의 원재료로 규정했다1. 개념과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온톨로지에 합성 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소비자 데이터를 기업 의사결정 솔루션으로 확장하겠다는 설계다1.

팁스는 이 설계를 정부가 검증하는 절차다. 민간 투자사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면 정부가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연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추천은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가 맡았다1. 알투씨컴퍼니는 향후 2년간 총 8억원의 연구개발 자금과 창업사업화·해외 마케팅 지원을 받는다1. 과제명은 'B2C 비즈니스의 고객 중심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온톨로지 기반 자율형 에이전틱 플랫폼 고도화'1. 이름은 길지만 뜻은 단순하다. 설문 플랫폼을 의사결정 에이전트로 바꾸는 데 정부가 2년의 시간을 샀다1.

전통 소비자 조사 vs 픽플리 — 무엇이 바뀌나

바뀌는 것은 조사 방법이 아니라 조사가 끝난 뒤의 처리다. 전통 리서치는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데이터도 종료된다. 다음 프로젝트는 백지에서 시작하고, 이전 조사에서 얻은 소비자 개념은 리서처의 기억에만 남는다. 알투씨컴퍼니가 팁스 과제로 건 것은 그 종료 지점 이후다1.

영역전통 소비자 조사픽플리 · 알투씨컴퍼니
참여자 모집패널 외주 · 건별 계약누적 50만명 이용자 풀에서 모집1
데이터 보관프로젝트 단위 보고서로 종결1만1000건 프로젝트 데이터 축적1
데이터 구조문항별 · 프로젝트별 단절온톨로지로 개념·속성·상호관계 구조화1
표본 부족 대응추가 조사 · 비용 재투입합성 데이터 결합 (과제 범위)1
해석·실행리서처 수작업 보고AI 에이전트가 의사결정 전 과정 지원 (과제 목표)1

위의 두 행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아래 세 행은 8억원이 걸린 일이다1. 이 구분이 중요하다. 이용자 50만명과 프로젝트 1만1000건은 실적이지만, 온톨로지·합성 데이터·에이전트는 아직 과제명 안에 있다1. 팁스 선정은 후자를 전자 위에 세울 수 있다는 판단이지, 세웠다는 증명이 아니다. 독자가 이 회사를 볼 때 두 층을 구분해 읽어야 하는 이유다.

데이터가 에이전트가 되기까지 — 세 단계

알투씨컴퍼니의 구조는 세 층으로 읽힌다. 아래층이 두꺼울수록 위층이 설 자리가 생긴다. 팁스 자금은 가장 위층에 들어간다1.

  1. 풀을 만든다 픽플리의 출발점은 참여자 모집이다. 조사가 필요한 기업과 연구기관이 이 플랫폼에서 사람을 찾고, 누적 이용자는 50만명을 넘겼다1. 이 풀이 없으면 뒤의 두 단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데이터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파이프가 먼저다. 모집이 반복될수록 같은 참여자의 반응이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남고, 그것이 온톨로지의 관계 데이터가 된다.
  2. 프로젝트로 데이터를 쌓는다 패션·뷰티·식음료·여행 소비재 기업과 서울대·고려대·연세대·KAIST 등 대학·연구기관이 수행한 프로젝트가 1만1000건을 넘었다1. 업종이 다양하다는 점이 온톨로지 관점에서는 자산이다. 한 업종의 소비자 개념만 있으면 관계 구조가 얇아진다. 예컨대 뷰티 조사에서 잡힌 개념이 식음료 조사의 개념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같은 교차 관계는 여러 업종의 데이터가 있어야 잡힌다.
  3. 온톨로지와 에이전트로 올린다 팁스 과제의 본문이다. 소비자 데이터의 개념과 속성, 상호관계를 온톨로지로 구조화하고, 합성 데이터로 보강한 뒤, AI 에이전트가 이를 분석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도록 개발한다1. 목표는 B2C 기업의 고객 의사결정을 전 과정에서 지원하는 자율형 에이전틱 플랫폼이다1. '전 과정'이라는 표현이 핵심이다. 조사 설계부터 결과 해석, 실행 방안 도출까지 에이전트가 관여한다는 뜻이고, 이는 현재 픽플리가 하는 수집·분석보다 앞뒤로 범위가 넓다1.
“B2C 비즈니스의 고객 중심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온톨로지 기반 자율형 에이전틱 플랫폼 고도화” — 알투씨컴퍼니 팁스 과제명1

The Bet — 정부가 산 것은 설문이 아니라 '연결'이다

참여자 모집 기능만으로는 진입장벽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가 추천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이유가 모집 기능일 리는 없다1. 걸린 것은 그 뒤에 쌓인 자산이다.

The Bet

참여자 모집 플랫폼은 대체 가능하다.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1만1000건의 프로젝트가 남긴 소비자 데이터와, 그 안의 개념들이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구조다1. 한양대학교 기술지주회사와 중소벤처기업부가 8억원을 건 자리는 바로 그 구조를 온톨로지로 명시화하고 에이전트가 읽게 만드는 작업이다1. 성공하면 픽플리는 조사 도구에서 의사결정 도구로 올라가고, 고객이 지불하는 대상도 '참여자 N명'에서 '판단 하나'로 바뀐다. 실패 지점도 분명하다. 온톨로지는 업종마다 다시 짜야 하고, 합성 데이터는 실제 소비자 반응을 얼마나 대변하는지 검증이 따라야 한다.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는 이유는, 이 두 질문이 아이디어 단계가 아니라 이미 쌓인 데이터 위에서 던져진다는 데 있다1. 2년의 과제 기간은 그 답을 내기 위한 시간이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온톨로지가 제품에 얹히는가 과제명은 '고도화'다1. 기존 픽플리에 에이전트 기능이 실제로 노출되고, 소비재 고객이 그 결과로 의사결정을 내린 사례가 공개되는지가 첫 신호다. 과제 산출물이 보고서에 머물면 신호가 아니다. 특히 합성 데이터가 실제 조사 결과와 어느 정도 일치했는지에 대한 수치가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2. 프로젝트 누적 속도 기준선은 1만1000건이다1. 온톨로지가 작동한다면 기존 고객의 재사용이 늘어야 하고, 프로젝트 증가 속도가 달라져야 한다. 속도가 그대로면 AI는 아직 조사 뒤에 붙은 부가 기능이다. 이용자 50만명이라는 숫자도 마찬가지로, 다음 공개 수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는지가 플랫폼의 흡인력을 보여준다1.
  3. 해외 마케팅 지원의 실체 팁스 패키지에 해외 마케팅 지원이 포함됐다1. 어느 시장을 겨냥하는지, 해외 고객이 확보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12개월 안에 첫 해외 고객 사례가 나오는지가 이 지원이 형식이었는지 실질이었는지를 가른다. 소비자 데이터는 국가별로 개념 체계가 다르므로, 해외 진출은 온톨로지를 한 번 더 짜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알투씨컴퍼니는 설문이 아니라, 쌓인 설문 사이의 관계를 판다.
8억원이 그 관계를 에이전트로 바꾸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