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는 오랫동안 QA 를 "개발이 끝난 뒤에 하는 일"로 다뤄 왔다. 검증 인력은 프로젝트마다 새로 꾸려졌고, 릴리즈 직전 1~2주가 늘 병목이었다. 그런데 AI 코딩 도구가 개발 속도를 3~5배 끌어올리자, 만드는 속도와 확인하는 속도의 격차가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1. 그 격차를 사업으로 바꾼 테스티파이가 설립 이듬해인 2025년 매출 31억원을 돌파했고, 외부 투자 없이 흑자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1.

QA 서비스로 현금 확보 15만 건 실전 데이터셋 축적 VeriGEN 노코드 자동화 해외·지방 거점 확장
31억원 2025년 연매출 · 첫해 8,100만원 대비 약 3,772% 성장1
BEP 창업 2년 차 · 외부 투자 없이 흑자 구조 확립1
15만+ 실전 QA 데이터셋 · 릴리즈 QA 사이클 1~2주에서 1~2일로1

왜 '검증'이었나 — 개발이 빨라질수록 병목은 뒤로 밀린다

AI 코딩의 역설은 이미 수치로 정리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CAST 보고서는 쌓인 기술 부채를 해소하는 데 610억 근무일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 세계 개발자 2,500만 명이 매달려도 9년이 걸리는 규모다1. 코드 리뷰 서비스 코드래빗의 분석에서는 AI 가 생성한 풀 리퀘스트가 사람이 짠 코드보다 평균 1.7배 많은 이슈를 포함했고, 개발자의 63%는 AI 코드를 디버깅하는 데 직접 짤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답했다. AI 생성 코드의 45%에서는 OWASP 10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1. 만드는 속도는 빨라졌는데, 그 결과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속도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돈은 확인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개발 도구 시장이 커질수록 검증 도구 시장은 그 뒤를 따라 커지되, 시차를 두고 커진다. 테스티파이는 2024년 10월 그 시차의 초입에 세워졌다. 네이버와 위메이드에서 QA 팀장·총괄을 지낸 정원영 대표가 창업했고, 10~20년 경력의 QA 실무 인력들이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1. 자동화 툴을 먼저 만든 개발자 팀이 아니라, 검증을 직접 해 온 사람들이 검증을 자동화하겠다고 나선 구성이다.

이 구성이 매출 곡선을 설명한다. 창업 첫해 매출은 8,100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25년 한 해 매출은 약 31억원으로, 약 3,772% 성장이다1. 성장의 재료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QA 서비스였다. 국내 IT·게임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QA 서비스 매출을 캐시카우로 삼고, 그 현금으로 주력 제품 VeriGEN(베리젠) 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그 결과 창업 2년 차에 외부 투자 없이 흑자 구조를 확립했다1.

투자 이력을 보면 이 순서가 더 분명해진다. 테스티파이가 유치한 외부 자금은 2025년 10월·12월, 2026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총 4억원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시드 투자와 이녹스·경기혁신센터가 운영한 INNOX 오픈이노베이션 5기 투자가 포함된다13. 매출 31억원 옆에 놓인 투자 4억원은, 이 회사가 제품을 투자금이 아니라 매출로 만들어 왔다는 뜻이다. 31억원이 티어를 바꾼 이유는 크기가 아니라 순서에 있다.

전통 QA 와 무엇이 다른가 — 사람이 훑던 것을 AI 가 먼저 훑는다

VeriGEN은 기획서·요구사항 정의서·화면 설계 이미지 같은 비정형 문서를 생성형 AI 가 직접 읽고 해석해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고, 24시간 무중단으로 테스트를 실행한 뒤 결함 리포트까지 만들어내는 노코드 플랫폼이다1. 전통 QA 조직이 프로젝트마다 사람을 다시 투입해 반복하던 공정을, 문서 입력에서 리포트 출력까지 한 줄로 잇는다. 노코드라는 점은 스크립트를 짜는 개발자가 아니라 검증을 담당하는 사람이 곧바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가 밝힌 도입 효과는 다음과 같다1.

업무 영역전통 QA 조직테스티파이 · VeriGEN
테스트 케이스 설계기획서를 사람이 읽고 수작업으로 작성생성형 AI 가 기획서·설계 이미지를 읽고 설계1
실행 시간근무 시간 안에서 수동 실행24시간 무중단 자동 실행 · 테스트 속도 80% 단축1
릴리즈 QA 사이클1~2주1~2일1
운용 비용프로젝트별 인력 투입, 고정비 구조QA 운용 비용 55% 이상 절감1
판단 구조결함 탐지부터 판정까지 사람이 전담AI 가 넓게 훑고 사람이 맥락 판단 · 결함 발견율 30% 향상1

표의 마지막 행이 이 회사의 설계 철학이다. AI 가 넓게 훑고,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며, 그 판단이 다시 AI 학습에 반영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구조를 핵심으로 삼는다1. 사람을 빼는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데이터로 바꾸는 자동화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판단을 내릴 사람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 테스티파이는 그 둘을 서비스 사업으로 미리 확보했다. 도구를 먼저 만든 경쟁자가 고객사에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할 때, 이 회사는 이미 모아 둔 데이터로 도구를 고치고 있는 셈이다.

31억은 어떻게 쌓였나 — 서비스, 데이터, 제품의 순서

  1. QA 서비스로 현금을 먼저 벌었다 국내 IT·게임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QA 서비스가 매출의 출발점이다. 이 매출이 캐시카우가 돼 창업 2년 차 흑자 구조를 만들었고, 제품 개발비를 투자금 대신 매출로 충당했다1. 대부분의 자동화 스타트업이 제품을 먼저 만들고 고객을 찾는 것과 반대 순서다.
  2. 프로젝트가 데이터가 됐다 서비스 프로젝트에서 15만 건 이상의 실전 QA 데이터셋이 쌓였다1. 어떤 기획서에서 어떤 결함이 나왔는지가 기록된 데이터로, VeriGEN 이 비정형 문서를 읽고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는 근거가 된다. 회사는 이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결함 발견율이 30% 향상됐다고 밝혔다1.
  3. 제품이 인증과 무대를 끌어왔다 2025년 10월 벤처기업 인증, 11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TIPS 선정, 같은 달 2025 경기 딥테크 스타트업 FLEX 데모데이 우수상이 이어졌다1. 2026년에는 경기창업공모 G-스타 오디션 예비·초기리그 대상45, AI 바우처 공급기업 선정, 그리고 7월 중소벤처기업부·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운영하는 Around X — 마중 프로그램 최종 선정까지 왔다1.
"AI 가 넓게 훑고,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며, 그 판단이 다시 AI 학습에 반영된다." — 테스티파이 VeriGEN 공식 포지셔닝, 휴먼 인 더 루프 구조1

The Bet — 서비스로 번 회사가 제품으로 버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

The Bet

테스티파이의 베팅은 순서다. 검증 데이터가 없는 AI QA 툴은 기획서를 읽어도 무엇이 결함인지 모른다. 이 회사는 15만 건의 실전 데이터와 10~20년 경력의 판단자를 서비스 매출로 먼저 확보한 뒤 제품을 얹었다1. 반대로 리스크도 순서에 있다. 31억원 가운데 서비스 매출과 VeriGEN 매출의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력 서비스는 사람 수에 비례해 성장하고, SaaS 는 그렇지 않다. 이 회사가 다음 티어로 가려면 매출의 성격이 바뀌어야 하고, 그 전환 속도가 다음 라운드의 가격을 정한다. 외부 투자 총 4억원으로 여기까지 온 회사가 지금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13.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매출 안의 제품 비중 2025년 31억원 가운데 QA 서비스와 VeriGEN 구독·라이선스 매출이 각각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1. 2026년 실적에서 이 비중이 공개되고 제품 쪽이 커지는지가 SaaS 로서의 첫 시험이다. AI 바우처 공급기업 선정은 제품 매출을 늘릴 공식 판로가 하나 생겼다는 뜻이다1.
  2. 다음 라운드의 크기와 용도 세 차례 총 4억원은 시드와 오픈이노베이션 연계 성격이 강하다13. 흑자 회사가 받는 다음 라운드가 인력 확대용인지, 제품·해외 확장용인지에 따라 회사의 정체성이 갈린다. 규모와 리드 투자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3. 해외·지방 거점의 실적 2026년 4월 WIS 2026 에서 베트남·인도 IT 기업과 MOU 를 맺었고, 7월 Around X — 마중 최종 선정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접점이 생겼으며, 9월에는 광주광역시 지사를 세웠다1. MOU 와 프로그램 선정이 실제 매출로 바뀐 첫 사례가 나오는지를 본다.
결국 테스티파이는 빨라진 개발이 남긴 검증 빚을 판다.
그 빚을 사람 대신 제품이 갚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