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는 오랫동안 QA 를 "개발이 끝난 뒤에 하는 일"로 다뤄 왔다. 검증 인력은 프로젝트마다 새로 꾸려졌고, 릴리즈 직전 1~2주가 늘 병목이었다. 그런데 AI 코딩 도구가 개발 속도를 3~5배 끌어올리자, 만드는 속도와 확인하는 속도의 격차가 숫자로 드러나기 시작했다1. 그 격차를 사업으로 바꾼 테스티파이가 설립 이듬해인 2025년 매출 31억원을 돌파했고, 외부 투자 없이 흑자 구조를 먼저 만들었다1.
왜 '검증'이었나 — 개발이 빨라질수록 병목은 뒤로 밀린다
AI 코딩의 역설은 이미 수치로 정리돼 있다. 시장조사기관 CAST 보고서는 쌓인 기술 부채를 해소하는 데 610억 근무일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 세계 개발자 2,500만 명이 매달려도 9년이 걸리는 규모다1. 코드 리뷰 서비스 코드래빗의 분석에서는 AI 가 생성한 풀 리퀘스트가 사람이 짠 코드보다 평균 1.7배 많은 이슈를 포함했고, 개발자의 63%는 AI 코드를 디버깅하는 데 직접 짤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답했다. AI 생성 코드의 45%에서는 OWASP 10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1. 만드는 속도는 빨라졌는데, 그 결과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속도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 숫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만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돈은 확인하는 쪽으로 이동한다. 개발 도구 시장이 커질수록 검증 도구 시장은 그 뒤를 따라 커지되, 시차를 두고 커진다. 테스티파이는 2024년 10월 그 시차의 초입에 세워졌다. 네이버와 위메이드에서 QA 팀장·총괄을 지낸 정원영 대표가 창업했고, 10~20년 경력의 QA 실무 인력들이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1. 자동화 툴을 먼저 만든 개발자 팀이 아니라, 검증을 직접 해 온 사람들이 검증을 자동화하겠다고 나선 구성이다.
이 구성이 매출 곡선을 설명한다. 창업 첫해 매출은 8,100만원이었다. 이듬해인 2025년 한 해 매출은 약 31억원으로, 약 3,772% 성장이다1. 성장의 재료는 제품 판매가 아니라 QA 서비스였다. 국내 IT·게임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QA 서비스 매출을 캐시카우로 삼고, 그 현금으로 주력 제품 VeriGEN(베리젠) 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그 결과 창업 2년 차에 외부 투자 없이 흑자 구조를 확립했다1.
투자 이력을 보면 이 순서가 더 분명해진다. 테스티파이가 유치한 외부 자금은 2025년 10월·12월, 2026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총 4억원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시드 투자와 이녹스·경기혁신센터가 운영한 INNOX 오픈이노베이션 5기 투자가 포함된다13. 매출 31억원 옆에 놓인 투자 4억원은, 이 회사가 제품을 투자금이 아니라 매출로 만들어 왔다는 뜻이다. 31억원이 티어를 바꾼 이유는 크기가 아니라 순서에 있다.
전통 QA 와 무엇이 다른가 — 사람이 훑던 것을 AI 가 먼저 훑는다
VeriGEN은 기획서·요구사항 정의서·화면 설계 이미지 같은 비정형 문서를 생성형 AI 가 직접 읽고 해석해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고, 24시간 무중단으로 테스트를 실행한 뒤 결함 리포트까지 만들어내는 노코드 플랫폼이다1. 전통 QA 조직이 프로젝트마다 사람을 다시 투입해 반복하던 공정을, 문서 입력에서 리포트 출력까지 한 줄로 잇는다. 노코드라는 점은 스크립트를 짜는 개발자가 아니라 검증을 담당하는 사람이 곧바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가 밝힌 도입 효과는 다음과 같다1.
| 업무 영역 | 전통 QA 조직 | 테스티파이 · VeriGEN |
|---|---|---|
| 테스트 케이스 설계 | 기획서를 사람이 읽고 수작업으로 작성 | 생성형 AI 가 기획서·설계 이미지를 읽고 설계1 |
| 실행 시간 | 근무 시간 안에서 수동 실행 | 24시간 무중단 자동 실행 · 테스트 속도 80% 단축1 |
| 릴리즈 QA 사이클 | 1~2주 | 1~2일1 |
| 운용 비용 | 프로젝트별 인력 투입, 고정비 구조 | QA 운용 비용 55% 이상 절감1 |
| 판단 구조 | 결함 탐지부터 판정까지 사람이 전담 | AI 가 넓게 훑고 사람이 맥락 판단 · 결함 발견율 30% 향상1 |
표의 마지막 행이 이 회사의 설계 철학이다. AI 가 넓게 훑고, 사람이 맥락을 판단하며, 그 판단이 다시 AI 학습에 반영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구조를 핵심으로 삼는다1. 사람을 빼는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데이터로 바꾸는 자동화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판단을 내릴 사람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 테스티파이는 그 둘을 서비스 사업으로 미리 확보했다. 도구를 먼저 만든 경쟁자가 고객사에서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할 때, 이 회사는 이미 모아 둔 데이터로 도구를 고치고 있는 셈이다.
31억은 어떻게 쌓였나 — 서비스, 데이터, 제품의 순서
- QA 서비스로 현금을 먼저 벌었다 국내 IT·게임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QA 서비스가 매출의 출발점이다. 이 매출이 캐시카우가 돼 창업 2년 차 흑자 구조를 만들었고, 제품 개발비를 투자금 대신 매출로 충당했다1. 대부분의 자동화 스타트업이 제품을 먼저 만들고 고객을 찾는 것과 반대 순서다.
- 프로젝트가 데이터가 됐다 서비스 프로젝트에서 15만 건 이상의 실전 QA 데이터셋이 쌓였다1. 어떤 기획서에서 어떤 결함이 나왔는지가 기록된 데이터로, VeriGEN 이 비정형 문서를 읽고 테스트 케이스를 설계하는 근거가 된다. 회사는 이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결함 발견율이 30% 향상됐다고 밝혔다1.
- 제품이 인증과 무대를 끌어왔다 2025년 10월 벤처기업 인증, 11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TIPS 선정, 같은 달 2025 경기 딥테크 스타트업 FLEX 데모데이 우수상이 이어졌다1. 2026년에는 경기창업공모 G-스타 오디션 예비·초기리그 대상45, AI 바우처 공급기업 선정, 그리고 7월 중소벤처기업부·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운영하는 Around X — 마중 프로그램 최종 선정까지 왔다1.
The Bet — 서비스로 번 회사가 제품으로 버는 회사가 될 수 있는가
테스티파이의 베팅은 순서다. 검증 데이터가 없는 AI QA 툴은 기획서를 읽어도 무엇이 결함인지 모른다. 이 회사는 15만 건의 실전 데이터와 10~20년 경력의 판단자를 서비스 매출로 먼저 확보한 뒤 제품을 얹었다1. 반대로 리스크도 순서에 있다. 31억원 가운데 서비스 매출과 VeriGEN 매출의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력 서비스는 사람 수에 비례해 성장하고, SaaS 는 그렇지 않다. 이 회사가 다음 티어로 가려면 매출의 성격이 바뀌어야 하고, 그 전환 속도가 다음 라운드의 가격을 정한다. 외부 투자 총 4억원으로 여기까지 온 회사가 지금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13.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매출 안의 제품 비중 2025년 31억원 가운데 QA 서비스와 VeriGEN 구독·라이선스 매출이 각각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1. 2026년 실적에서 이 비중이 공개되고 제품 쪽이 커지는지가 SaaS 로서의 첫 시험이다. AI 바우처 공급기업 선정은 제품 매출을 늘릴 공식 판로가 하나 생겼다는 뜻이다1.
- 다음 라운드의 크기와 용도 세 차례 총 4억원은 시드와 오픈이노베이션 연계 성격이 강하다13. 흑자 회사가 받는 다음 라운드가 인력 확대용인지, 제품·해외 확장용인지에 따라 회사의 정체성이 갈린다. 규모와 리드 투자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해외·지방 거점의 실적 2026년 4월 WIS 2026 에서 베트남·인도 IT 기업과 MOU 를 맺었고, 7월 Around X — 마중 최종 선정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접점이 생겼으며, 9월에는 광주광역시 지사를 세웠다1. MOU 와 프로그램 선정이 실제 매출로 바뀐 첫 사례가 나오는지를 본다.
그 빚을 사람 대신 제품이 갚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