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은 제조 현장에서 가장 오래 사람 손에 남아 있던 공정이다. 로봇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지만 경로를 가르치고 코드를 손볼 엔지니어가 없으면 로봇은 서 있는 쇳덩이였고, 그 엔지니어는 숙련공 부족과 고령화로 가장 빨리 사라지는 층이었다1. 알비웨어는 이 공정을 코드 없이 조작하는 협동로봇으로 바꿔 16개국에 250대를 깔았다12. 거기에 스파크랩과 SOSV 가 9억원을 붙였다1.
왜 '용접'이었나 — 가장 사람에 묶인 공정이 가장 먼저 비는 공정이다
용접 로봇 자체는 새롭지 않다. 자동차 차체 라인에는 오래전부터 산업용 로봇이 불꽃을 튀겼다. 문제는 그 바깥이다. 물량이 매번 바뀌는 중소 제조, 블록마다 형상이 다른 조선, 대형 구조물을 다루는 중공업에서는 로봇을 들여놔도 '가르칠 사람'이 병목이 된다. 경로를 다시 짜고 파라미터를 손보는 일은 코드를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의 몫이었고, 제조업계는 바로 그 인력의 부족과 고령화를 오랫동안 호소해 왔다1.
알비웨어가 겨눈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202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별도의 코드 작성 없이 직관적으로 조작하는 용접·그라인딩 협동로봇 RB-MIG 를 공급한다1. 로봇팔에 용접 솔루션 전용 소프트웨어를 얹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용접을 진행하는 구조다1. 로봇을 파는 게 아니라, 로봇을 가르치는 사람을 없애는 것이 제품의 본질이다. 회사는 이재혁 대표와 Can Berk Sansoy 공동대표가 이끈다1.
주목할 것은 이 회사가 기술보다 판로를 먼저 증명했다는 점이다. 국내 본사를 기반으로 미국·네덜란드·튀르키예 등 16개국에 진입했고, 21개 글로벌 시스템 통합사(SI)와 파트너십을 맺어 원스톱 매칭 판로를 확보했다1. 그 결과가 2026년 9월 기준 누적 250대 돌파다12.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250대는 데모 숫자가 아니다.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현장에서 실제로 돌아가고 있는 운영 기록이다. 한국 본사에서 출발해 북미와 유럽, 튀르키예까지 닿은 판로의 폭은 이 회사가 처음부터 국내용 로봇으로 설계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그리고 올해 2월, 이탈리아 대형 조선사 핀칸티에리 그룹과 자율 로봇 그라인딩 PoC 계약을 맺었다1. 중소 제조 현장에서 검증한 협동로봇을 조선·중공업이라는 훨씬 큰 구조물의 세계로 밀어 올린 사건이다. 용접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곳이 조선소다. 블록마다 형상이 다르고 작업 위치가 고정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PoC 의 대상이 '자율 로봇 그라인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이동하는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조선소는 열리지 않는다.
이번 9억원 시드는 그 다음 단계 자금이다. 투자와 함께 SOSV 의 하드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HAX 에 최종 선정됐고, 회사는 북미 진출과 AI 기반 자율 이동형 용접 로봇 RB-AW R&D 에 집중한다고 밝혔다1. 시드 단계에서 일반 VC 가 아니라 글로벌 AC 와 하드테크 전문 AC 두 곳이 붙었다는 점도 읽어야 한다1. 돈보다 프로그램과 네트워크가 함께 들어오는 구조다.
전통 용접 자동화 vs 알비웨어 — 무엇이 다른가
같은 '용접 로봇'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전통 자동화와 알비웨어가 푸는 문제는 다르다. 전자는 반복을 빠르게 하는 문제이고, 후자는 사람이 없는 현장을 돌리는 문제다.
| 영역 | 전통 용접 자동화 | 알비웨어 |
|---|---|---|
| 로봇 조작 | 티칭·코드 작성이 가능한 전담 엔지니어 필요 | 코드 작성 없이 현장 작업자가 직관 조작 · RB-MIG1 |
| 도입 대상 | 대량 반복 생산 라인 중심 | 숙련공 부족·고령화에 놓인 제조 현장, 조선·중공업으로 확장1 |
| 판로 | 로봇 제조사 직판 · 개별 SI 프로젝트 | 21개 글로벌 SI 파트너 원스톱 매칭 · 16개국 진입1 |
| 공정 범위 | 고정 경로 용접, 그라인딩은 별도 공정 | 용접+그라인딩 통합, 자율 이동형 RB-AW R&D 진행1 |
| 수익 모델 | 장비 일괄 판매 | 장비 공급에서 서비스형 자율 용접(AWaaS) 구독으로 전환 예정1 |
표의 오른쪽 열이 말하는 건 한 가지다. 알비웨어는 '더 좋은 용접 로봇'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로봇 도입의 병목이던 사람·판로·수익 모델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회사다. 조작의 병목은 노코드로, 판로의 병목은 SI 매칭으로, 자본 지출의 병목은 구독형 AWaaS 로 옮기려 한다1. 다만 마지막 칸은 아직 계획이다. 구독 가격도, 첫 고객도 공개되지 않았다.
알비웨어의 3단 확장 — 노코드에서 자율로
이 회사의 4년은 세 개의 층으로 읽힌다. 각 층은 다음 층의 발판이다.
- 노코드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 협동로봇에 용접 전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RB-MIG 는 코드 작성 없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용접과 그라인딩을 수행한다1. 로봇 엔지니어를 새로 채용할 여력이 없는 현장이 첫 고객이 됐다. 제조업계의 숙련공 부족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수요가 됐다1. 기술 난도를 낮춘 것이 아니라, 기술을 쓰는 사람의 요건을 낮춘 것이다.
- SI 네트워크로 판로를 복제했다 직접 영업 대신 21개 글로벌 시스템 통합사와 손을 잡아 원스톱 매칭 구조를 만들었다1. 미국·네덜란드·튀르키예 등 16개국 진입과 누적 250대는 그 채널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증거다12.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가장 자주 넘어지는 '해외 판로' 문제를, 이 회사는 파트너 구조로 우회했다. 대신 고객 접점과 마진 일부를 SI 에 넘긴 셈이고, 이 구조가 구독 모델로도 유지되는지는 별도의 질문이다.
- 조선·중공업으로 티어를 올렸다 지난 2월 핀칸티에리 그룹과의 자율 로봇 그라인딩 PoC 는 고객의 크기와 공정의 난도를 동시에 한 단계 끌어올렸다1. 이번 투자와 함께 SOSV 의 하드테크 프로그램 HAX 에 최종 선정되며 북미 진출과 자율 이동형 용접 로봇 RB-AW R&D 에 집중한다1. 그 끝에 놓인 것이 자율 용접 로봇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AWaaS 다1.
The Bet — 스파크랩과 SOSV 는 무엇을 샀나
스파크랩 김유진 대표는 투자 이유를 "현장 작업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노코드 용접 솔루션으로 글로벌 공급 실적을 쌓아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1. 즉 이 베팅은 기술 데모가 아니라 250대의 현장 운영 기록과 21개 SI 채널을 산 것이다12. 자율 용접 로봇 RB-AW 가 완성됐을 때, 그것을 팔 채널과 학습시킬 현장이 이미 열여섯 나라에 깔려 있다는 계산이다. 노코드 협동로봇은 목적지가 아니라, 자율 용접으로 가는 데이터와 판로를 확보하는 수단이었다. SOSV 가 자사 하드테크 프로그램 HAX 로 이 회사를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1. 스파크랩은 기존 제품으로 확보한 현장 경험과 파트너 네트워크 위에서 자율 용접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조선·중공업으로 확대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1. 리스크도 분명하다. 9억원은 자율 이동형 로봇 R&D 와 북미 진출을 동시에 밀기엔 얇은 자금이고, 핀칸티에리 건은 아직 PoC 단계이며, AWaaS 는 "수립 예정"인 모델이다1. 시드 규모의 돈으로 사는 건 확신이 아니라 옵션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핀칸티에리 PoC 의 본계약 전환 지난 2월 체결된 자율 로봇 그라인딩 PoC 가 실제 조선소 공정 도입으로 이어지는지가 첫 시험대다1. 중소 제조에서 검증된 협동로봇이 선체 크기의 구조물에서도 통한다는 증명은 이 회사가 다루는 시장의 자릿수를 바꾼다. 전환 여부와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RB-AW 의 첫 현장 배치 자율 이동형 용접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어느 현장에 먼저 놓이는지를 봐야 한다. HAX 프로그램과 북미 진출이 함께 묶여 있어, 첫 배치가 미국 현장이라면 SOSV 네트워크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신호다1. 배치 시점과 성능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 AWaaS 첫 구독 계약과 가격 구조 장비 판매에서 구독으로의 전환은 매출 인식 방식과 고객 관계를 모두 바꾼다. 서비스형 자율 용접 모델은 현재 "수립 예정" 단계다1. 첫 구독 고객이 누구인지, 월 과금인지 작업량 기준인지가 공개되는 순간, 이 회사는 로봇 제조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재분류된다. 21개 SI 채널이 구독 모델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1.
그 현장이 조선소 크기로 커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