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데이터가 가장 늦게 닿은 산업이었다. 작황은 여전히 사람의 눈과 발로 확인했고, 재배 노하우는 농부의 머릿속에 머물다 농가 인구와 함께 줄어들었다. 그 공백을 위성 영상과 AI 로 메우겠다는 회사가 등장했고, 거기에 우주·딥테크 전문 투자사 노바벤처스의 프리A 가 붙었다14. 금액은 비공개지만, 국내 8,000여 농가·전 세계 20만ha 라는 적용 면적은 이미 숫자로 찍혀 있다1.
왜 '위성'이었나 — 현장에 가지 않고 현장을 보는 방법
농작물 생육 관리는 오랫동안 '현장' 의 일이었다. 생육 상태를 보려면 사람이 밭에 가야 했고, 병충해는 눈에 띈 뒤에야 대응이 시작됐다. 농가 수는 줄고 한 농가가 관리하는 면적은 넓어지는데, 관찰 방식은 그대로였다. 새팜은 이 관찰 자체를 하늘로 올렸다. 2022년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위성 영상을 AI 로 분석해 필지 단위로 작물 생육 상태를 진단하고, 진단에서 멈추지 않고 재배 가이드까지 내놓는다14.
핵심은 데이터의 폭이다. 고해상도·초분광·SAR 등 12개 글로벌 위성 기업의 데이터를 확보해, 5년간 35개 작물·5억 건 이상의 농림위성 데이터를 분석하며 작황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렸다1. 한 종류의 위성, 한 공급사에 묶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광학·초분광·SAR 는 각각 읽어내는 정보가 다르고, 여러 공급사를 묶은 구조라야 '매일 측정' 이라는 약속이 성립한다.
결과 수치는 두 개다. 국내 8,000여 농가, 전 세계 20만ha 에 적용한 결과 재배량이 18% 늘었고, 병충해·이상 징후 탐지율은 95% 를 기록했다1. 현장 방문도, 별도 설비 설치도 없이 위성 영상만으로 생육을 파악하는 구조가 원거리 농지 관리에서 결정적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1. 센서를 심고 드론을 띄우는 방식은 면적이 넓어질수록 비용이 따라 늘지만, 위성은 면적이 넓어져도 관찰 비용의 기울기가 다르다.
레퍼런스는 공공에서 먼저 나왔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연천군과 공동 개발한 '농림위성 영상 AI 분석기술 활용 생산단지 의사결정시스템' 은 0.7m 고해상도 영상으로 생육 상태를 매일 측정하고 이상 징후를 즉시 통보한다. 연천 지역 벼 168개·콩 52개 농가 데이터로 정확도를 높인 이 시스템은 2025년 11월 CES 2026 혁신상을 받았다1. 지자체 실증이 글로벌 수상으로 이어진 뒤, 지역농협 벼 계약농가·풀무원 콩 계약농가, 의성군 마늘·괴산군 콩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14.
전통 작황 관리 vs 새팜 — 무엇이 바뀌는가
| 영역 | 전통 작황 관리 | 새팜 적용 농지 |
|---|---|---|
| 생육 관찰 | 사람이 밭에 가서 육안 확인 | 0.7m 위성 영상으로 매일 측정1 |
| 데이터 단위 | 지역·읍면 단위 통계 | 필지 단위 생육 진단1 |
| 이상 징후 대응 | 증상이 보인 뒤 사후 대응 | 탐지율 95% · 즉시 통보1 |
| 원거리 농지 | 현지 인력·설비 의존 | 설비 없이 러시아·캐나다·미국 농가 관리1 |
| 재배 노하우 | 개인 경험, 세대 간 단절 | 35개 작물·5억 건 데이터 기반 재배 가이드1 |
표에서 가장 무거운 행은 네 번째다. 풀무원 계약농가의 경우 연천에서 제주까지 국내 핵심 주산지는 물론 러시아·캐나다·미국 현지 농가에도 새팜의 솔루션이 적용되고 있다1. 식품 기업이 해외 계약농지를 직접 들여다볼 수단은 그동안 거의 없었다. 위성은 국경과 거리를 관찰 비용에서 지워 버린다. 이 한 줄이 새팜의 B2B 채널을 설명한다.
어떻게 쌓았나 — 데이터, 레퍼런스, 채널의 순서
- 데이터 폭부터 확보 고해상도·초분광·SAR 등 12개 글로벌 위성 기업과 데이터를 묶고, 5년간 35개 작물·5억 건 이상의 농림위성 데이터를 분석했다1. 모델보다 먼저 데이터 공급망을 깔았다는 뜻이다. 작물 수가 35개라는 점도 중요하다. 벼 하나에 특화된 모델이 아니라 작물을 바꿔 가며 같은 파이프라인을 재사용하는 구조다.
- 공공 실증으로 정확도와 신뢰를 동시에 경기도농업기술원·연천군과 공동 개발한 의사결정시스템은 연천 벼 168개·콩 52개 농가 데이터로 정확도를 높였고, 그 결과가 CES 2026 혁신상으로 이어졌다1. 지자체 실증은 데이터를 주고, 수상은 신뢰를 준다. 이후 의성군 마늘·괴산군 콩 등 다른 지자체로 번진 것은 이 레퍼런스의 복제다14.
- 계약농가 채널로 면적을 산다 농가 한 곳씩 영업하는 대신 지역농협 벼 계약농가, 풀무원 콩 계약농가처럼 농가를 묶고 있는 주체를 통해 면적을 확보했다1. 해외도 같은 패턴이다. 인도네시아에 약 2만 5,000ha 규모 서비스를 수출했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현지 농림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90ha 규모 기술실증을 진행 중이다1.
The Bet — 우주 VC 는 왜 농업 회사를 골랐나
노바벤처스는 우주·딥테크 전문 투자사다1. 로켓이나 위성 제조사가 아니라 위성 데이터의 '수요측' 에 돈을 넣었다는 점이 이 딜의 성격을 말해 준다. 박지영 대표는 기후변화와 농가인구 감소로 재배 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어려워진 지금, 위성데이터와 AI 로 재배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팜을 만나면서 우주경제 시대가 이미 삶 속에 들어와 있음을 봤다고 밝혔다1. 시장 쪽 흐름도 같은 방향이다. AI 투자금이 범용 모델에서 산업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3, 2026년 3분기 국내 투자 시장은 로보틱스가 부상하고 바이오헬스 메가딜은 사라진 분기로 집계됐다2. 새팜의 프리A 는 그 분기 안에서 '산업에 꽂힌 AI' 로 분류되는 딜이다.
위성 영상은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35개 작물·5억 건의 농림 데이터와 8,000여 농가·20만ha 의 적용 실적은 되돌려 만들기 어렵다1. 노바벤처스의 베팅은 위성 데이터의 하류 산업 가운데 농업이 가장 넓은 면적에서 가장 빨리 돈이 되는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풀무원처럼 해외 계약농지를 가진 식품 기업, 농가를 묶고 있는 지역농협, 생산단지를 관리하는 지자체가 모두 '면적 단위' 고객이 된다1. 농가 한 곳을 설득하는 사업이 아니라, 농가를 이미 묶어 둔 주체에 위성 눈을 파는 사업이다. 리스크도 분명하다. 투자 금액과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고, 12개 위성사에서 데이터를 사 오는 비용 구조가 면적 확장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우즈베키스탄 90ha 가 계약으로 바뀌는가 현지 농림부와의 업무협약은 아직 기술실증 단계다1. 이 90ha 가 유료 계약으로 전환되는지, 인도네시아 2만 5,000ha 가 다음 수출 물량으로 이어지는지가 해외 매출의 첫 증거가 된다.
- 풀무원 다음의 두 번째 식품 기업 풀무원 계약농가는 국내 주산지와 러시아·캐나다·미국까지 적용된 가장 긴 채널이다1. 같은 구조가 다른 식품·유통 기업에서 복제되는지가 '계약농가 채널' 이 전략인지 단일 사례인지를 가른다.
- 숫자의 공개 이번 라운드는 금액이 비공개다14. 매출, ha 당 단가, 위성 데이터 매입 원가 가운데 무엇이 먼저 공개되는지, 그리고 다음 라운드에서 리드 투자사가 우주 전문 VC 밖으로 넓어지는지를 본다.
그 눈이 우즈베키스탄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값을 받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