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의 가장 오래된 비효율은 의사가 환자 대신 모니터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의사 70%가 AI 차팅 도구를 쓰는 동안, 국내 도구는 받아쓰기 수준에 머물렀고 범용 AI 가 사실과 다른 기록을 만들 위험까지 안고 있었다1. 그 공백에 의사와 환자의 대화만 듣고 진료기록을 완성해 EMR 에 바로 넣는 Neardoc 이 등장했고, 광고 없이 출시 두 달 만에 300곳 이상 병·의원에 들어갔다1. 거기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스트롱벤처스의 Pre-A 가 붙었다 — 금액은 비공개다1.

진료실 대화를 듣는다→완성 차트를 EMR 에 쓴다→입소문으로 300곳→CDSS · Medical OS · 아시아
비공개Pre-A ·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 스트롱벤처스1
300+출시 2개월 · 광고 없이 도입한 병·의원 수1
-70%도입 병원 차트 작성 시간 · 진료 환자 수 1.5배1

왜 '스크라이브'였나 — 미국이 70% 를 지나는 동안 한국은 받아쓰기에 머물렀다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는 진료실에 마이크 하나를 더 놓는 제품이 아니다. 의사와 환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의사가 따로 입력하지 않아도 완성된 진료기록을 만들어 전자의무기록(EMR)에 바로 넣는다1. 진료가 끝나는 순간 기록도 끝나 있다는 것이 이 제품군의 약속이다. 기록이라는 행정 노동을 진료 행위에서 떼어내는 구조이고, 그래서 이 카테고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 AI 로 꼽힌다1.

숫자로 보면 시장은 이미 결론을 낸 상태다. 미국에서는 의사 70%가 AI 차팅 도구를 쓰고 있고, 1위 Abridge 는 약 7조4000억원, 2위 Nabla 는 약 4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1. 시장 규모는 2025년 60억달러에서 2033년 300억달러로 5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1. 미국 진료실에서 스크라이브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기본 장비다.

한국은 달랐다. 완성형 서비스가 없었고, 기존 도구는 단순 받아쓰기에 그쳤다1. 더 큰 문제는 정확도였다. 범용 AI 를 그대로 쓰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할 위험이 있었고1, 진료기록에서 그 위험은 곧 의료 사고의 위험이다. 스튜디오키코는 이 지점을 자체 개발한 의료 AI 엔진 Xynar(자이나)로 넘었다고 설명하며,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수준의 완성형 앰비언트 스크라이브를 상용화했다고 주장한다1.

그러니 '왜 지금'의 답은 단순하다. 카테고리는 미국에서 이미 검증됐고, 한국어 진료실만 비어 있었다. 검증된 수요와 빈 공급 사이의 간극은 스타트업이 가장 좋아하는 지형이고, 니어닥은 그 간극에 가장 먼저 완성형 제품을 들고 들어갔다. 투자사들이 산 것은 기술의 참신함이 아니라 이 타이밍이다.

받아쓰기와 스크라이브는 다른 제품이다 — 전통 진료실 vs 니어닥 진료실

국내에 '음성으로 차트를 쓴다'는 도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들은 말을 글자로 바꾸는 데서 멈췄고1, 의사는 그 글자를 다시 읽고 고치고 EMR 에 옮겨야 했다. 니어닥이 바꾼 것은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아니라 의사의 손이 차트에 닿는 횟수 자체다. 전통 진료실과 니어닥 도입 진료실을 다섯 영역에서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영역전통 진료실 · 받아쓰기형 도구니어닥 도입 진료실
기록 작성 주체의사가 진료 중·후 직접 타이핑하거나 받아쓰기 결과를 수정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별도 입력 없이 완성 기록 자동 생성1
EMR 반영별도 화면에서 복사·편집해 옮김생성된 진료기록을 EMR 에 바로 입력1
AI 엔진범용 AI · 사실과 다른 정보 생성 위험1자체 개발 의료 특화 엔진 Xynar1
차트 작성 시간진료 시간의 일부를 차팅에 소모70% 단축1
진료 처리량 · 만족도차팅 부담이 환자 수의 상한을 결정진료 환자 수 1.5배 · NPS 상승1

표의 마지막 두 줄이 이 회사의 비즈니스 논리다. 차팅 시간이 줄면 같은 진료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고, 그 증가분이 곧 병원의 매출이다. 도구 비용이 아니라 진료 처리량으로 계산되는 투자 회수는 병원장이 가장 빨리 결재하는 종류의 것이다.

광고 없이 300곳 — 확산은 세 단계로 일어났다

스튜디오키코가 공개한 성과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것은 숫자 자체보다 경로다. 300곳은 영업 조직이나 광고 집행이 아니라 의사들의 입소문으로 만들어졌다1. 의료기기와 병원 소프트웨어가 전통적으로 긴 영업 사이클을 거쳐 팔리는 영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경로는 제품이 스스로 팔렸다는 뜻이다. 그 경로를 복기하면 세 단계가 보인다.

  1. 워크플로를 바꾸지 않고 들어간다 니어닥은 진료실에서 오가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별도 입력 없이 기록을 만든다1. 의사가 새 도구를 배우거나 진료 순서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도입의 마찰이 사실상 '켜 두는 것'으로 줄어든다.
  2. EMR 에 직접 쓰면서 자리를 잡는다 생성된 기록은 EMR 에 바로 입력된다1. 받아쓰기 도구처럼 결과물을 옮기는 단계가 없으니, 도입한 순간부터 기록의 원본이 니어닥을 거치게 된다. 떼어내기 어려운 위치다.
  3. 의사가 의사를 부른다 도입 병원에서 차트 작성 시간이 70% 줄고 진료 환자 수가 1.5배 늘었으며 환자 만족도(NPS)도 올랐다1. 이 세 숫자가 동료 의사에게 전해지는 데는 광고가 필요 없었고, 결과가 출시 2개월 300곳 이상이다1.
"의사가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진료실을 만들고, 어디서나 최상위 진료가 가능한 미래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1— 김세훈, 스튜디오키코 대표

The Bet — 세 투자사가 산 것은 엔진이 아니라 진료실 안의 '자리'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조유진 팀장은 투자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검증된 창업팀, 자체 AI 엔진, 그리고 광고 없이 300개 병원을 확보한 초기 성과다1. 셋 중 투자사가 가장 비싸게 산 것은 마지막일 것이다. 엔진은 시간과 돈으로 따라잡을 수 있지만, 진료기록이 매일 통과하는 자리는 한 번 잡히면 교체 비용이 크다.

The Bet

베팅의 핵심은 스크라이브는 입구이고 목적지는 진료실의 운영체제라는 것이다. 스튜디오키코는 이번 투자금을 인재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에 쓰고, 니어닥을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과 '의료 자율 운영체제(Medical OS)'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1. 기록을 쓰는 AI 가 기록을 읽고 판단을 돕는 AI 로 바뀌는 순간, 300곳의 진료실은 고객이 아니라 데이터와 워크플로가 흐르는 플랫폼이 된다. 그리고 한국어라는 비영어권 시장에서 이것이 작동한다면, 2027년 비영어권 아시아 진출1은 같은 각본을 다른 언어로 다시 쓰는 일이 된다. 세 투자사는 한국 진료실을 아시아 전체의 파일럿으로 산 셈이다.

물론 비공개 금액의 Pre-A 는 이 서사의 크기에 비해 작은 체크다. 같은 분기 국내 투자 시장에서는 바이오헬스 메가딜이 사라졌다는 집계가 나왔고2, 의료 AI 가 큰 돈을 끌어오려면 초기 성과 이상의 증거가 필요하다. 니어닥의 300곳이 유료 고객인지, 몇 곳이 남아 있는지, 정확도는 어떤 기준으로 검증됐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베팅의 다음 라운드 가격은 그 공백이 얼마나 빨리 채워지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300곳 다음 숫자와 그 질 출시 2개월 300곳은 속도의 증거다1. 다음은 이 속도가 광고 없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도입 병원이 몇 달 뒤에도 남아 있는지다. 유료 전환율과 리텐션은 공개되지 않았고, 다음 라운드에서 투자사들이 가장 먼저 요구할 숫자다.
  2. Xynar 의 정확도 공개 회사는 범용 AI 의 오류 위험을 자체 엔진으로 넘었다고 설명했다1. 다만 어떤 기준으로, 어떤 진료과에서, 어느 정도의 정확도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진료기록은 법적 문서다. 제3자 검증이나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이 회사의 티어가 바뀐다.
  3. CDSS 의 첫 기능과 아시아의 첫 나라 로드맵은 CDSS 와 Medical OS, 그리고 2027년 비영어권 아시아 진출이다1. 기록 생성 다음에 어떤 판단 지원 기능이 먼저 나오는지, 어떤 언어권을 첫 시장으로 고르는지가 '스크라이브 회사'와 '의료 OS 회사'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결국 스튜디오키코는 의사의 '귀'가 아니라 진료실 안의 '자리'를 판다.
그 자리가 한국어 밖으로 나가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