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의 마지막 병목은 진단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의사는 환자를 보면서 동시에 모니터를 보고, 진료가 끝난 뒤에도 차트를 마저 채운다. 그 사이에 의사·환자 대화를 듣고 SOAP 차트를 써서 EMR 에 넣어 주는 니어닥(Neardoc) 이 등장했고, 출시 2개월 만에 300곳 넘는 병·의원이 받아들였다1. 거기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스트롱벤처스 세 곳의 프리시리즈A 가 붙었다. 금액은 비공개다1.

진료실 대화 → 실시간 SOAP 차트 → EMR 자동 입력 → 2개월 300곳
3곳 프리시리즈A 참여 투자사 · 금액 비공개1
300+ 출시 2개월 만에 도입한 병·의원 수1
70% 미국 의사의 AI 차팅 도구 사용률 · 회사 제시 시장 맥락1

왜 '차팅'이었나 — 가장 지루한 업무가 가장 빠른 카테고리였다

의료 AI 라고 하면 영상 판독이나 신약 후보 물질부터 떠올리기 쉽다. 스튜디오키코가 고른 자리는 그보다 훨씬 평범한 곳, 진료기록이다. 니어닥은 진료실에서 오가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별도 입력 없이 완성된 진료기록(SOAP 차트)을 자동 생성해 전자의무기록(EMR)에 바로 입력한다1. SOAP 는 주관적 호소·객관적 소견·평가·계획으로 기록을 나누는 형식이고, 의사가 매 진료마다 채워야 하는 틀이다. 니어닥은 이 틀을 입력하기 좋게 다듬는 게 아니라 입력이라는 행위 자체를 진료실에서 지우는 쪽으로 설계됐다.

회사는 이 영역을 '임상 특화 앰비언트 AI 스크라이브(Ambient AI Scribe)' 로 규정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료 AI 카테고리라고 설명한다1. 근거로 든 숫자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의사 70% 가 AI 차팅 도구를 쓰고 있다는 것이 회사가 제시한 시장 맥락이다1. 다만 이 수치는 회사 발표에 실린 해외 맥락이고, 국내 침투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진료실이 미국 곡선을 따라갈지는 아직 가설이며, 회사는 그 가설을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쪽에 서 있다.

가설을 밀어 올린 건 속도다. 니어닥은 출시 2개월 만에 300곳 이상의 병·의원에 도입됐다1. 병·의원 소프트웨어는 원장 한 사람이 결정권자인 경우가 많아 도입 결정이 빠르지만, 그만큼 "써 보니 번거롭다" 는 이탈도 빠르다. 2개월 300곳은 최소한 첫 번째 관문, 즉 '설명 없이도 켜 본다' 는 관문은 통과했다는 뜻이다. 도입처의 구성(개원가·중소병원 비율)과 유료 전환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타이밍도 읽을 거리가 있다. 2026년 3분기 국내 투자 시장은 로보틱스로 자금이 쏠리고 바이오헬스 메가딜은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왔다2. 바로 그 분기 첫 주에 이 딜이 공개됐다. 임상시험 데이터로 설득하는 바이오가 아니라, 도입 수로 설득하는 소프트웨어다. 바이오헬스에 큰돈이 비어 있는 분기에,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는 도입 수로 돈을 끌어왔다. 세 투자사가 금액을 비공개로 둔 채 이름만 올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1.

전통 진료실 vs 니어닥 진료실 — 무엇이 사라지나

니어닥이 바꾸는 건 진단 로직이 아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쓰는 시간' 과 '옮겨 적는 시간' 두 가지다. 아래 표는 회사가 공개한 서비스 설명을 기준으로 전통 진료실과 니어닥 도입 진료실을 나란히 둔 것이다1.

영역전통 진료실니어닥 도입 진료실
기록 시점진료 중 틈틈이, 또는 진료 후 몰아서진료 중 실시간 자동 생성1
입력 주체의사 본인의 타이핑·수기AI 스크라이브 · 별도 입력 없음1
기록 형식의사마다 제각각인 메모완성된 SOAP 차트로 표준화1
EMR 반영기록을 다시 EMR 에 옮겨 적음생성 즉시 EMR 에 바로 입력1
의사의 시선모니터와 환자 사이를 오감환자에게 집중1

표의 마지막 두 행이 핵심이다. 대화를 요약해 주는 도구는 이미 많지만, 요약을 복사해 EMR 에 붙여 넣는 순간 의사는 다시 키보드로 돌아간다. 니어닥은 생성한 기록을 EMR 에 '바로 입력' 하는 데까지를 제품 범위로 잡았다1. 어느 EMR 과 어떤 방식으로 연동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이 부분이 뒤에서 다룰 리스크이자 해자다.

2개월 300곳은 어디서 왔나 — 도입 장벽을 세 번 낮췄다

B2B 소프트웨어에서 2개월은 보통 첫 고객사와 계약서가 오가는 시간이다. 그 기간에 300곳이 들어왔다는 건1 영업 조직이 밀어 넣은 숫자라기보다, 제품이 스스로 설명을 마쳤다는 쪽에 가깝다. 회사가 공개한 정보로 재구성하면 도입 장벽은 세 군데에서 낮아졌다.

  1. 입력을 없앴다 새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비용은 라이선스가 아니라 학습이다. 니어닥은 의사가 배워야 할 화면을 두지 않고, 대화만으로 완성된 SOAP 차트를 만든다1. 원장 입장에서 '한번 해 보는 것' 의 비용이 거의 없다.
  2. EMR 안으로 들어갔다 기존 시스템을 바꾸라고 하지 않는다. 생성된 기록을 쓰던 EMR 에 바로 넣는다1. 교체 비용이 없으니 도입 결정이 '전환' 이 아니라 '추가' 가 된다. 병·의원이 가장 싫어하는 일, 즉 차트 시스템을 갈아엎는 일을 요구하지 않는다.
  3. 돈을 사람과 제품에 묶었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인재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에 쓰겠다고 밝혔다1. 마케팅이나 영업 확장이 아니라 제품 쪽이다. 2개월 300곳이 영업 없이 나온 숫자라는 걸 회사 스스로 믿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의사는 차트 작성 부담 없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다." — 스튜디오키코, 니어닥 공식 포지셔닝1

The Bet — 세 투자사는 무엇을 샀나

The Bet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스트롱벤처스가 산 건 음성인식 모델이 아니라 도입 속도다1. 앰비언트 스크라이브의 기술 장벽은 범용 음성인식과 언어모델이 좋아질수록 낮아진다. 그래서 이 카테고리의 승부는 '누가 더 잘 받아쓰느냐' 가 아니라 누가 먼저 EMR 안에 들어가 진료기록의 포맷을 쥐느냐로 옮겨 간다. 2개월 300곳1은 그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세 투자사의 베팅은 이 자리가 유지율로 굳어질 것이라는 쪽이다. 금액이 비공개라 베팅의 크기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곳이 아니라 세 곳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한 투자사의 확신보다는 분산된 검증에 가깝다.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EMR 연동은 해자이면서 동시에 종속이다. 국내 EMR 은 벤더가 여럿이고, 연동 범위가 곧 니어닥이 닿을 수 있는 시장의 크기다. 어느 EMR 과 붙어 있는지, 연동 방식이 공식 인터페이스인지 아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의사 70% 가 AI 차팅을 쓴다는 맥락1이 한국에서 재현되려면, 이 연동 범위가 먼저 넓어져야 한다. 그리고 진료실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는 서비스인 만큼, 녹취·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설명을 회사가 어떻게 내놓느냐도 도입 수와 별개로 지켜봐야 할 축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도입 수의 기울기, 그리고 유지율 2개월 300곳1 다음 숫자가 무엇인지다. 신규 도입 수보다 중요한 건 300곳 중 몇 곳이 석 달 뒤에도 켜 두고 있느냐다. 회사가 유지율이나 유료 전환율을 공개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자신감의 신호다. 반대로 도입 수만 계속 갱신된다면, 켜 본 곳과 쓰는 곳의 차이를 의심해야 한다.
  2. EMR 연동 범위 현재 연동 대상 EMR 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요 EMR 벤더와의 공식 연동이 발표되는지, 아니면 병·의원 단위로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 이어지는지에 따라 확장 속도가 갈린다. 연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추가' 로 들어가는 도입 경로가 그대로 유지된다.
  3. 시리즈A 의 금액과 리드 이번 프리시리즈A 는 금액 비공개다1. 다음 라운드에서 금액과 리드 투자사가 공개되는 순간이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시장이 처음 읽는 시점이다. 인재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1에 쓴 돈이 어떤 제품 변화로 돌아왔는지도 그때 같이 드러난다.
결국 스튜디오키코는 의사의 '쓰는 시간' 을 판다.
그 시간이 몇 곳의 EMR 안에 쌓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