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3D 프린팅은 오랫동안 분말의 세계였다.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방식이 표준처럼 자리 잡았지만, 생산성과 소재 활용 효율, 비용이 늘 발목을 잡았고 핵심 장비의 국산화는 과제로 남아 있었다1. 그런데 분말 대신 금속 와이어를 레이저로 용융해 시간당 3~5kg을 쌓는 국산 레이저 헤드가 등장했고, 그 헤드를 얹은 대형 프린터는 이미 적층제조 서비스로 돌아가고 있다1. 거기에 MYSC와 뉴스페이스펀드 운용사 하랑기술투자의 Pre-A 가 붙었다1.

와이어 레이저 헤드 국산화 → 대형 프린터·적층 서비스 → 우주 부품 자체 실증 → 조선·항공우주·방산 공급망
Pre-A MYSC · 하랑기술투자(뉴스페이스펀드 운용사) · 금액 비공개1
6kW 자체 개발 WLAM 레이저 헤드 '메두사' 최대 출력1
3~5kg/h 메두사 기준 시간당 적층 생산성 · 분말 방식 대비 우위 주장1

왜 '와이어'였나 — 분말이 병목이던 자리에 소재를 바꿔 끼웠다

금속 적층제조(AM)가 차세대 제조 혁신의 핵심으로 떠오른다는 말은 새롭지 않다1. 문제는 늘 경제성이었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기존 분말(Powder) 방식은 생산성과 소재 활용 효율에서 한계를 안고 있었고, 그만큼 비용 부담이 따라붙었다1. 브이에프스페이스는 이 병목을 공정 파라미터를 조금씩 손보는 방식이 아니라, 소재의 형태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풀었다. 금속 와이어를 레이저로 용융·적층하는 WLAM(Wire Laser Additive Manufacturing)이다1. 분말 대신 와이어를 쓰면 소재 자체의 활용 효율이 달라지고, 그 차이가 생산성과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회사의 논리다1.

소재를 바꾸면 헤드를 새로 설계해야 하고, 헤드를 새로 설계하면 장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브이에프스페이스는 그 순서를 그대로 밟았다. 회사가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것은 자체 개발한 WLAM 레이저 헤드 메두사(Medusa)다1. 차별화된 광학 설계를 적용해 최대 6kW급 레이저 출력과 시간당 3~5kg 수준의 적층 생산성을 구현했다1.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 헤드가 사 온 부품이 아니라 자체 설계라는 점이다. 국산화라는 단어가 구호가 아니라 부품 단위에서 시작된다는 뜻이고, 조선·항공우주·방산 같은 전략 산업의 핵심 장비를 국산화하겠다는 회사의 선언은 여기서 출발한다1.

이 헤드를 탑재한 대형 금속 3D 프린터 가이아(GAIA) I은 개발을 마치고 현재 적층제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1. 장비 판매에 앞서 서비스로 먼저 시장에 닿는 구조다. 그리고 2026년 하반기에는 소형 장비 가이아 N과 메두사 헤드 자체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1. 헤드 단품까지 제품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장비 회사이면서 동시에 핵심 부품 공급사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대형은 서비스로 돌리고, 소형과 헤드는 팔고, 그 사이에서 레퍼런스를 쌓는다. 서비스에서 제품으로 넘어가는 이 전환 직전에 라운드가 열렸다.

투자자 구성이 이 서사를 뒷받침한다. MYSC 와 함께 들어온 하랑기술투자는 뉴스페이스펀드 운용사다1. 금속 3D 프린터 회사에 우주 펀드가 붙었다는 것은, 이 회사를 단순한 제조 장비 회사가 아니라 조선·항공우주·방산 공급망의 한 조각으로 읽었다는 뜻이다1. 투자 금액과 밸류에이션은 공개되지 않았다1.

분말 vs 와이어 — 다섯 줄로 보는 차이

영역기존 분말 기반 금속 3D 프린팅브이에프스페이스 WLAM
소재 형태금속 분말(Powder)금속 와이어를 레이저로 용융·적층1
적층 생산성회사 비교 기준으로 WLAM 대비 낮음시간당 3~5kg (메두사 기준)1
소재 활용·비용소재 활용 효율과 비용 부담이 과제소재 활용 효율 향상 · 비용 부담 절감 주장1
핵심 부품(레이저 헤드)국산 장비·부품 확보가 과제자체 개발 메두사 · 최대 6kW급 출력1
레퍼런스 확보 방식고객 납품 실적에 의존자사 우주 부품(플라즈마 추력기·킬스위치)으로 직접 실증 · 누리호 5차 검증 예정1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마지막 줄이다. 장비 회사는 보통 고객이 써 줘야 레퍼런스가 생긴다. 브이에프스페이스는 자기 장비로 자기 우주 부품을 만들어 발사체에 올리는 방식으로 그 순서를 뒤집었다1. 조선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실증 성과를 확보하고 있다는 회사의 표현은 이 구조를 가리킨다1.

헤드에서 발사대까지 — 세 층으로 쌓은 사업

  1. 헤드를 먼저 만들었다 회사가 핵심 기술로 꼽는 것은 자체 개발한 WLAM 레이저 헤드 메두사다1. 차별화된 광학 설계로 최대 6kW급 출력과 시간당 3~5kg 적층 생산성을 확보했다1. 장비가 아니라 헤드를 핵심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이 회사가 어디에 진입장벽을 두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하반기 메두사 단품 정식 출시는 이 헤드를 독립 제품으로 세우는 수순이다1.
  2. 장비와 서비스로 넓혔다 메두사를 얹은 대형 프린터 가이아 I은 현재 적층제조 서비스에 투입돼 있다1. 2026년 하반기에는 소형 장비 가이아 N과 메두사 헤드를 정식 출시한다1. 대형은 서비스로 가동해 실적을 만들고, 소형과 헤드는 제품으로 파는 이중 구조다. 소형 장비가 나오면 고객이 장비를 직접 들이는 단계로 넘어가고, 서비스 매출과는 다른 성격의 매출이 열린다.
  3. 우주로 증명한다 플라즈마 추력기 제작과 시험을 완료했고, 위성 구조부품 킬스위치는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한 우주 환경 검증을 앞두고 있다1.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로켓 연료·엔진 기술을 적용한 사운딩 로켓 히페리온 주니어(Hyperion Junior)는 기술 검증과 미세중력 실험 플랫폼 사업으로 이어진다1.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와 협력해 우주 시스템 관련 시설 이전과 시험·발사 기반 구축도 추진 중이다1. 장비 회사가 발사대까지 손을 뻗는 셈이다.
"조선과 항공우주, 방산 등 전략 산업의 핵심 장비를 국산화해 국내 첨단 제조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 브이에프스페이스 공식 포지셔닝, MYSC 투자 발표 기준1

The Bet — 우주 펀드가 금속 프린터 회사를 산 이유

The Bet

하랑기술투자가 뉴스페이스펀드 운용사라는 사실이 이 라운드의 해석 키다1. 우주 펀드가 산 것은 프린터가 아니라 위치다. 브이에프스페이스는 금속 3D 프린팅 장비를 만드는 동시에, 그 적층 기술의 실증으로 플라즈마 추력기와 위성 구조부품 킬스위치를 직접 제작해 누리호 5차 발사에 올린다1. 장비 회사가 스스로 첫 고객이자 첫 레퍼런스가 되는 구조다. 여기에 사운딩 로켓 히페리온 주니어와 고흥 클러스터 시설 이전까지 얹으면, 이 회사는 우주 공급망에서 부품·장비·시험 인프라 세 층에 동시에 걸린다1. 같은 헤드가 조선과 방산에도 닿는다면, 투자자가 산 것은 6kW 헤드 하나로 세 전략 산업의 입구를 여는 자리다1. 다만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Pre-A 라는 점은 이 베팅이 상용화 직전의 초기 단계라는 뜻이기도 하다1. 헤드와 소형 장비가 하반기에 실제로 출하되고, 킬스위치가 우주 환경을 통과해야 이 위치는 가격이 붙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가이아 N·메두사 정식 출시 2026년 하반기로 예고된 소형 장비와 헤드 단품 출시가 실제 출하와 외부 고객 도입으로 이어지는지가 첫 관문이다1. 헤드 단품이 팔린다면 다른 장비사의 공급망에 들어간다는 뜻이고, 이는 자체 적층제조 서비스와는 다른 차원의 신호다. 출시 시점과 첫 고객사 공개 여부를 봐야 한다.
  2. 누리호 5차 킬스위치 검증 결과 위성 구조부품 킬스위치의 우주 환경 검증은 이 회사 적층 부품이 실제 발사 환경을 통과했다는 첫 공개 레퍼런스가 된다1. 통과 여부뿐 아니라 그 결과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하는지가 조선·방산 쪽 고객을 설득하는 재료가 된다.
  3. 고흥 클러스터 이전과 우주 밖 고객 전남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로의 시설 이전과 시험·발사 기반 구축이 실제 일정으로 잡히는지1, 그리고 우주 외에 조선·방산 쪽 실증 고객이 이름을 걸고 등장하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재료다. 회사가 내건 세 산업 가운데 우주 이외의 실적은 아직 공개된 바가 없다1.
결국 브이에프스페이스는 '분말 대신 와이어'라는 소재 선택 하나를 헤드·장비·서비스·우주 실증까지 밀어붙인 회사다.
그 와이어가 조선소와 발사대에 동시에 닿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