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주방 브랜드는 오랫동안 ‘사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바로 그 순간에 닿을 방법이 없었다. 소비자가 SNS 요리 영상을 보다가 “이건 해먹어야지” 하고 결심할 때 먹을 것과 살 것이 동시에 정해지는데도, 브랜드 예산은 그보다 한참 뒤의 지면에 떨어졌다1. 그 순간을 AI 레시피로 붙잡아 유료 광고 한 번 없이 MAU 를 47배 키운 팀이 해먹으리(Hemogry) 운영사 비비바바다1. 이 회사가 레시피 위에 리테일 미디어 지면을 깔겠다며 시드 2억원을 2026년 4분기까지 모으겠다고 나섰고, 투자자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1.

요리 영상 → AI 레시피 변환 → 장보기 목록 → 브랜드 광고 지면
2억 시드 유치 목표 금액 · 2026년 4분기 목표, 투자자 미공개1
47배 유료 광고 0원 · MAU 2,742명 → 13만명, 출시 후 1년1
2명 공동대표 외 직원 0명 · 삼성전자 출신 + 약사 출신1

왜 ‘레시피’였나 — 구매 의도가 가장 선명한 지면이 비어 있었다

브랜드 광고비는 점점 더 “구매에 가까운” 지면을 찾아 이동하고 있고, 그 흐름을 타고 커진 시장이 리테일 미디어다1. 쇼핑 플랫폼이 자기 검색 결과와 상품 목록을 광고 지면으로 파는 구조다. 광고가 곧 매출로 이어지니 브랜드는 성과를 셈하기 쉽고, 그만큼 예산은 계속 이쪽으로 몰린다. 그런데 이 지면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미 ‘사러 온 사람’만 잡는다는 점이다. 무엇을 살지가 실제로 결정되는 순간은 그보다 앞, 요리 영상을 보며 “이건 해먹어야지” 하는 순간에 있다1. 마케터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고객이 바로 이 순간의 고객인데, 정작 식품·주방 브랜드에게는 이 순간에 닿을 방법이 없었다1.

해먹으리는 바로 그 순간에 서 있는 앱이다. 유튜브·인스타그램 요리 영상을 넣으면 AI 가 재료·단계·타이머로 구성된 레시피로 변환하고, 재료는 곧바로 장보기 목록으로 이어진다1. 영상을 보는 순간의 ‘먹고 싶다’가 앱 안에서 ‘사야 할 목록’으로 바뀌는 셈이다. 요리하는 사람은 재료를 사야 하고, 그 재료의 브랜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빈칸이 광고 지면이 된다. 마케터가 가장 갖고 싶어 하던 결정적 순간이, 이 앱에서는 매일 재료 단위의 데이터로 쌓인다1.

1년 전의 비비바바는 이 그림까지 가지 않았다. 2025년 8월 웹서비스로 출시해 첫 달 약 2,742명이 이용했고, 당시엔 영상을 레시피로 바꾸는 변환 자체에 집중했다1. 1년 뒤 iOS·Android 앱을 냈고, MAU 는 13만명으로 47배가 됐다. 그 사이 유료 광고 집행은 한 번도 없었다1. 이 수치에서 봐야 할 것은 배수가 아니라 조건이다. 광고 없이 커졌다는 것은 수요가 검색과 공유로 자생한다는 뜻이고, 그 수요의 정체는 ‘오늘 해먹을 것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컨슈머 앱 기준으로 13만은 큰 숫자가 아니지만, 획득 비용이 0원인 13만은 다른 숫자다.

그래서 사업이 재정의됐다. 레시피에서 장보기로, 장보기에서 브랜드 광고로1. 앱은 트래픽을 모으는 수단이고, 파는 것은 브랜드가 “적절한 맥락 속에서 자사 제품을 노출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지면이다1. 시드 2억원은 이 전환에 드는 비용이다. 회사는 경기콘텐츠진흥원·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의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 선정 기업으로 이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13.

같은 광고 예산, 다른 착지점 — 전통 식품 마케팅 vs 해먹으리

차이는 광고가 ‘언제’ 사용자를 만나느냐에 있다. 전통 식품·주방 브랜드 광고는 구매 결정과 무관한 시점에 노출되고, 커머스 리테일 미디어는 결정이 끝난 뒤에 노출된다. 해먹으리가 노리는 자리는 그 둘 사이, 결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1.

영역전통 식품·주방 브랜드 광고해먹으리 리테일 미디어
노출 시점TV·SNS 피드, 구매 결정과 무관한 순간요리 영상을 보고 ‘해먹어야지’ 결심하는 순간
구매 의도 신호인구통계·관심사 추정레시피 재료가 곧 장보기 목록, 의도가 명시적
광고와 구매의 거리클릭 후 커머스로 이탈, 흐름 단절레시피 → 장보기 → 구매가 한 흐름
트래픽 획득 비용유료 매체 의존, 예산이 끊기면 정체유료 광고 0원으로 MAU 47배1
브랜드에 파는 것도달·노출 수맥락 안 노출 + 구매 연결

표의 다섯 번째 행이 이 회사의 매출 모델이다. 노출 수를 파는 앱은 많지만, ‘무엇을 사려는지’가 재료 단위로 드러난 사용자에게 브랜드를 붙이는 지면은 드물다. 다만 이 지면이 실제로 얼마에 팔리는지, 첫 브랜드 계약이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47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 세 번의 방향 전환

  1. 영상을 레시피로 번역했다 출발점은 웹서비스였다. 유튜브·인스타그램 요리 영상을 AI 가 재료·단계·타이머로 정리된 레시피로 바꿔 주는 기능 하나에 집중했고, 2025년 8월 출시 첫 달 약 2,742명이 썼다1. 영상은 보기 좋지만 따라 하기 불편하다는 오래된 불만을 정면으로 푼 셈이다. 이 단계에서 확보한 것은 사용자 수보다 ‘어떤 영상이 실제로 해먹기로 이어지는가’라는 데이터였다.
  2. 웹에서 앱으로 옮겼다 요리는 주방에서 손에 폰을 들고 하는 일이다. iOS·Android 앱 출시로 타이머와 장보기 목록이 실제 사용 맥락에 붙었고, 이 1년 동안 유료 광고 없이 MAU 가 13만명에 이르렀다1. 획득 비용 0원이라는 조건은 시드 단계 컨슈머 앱에서 흔치 않다. 다만 리텐션이나 앱·웹 비중 같은 세부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3. 레시피를 지면으로 재정의했다 레시피에서 장보기로, 장보기에서 브랜드 광고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1. 경기콘텐츠진흥원·판교경기문화창조허브의 투자유치 밸류업 패키지에 선정돼 두 번째 판교허브 인터뷰에 나섰고13, 그 자리에서 시드 2억원·2026년 4분기라는 목표를 공개했다1. 공동대표 박소윤(삼성전자 출신)·김정도(약사 출신) 두 사람 외에 직원은 없다1.
“요리 영상을 보다가 ‘이건 해먹어야지’ 하고 마음먹는 순간, 사람은 무엇을 해 먹을지와 무엇을 살지를 동시에 정한다. 해먹으리는 그 순간 위에 브랜드의 자리를 만든다.” — 해먹으리 공식 포지셔닝 요약, 판교허브 밸류업 인터뷰 기준1

The Bet — 13만명의 ‘해먹어야지’가 광고 지면이 될 수 있는가

The Bet

이 베팅은 두 가정 위에 서 있다. 첫째, 유료 광고 없이 모인 13만 MAU가 ‘구매 직전 의도’를 가진 사용자라는 가정이다1. 이건 앱 구조가 증명한다. 레시피의 재료가 곧 장보기 목록이기 때문이다1. 둘째, 그 의도 위에 만든 지면을 식품·주방 브랜드가 커머스 플랫폼의 리테일 미디어 대신, 혹은 그와 함께 살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브랜드 광고 매출도, 집행 사례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동대표 2명 외 직원이 없는 팀이 광고 영업과 제품 개발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느냐도 열려 있다1. 시드 2억원은 이 두 번째 가정을 검증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투자자는 검증 결과가 아니라 검증할 권리를 사는 셈이다1. 투자자가 사는 것은 레시피 앱이 아니라, 광고 한 푼 없이 스스로 커진 구매 의도 데이터의 ‘값’이다. 브랜드 예산이 이미 리테일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는 시장이라면1, 그 값이 0 은 아니다. 얼마인지는 앞으로 12개월이 답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시드 클로징과 투자자 구성 2026년 4분기 목표인 2억원이 실제로 마감되는지, 누가 리드하는지1. 투자자 구성은 이 회사가 ‘컨슈머 앱’으로 평가받는지 ‘애드테크·리테일 미디어’로 평가받는지 알려 주는 첫 신호다. 목표가 확정 투자로 바뀌기 전까지 47배는 데이터일 뿐 밸류에이션이 아니다.
  2. 첫 브랜드 캠페인, 그리고 재집행 첫 유료 브랜드 캠페인이 언제 나오는지, 그 브랜드가 두 번째 캠페인을 집행하는지. 현재 공개된 자료에 광고 매출 수치는 없다1. 리테일 미디어는 첫 계약보다 두 번째 계약이 증명이다. 재집행이 없으면 ‘맥락 안 노출’은 구호로 남는다.
  3. 광고비 0원 곡선의 지속 13만 MAU 이후에도 유료 획득 없이 성장하는지, 앱 전환 이후 리텐션이 유지되는지1. 유료 광고를 시작하는 순간 ‘47배’의 서사는 달라지고, 브랜드에 파는 지면의 단가 논리도 달라진다.
결국 비비바바는 레시피가 아니라 “해먹어야지” 하는 순간을 판다.
그 순간의 값을 어느 브랜드가 처음 치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