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혈액검사 결과는 피를 뽑고 통상 120분이 지나야 돌아온다. 검체를 채취하고 옮기고 분석하는 그 시간 동안 치료 골든타임은 흘러간다. 그 120분을 심전도 10초로 대체하겠다는 회사, 웨이비나가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손에서 나왔다. 거기에 서울대학교기술지주가 2억원을 넣었고, 동시에 정부는 TIPS 명단에 이 이름을 올렸다13.

400만 건 심전도-혈액 매칭 DB → 핵심 9종 AUROC 0.9 → 투석실 실시간 경보 · 식약처 → 웨어러블 · CGM · 반려동물
2억원 시드 라운드 · 서울대학교기술지주, TIPS 동시 선정
400만+ 심전도-혈액 일대일 매칭 데이터 · 서울대병원 계열 3개 기관
0.89~0.92 고칼륨혈증·신기능·빈혈·심부전 등 핵심 9종 예측 AUROC

왜 '심전도'였나 — 피 대신 파형을 읽는다

혈액검사의 병목은 정확도가 아니라 시간이다. 기존 임상 현장에서 검체 채취와 이송, 분석에는 통상 120분이 걸리고, 그 사이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1. 검사 장비를 더 빠르게 만드는 시도는 오래 있었지만, 검체를 뽑아 검사실로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웨이비나가 겨냥한 지점은 장비가 아니라 이 구조다.

웨이비나의 접근은 검사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건너뛰는 것이다. 10초간 측정한 심전도(ECG) 데이터만으로 수 초 안에 30종 이상의 혈액 바이오마커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단일 값이 아니라 연속 수치와 신뢰구간 형태로 돌려준다12. 채혈 없이, 검사실을 거치지 않고, 30분 이내 선제 조치가 가능한 임상 의사결정 환경을 만드는 것이 회사가 내건 목표다1. 120분을 수 초로 줄인다는 말이 아니라, 120분 뒤에나 가능했던 판단을 30분 안으로 당긴다는 말이다. 숫자의 주어가 검사가 아니라 처치다.

심전도를 고른 이유는 단순하다. 이미 병원 어디에나 있고, 10초면 찍히고, 환자 몸에 바늘을 꽂지 않는다. 그 파형 안에 혈액 수치의 흔적이 들어 있다면 검사실을 거치지 않고도 수치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웨이비나의 전제다. 출력을 단일 값이 아니라 신뢰구간으로 돌려준다는 점도 임상에서는 의미가 다르다. 구간이 좁은 환자는 바로 조치하고, 구간이 넓은 환자만 골라 채혈로 확인하면 된다. 검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검사의 순서를 바꾸는 접근이다.

이 접근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심전도 파형과 혈액 수치를 같은 시점에서 짝지은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가 어떤 환자에게서 나왔는지 아는 사람이다. 웨이비나는 서울대병원 본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확보한 400만 건 이상의 심전도-혈액 일대일 매칭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1. 대표 김용철은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임상교수를 겸하고 있다1. 데이터가 어디서 왔는지와 그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한 회사 안에 붙어 있는 구조다.

성능 수치도 이 데이터 위에서 나왔다. 회사는 고칼륨혈증·신기능·빈혈·심부전 등 핵심 9종 바이오마커 예측에서 AUROC 0.89~0.92를 확보했다고 밝혔다1. 예측 대상은 30종 이상이라고 말하지만, 공개된 성능 수치는 9종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의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구분은 뒤에서 다시 본다.

전통 혈액검사 vs 웨이비나 — 무엇이 바뀌나

바뀌는 것은 검사의 정밀도가 아니라 검사가 놓이는 위치다. 채혈과 검사실이 사라지면 혈액 수치는 몇 시간 뒤 도착하는 결과지가 아니라 모니터 위에서 움직이는 실시간 신호가 된다. 다섯 가지 축에서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영역전통 혈액검사웨이비나 ECG 예측
검체채혈 (침습)10초 심전도 측정 (비침습)1
결과까지 시간채취·이송·분석 통상 120분1수 초1
출력 형태항목별 단일 시점 수치30종 이상 · 연속 수치 + 신뢰구간1
의사결정 창결과 도착 후 사후 대응30분 이내 선제 조치 목표1
첫 적용 장면중앙 검사실투석실 실시간 경보 (Wavena Medical)1

표의 오른쪽 열은 전부 회사가 공개한 목표와 수치다. 왼쪽 열의 120분은 웨이비나 스스로 겨냥한 업계 통상치다1. 주의할 점은 오른쪽 열이 아직 병원 밖에서 검증된 성적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 초 안에 예측이 나온다는 것과 그 예측을 근거로 의사가 실제 처치를 바꾼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는 식약처 승인과 현장 도입 뒤에야 확인된다. 이 표가 그대로 재현되는지가 다음 12개월의 전부다.

데이터 해자에서 투석실까지 — 세 단계

  1. 일대일 매칭 데이터로 해자를 팠다 심전도 파형 하나에 같은 시점의 혈액 수치가 짝지어져야 모델이 배운다. 웨이비나는 서울대병원 본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400만 건 이상의 심전도-혈액 일대일 매칭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회사는 이를 진입 장벽으로 규정한다1. 파형 데이터 자체는 흔하지만, 혈액 수치와 시점이 맞물린 파형 데이터는 병원 밖에서 만들 수 없다. 이 회사의 자산은 모델이 아니라 이 짝이다.
  2. 9종에서 먼저 숫자를 증명했다 30종을 한꺼번에 주장하지 않았다. 고칼륨혈증·신기능·빈혈·심부전 등 핵심 9종에서 AUROC 0.89~0.92를 확보했다고 밝혔다1. 신장내과 교수가 창업자인 회사답게, 첫 검증 대상도 신장내과 진료와 가장 가까운 수치들이다1. 좁게 시작해서 숫자를 먼저 보여주는 순서다.
  3. 투석실을 첫 관문으로 골랐다 4개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앞에 선 것은 투석실용 실시간 경보 솔루션 Wavena Medical이다.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이 목표다1. TIPS 과제도 같은 축을 따른다. 20개 신장내과 병원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모아 혈액투석 환자용 알고리즘을 고도화한다1. 시드 투자금에 TIPS 연구개발 자금을 더해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1.

투석실을 고른 이유는 창업자의 자리에서 읽힌다. 김용철 대표는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임상교수이고1, TIPS 과제의 데이터 수집처도 신장내과 병원 네트워크다1. 첫 검증 9종에 고칼륨혈증과 신기능이 들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1. 제품, 과제, 창업자의 전문 분야가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나머지 세 축은 같은 회사의 다른 시장이다.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소비자용 웰니스 앱 Wavena One, 비침습 연속혈당측정 솔루션 GlucoWave, 반려동물 심전도 AI Wavet이다1. 다만 이 셋의 출시 시점과 수익 모델은 공개되지 않았다. 날짜가 박힌 것은 투석실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그 결과를 기다리는 옵션이다. 넓게 벌려 놓은 파이프라인과 달리 실제 자원이 집중되는 곳은 한 곳이다.

"이번 서울대기술지주의 투자와 팁스 선정을 통해 웨이비나가 가진 기술의 혁신성과 시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돼…"1 — 김용철, 웨이비나 대표 ·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임상교수

The Bet — 서울대기술지주는 2억원으로 무엇을 샀나

금액만 보면 이 라운드는 작다. 2억원으로 인허가 하나를 통과시키고 20개 병원 네트워크를 돌리기는 빠듯하다. TIPS 연구개발 자금이 그 간극을 메우는 구조인데, 과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투자는 금액이 아니라 조합으로 읽어야 한다. 투자처가 누구이고, 무엇 위에 돈을 얹었는지다. 서울대병원 데이터로 만들어진 회사에 서울대 기술지주가 첫 투자자로 들어온 것은, 바깥 VC가 이 회사를 발견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신호다. 기술과 데이터의 출처를 가장 가까이서 아는 쪽이 먼저 움직였다.

The Bet

심전도로 혈액을 읽는 모델의 성능은 알고리즘보다 짝지어진 데이터의 양과 출처가 결정한다. 서울대병원 계열 3개 기관에서 나온 400만 건 이상의 일대일 매칭 데이터1는 외부 AI 회사가 돈으로 단기간에 살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그 데이터를 임상에서 직접 다루는 신장내과 임상교수가 창업자이고1, 그 대학의 기술지주가 첫 투자자로 들어왔다23. 서울대기술지주가 산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서울대병원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 한 회사 안에 있다는 구조다.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공개된 AUROC 0.89~0.921는 서울대병원 환자군 안에서 나온 숫자다. 다른 병원, 다른 인구집단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오는지는 TIPS 과제로 돌릴 20개 신장내과 네트워크1에서 처음 검증된다. 투자자는 그 검증이 끝나기 전에 들어갔다. 시드는 원래 그런 돈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세 지표 모두 회사가 스스로 공개한 숫자와 날짜에서 나온다. 새로운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말한 것이 지켜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시드 단계 회사의 신뢰는 그 방식으로만 쌓인다.

  1. Wavena Medical 식약처 승인 회사가 공개한 유일한 날짜다. 내년 초 승인 목표가 지켜지는지가 4개 파이프라인 전체의 출발 신호다1. 늦어지면 나머지 세 축도 같이 밀리고, 다음 라운드의 서사도 같이 밀린다.
  2. 서울대 밖 20개 병원에서의 성적 TIPS 과제로 수집하는 20개 신장내과 병원 네트워크 데이터에서 AUROC 0.89~0.92가 유지되는가1. 이 숫자가 외부 환자군에서 떨어지면 데이터 해자는 서울대병원 안에서만 유효한 해자가 된다. 반대로 유지되면 이 회사의 가치는 투석실 하나에서 투석실 전체로 바뀐다.
  3. 9종이 30종으로 넓어지는 속도 공개된 성능 수치는 9종, 예측 대상은 30종 이상이다1. 그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 그리고 Wavena One·GlucoWave·Wavet 중 어느 것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재료다.
결국 웨이비나는 검사실의 120분을 판다.
다음은 서울대 밖에서도 0.9가 나오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