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의 체험 콘텐츠는 오랫동안 대여 매장과 탈의실의 일이었다. 옷을 갈아입는 데 시간이 들고, 체험이 끝나면 방문객과의 연결도 함께 끝났다. 위트글로벌은 그 접점을 화면 터치 한 번의 AR 가상 착장으로 바꾸고, 관광 안내와 O2O 커머스를 한 대의 키오스크 WITH에 묶었다1. 거기에 정부가 최대 8억원·2년짜리 검증을 붙였다14.
왜 '키오스크'였나 — 온라인이 못 잡는 접점을 하드웨어로 잡았다
K-컬처를 파는 컨슈머 플랫폼은 대개 온라인에서 출발한다. 팬덤을 모으고, 콘텐츠를 올리고, 그 위에 커머스를 얹는 순서다. 문제는 관광객이 실제로 서 있는 장소다. 인사동 골목, 전통시장 입구, 휴게소 앞마당에서 온라인 플랫폼은 검색창 하나만큼의 존재감밖에 없다. 방문객은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낯선 앱을 깔지 않는다. 위트글로벌은 스스로를 O4O(Online for Offline) 플랫폼으로 정의한다1. 통상의 O2O 와 순서가 반대다. 온라인을 위해 오프라인을 쓰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접점을 위해 온라인을 붙인다.
그 접점이 올인원 스마트 키오스크 WITH다. 관광 정보 안내, AR 가상 착장 체험, O2O 커머스 세 기능이 한 화면에 들어 있다1. 방문객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화면 터치만으로 착장을 완성한다1. 대여 매장과 탈의실이 하던 일을 하드웨어가 대신하는 순간 체험의 비용 구조가 바뀐다.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옷을 관리할 인력이 필요 없고, 한 대의 장비가 하루 종일 같은 자리에서 돌아간다. 그리고 체험 한 건이 곧 운영 기록 한 건이 되고, 그 기록이 커머스의 입구가 된다. 온라인 플랫폼 WITS가 그 뒤를 받친다4.
숫자는 이미 있다. 위트글로벌은 서울 인사동, 오색시장, 화성휴게소 등에서 키오스크를 운영하며 3만5,000여 건의 실측 데이터를 확보했다34. 세 장소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사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도심 관광지이고, 오색시장은 전통시장이며, 휴게소는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유동 인구가 모이는 이유가 전부 다른 자리에서 같은 장비를 돌렸다는 것은, 특정 관광지에서만 통하는 이벤트 장비가 아니라 어디에 놓아도 작동하는 접점이라는 증거를 먼저 만들었다는 뜻이다. TIPS 심사에서 이 회사가 낸 카드는 가설이 아니라 운영 기록이었다.
그 증거 위에 정부가 올라탔다. 위트글로벌은 2026년 4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고, 7월 TIPS 일반트랙에 최종 선정되며 최대 8억원의 정부 R&D 자금을 확보했다14. 향후 2년간 사업화·해외 마케팅 후속 지원이 예정돼 있다4. 같은 시기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한국남부발전이 주최하고 부산창경이 주관하는 비수도권 스타트업 베트남 진출 지원 프로그램 '스스로 프로젝트 3기'에도 선정됐다1. 시드에서 TIPS, 그리고 해외 전시 첫 공개까지 걸린 시간은 넉 달이다1. 시드 라운드 금액과 밸류에이션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통 관광 접점 vs WITH — 같은 자리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WITH 가 대체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이 아니라 관광지에 이미 있던 접점들이다. 안내소, 대여 매장, 기념품 가게가 따로 하던 일을 한 대에 넣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다섯 줄로 정리했다.
| 영역 | 전통 관광지 접점 | 위트글로벌 WITH |
|---|---|---|
| 관광 정보 안내 | 종이 지도·안내소 인력 | 키오스크 화면 안내, 체험·커머스와 한 화면1 |
| 체험 콘텐츠 | 의상 대여·탈의실·대기 줄 | 옷을 갈아입지 않는 AR 가상 착장, 화면 터치로 완성1 |
| 커머스 연결 | 체험 종료와 함께 관계 종료 | O2O 커머스 · 온라인 플랫폼 WITS 로 연결14 |
| 설치 형태 | 고정 부스·상설 매장 | 이동형 B타입, 공간 활용성·기동성 강화1 |
| 데이터 | 방문객 수 집계 수준 | 인사동·오색시장·화성휴게소 등 3만5,000여 건 실측 데이터34 |
위트글로벌이 돈을 버는 순서 — 거점, 기록, 커머스
위트글로벌의 사업은 세 단계로 읽힌다. 거점을 깔고, 체험을 기록으로 바꾸고, 커머스로 닫는다. 앞의 두 단계는 숫자가 있고, 마지막 단계는 아직 숫자가 없다.
- 거점을 먼저 깐다 인사동, 오색시장, 화성휴게소처럼 관광객과 유동 인구가 겹치는 자리에 키오스크를 놓는다34. 하드웨어가 서 있는 곳이 곧 플랫폼의 영토다. 8월 19~20일 호치민 INNOEX 2026 에서 첫 공개한 이동형 B타입은 공간 활용성과 기동성을 높인 장비로, 고정 매장 없이 거점을 늘리기 위한 답이다1. 동남아 최대 규모 기술전시회에서 이 장비를 처음 꺼낸 것 자체가 다음 거점이 국내가 아니라는 선언이다1.
- 체험을 기록으로 바꾼다 AR 가상 착장은 방문객에게는 체험이고, 회사에게는 운영 기록이다. 이렇게 쌓인 실측 데이터가 3만5,000여 건이다34. 컨슈머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시드 단계에서 가장 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운영 기록이다. 장비를 만들고, 자리를 확보하고, 사람이 실제로 만지게 하는 데까지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위트글로벌은 그 구간을 TIPS 이전에 자력으로 통과했다.
- 커머스로 닫는다 관광 안내와 체험 뒤에 O2O 커머스가 붙는다1. 오프라인에서 만난 방문객을 온라인 플랫폼 WITS 로 넘겨 구매로 잇는 구조다4. 다만 이 단계의 매출, 전환율, 거점당 수익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 확인된 것은 구조이지 성과가 아니다. TIPS 의 2년은 사실상 이 세 번째 단계를 숫자로 만드는 시간이다4.
The Bet — 정부가 산 것은 8억짜리 '다음 단계'다
하드웨어, AR 콘텐츠, 커머스를 한 회사가 전부 쥐는 모델은 초기 자본이 많이 든다. 키오스크를 만들어야 하고, 놓을 자리를 확보해야 하고, 그 뒤에 커머스까지 붙여야 비로소 매출이 난다. 매출 이전 단계의 컨슈머 하드웨어 스타트업에게 최대 8억원, 2년의 R&D 자금은 시장 검증 비용을 국가가 대신 내주는 구조다14. 위트글로벌이 그 심사에 낸 카드는 3만5,000여 건의 실측 데이터였다34. 정부가 산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접점의 다음 단계다. 부산창경 시드, TIPS 일반트랙, 스스로 프로젝트 3기, INNOEX 2026 첫 공개가 넉 달 안에 연달아 붙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1. 비수도권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 지원 프로그램이 이 회사를 호치민으로 보냈고, 현장에서는 베트남뿐 아니라 대만과 말레이시아의 IT·유통 기업 관계자까지 부스를 찾아 현지 팝업·거점 도입 협업 논의가 시작됐다1. 베팅은 명확하다. K-컬처 수요가 있는 자리에 오프라인 접점을 먼저 깔면 커머스는 뒤따라온다는 것, 그리고 국내에서 검증한 방식 그대로 동남아와 중화권에 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1.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거점이 늘수록 하드웨어 원가와 운영 부담이 따라 늘고, 커머스 전환이 그 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면 데이터는 쌓여도 회사는 남지 않는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해외 첫 유료 거점 INNOEX 2026 에서 시작된 현지 팝업·거점 도입 협업 논의가 실제 설치 계약으로 바뀌는지가 첫 번째다1. 진현욱 공동대표가 지목한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거점이 열리면, 국내 3만5,000여 건의 데이터가 해외에서도 재현되는지를 처음으로 검증할 수 있다14. 논의가 논의로 끝나면 이동형 B타입은 전시용 장비로 남는다.
- 체험에서 구매로 넘어가는 비율 O2O 커머스는 WITH 의 세 기능 중 유일하게 매출과 직결되는 축이다1. 체험 건수 대비 구매 전환율, 거점당 매출, 키오스크 한 대의 회수 기간은 아직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숫자가 처음 나오는 순간 회사의 티어가 정해진다. 데이터 회사인지 커머스 회사인지가 그때 갈린다.
- TIPS 이후의 민간 라운드 TIPS 는 2년간 사업화·해외 마케팅 후속 지원을 포함한다4. 그 기간 안에 부산창경 시드 다음의 민간 라운드가 붙는지, 리드가 누가 되는지가 정부 검증이 시장 검증으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마지막 지표다. 현재까지 후속 라운드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자리가 인사동을 넘어 호치민에서도 돈이 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