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위협은 값싸졌는데, 방어는 여전히 비싸고 간접적이다. 대드론(C-UAS) 업계는 오랫동안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주저앉히는 소프트킬에 기대 왔다. 그 틈에 KF-21 을 만들던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진이 위협 드론을 공중에서 직접 타격하는 '공대공 하드킬' 킬체인을 들고나왔고, 거기에 실리콘밸리 VC 사제파트너스가 방산 분야 첫 투자로 65억원을 붙였다12.
왜 '하드킬'이었나 — 전파를 끊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하늘
대드론 시장의 주류는 소프트킬이었다. 재밍으로 조종 전파를 끊거나 스푸핑으로 항법을 속여, 위협 드론을 스스로 내려앉게 만드는 방식이다. 장비를 지상에 세워 두고 전파가 닿는 범위를 지키는 이 접근은, 상대 드론이 외부 통신과 위성 항법에 의존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문제는 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비행하는 드론일수록, 전파를 흔드는 방어는 닿지 않는다.
에어빌리티의 답은 물리적 요격이다. 고속 eVTOL 플랫폼 기반의 넷건형 요격기 AB-U10(시속 180km급)과 모선 AB-U60 을 축으로, 모선에 실려 전개되는 페이로드형 직격드론 AB-U2, 시속 300km급 고정익 런처형 AB-U4L 을 신규 출시한다1. 그물로 잡고, 직격으로 부수고, 고속으로 쫓는 — 위협의 층위마다 다른 기체를 내보내는 3종 요격 체제다. AB-U10 은 연내, 신규 2기종은 2027년 상반기 상용화가 목표다1.
기체만이 아니다. 요격 기체에 탑재되는 온보드 AI 는 통신 제한 환경에서도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자율 성능을 높이고, 레이더·전자광학(EO)·적외선(IR) 등 외부 탐지 자산과 연동해 탐지부터 효과 평가까지 전 단계를 단일 체계로 통합한다1. 탐지 따로, 요격 따로, 평가 따로인 장비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킬체인으로 묶겠다는 설계다.
이 설계를 만드는 손이 이 회사의 본질이다. 에어빌리티는 ADD 에서 KT-1, T-50, KF-21 등 국산 항공기 개발을 이끈 연구진과 현대자동차·LG전자 출신 인력이 2023년 11월 공동 설립했다1. 국가 단위 항공기를 설계하던 팀이 설립 2년 만에 비행 실증까지 도달했다. 이 속도가 이번 라운드의 실질적 근거다1.
소프트킬 vs 하드킬 — 같은 '대드론'이지만 다른 층에 서 있다
같은 C-UAS 로 묶이지만, 전파를 흔드는 쪽과 기체를 떨어뜨리는 쪽은 대응의 층 자체가 다르다. 앞의 것은 전자전 장비의 문제고, 뒤의 것은 항공기 개발의 문제다.
| 영역 | 전통 소프트킬 중심 대응 | 에어빌리티 하드킬 킬체인 |
|---|---|---|
| 무력화 방식 | 재밍·스푸핑 등 전파 교란 | 공대공 직접 타격 — 넷건·직격·고속 요격 |
| 대응 플랫폼 | 지상 고정형 장비 중심 | 고속 eVTOL·고정익 요격 기체 (시속 180~300km급) |
| 통신 제한 상황 | 상대의 통신·항법 의존이 전제 | 온보드 AI 로 독립 임무 수행 |
| 킬체인 구성 | 탐지·무력화·평가가 장비별 분절 | 레이더·EO·IR 연동, 탐지~효과 평가 단일 체계 |
| 기체 조달 | 외부 제조 의존·긴 조달 주기 | 3D 프린팅·복합재 자체 제조 + 핵심 부품 국산화 |
하드킬의 진입 장벽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기체다. 시속 300km 급으로 기동하며 움직이는 표적을 쫓는 물건을 만들려면 공력 설계, 비행 제어, 경량 구조 기술이 한 팀 안에 있어야 한다. 이 장벽이 전자전 장비 회사와 에어빌리티 사이의 거리이고, ADD 연구진이라는 팀 구성이 곧 해자인 이유다.
65억은 어디로 가나 — 3종 요격 체제까지의 세 걸음
- 연내 — AB-U10 상용화 시속 180km급 넷건형 요격기가 첫 상용 제품이다. 모선 AB-U60 과 함께 현재 라인업의 축을 이루며, 로드맵 전체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다1.
- 2027년 상반기 — 신규 2기종 투입 모선에서 전개되는 페이로드형 직격드론 AB-U2 와 시속 300km급 고정익 런처형 AB-U4L 이 합류해 3종 요격 체제가 완성된다. 위협의 속도·고도·규모에 따라 다른 기체를 내보내는 제품 논리가 이때 완결된다1.
- 양산 체계 구축 3D 프린팅·복합재 기체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양산 체계를 정비한다. 공대공 하드킬 킬체인 고도화와 함께, 이번 투자금의 명시된 용처다1.
The Bet — 컨슈머 VC 는 왜 방산의 문을 여기서 열었나
사제파트너스는 2018년 설립 이후 AI·소프트웨어·컨슈머 기업 100곳 이상에 투자해 온 실리콘밸리 VC 다. 국내 대표 AI 기업 업스테이지의 투자사이기도 하다1. 그런 하우스가 방산 분야 첫 투자처로 에어빌리티를 골랐다. 공개된 투자 배경은 네 가지 — 국산 항공기 개발 연구진의 역량, 설립 2년 만의 비행 실증, 핵심 부품 국산화, 수출 경쟁력이다1. 기존 주주 스톤브릿지벤처스의 후속 재참여와 IBK기업은행의 신규 합류,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매쉬업벤처스·베이스벤처스·500 Global 로 이어지는 주주 명부가 이 판단을 받친다1. 때마침 국내에서도 국방 AI 센터 개소 등 국방 스타트업 실증 생태계가 갖춰지는 흐름이다3.
국가 항공기를 설계하던 팀은 희소하고, 그 팀이 스타트업의 속도로 움직이는 경우는 더 희소하다. 설립 2년 만의 비행 실증이 그 속도의 증거라면, 핵심 부품 국산화와 자체 제조 역량은 그 속도를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바꾸는 장치다. 사제파트너스의 방산 첫 베팅은 특정 기체가 아니라, 이 팀이 '드론을 잡는 드론'이라는 신생 카테고리의 양산 표준을 먼저 세운다는 가능성에 걸려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AB-U10 의 연내 상용화 완주 로드맵의 첫 관문이다. 계획된 일정이 실제 납품 가능한 제품으로 바뀌는지가 이 회사의 실행력을 가장 먼저 보여준다1.
- 3종 요격 체제의 완성 2027년 상반기 AB-U2·AB-U4L 상용화가 예정대로 이뤄지는지다. 두 기종이 합류해야 위협 층위별 대응이라는 제품 논리가 실물로 완결된다1.
- 수주·매출의 첫 공개 현재까지 매출·수주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양산 체계가 실제 수요와 만나는 시점 — 국내 조달이든 수출이든 — 의 숫자가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 근거가 된다.
그 기체가 국경 밖 가격표를 다는 순간이,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