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조사는 수십 년째 같은 공정을 돌려 왔다. 수천 명의 패널을 모집하고, 수주에서 수개월을 기다리고, 예산이 다하면 더는 묻지 못하는 구조다1.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수십만 명의 합성소비자를 만들어 이 공정 자체를 대체한 회사가 나왔고, 거기에 카카오벤처스가 리드한 34억원이 붙었다1. 초기 목표 30억원을 초과해 마감된 라운드다1.
왜 '합성소비자'였나 — 리서치의 병목은 속도가 아니라 반복이었다
전통 소비자 조사의 원가 구조는 명확하다. 사람을 모아야 한다. 1,000명 규모 설문 하나에 통상 2개월과 약 1만 5,000달러가 들어간다4. 그래서 조사는 신제품 출시나 캠페인 직전,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드물게 수행하는 '이벤트'가 됐다. 조사가 끝난 뒤 가설이 바뀌어도, 같은 규모로 다시 물을 시간과 예산은 대부분의 조직에 없다. 의사결정은 계속 생기는데 검증은 연 몇 회로 배급되는 것 — 이것이 리서치 산업의 오래된 병목이다.
인텔리시아는 이 공정을 뒤집었다. 실제 소비자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수십만 명의 가상 소비자, 즉 합성소비자를 생성하고, 이들이 설문과 인터뷰에 응답하는 AI 리서치 플랫폼 더서베이(TheSurvey.ai)를 운영한다1. 수개월 걸리던 조사가 몇 시간으로 줄고1, 1,000명 규모 설문은 30분 안에 끝난다4. 회사 홈페이지 기준 조사 비용은 약 1만 5,000달러에서 1,900달러로, 기간은 2개월에서 3~5일로 줄어든다4. 조사 한 회의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하는 순간, 리서치는 연 1~2회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주 돌리는 워크플로가 된다.
물론 관건은 "AI의 응답을 믿을 수 있는가"다. 인텔리시아의 AI 엔진은 실제 소비자 조사 결과와 합성소비자 응답을 비교하는 재현율 검증에서 평균 90% 이상을 기록 중이다1. 홈페이지 기준으로는 Spearman 상관 91.2%다4. AI가 사람의 설문 응답을 90% 이상 맞춘다는 의미다1.
시장은 이미 지갑으로 답했다. CJ제일제당·풀무원·롯데웰푸드·퍼시스그룹·LG유플러스·BGF리테일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130건이 넘는 고객 프로젝트·기술검증(PoC)을 수행해 국내 최다 케이스를 축적했고1, PoC를 진행한 고객의 60% 이상이 연간 계약을 체결하는 유료 고객으로 전환됐다1. 회사는 딥테크 TIPS에도 선정된 상태다3.
무엇이 바뀌나 — 전통 리서치 vs 인텔리시아
합성소비자가 대체하는 것은 조사 결과가 아니라 조사 공정이다. 패널 모집·필드워크·집계라는 물리적 단계가 사라지면, 아래 표의 모든 행이 동시에 바뀐다.
| 영역 | 전통 소비자 조사 | 인텔리시아 (더서베이) |
|---|---|---|
| 응답 주체 | 수천 명 패널 실모집1 | 12개국 50만+ 합성소비자 패널4 |
| 소요 기간 | 수주~수개월, 통상 2개월14 | 몇 시간~3~5일 · 1,000명 설문 30분14 |
| 비용 | 약 $15,000 (1,000명 설문 기준)4 | 약 $1,9004 |
| 반복 검증 | 회차마다 재모집·재예산 | 필요할 때마다 즉시 재실행1 |
| 확장 영역 | 설문·인터뷰에 한정 | 매장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파라스토어)1 |
주목할 대목은 마지막 행이다. 설문 응답을 대체하는 데서 멈추면 리서치 대행사의 저가 경쟁자로 남지만, 합성소비자가 가상 매장에서 쇼핑까지 하게 되면 상품 기획·진열·매장 운영이라는 조사 밖 의사결정 영역으로 시장이 넓어진다1.
34억은 어떤 루프에 들어가나 — 케이스에서 SaaS로 가는 3단계
2025년 설립부터 이번 라운드까지의 궤적을 뜯어 보면, 이 회사의 성장 공식은 세 단계로 정리된다1.
- 케이스로 선점 아시아 최초로 합성소비자 기술을 상용화하고1, 국내 대기업과 130건 이상의 프로젝트·PoC를 쌓아 국내 최다 케이스를 확보했다1. 재현율을 의심하는 고객에게는 실제 조사와의 비교 검증으로 답했다1.
- 연간 계약으로 락인 PoC 고객의 60% 이상이 연간 계약으로 전환됐다1. 반복 검증이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마케팅 의사결정 루틴에 박히면, 조사는 프로젝트성 지출이 아니라 구독형 인프라 지출이 된다.
- 구독형 SaaS로 복제 이번 34억원은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글로벌 구독형 SaaS 플랫폼에 투입되고, 내년 미국·일본 등 선진 리서치 시장 진출로 이어진다1. 국내에서 검증한 영업 공식을 셀프서브 제품으로 복제하는 단계다.
The Bet — 카카오벤처스는 무엇을 샀나
백승국 대표는 아시아 7개국에서 뉴스 AI 개인화 추천을 서비스한 데이블(Dable)을 공동창업해 2021년 야놀자에 매각한 연쇄 창업가다1. 이번 라운드에는 그 창업자 본인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했다1. 엑싯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자기 돈을 다시 넣는 라운드는, VC 입장에서 실사보다 강한 신호로 읽힌다.
베팅의 본질은 재현율 90%가 유지되는 한, 리서치가 '물어보는 산업'에서 '돌려보는 산업'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1. 합성소비자가 쇼핑하는 AI 매장 디지털트윈 파라스토어(ParaStore)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테스트를 앞둔 이유가 여기 있다1. 설문 대행의 저가 대체재가 아니라, 소비자 반응을 무한 반복 시뮬레이션하는 의사결정 인프라 — 카카오벤처스가 산 것은 그 전환의 아시아 선점권이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글로벌 SaaS의 초기 트랙션 4분기 출시 예정인 구독형 플랫폼이 내년 미국·일본 시장에서 실제로 팔리는지1. 국내처럼 영업 주도 PoC 없이, 제품만으로 유료 전환이 일어나는지가 SaaS 전환의 시금석이다.
- 재현율의 시장별 일반화 평균 90% 이상이라는 재현율이 한국 밖 소비자 데이터에서도 유지되는지1. 홈페이지 기준 12개국 50만+ 패널이 미국·일본 실전 조사에서 같은 상관을 보여줘야 글로벌 서사가 성립한다4.
- 파라스토어의 첫 상업 케이스 BGF리테일과의 테스트가 상품 기획·진열·매장 운영 시뮬레이션 계약으로 이어지는지1. 리서치 밖 매출이 잡히기 시작하면 회사의 TAM 자체가 다시 계산된다.
그 등식이 미국과 일본에서도 성립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