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혈당측정기(CGM)는 당뇨 관리의 문법을 바꿨지만, 한 가지 전제만은 벗지 못했다. 피부 아래에 센서를 꽂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늘 없이 피부 위에서 라만 분광으로 포도당 신호만 골라 읽는 회사가 등장했고, 거기에 SBI인베스트먼트 주도로 50억원이 붙었다12. 다음 달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띄우는 네이버와 국내 유통 파트너 대웅이 전략적 투자자로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이 이 라운드의 두 번째 메시지다1.

라만 분광 비침습 센서 MIT·조슬린 임상 검증 FDA De Novo 허가 웨어러블 CGM 상용화
50억 시리즈A · SBI인베스트먼트 주도, 네이버·대웅 전략 투자1
11.34% MIT 공동 타당성 연구 프로토타입 MARD · 데이터 279개 Parkes A/B 100%2
21건 등록 특허 (출원 54건) · 이 중 미국 등록 17건1

왜 '바늘 없는' CGM 이었나 — 침습이라는 전제가 시장의 천장이었다

CGM 은 손끝 채혈을 없앴지만 침습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다. 피하에 센서를 삽입하고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구조는 그대로다. 그래서 비침습 혈당 측정은 오랫동안 업계의 숙원이자, 동시에 가장 많은 시도가 좌초한 영역이었다. 광학으로 피부를 투과해 포도당을 읽으려면 신호는 약하고 잡음은 크며, 그 잡음을 잡으려면 장비가 커진다는 딜레마가 늘 따라붙었다. 정확도와 크기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고, 어느 쪽을 포기해도 일상용 기기는 되지 못했다.

아폴론은 이 딜레마를 정면으로 풀지 않고 우회했다. 라만 분광으로 피부 위에서 혈당을 측정하되, 전체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대신 포도당 고유의 특정 파장대역 신호만 골라내는 방식을 택했다1. 읽어야 할 신호의 범위를 좁히면 불필요한 광학 부품을 덜어낼 수 있고, 그러면서도 민감도는 유지된다. 그 결과가 휴대폰 절반 크기까지 줄어든 기기다1.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크기를 키우던 원인을 설계에서 제거한 셈이다.

기술의 진위는 학계가 먼저 검증했다. 아폴론은 MIT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와 IRB 승인을 받은 공동 타당성 연구를 진행했고, 프로토타입의 MARD 11.34%, 데이터 279개 전부가 Parkes 오차 격자 A/B 존에 들어가는 결과를 얻었다2.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Diabetes Science and Technology 등에 게재됐다1. 비침습 혈당 분야에서 '논문으로 남은 수치' 는 홈페이지의 문구와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다. 재현 가능한 조건과 데이터 개수가 함께 공개됐기 때문이다.

진입장벽도 문서로 쌓였다. 특허 54건을 출원해 21건을 등록했고, 미국 등록 특허만 17건이다1. 초소형 바이오센서 영역에서 특허 장벽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이 라운드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1. 특허의 무게중심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다는 점은, 이 회사가 어느 시장을 본진으로 보는지를 말해 준다.

침습 CGM · 기존 비침습 시도 vs 아폴론 — 무엇이 달라지나

비교의 기준은 두 개다. 하나는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침습 CGM 이고, 다른 하나는 아폴론 이전에 비침습을 시도했던 광학 접근들이다. 아폴론의 차별점은 후자에서 갈린다. 같은 라만 분광이라도 무엇을 읽고 무엇을 버리느냐가 기기의 크기와 정확도를 동시에 결정한다.

영역침습 CGM · 기존 비침습 시도아폴론
센서 접촉피하 센서 삽입 · 주기적 교체피부 위 라만 분광 · 바늘 없음1
신호 처리전체 스펙트럼 분석 · 광학 부품 다수포도당 고유 파장대역만 선별1
기기 크기대형 광학 장비 · 일상 휴대 어려움휴대폰 절반 · 목표 40×30×16mm13
정확도 근거공개 검증 드묾MIT 공동 IRB 연구 · MARD 11.34% · 학술지 게재12
허가 경로국내 인허가 우선보스턴 법인 · 조슬린 임상 · FDA De Novo1

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행이다. 국내 회사가 국내 인허가를 건너뛰고 미국 신의료기기 경로를 먼저 밟는 선택은 흔하지 않다. 아폴론은 2023년 보스턴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MassChallenge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지난 7월에는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조슬린 당뇨센터 디렉터인 메다 문시(Medha Munshi) 박사와 손을 잡았다1. 기술이 아니라 허가와 임상의 무게중심을 처음부터 미국에 둔 것이다.

50억은 어디로 가나 — 검증, 허가, 폼팩터

  1. 조슬린에서 환자 임상 확보한 자금으로 하버드 의대 부속 조슬린 당뇨센터(Joslin Diabetes Center)에서 환자 대상 임상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다1. MIT 연구가 프로토타입의 가능성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배경의 당뇨 환자로 검증 범위를 넓히는 단계다1. 매사추세츠 주정부 MeHI 프로그램에 선정돼 임상 비용 일부도 지원받는다1. 50억이 전부 임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라운드의 명분은 여기에 있다.
  2. FDA De Novo 로 직행 조슬린 임상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의료기기(De Novo) 허가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1. 선례가 없는 기기 분류로 가겠다는 뜻이고, 이는 바늘 없는 CGM 이라는 카테고리를 스스로 열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미국 법인과 MassChallenge, 조슬린 디렉터 영입은 모두 이 경로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1.
  3. 웨어러블 폼팩터로 축소 현재 휴대폰 절반 크기인 기기를 웨어러블 목표 폼팩터 40×30×16mmMOGLU 로 줄이는 것이 제품 측 과제다13. 파장대역 선별 방식이 광학 부품을 덜어냈다는 점이 이 축소의 기술적 근거다1. 손목이나 팔에 붙는 크기가 되는 순간, 비교 대상이 연구 장비에서 상용 CGM 으로 바뀐다.
"바늘 없이, 피부 위에서, 포도당 고유의 신호만 읽는 초소형 비침습 바이오센서." — 아폴론 공식 포지셔닝 요약3

The Bet — 왜 SBI·네이버·대웅이 이 베팅을 샀나

The Bet

세 투자자의 계산은 각각 다르다. 리드인 SBI인베스트먼트는 미국 등록 특허 17건과 MIT 검증이 만든 기술 장벽을, 다음 달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출범하는 네이버는 연속 혈당 데이터가 플랫폼에 흐를 때의 가치를, 국내 유통 파트너 대웅은 허가 이후의 채널을 각각 샀다1. 신용보증기금과 미래과학기술지주가 함께한 것은 정책 자금 쪽에서도 같은 판단이 섰다는 뜻이다1. 공통분모는 하나다. 비침습 혈당이 '언젠가' 가 아니라 '조슬린 임상 한 사이클 뒤' 로 시간표가 잡혔다는 판단이다. 지분 투자와 정부 R&D 를 합쳐 누적 100억원 이상을 확보한 회사가 이제 De Novo 라는 단일 관문에 자원을 집중한다1. 이 베팅이 틀리는 경우도 분명하다. 프로토타입 MARD 11.34% 가 다양한 환자군에서 흔들리면, 특허 장벽은 지켜야 할 시장이 없는 성벽이 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조슬린 임상의 MARD 다양한 배경의 당뇨 환자로 범위를 넓혔을 때 프로토타입의 11.34% 가 유지되는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12. Parkes A/B 존 100% 가 환자 임상에서도 재현되면 De Novo 서류의 핵심 근거가 된다2. 반대로 특정 피부 조건이나 환자군에서 수치가 벌어지면, 그것이 이 기술의 실제 경계선이다.
  2. De Novo 제출 시점 조슬린 연구가 허가 전략을 뒷받침한다고 밝힌 만큼, 실제 FDA 제출이 이뤄지는 시점이 회사의 실행력을 가늠하는 지표다1. 제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신의료기기 경로는 선례가 없는 만큼 FDA 와의 사전 협의 흔적이 드러나는지도 함께 볼 대목이다.
  3. 네이버·대웅 협업의 실체 전략적 투자가 데이터 연동이나 유통 계약으로 구체화되는지 지켜볼 대목이다1. 특히 네이버의 디지털 헬스케어 조직이 출범한 뒤 아폴론과 어떤 접점을 만드는지가 국내 시장 진입 속도를 좌우한다1. 지분만 들어오고 계약이 따라오지 않으면 '전략적' 이라는 수식어는 의미를 잃는다.
결국 아폴론은 '바늘을 빼도 되는 이유' 를 판다. 그 이유를 논문에서 환자로 옮기는 것이 이번 50억의 용도다.
조슬린에서 그 숫자가 살아남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