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는 오랫동안 두 갈래뿐이었다. 약으로 남은 모발을 붙들거나, 후두부와 측두부의 모낭을 떼어 앞으로 옮겨 심거나1. 탈모 범위가 넓거나 옮길 모낭이 부족하면 거기서 선택지가 끝난다1. 그 끝에서 "옮기는" 대신 환자 자신의 세포로 모낭을 "만드는" 쪽을 택한 회사가 큐스템이고, 거기에 퓨처플레이를 포함한 4개 투자사의 시드 22억원이 먼저 붙었으며 지금 약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가 추진되고 있다1.
왜 '만드는' 쪽이었나 — 공여 모낭이라는 천장
모발 이식은 결국 재배치다. 후두부·측두부에서 모낭을 떼어 탈모 부위로 옮기는 방식이라, 환자가 가진 모낭 총량이 곧 치료의 상한선이 된다1. 약물은 남아 있는 모발을 유지하는 데 그친다1. 탈모 범위가 넓은 환자, 공여부가 이미 소진된 환자에게는 두 방법 모두 답이 되지 못한다1. 업계가 오랫동안 '어디서 어디로 옮길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큐스템의 질문은 '이식할 모낭 자체를 체외에서 확보할 수 없는가'다.1 질문의 위치가 다르면 답의 크기도 달라진다. 재배치는 환자 한 명의 두피 안에서 끝나지만, 제조는 공급의 문제가 된다. 공급이 열리면 지금까지 치료 대상에서 빠져 있던 환자군이 시장 안으로 들어온다.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반기원 대표다. 토론토대학교에서 GLP-1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2016년부터 홍콩시립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교수로 생리학과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을 연구해 왔다1. 20여 년을 연구자로 산 사람이 창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단순했다. 연구실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실제 환자가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들기 위해서였다1. 논문에서 끝나는 발견과 환자에게 닿는 기술 사이에는 재현성, 품질 관리, 생산 체계라는 세 개의 관문이 있고, 반 대표는 그 관문을 넘는 일을 연구의 연장이 아니라 산업의 시작으로 규정했다1. 이 프레임이 중요한 이유는, 바이오 창업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효능이 좋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그 순서를 처음부터 뒤집어 놓았다.
사업화의 실마리가 된 기술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즉 hiPSC 를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모유두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다1. 기존 세포 치료는 기증자에 따라 세포 품질이 달라지고 배양 과정에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1. 반 대표는 hiPSC 를 쓰면 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표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1. 재생의학에서 표준화는 곧 재현성이고, 재현성은 곧 산업의 조건이다. 기증자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기술은 치료법일 수는 있어도 제품이 되기 어렵다. 반대로 같은 출발 세포에서 같은 품질의 모유두세포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그때부터는 배치 단위로 관리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공정이 된다.
회사는 2021년 홍콩에서 출발해 2024년 한국 법인을 세웠다1. 연구자 시절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일이었다면, 창업 이후의 초점은 그 지식을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으로 바꾸는 데 맞춰졌다1. 큐스템이 파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발견을 공정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홍콩에서 연구 기반을 다지고 한국에서 상용화와 유통을 시작한 순서 자체가, 이 회사가 연구 조직에서 제조·판매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약물·이식 vs 큐스템 — 다섯 줄에서 갈리는 것
| 영역 | 약물 · 모발 이식 | 큐스템 |
|---|---|---|
| 접근 방식 | 남은 모발 유지, 또는 모낭을 옮겨 심기1 | 환자 자가세포로 모낭을 체외에서 제조1 |
| 세포 공급원 | 후두부·측두부의 기존 모낭1 | 환자 자가 hiPSC 를 모유두세포로 분화1 |
| 적용 한계 | 탈모 범위가 넓거나 공여 모낭이 부족하면 제한1 | 이식할 모낭 자체를 체외에서 확보하는 것이 목표1 |
| 세포 품질 | 기증자별 편차, 배양 중 기능 저하 가능1 | hiPSC 기반 안정 확보 · 표준화 가능성1 |
| 사업 구조 | 약물 처방과 이식 시술1 | 디피셀린 → 체외 모발 제조 → 새치 치료로 순차 확장1 |
표의 마지막 줄이 이 회사를 읽는 열쇠다. 체외 모낭 제조는 아직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고, 상용화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1.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첫 상용 제품 디피셀린이다1. 재생의학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다. 임상까지 가는 동안 회사를 지탱할 현금이 없으면 기술은 연구실에 남는다. 큐스템은 그 시간을 화장품 매출로 사겠다고 명시했다1.
주목할 점은 디피셀린이 본 파이프라인과 무관한 별도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제품은 hiPSC 유래 모유두세포 배양액을 함유한다1. 즉 체외 모낭 제조의 출발점인 분화 공정에서 나오는 산출물이 케어 제품의 원료가 된다. 디피셀린이 팔릴 때마다 같은 세포 플랫폼이 실제 생산 환경에서 돌아가는 셈이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품질 관리 데이터는 다음 단계의 자산이 된다. 화장품이 연구비를 대는 구조를 넘어, 화장품이 공정을 검증하는 구조다.
연구실에서 매대까지 — 큐스템이 밟는 세 단계
- 분화 기술을 공정으로 바꾼다 출발점은 hiPSC 를 모유두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다1. 반 대표가 창업 전부터 강조한 것은 효능이 아니라 재현성과 품질 관리, 생산 체계였다1. 2021년 홍콩 설립과 2024년 한국 법인 설립은 이 공정을 실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구조로 옮기는 과정이었다1. 이 단계에서 확보한 것이 있다면 기술 자체보다 '같은 결과를 반복해서 낼 수 있다'는 증거다.
- 디피셀린으로 매출과 신뢰를 먼저 확보한다 첫 상용화 결실은 hiPSC 유래 모유두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프리미엄 탈모 케어 라인 디피셀린이다1. INCI 등재와 특허 출원을 마쳤고1, 회사는 이 제품으로 단기 수익성과 시장 신뢰를 확보한 뒤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순서를 못 박았다1. 병원·홈쇼핑 등 국내 유통 확대와 함께 2027년 매출 100억원이 목표다1. 병원 채널은 신뢰를, 홈쇼핑 채널은 규모를 담당하는 조합으로 읽힌다.
- 토털 헤어 리제너레이션으로 넓힌다 본 게임은 환자 자가 hiPSC 로 체외에서 모낭·모발을 제조하는 기술이다1. 여기에 셀프리 테라피와 새치 치료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이 더해져1, 탈모와 새치를 함께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그림이다1. 일본·미국 진출 준비도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1. 탈모에서 새치로 범위를 넓히는 것은 대상 환자군을 '모발이 빠진 사람'에서 '모발이 변한 사람'까지 확장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연구자의 겸손이 아니라 사업 설계도다. 효능은 논문의 언어이고, 재현성과 생산 체계는 투자자와 규제 기관의 언어다. 20년을 연구실에서 보낸 사람이 후자의 언어로 회사를 정의했다는 것은, 이 회사가 어디에서 평가받을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The Bet — 투자자는 무엇을 산 것인가
퓨처플레이를 포함한 4개 투자사가 시드에 22억원을 넣었고, 약 40억원의 시리즈A 가 추진되고 있다1. 이들이 산 것은 탈모 샴푸가 아니다. 20년간 줄기세포를 다룬 연구자가 '효능'이 아니라 '재현성과 생산 체계'를 사업의 조건으로 못 박았다는 점, 그리고 임상까지 시간이 걸리는 재생의학 파이프라인을 화장품 매출로 스스로 먹여 살리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1. 시드 단계에서 4개 투자사가 함께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 구조에 대한 초기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고, 시리즈A 는 그 합의가 디피셀린의 실제 매출로 뒷받침되는지를 묻는 라운드가 된다. 반대로 리스크도 분명하다. 체외 모낭 제조는 아직 개발 중이고, 임상 진입 시점과 규제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리즈A 의 리드 투자사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1. 이 베팅은 디피셀린이 연구를 몇 년이나 버티게 해 주느냐, 그리고 그 사이 체외 모낭 제조가 '가능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시리즈A 클로징과 리드 투자사 약 40억원 규모는 아직 '추진 중'이고 리드는 미공개다1. 어떤 성격의 투자사가 리드를 맡는지가 시장이 이 회사를 화장품 회사로 보는지, 재생의학 회사로 보는지를 가른다. 클로징 시점과 최종 금액이 추진 규모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 디피셀린의 유통 채널과 매출 궤적 병원·홈쇼핑 등 국내 유통 확대가 2027년 매출 100억원 목표의 전제다1. 현재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첫 공개 수치가 이 목표의 현실성을 판정한다. 병원 채널 입점 수와 홈쇼핑 편성 여부가 선행 지표다.
- 체외 모낭 제조 파이프라인의 다음 마일스톤 개발 단계에 있는 체외 모낭·모발 제조 기술과 새치 치료 펩타이드가1 전임상·임상 어느 단계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일본·미국 진출 준비가1 구체적 파트너나 인허가로 이어지는지가 두 번째 서사의 시작점이다. 여기서 공개되는 데이터의 질이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한다.
디피셀린이 그 연구를 몇 년이나 먹여 살리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