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는 오랫동안 두 갈래뿐이었다. 약으로 남은 모발을 붙들거나, 후두부와 측두부의 모낭을 떼어 앞으로 옮겨 심거나1. 탈모 범위가 넓거나 옮길 모낭이 부족하면 거기서 선택지가 끝난다1. 그 끝에서 "옮기는" 대신 환자 자신의 세포로 모낭을 "만드는" 쪽을 택한 회사가 큐스템이고, 거기에 퓨처플레이를 포함한 4개 투자사의 시드 22억원이 먼저 붙었으며 지금 약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가 추진되고 있다1.

20년 줄기세포 연구 hiPSC 모유두세포 분화 디피셀린으로 매출·신뢰 체외 모낭 제조 플랫폼
약 40억 시리즈A 추진 규모 · 리드 투자사 미공개1
22억 시드 라운드 · 퓨처플레이 포함 4개 투자사1
100억 2027년 매출 목표 · 병원·홈쇼핑 유통 확대, 일본·미국 진출 준비1

왜 '만드는' 쪽이었나 — 공여 모낭이라는 천장

모발 이식은 결국 재배치다. 후두부·측두부에서 모낭을 떼어 탈모 부위로 옮기는 방식이라, 환자가 가진 모낭 총량이 곧 치료의 상한선이 된다1. 약물은 남아 있는 모발을 유지하는 데 그친다1. 탈모 범위가 넓은 환자, 공여부가 이미 소진된 환자에게는 두 방법 모두 답이 되지 못한다1. 업계가 오랫동안 '어디서 어디로 옮길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큐스템의 질문은 '이식할 모낭 자체를 체외에서 확보할 수 없는가'다.1 질문의 위치가 다르면 답의 크기도 달라진다. 재배치는 환자 한 명의 두피 안에서 끝나지만, 제조는 공급의 문제가 된다. 공급이 열리면 지금까지 치료 대상에서 빠져 있던 환자군이 시장 안으로 들어온다.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반기원 대표다. 토론토대학교에서 GLP-1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에모리대학교 의과대학을 거쳐, 2016년부터 홍콩시립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교수로 생리학과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을 연구해 왔다1. 20여 년을 연구자로 산 사람이 창업으로 방향을 튼 이유는 단순했다. 연구실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실제 환자가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들기 위해서였다1. 논문에서 끝나는 발견과 환자에게 닿는 기술 사이에는 재현성, 품질 관리, 생산 체계라는 세 개의 관문이 있고, 반 대표는 그 관문을 넘는 일을 연구의 연장이 아니라 산업의 시작으로 규정했다1. 이 프레임이 중요한 이유는, 바이오 창업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이 '효능이 좋으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믿음이기 때문이다. 반 대표는 그 순서를 처음부터 뒤집어 놓았다.

사업화의 실마리가 된 기술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즉 hiPSC 를 모발 성장에 관여하는 모유두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다1. 기존 세포 치료는 기증자에 따라 세포 품질이 달라지고 배양 과정에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1. 반 대표는 hiPSC 를 쓰면 세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표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1. 재생의학에서 표준화는 곧 재현성이고, 재현성은 곧 산업의 조건이다. 기증자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기술은 치료법일 수는 있어도 제품이 되기 어렵다. 반대로 같은 출발 세포에서 같은 품질의 모유두세포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그때부터는 배치 단위로 관리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공정이 된다.

회사는 2021년 홍콩에서 출발해 2024년 한국 법인을 세웠다1. 연구자 시절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일이었다면, 창업 이후의 초점은 그 지식을 반복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으로 바꾸는 데 맞춰졌다1. 큐스템이 파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발견을 공정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홍콩에서 연구 기반을 다지고 한국에서 상용화와 유통을 시작한 순서 자체가, 이 회사가 연구 조직에서 제조·판매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약물·이식 vs 큐스템 — 다섯 줄에서 갈리는 것

영역약물 · 모발 이식큐스템
접근 방식남은 모발 유지, 또는 모낭을 옮겨 심기1환자 자가세포로 모낭을 체외에서 제조1
세포 공급원후두부·측두부의 기존 모낭1환자 자가 hiPSC 를 모유두세포로 분화1
적용 한계탈모 범위가 넓거나 공여 모낭이 부족하면 제한1이식할 모낭 자체를 체외에서 확보하는 것이 목표1
세포 품질기증자별 편차, 배양 중 기능 저하 가능1hiPSC 기반 안정 확보 · 표준화 가능성1
사업 구조약물 처방과 이식 시술1디피셀린 → 체외 모발 제조 → 새치 치료로 순차 확장1

표의 마지막 줄이 이 회사를 읽는 열쇠다. 체외 모낭 제조는 아직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이고, 상용화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1.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첫 상용 제품 디피셀린이다1. 재생의학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다. 임상까지 가는 동안 회사를 지탱할 현금이 없으면 기술은 연구실에 남는다. 큐스템은 그 시간을 화장품 매출로 사겠다고 명시했다1.

주목할 점은 디피셀린이 본 파이프라인과 무관한 별도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제품은 hiPSC 유래 모유두세포 배양액을 함유한다1. 즉 체외 모낭 제조의 출발점인 분화 공정에서 나오는 산출물이 케어 제품의 원료가 된다. 디피셀린이 팔릴 때마다 같은 세포 플랫폼이 실제 생산 환경에서 돌아가는 셈이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품질 관리 데이터는 다음 단계의 자산이 된다. 화장품이 연구비를 대는 구조를 넘어, 화장품이 공정을 검증하는 구조다.

연구실에서 매대까지 — 큐스템이 밟는 세 단계

  1. 분화 기술을 공정으로 바꾼다 출발점은 hiPSC 를 모유두세포로 분화시키는 기술이다1. 반 대표가 창업 전부터 강조한 것은 효능이 아니라 재현성과 품질 관리, 생산 체계였다1. 2021년 홍콩 설립과 2024년 한국 법인 설립은 이 공정을 실제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구조로 옮기는 과정이었다1. 이 단계에서 확보한 것이 있다면 기술 자체보다 '같은 결과를 반복해서 낼 수 있다'는 증거다.
  2. 디피셀린으로 매출과 신뢰를 먼저 확보한다 첫 상용화 결실은 hiPSC 유래 모유두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프리미엄 탈모 케어 라인 디피셀린이다1. INCI 등재와 특허 출원을 마쳤고1, 회사는 이 제품으로 단기 수익성과 시장 신뢰를 확보한 뒤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확장한다는 순서를 못 박았다1. 병원·홈쇼핑 등 국내 유통 확대와 함께 2027년 매출 100억원이 목표다1. 병원 채널은 신뢰를, 홈쇼핑 채널은 규모를 담당하는 조합으로 읽힌다.
  3. 토털 헤어 리제너레이션으로 넓힌다 본 게임은 환자 자가 hiPSC 로 체외에서 모낭·모발을 제조하는 기술이다1. 여기에 셀프리 테라피와 새치 치료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이 더해져1, 탈모와 새치를 함께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그림이다1. 일본·미국 진출 준비도 같은 축 위에 놓여 있다1. 탈모에서 새치로 범위를 넓히는 것은 대상 환자군을 '모발이 빠진 사람'에서 '모발이 변한 사람'까지 확장한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가 실제 환자에게 닿으려면 효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술의 재현성을 확보하고 품질 관리와 생산 체계까지 구축해야 비로소 산업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1 — 반기원, 큐스템 대표

이 문장은 연구자의 겸손이 아니라 사업 설계도다. 효능은 논문의 언어이고, 재현성과 생산 체계는 투자자와 규제 기관의 언어다. 20년을 연구실에서 보낸 사람이 후자의 언어로 회사를 정의했다는 것은, 이 회사가 어디에서 평가받을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The Bet — 투자자는 무엇을 산 것인가

The Bet

퓨처플레이를 포함한 4개 투자사가 시드에 22억원을 넣었고, 약 40억원의 시리즈A 가 추진되고 있다1. 이들이 산 것은 탈모 샴푸가 아니다. 20년간 줄기세포를 다룬 연구자가 '효능'이 아니라 '재현성과 생산 체계'를 사업의 조건으로 못 박았다는 점, 그리고 임상까지 시간이 걸리는 재생의학 파이프라인을 화장품 매출로 스스로 먹여 살리는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1. 시드 단계에서 4개 투자사가 함께 들어왔다는 사실은 이 구조에 대한 초기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고, 시리즈A 는 그 합의가 디피셀린의 실제 매출로 뒷받침되는지를 묻는 라운드가 된다. 반대로 리스크도 분명하다. 체외 모낭 제조는 아직 개발 중이고, 임상 진입 시점과 규제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리즈A 의 리드 투자사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1. 이 베팅은 디피셀린이 연구를 몇 년이나 버티게 해 주느냐, 그리고 그 사이 체외 모낭 제조가 '가능성'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시리즈A 클로징과 리드 투자사 약 40억원 규모는 아직 '추진 중'이고 리드는 미공개다1. 어떤 성격의 투자사가 리드를 맡는지가 시장이 이 회사를 화장품 회사로 보는지, 재생의학 회사로 보는지를 가른다. 클로징 시점과 최종 금액이 추진 규모와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2. 디피셀린의 유통 채널과 매출 궤적 병원·홈쇼핑 등 국내 유통 확대가 2027년 매출 100억원 목표의 전제다1. 현재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첫 공개 수치가 이 목표의 현실성을 판정한다. 병원 채널 입점 수와 홈쇼핑 편성 여부가 선행 지표다.
  3. 체외 모낭 제조 파이프라인의 다음 마일스톤 개발 단계에 있는 체외 모낭·모발 제조 기술과 새치 치료 펩타이드가1 전임상·임상 어느 단계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일본·미국 진출 준비가1 구체적 파트너나 인허가로 이어지는지가 두 번째 서사의 시작점이다. 여기서 공개되는 데이터의 질이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한다.
결국 큐스템은 '옮길 모낭이 없는 환자'라는 빈칸을 판다.
디피셀린이 그 연구를 몇 년이나 먹여 살리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