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핀테크는 오랫동안 "마이데이터로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지 못했다. 흩어진 계좌를 한 화면에 모으는 앱은 많았지만, 모은 데이터가 매출로 바뀌는 회사는 드물었다. 2014년 가계부로 출발한 뱅크샐러드가 2025년 매출 260억원, 전년 대비 77% 성장을 찍고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1. 적자를 안고 서두른 청구가 아니라, 조정 EBITDA 적자 폭을 74% 줄인 뒤의 청구다1.

소비 내역 자동 가계부 → 마이데이터 통합 자산관리 → 대출·보험·카드 중개로 수익화 → 코스닥 IPO · AI 에이전트
260억 2025년 매출(별도 기준) · 전년 147억 대비 +77%1
-19억 2025년 조정 EBITDA · 적자 폭 전년 대비 74% 축소1
-89% 조정 당기순손실 감소율 · 6억8,000만원 (RCPS 일회성 요인 제외)1

왜 '가계부'였나 — 가장 흔한 앱이 가장 넓은 데이터 입구였다

뱅크샐러드는 2012년 김태훈 대표가 세웠고, 2014년 소비 내역을 자동으로 불러오는 가계부 서비스로 시작했다1. 가계부는 핀테크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수익이 안 나는 카테고리로 통한다. 그런데 '자동으로 불러온다'는 한 구절이 구조를 바꿨다. 사용자 동의를 받아 여러 금융회사의 거래 내역을 한곳에 끌어오는 행위는, 훗날 마이데이터라는 이름이 붙게 되는 바로 그 동작이었다1. 회사 홈페이지가 2016년 구글 플레이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 선정 이력을 전면에 두는 것도, 이 시기의 가계부가 단순 기록 도구 이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흔적이다2.

회사 설명에 따르면 뱅크샐러드는 2017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 마이데이터 개념을 자산관리 서비스에 도입했다1. 마이데이터 제도가 정식 시행된 시점은 2022년이다1. 제도가 회사를 만든 것이 아니라, 회사가 먼저 걷던 길에 제도가 깔렸다. 2022년 이후 은행·카드·증권·보험 정보를 합친 통합 자산관리 앱을 운영해 온 배경이다1. 5년 먼저 움직인 회사가 제도 시행과 함께 통합 앱으로 자리잡았다는 순서는, 뒤따라 들어온 경쟁자들이 복제하기 어려운 종류의 시간이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다. 뱅크샐러드의 현재 주요 사업은 대출·보험·카드 등 금융상품 중개와 개인종합자산관리(PFM)다1. 자산관리 화면이 사용자를 머물게 하고, 그 화면에서 필요해진 대출·보험·카드를 중개하는 구조다. 쌓인 데이터와 AI 로 이용자가 금융상품을 찾고 결정하는 과정을 돕는다는 회사 설명은, 중개를 '광고'가 아니라 '의사결정 보조'로 정의하겠다는 뜻이다1. 여기에 건강관리 같은 일상관리 서비스를 더해 금융 데이터와 건강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까지 넓혔다1. 보험 중개와 건강 데이터가 한 앱 안에 있다는 점은, 다른 PFM 앱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숫자는 이 구조가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2025년 매출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60억원으로 전년 147억원에서 77% 늘었다1. 주식보상비용 등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을 뺀 조정 EBITDA 는 마이너스 19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보다 74% 줄었다1.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일회성 회계 요인을 제외한 조정 당기순손실은 6억8,000만원, 전년 대비 89% 감소다1. 그리고 2025년 사업보고서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했다1. 회계 기준을 먼저 바꾼 뒤 심사를 청구한 순서 자체가, 이 IPO 가 즉흥이 아니라는 신호다.

개별 금융사 앱 vs 뱅크샐러드 — 어느 레이어에 서 있나

은행·카드·증권사는 저마다 앱을 갖고 있다. 차이는 기능 수가 아니라 서 있는 레이어다. 개별 금융사 앱은 자사 상품을 파는 창구이고, 뱅크샐러드는 그 창구들을 가로질러 사용자 쪽에 서는 집계 레이어다1. 사용자가 어느 은행에 돈이 더 있고 어느 카드로 더 쓰는지를 금융사 하나는 알 수 없지만, 집계 레이어는 전체 그림을 본다.

영역개별 금융사 앱뱅크샐러드
데이터 범위자사 계좌·카드·상품만은행·카드·증권·보험 통합 (마이데이터)1
시작점계좌 개설·상품 가입소비 내역 자동 수집 가계부 (2014)1
수익 모델자사 상품 이자·수수료대출·보험·카드 중개 + PFM1
데이터 결합금융 데이터 단일금융 + 건강 데이터 결합1
다음 레이어채널 앱 고도화AI 에이전트 · AI OS (회사 로드맵)1

집계 레이어의 약점도 분명하다. 중개 수익은 금융사가 내놓는 상품과 수수료 정책에 기대고, 데이터는 사용자 동의가 유지될 때만 흐른다. 금융사가 자체 앱을 고도화하면 집계 앱을 거칠 이유가 줄어든다는 반론도 늘 따라붙었다. 뱅크샐러드가 이 구조를 10년 넘게 유지하며 매출을 147억원에서 260억원으로 키웠다는 사실은, 집계 레이어가 지속 가능한 사업인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1.

가계부에서 코스닥까지 — 세 번의 레이어 전환

마일스톤은 숫자 하나로 요약되지만, 그 숫자에 도달한 경로는 세 번의 전환으로 나뉜다. 각 전환마다 회사가 확보한 것이 달랐다.

  1. 데이터 입구를 먼저 열었다 2014년 가계부는 상품을 팔지 않았다. 소비 내역을 자동으로 불러와 한 화면에 보여주는 일만 했다1. 이 단계에서 확보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사용자 동의로 금융 데이터를 끌어오는 파이프였다. 파이프가 먼저 깔려야 그 위를 흐르는 상품이 생긴다.
  2. 제도를 앞서 걸었다 회사 설명으로는 2017년 금융 마이데이터 개념을 자산관리에 도입했고, 2022년 제도 정식 시행과 함께 은행·카드·증권·보험을 합친 통합 자산관리 앱으로 자리잡았다1. 금융정보 통합 관리에서 금융상품 중개, 금융·건강 데이터 결합으로 사업을 넓힌 것도 이 흐름 위에서다1. 제도 시행 시점에 이미 운영 중인 앱이 있었다는 것이 이 단계의 자산이다.
  3. 중개로 돈을 벌었다 현재 주요 사업은 대출·보험·카드 중개와 PFM 이다1. 쌓인 데이터와 AI 로 이용자가 금융상품을 찾고 결정하는 과정을 돕는 서비스가 매출로 이어졌고, 2025년 매출 260억원, 전년 대비 +77% 가 그 결과다1. 같은 해 조정 당기순손실이 89% 줄었다는 것은, 매출 성장이 비용 확대 없이 이뤄졌다는 뜻이다1.
"앞으로 금융의 의사결정과 실행을 혁신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발전하고 AI OS 기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며, 상장 절차도 성실히 진행해 나가겠다."1 — 뱅크샐러드 관계자

The Bet — 마이데이터 1세대가 AI 에이전트의 입구가 되는가

The Bet

베팅은 단순하다. 11년간 쌓인 통합 금융 데이터와 사용자 동의 파이프가, 금융상품을 찾고 결정하는 일을 AI 가 대신하는 시대에 가장 먼저 열리는 입구라는 것이다1. 회사가 다음 단계로 AI 에이전트와 AI OS 를 못박은 이유다1. 중개 매출이 77% 성장했다는 사실은, 그 데이터가 이미 사용자 의사결정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1. 반대편 리스크도 선명하다. 조정 EBITDA 는 여전히 마이너스 19억원이고, 주식보상비용과 RCPS 요인을 걷어내기 전의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1. 공모 규모와 일정은 심사 진행 상황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협의해 정할 예정이어서, 밸류에이션의 윤곽도 아직 없다1. 결국 심사는 이 회사가 '마이데이터 앱'이 아니라 'AI 가 돈을 움직이는 입구'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끝이 아니라 공개 검증의 시작이다. 다음 12개월 동안 숫자로 확인해야 할 지점은 세 가지다.

  1. 예비심사 통과와 공모 구조 한국거래소 심사 결과가 첫 관문이다. 공모 규모와 일정은 미정이고, 주관사 미래에셋증권과 협의해 정한다1. 증권신고서가 나오면 조정 전 손익과 중개·PFM 매출 구성이 처음 공개된다. 그때 '조정' 두 글자가 가리고 있던 폭이 드러난다.
  2. 조정 EBITDA 흑자 전환 2025년 마이너스 19억원에서 0 을 넘는지가 핵심이다1. 적자 폭이 한 해에 74% 줄었다면 산술적으로 다음 해 전환이 가능한 거리지만, 이 수치가 주식보상비용 등 비현금 비용을 제외한 값이라는 점은 계속 기억해야 한다1.
  3. AI 에이전트의 매출 기여 회사는 금융 의사결정과 실행을 대신하는 AI 에이전트와 AI OS 를 다음 단계로 선언했다1. 선언이 중개 전환율이나 사용자당 매출로 번역되는지가, 이 IPO 가 '마이데이터 1세대'의 출구인지 'AI 금융'의 입구인지를 가른다. 아직 어느 쪽도 숫자로 공개된 것은 없다.
결국 뱅크샐러드는 흩어진 금융 데이터를 한 화면에 모을 권리를 판 회사다.
그 화면이 AI 의 손에 넘어가도 입구로 남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