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가 열린 지 몇 해가 지났지만, 금융 앱이 해 준 일은 대체로 '모아서 보여주기'까지였다. 잔고를 한 화면에 띄워 주는 것과 “그래서 내 자산은 괜찮은가”에 답하는 것은 다른 일이고, 범용 AI 조차 이 질문 앞에서는 일반적인 정보를 주는 데 그친다1. 그 질문에 개인의 금융 데이터로 답하겠다는 회사가 해빗팩토리다. 거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사업의 SK텔레콤 컨소시엄이 붙었고, 해빗팩토리는 신한카드·하나카드와 같은 테이블에서 금융·결제 영역을 맡는다1.

마이데이터 본허가 → AI 에이전트 자산 진단 → SKT 컨소시엄 탑승 → 국민 단위 노후설계
3사 금융·결제 영역 파트너 · 해빗팩토리 + 신한카드·하나카드1
6개 영역 은행·카드·증권·보험 + 퇴직연금·개인연금 통합 진단1
10월 베타 서비스 시작 · 연내 정식 출시, A.X K2 등 국산 모델 기반1

왜 해빗팩토리였나 — 카드사 두 곳이 비워 둔 칸

'모두의 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국산 AI 모델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연결해 누구나 AI 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1. 수행기관으로는 SK텔레콤뿐 아니라 카카오·KT 컨소시엄도 선정됐고, 연내 대국민 서비스 개시가 예고돼 있다2. 생활밀착형이라는 말 안에서 금융·결제는 가장 민감한 칸이다. 돈이 오가고, 개인정보가 걸리고, 틀린 답의 비용이 가장 크다. 그래서 이 칸을 누가 맡느냐는 컨소시엄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SKT 컨소시엄은 이 칸을 세 회사에 맡겼다. 해빗팩토리, 신한카드, 하나카드다1. 카드사 두 곳의 세부 역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제와 소비 데이터를 쥔 회사라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자산이다. 사람의 돈은 카드 명세서에만 있지 않다. 은행과 증권, 보험, 그리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흩어져 있고, 이것을 가로질러 읽으려면 별도의 자격이 필요하다. 마이데이터 본허가. 2016년 설립된 해빗팩토리가 바로 그 허가를 받아 금융 정보를 분석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온 회사다1. 컨소시엄 안에서 해빗팩토리의 자리는 카드사가 채울 수 없는 칸이다.

해빗팩토리가 맡은 것은 마이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결합한 자산관리·노후설계 서비스다1. 은행·카드·증권·보험에 흩어진 정보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까지 모아, 자산 상태와 노후 준비 정도를 진단하는 방식이다1. 회사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범용 AI 가 일반적인 정보를 주는 데 그친다면, AI 에이전트는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이해하고 맞춤형 판단을 돕는 단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1. '연금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 연금은 충분한가'에 답하는 구조다. 전자는 검색으로 충분하고, 후자는 데이터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보다 유통에 있다.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가진 핀테크의 병목은 데이터가 아니라 도달 범위였다. 아무리 정교한 진단을 만들어도 자기 앱을 깔아 준 사용자 안에서만 작동한다. '모두의 AI'는 이름 그대로 국민 단위 배포를 전제한 사업이고, 해빗팩토리는 자기 앱 바깥의 채널에 올라탄다. 일정도 박혀 있다. SKT 컨소시엄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A.X K2 를 비롯한 국내 모델로 서비스를 만들어 10월 베타, 연내 정식 출시를 계획한다1. 발표에서 정식 출시까지 넉 달이 채 남지 않은 일정이다.

범용 AI 와 무엇이 다른가 — 같은 질문, 다른 답의 구조

영역범용 AI 챗봇해빗팩토리 AI 에이전트
데이터 소스공개 웹·일반 지식은행·카드·증권·보험 + 퇴직·개인연금 마이데이터1
답의 성격일반적인 정보 제공개인 금융 데이터 기반 맞춤형 판단 지원1
핵심 질문“연금이란 무엇인가”“내 자산 괜찮은가”1
규제 자격별도 없음마이데이터 본허가 보유1
배포 채널개별 앱·웹정부 사업 '모두의 AI' · SKT 컨소시엄12

표의 핵심은 두 번째 줄과 네 번째 줄이다. 범용 모델은 아무리 커져도 사용자의 퇴직연금 잔고를 모른다. 알 수 있는 자격이 모델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해빗팩토리가 파는 것은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에 접근할 자격과, 그 데이터를 노후 준비 정도라는 하나의 진단으로 접는 로직이다1. 마지막 줄은 이번 발표로 새로 생긴 줄이다. 같은 진단이라도 개별 앱에서 돌 때와 정부 사업의 국민 채널에서 돌 때는 도달하는 사람의 수가 다르다.

딜은 어떻게 짜였나 — 정부·통신사·핀테크의 3층 구조

이번 발표에 금액은 없다. 사업 규모, 파트너 계약 조건, 수익 배분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구조는 또렷하다. 세 층이다.

  1. 정부가 틀을 깔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모두의 AI'를 추진하면서, 국산 AI 모델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연결한다는 조건을 걸었다1. 수행기관으로 SKT·카카오·KT 가 선정됐고, 연내 대국민 서비스 개시가 목표다2. 모델이 국산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이 사업의 성격을 결정한다. 글로벌 모델과 일반 지식으로 겨루는 대신, 국내 데이터가 답을 가르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2. SKT 가 모델과 채널을 댄다 SKT 컨소시엄은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2 를 비롯한 국내 모델로 서비스를 만든다1. 통신사가 모델과 배포를 맡고, 생활 영역별 서비스는 파트너사가 채우는 구조다. 금융·결제 영역에는 해빗팩토리와 신한카드, 하나카드가 들어갔다1.
  3. 해빗팩토리가 금융 판단을 맡는다 세 회사 가운데 자산관리·노후설계를 담당하는 쪽이 해빗팩토리다1. 마이데이터로 모은 은행·카드·증권·보험·연금 정보를 AI 에이전트가 읽어 자산 상태와 노후 준비 정도를 진단한다1. 일정은 10월 베타, 연내 정식 출시다1. 진단 이후 단계가 컨소시엄 안에서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범용 모델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질문 '내 자산 괜찮은가'에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방안을 제시할 것. 국민 누구나 자신의 정보를 지키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1

The Bet — SKT 는 왜 이 회사를 골랐나

The Bet

국산 모델이 글로벌 범용 모델과 '일반 지식'으로 겨루는 판은 불리하다. 이길 수 있는 판은 국내 데이터가 답을 결정하는 영역이고, 한국인의 돈만큼 그 조건에 맞는 영역은 드물다. 모델이 아무리 커도 사용자의 연금 잔고를 읽는 자격은 모델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자격은 마이데이터 본허가에서 나오고, 해빗팩토리가 그것을 갖고 있다1. 베팅의 구조는 단순하다. 통신사가 A.X K2 와 국민 단위 채널을 대고1, 핀테크가 '내 자산 괜찮은가'에 답할 데이터와 판단 로직을 댄다. 카드사 두 곳이 결제 쪽을 맡는다면, 자산 전체를 가로지르는 진단은 마이데이터 본허가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1.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채널은 SKT 의 것이고 사업은 정부의 것이다. 베타와 정식 출시 이후 해빗팩토리가 이 트래픽을 자기 서비스로 되돌릴 수 있는지는, 공개된 조건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금액이 없는 파트너십은 지표로 읽어야 한다. 다음 세 가지다.

  1. 10월 베타가 연금까지 붙여서 열리는가 공개된 약속은 10월 베타, 연내 정식 출시다1. 지표는 날짜가 아니라 범위다. 은행·카드·증권·보험에 퇴직연금·개인연금까지 실제로 통합된 상태로 베타가 열리는지1, 아니면 일부 영역만 먼저 나오는지가 서비스의 성격을 가른다. 연금이 빠진 노후설계는 이름만 남는다.
  2. 진단이 행동으로 이어지는가 컨소시엄 안의 역할은 자산 상태와 노후 준비 정도를 '진단'하는 것이다1. 해빗팩토리의 기존 사업은 금융 정보 분석과 상품 추천이다1. 진단 뒤에 추천과 실행이 붙는지, 그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이 파트너십의 경제성을 결정한다. 현재 수익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3. 컨소시엄 바깥의 해빗팩토리가 커지는가 수행기관은 SKT·카카오·KT 세 곳이다2. 다른 두 컨소시엄의 금융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따라 경쟁 구도가 정해지고, 해빗팩토리가 SKT 채널에서 얻은 사용자를 자기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종속 여부를 가른다. 정부 사업이 끝난 뒤에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가 이 지표의 답이다.
결국 해빗팩토리는 '내 자산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답할 자격을 판다.
그 답이 자기 앱 바깥으로 나가는 10월이,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