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신용점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환 능력을 누가 먼저 가려내는가. 어니스트AI 의 AI 연계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가 그 질문에 숫자로 답했다. 9월 대출실행액은 312억 8천만원, 서비스 출시 이후 월간 최고치이자 처음으로 월 300억원을 넘은 규모이며, 1년 전보다 12.5배 늘었다1.
왜 300억이라는 선보다 4월 이후의 궤적이 중요한가
숫자부터 정리한다. 어니스트펀드의 월 대출실행액은 4월 121억 5천만원에서 9월 312억 8천만원으로 5개월 만에 2.6배가 됐고, 5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1. 같은 기간 월 실행 건수는 900건에서 2,407건으로 2.7배 늘었다1. 금액과 건수가 거의 같은 배수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이 먼저 튀어 나가지 않았다.
여기서 하나 더 읽을 수 있다. 9월 건당 평균 대출금액은 약 1,300만원이다1. 공개된 4월 수치(121억 5천만원, 900건)를 나누면 4월의 건당 평균은 약 1,350만원이다1. 건당 금액은 오히려 소폭 낮아졌다. 성장의 엔진은 대출 한 건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되는 건의 수였다. 한도를 키워 숫자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실행되는 건 자체를 늘려 규모를 만든 구조다.
12.5배라는 배수는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비교 기준인 전년 9월 실행액이 25억 1천만원으로 낮았기 때문이다1. 같은 숫자를 이어 보면 전년 9월에서 올해 4월까지 이미 약 4.8배가 늘어 있었다. 5월 이후의 2.6배는 그 위에 얹힌 두 번째 가속이다. 월별 중간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성장이 5월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붙은 속도가 한 번 더 올라간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 두 번째 가속의 출발점이 5월 19일의 상품 체계 개편이다. 어니스트AI 는 기존 단일 상품을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PRIME·STANDARD·FLEX 3종 패키지로 나누고, 상품마다 금리와 한도를 달리 설계했다1. 개편 첫 달인 5월 실행액은 155억 4천만원으로 전월보다 28% 늘었다1. 회사가 성장의 출발점으로 꼽은 것은 상품 체계의 재설계였다.
개편 이후의 궤적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단순하다. 5월의 155억 4천만원에서 9월의 312억 8천만원까지는 4개월 만에 약 2.0배다1. 6~8월의 개별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5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는 발표는 매달 직전 달을 넘어섰다는 뜻이다1. 첫 달의 반응에 그치지 않고 이후 넉 달 동안 상승이 이어졌다는 점이, 이 숫자를 일회성 급등과 구별해 준다.
무엇이 달라졌나 — 단일 상품에서 신용도별 3종으로
개편 전후의 차이는 표 한 장으로 정리된다.
| 구분 | 기존 방식 · 개편 전 | 어니스트펀드 · 개편 후 |
|---|---|---|
| 심사 기준 | 신용점수 등 일부 금융정보 중심 | 차주의 상환 능력을 입체적으로 평가1 |
| 상품 체계 | 단일 상품 | PRIME·STANDARD·FLEX 3종, 금리·한도 차등1 |
| 본신청 취소율 | 21% | 8%1 |
| 본신청 전환율 | 12.6% | 17.5% (개편 직후 4주)1 |
| 월 실적 (4월 → 9월) | 121억 5천만원 · 900건 | 312억 8천만원 · 2,407건1 |
표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탈이다. 개편 직후 4주 동안 본신청 고객의 전환율은 12.6%에서 17.5%로 올랐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신청 후 이탈이다. 본신청 취소율이 21%에서 8%로 떨어졌다1. 회사는 차주가 처음부터 자신의 신용도에 맞는 금리와 한도를 제시받게 되면서, 조건을 확인한 뒤 신청을 철회하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한다1. 단일 상품 아래에서는 조건을 확인하고 나서야 떠나는 차주가 많았고, 조건표를 신용도별로 나누자 그 이탈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고객 기준 승인율도 소폭 올랐다1.
상품 3종의 구체적인 금리 구간과 한도, 상품별 취급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확인되는 것은 구조뿐이다. 신용도에 따라 조건을 달리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가 전환율과 취소율이라는 두 개의 입구 지표로 나타났다. 입구 지표가 개선됐다는 사실만으로 상품별 수익성이나 건전성까지 말할 수는 없다.
어떻게 굴러가나 — 선별, 설계, 위탁의 세 겹
- 선별 — 상환 능력을 입체적으로 본다 신용점수 등 일부 금융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차주의 상환 능력을 입체적으로 평가해, 기존 방식으로는 대출이 어려웠던 중저신용자 가운데 상환 능력이 있는 차주를 가려낸다1. 어떤 데이터와 모델을 쓰는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 설계 — 상품을 신용도에 맞춰 나눈다 상품은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PRIME·STANDARD·FLEX 로 나뉘고, 금리와 한도가 상품마다 다르게 설계돼 있다1. 선별이 '누구에게'를 정한다면, 설계는 '어떤 조건으로'를 정한다. 취소율 8%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
- 위탁 — 자금은 금융기관이, 운영은 플랫폼이 어니스트펀드는 저축은행 등 제휴 금융기관의 연계투자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부터 실행·관리까지를 어니스트AI 의 기술 플랫폼이 위탁 수행하는 BaaS(Banking-as-a-Service) 모델이다1. 연계투자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현재 20곳이다1. 이 구조에서 어니스트AI 가 파는 것은 자금이 아니라 심사와 운영의 역량이다.
세 겹은 따로 놀지 않는다. 선별이 정확해야 상품 설계의 금리와 한도가 의미를 갖고, 설계가 맞아야 신청자가 끝까지 남으며, 위탁 구조가 받쳐 줘야 늘어난 실행을 금융기관의 자금이 소화한다. 4월에서 9월 사이 월 실행 건수가 900건에서 2,407건으로 늘어난 것은 세 겹 가운데 어느 하나가 병목이 되지 않았다는 간접 신호다1.
The Bet — 왜 이 숫자가 어니스트AI 의 티어를 바꾸는가
월 100억원대와 월 300억원대는 같은 사업의 다른 단계다. 4월의 121억 5천만원에서 9월의 312억 8천만원으로 넘어오면서 어니스트펀드는 처음으로 월 300억원 선 위에 올라섰다1. 9월 한 달의 실행액을 단순히 12개월로 늘리면 약 3,750억원이다. 전망이 아니라 규모감을 가늠하기 위한 산술일 뿐이며, 10월 이후의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규모가 만들어진 방식이다. 실행액이 늘어나는 동안 전환율은 12.6%에서 17.5%로 올랐고 취소율은 21%에서 8%로 내려갔다1. 본신청 고객 100명당 실제 대출로 이어지는 사람이 12.6명에서 17.5명으로 늘었다는 뜻이니, 상대 개선폭은 약 39%다. 신청자 유입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아 성장의 몇 퍼센트가 전환 효율에서 나왔는지는 분리할 수 없다. 다만 취소율의 하락은 유입 확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깔때기의 효율 지표가 함께 좋아졌다는 사실이, 이 성장이 구조 개선을 동반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남는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실행액은 매출이 아니다. 어니스트AI 의 매출과 손익, 연계 금융기관과의 수익 배분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둘째, 중저신용자 대출의 진짜 시험은 실행이 아니라 상환이다. 연체율 같은 건전성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셋째, 대출 비교와 판매의 경계가 업계 쟁점으로 올라와 있다. 온투업체 6곳은 토스의 진출을 앞두고, 대출 비교를 하면서 대출도 파는 구조를 이해상충으로 보고 기준을 요구했다2. 어니스트펀드가 이 논쟁의 직접 당사자인지는 이번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상환 능력을 입체적으로 보는 심사와 신용도별 상품 설계가 맞물리면, 금융기관 20곳의 자금을 월 300억원대 실행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베팅이다1. 5개월 만의 2.6배는 그 가설의 첫 증거다1. 두 번째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갚는 사람의 데이터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월 실행액이 300억원 위에서 버티는가 9월은 서비스 출시 이후 월간 최고치다1. 10월 이후에도 월 300억원 선을 유지하거나 넘기는지, 9월의 2,407건과 건당 평균 약 1,300만원을 기준선으로 건수와 금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첫 번째 확인 사항이다1. 5개월 연속 증가가 이어질지, 9월이 정점으로 남을지가 여기서 갈린다.
- 상품별 믹스와 상환 성과 PRIME·STANDARD·FLEX 중 어느 상품이 실행액을 끌고 가는지, 상품별 연체율이 어떤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취소율 8%와 전환율 17.5%는 입구의 지표다1. 출구의 지표가 나와야 이 성장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 금융기관 20곳이 몇 곳이 되는가 회사는 참여 금융기관과 공급 규모를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1. 자금 공급이 늘지 않으면 심사 역량이 있어도 실행이 막힌다. 기관 수와 함께, 대출 비교와 판매의 겸업을 둘러싼 업계 논쟁이 연계대출 플랫폼에 어떤 요건으로 돌아올지도 같이 봐야 한다2.
다음은 그 설계가 상환으로 증명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