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자율주행차에 AI 를 심는 회사들은 오랫동안 한 가지 전제를 받아들여 왔다. GPU 는 NVIDIA 고, 소프트웨어는 그 칩에 맞춰 짠다는 전제다. 퀄컴·AMD·ARM 이 저마다 AI 반도체를 들고 나오면서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센서에서 제어까지 중간 복사 없이 GPU 메모리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Zero-Copy 런타임을 들고 나온 회사가 바이스트라타다1. 거기에 서울대학교기술지주의 신규 투자가 붙었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15.
왜 '엔비디아 밖'이었나 — 칩이 늘어날수록 병목은 소프트웨어로 옮겨간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서 AI 를 돌리는 일은 모델을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AI 가 분석하고, 그 판단이 실제 기기의 움직임으로 전달되기까지의 지연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모델 성능만큼 중요하다1. 채팅창의 AI 는 응답이 조금 늦어도 사용자가 기다려 주지만, 바퀴와 관절이 달린 AI 는 그 사이에 장애물을 지나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곧 제품 안전의 문제다.
여기에 두 번째 변수가 겹쳤다. AI 반도체가 다양해졌다. 특정 칩에 맞춰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다른 하드웨어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 이번 투자 소식이 짚은 배경이다1. 로봇 한 종류에 칩 하나만 쓰는 시대가 끝나면, 칩이 바뀔 때마다 다시 짜야 하는 소프트웨어가 가장 비싼 비용 항목이 된다. 모델은 그대로인데 칩을 바꿨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이 로봇 업계의 일상이 된다.
바이스트라타는 이 두 문제를 한 레이어에서 풀겠다고 한다. GPU 제어 기술과 머신러닝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특정 제조사의 칩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AI 모델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1. 대상은 NVIDIA 하나가 아니라 퀄컴·AMD·ARM 등 여러 GPU 다1.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어떤 칩 위에서든 모델이 같은 속도로 돌게 하는 바닥을 만드는 회사다. 피지컬 AI 라는 큰 이름 아래에서 이 회사가 고른 자리는 가장 아래층이다.
창업자 조합이 이 자리를 설명한다. 공동대표 겸 CTO 박한길은 펄어비스와 넷마블에서 GPU 렌더링을 연구한 KAIST 박사다1. 게임 렌더링은 프레임 하나의 지연을 깎기 위해 GPU 를 한계까지 쓰는 분야다. 공동대표 겸 CBO 김형규는 삼성테크윈과 서울대 정밀기계연구소를 거친 임베디드·AI 엔지니어다1. 한 사람은 GPU 를 밀리초 단위로 다루는 법을 알고, 다른 사람은 센서와 모터가 달린 기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안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이들을 10년 이상 필드 경험을 가진 연구진으로 소개했다5.
무엇이 다른가 — 모델이 아니라 모델 '아래'를 바꾼다
바이스트라타 기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하는 Zero-Copy 방식이다1. 일반적인 구조에서는 센서 데이터가 AI 모델로 전달되고 다시 제어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동안 여러 차례 복사가 일어난다1. 복사 한 번은 작아 보이지만, 매 프레임 센서 데이터가 쏟아지는 로봇 안에서는 그 복사가 누적된 지연으로 쌓인다. 바이스트라타는 센서 수신부터 AI 판단, 제어까지 이어지는 중간 데이터 복사를 없애 밀리초 단위의 지연을 줄인다1.
| 영역 | 칩 종속형 AI 소프트웨어 | 바이스트라타 런타임 |
|---|---|---|
| 타깃 하드웨어 | 특정 벤더 GPU 하나에 맞춘 전용 코드 | 엔비디아 외 퀄컴·AMD·ARM 등 크로스플랫폼1 |
| 데이터 경로 | 센서 → 메모리 → GPU → 제어, 단계마다 복사 | 센서 데이터를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 (제로카피)1 |
| 지연 | 복사 횟수만큼 누적 | 중간 복사 제거로 밀리초 단위 축소1 |
| 칩 교체 비용 | 하드웨어가 바뀌면 소프트웨어 재개발 | 런타임 레이어가 하드웨어 차이를 흡수1 |
| 경쟁 레이어 | 모델·프레임워크 성능 | GPU 제어 + 머신러닝 최적화의 결합 레이어1 |
표의 오른쪽 열은 바이스트라타가 공개한 설계 방향이다. 실제 상용 보드에서 측정한 벤치마크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포지션의 장점은 모델 회사와도, 칩 회사와도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은 양쪽 모두가 자체 SDK 와 프레임워크로 이 레이어를 흡수하려 든다는 점이다. '밀리초 단위'라는 표현이 벤더별 숫자로 바뀌는 순간이 이 회사의 첫 번째 시험이다.
어떻게 쌓이나 — 세 겹의 레이어
- GPU 를 벤더 밖에서 제어한다 출발점은 GPU 제어 기술이다. 박한길 CTO 가 펄어비스·넷마블에서 다룬 GPU 렌더링은 칩을 한계까지 쓰는 일이었고, 바이스트라타는 그 제어 기술을 머신러닝 최적화와 결합해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 구동 소프트웨어로 만든다1. 칩마다 다른 명령 체계를 한 겹 아래에서 통일하는 작업이다.
- 데이터 복사를 없앤다 그 위에 제로카피 경로를 얹는다. 센서 수신부터 AI 판단과 제어까지 이어지는 중간 복사를 제거하고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해, 실시간 AI 구동에 필요한 지연을 깎는다1. 로봇과 자율주행처럼 판단이 곧 움직임이 되는 영역을 겨냥한 설계다. 김형규 CBO 의 삼성테크윈·정밀기계연구소 경력은 그 움직임이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아는 쪽이다1.
- 런타임 레이어로 묶어 현장에서 검증한다 이번 투자금은 AI 런타임 레이어 개발과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에 투입된다15. 바이스트라타가 내건 목표는 피지컬 AI 의 글로벌 표준 플랫폼이다5. 기술이 레이어가 되고, 레이어가 표준이 되는 경로를 밟겠다는 것이다. 표준이 되려면 먼저 레퍼런스가 필요하고, 그 레퍼런스를 사는 돈이 이번 투자다.
서울대기술지주는 무엇을 샀나 — 칩이 아니라 칩 사이의 틈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최근 인비보 CAR-T 개발사 엠브릭스, 금융 AX 솔루션의 관악연구소 등에 연이어 투자해 왔다34. 바이오와 금융 AI 사이에서 바이스트라타는 피지컬 AI 인프라라는 세 번째 축이다. 투자 발표는 이 회사를 피지컬 AI 핵심 기술 보유 기업으로 규정했고, 목표를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적었다5. 대학 기술지주가 상용 레퍼런스가 없는 인프라 레이어에 초기 자금을 넣는 것은, 기술의 깊이를 보고 시장의 시간을 사 주는 전형적인 딥테크 베팅이다.
베팅의 논리는 단순하다. 피지컬 AI 가 커질수록 로봇과 차량 안에 들어가는 칩은 다양해지고, 칩이 다양해질수록 하드웨어 차이를 흡수하는 런타임 레이어의 값이 오른다. NVIDIA 한 곳만 쓰는 세상에서 바이스트라타는 필요 없다. 퀄컴·AMD·ARM 이 로봇과 차량에 실제로 들어가는 세상에서는, 모델을 다시 짜지 않고도 칩을 갈아탈 수 있게 해 주는 레이어가 가장 먼저 호출된다1.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그 세상이 온다는 쪽에, 그리고 게임 GPU 렌더링과 임베디드 제어를 동시에 아는 두 공동대표가 그 레이어를 만들 적임자라는 쪽에 돈을 걸었다15. 반대 시나리오도 분명하다. 엔비디아 생태계가 로봇에서도 그대로 굳어지면 이 레이어는 틈새로 남고, 칩 벤더들이 각자 런타임을 내놓으면 중립 레이어의 자리는 좁아진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 베팅이 아직 검증 전 단계의 초기 자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1. 서울대기술지주가 산 것은 매출이 아니라, 칩 다양화라는 큰 흐름의 가장 좁은 통로에 먼저 서 있을 권리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검증 파트너의 이름 투자금 용처가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이다15. 어떤 기업이, 어떤 칩이 들어간 어떤 기기에서 바이스트라타 런타임을 돌리는지가 공개되는 순간 이 회사의 서사는 설계도에서 레퍼런스로 바뀐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채로 해가 바뀌면 그 자체가 신호다.
- 지원 하드웨어 조합의 수 퀄컴·AMD·ARM 은 현재 타깃 목록이다1. 실제 상용 보드에서 동일한 모델이 몇 개 벤더 위에서 돌아가는지, 그 포팅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가 크로스플랫폼이라는 말의 실체다. 목록이 데모가 되고 데모가 양산 보드가 되는 속도를 본다.
- 밀리초가 숫자가 되는 시점 제로카피로 지연을 줄인다는 주장은 아직 공개된 벤치마크 수치가 없다1. 센서 입력부터 제어 출력까지의 종단 지연을 벤더별로 공개하는지, 그리고 그 수치를 근거로 후속 라운드에서 금액이 공개되는지가 다음 기사의 재료다.
그 밀리초가 실제 로봇 한 대 안에서 측정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