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자율주행차에 AI 를 심는 회사들은 오랫동안 한 가지 전제를 받아들여 왔다. GPU 는 NVIDIA 고, 소프트웨어는 그 칩에 맞춰 짠다는 전제다. 퀄컴·AMD·ARM 이 저마다 AI 반도체를 들고 나오면서 그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센서에서 제어까지 중간 복사 없이 GPU 메모리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Zero-Copy 런타임을 들고 나온 회사가 바이스트라타다1. 거기에 서울대학교기술지주의 신규 투자가 붙었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15.

칩 종속 AI 소프트웨어 → 제로카피 크로스플랫폼 런타임 → 로봇·자율주행 기업 검증 → 피지컬 AI 표준 플랫폼
비공개 서울대학교기술지주 신규 투자 · 2026년 9월 발표 · 금액 미공개15
0회 센서 수신→AI 판단→제어 경로의 중간 데이터 복사 (제로카피)1
4개+ 타깃 GPU 진영 · 엔비디아 외 퀄컴·AMD·ARM 등1

왜 '엔비디아 밖'이었나 — 칩이 늘어날수록 병목은 소프트웨어로 옮겨간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서 AI 를 돌리는 일은 모델을 잘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AI 가 분석하고, 그 판단이 실제 기기의 움직임으로 전달되기까지의 지연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모델 성능만큼 중요하다1. 채팅창의 AI 는 응답이 조금 늦어도 사용자가 기다려 주지만, 바퀴와 관절이 달린 AI 는 그 사이에 장애물을 지나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곧 제품 안전의 문제다.

여기에 두 번째 변수가 겹쳤다. AI 반도체가 다양해졌다. 특정 칩에 맞춰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다른 하드웨어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 이번 투자 소식이 짚은 배경이다1. 로봇 한 종류에 칩 하나만 쓰는 시대가 끝나면, 칩이 바뀔 때마다 다시 짜야 하는 소프트웨어가 가장 비싼 비용 항목이 된다. 모델은 그대로인데 칩을 바꿨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이 로봇 업계의 일상이 된다.

바이스트라타는 이 두 문제를 한 레이어에서 풀겠다고 한다. GPU 제어 기술과 머신러닝 최적화 기술을 결합해, 특정 제조사의 칩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AI 모델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1. 대상은 NVIDIA 하나가 아니라 퀄컴·AMD·ARM 등 여러 GPU 다1.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어떤 칩 위에서든 모델이 같은 속도로 돌게 하는 바닥을 만드는 회사다. 피지컬 AI 라는 큰 이름 아래에서 이 회사가 고른 자리는 가장 아래층이다.

창업자 조합이 이 자리를 설명한다. 공동대표 겸 CTO 박한길은 펄어비스와 넷마블에서 GPU 렌더링을 연구한 KAIST 박사다1. 게임 렌더링은 프레임 하나의 지연을 깎기 위해 GPU 를 한계까지 쓰는 분야다. 공동대표 겸 CBO 김형규는 삼성테크윈과 서울대 정밀기계연구소를 거친 임베디드·AI 엔지니어다1. 한 사람은 GPU 를 밀리초 단위로 다루는 법을 알고, 다른 사람은 센서와 모터가 달린 기기가 현장에서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안다.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이들을 10년 이상 필드 경험을 가진 연구진으로 소개했다5.

무엇이 다른가 — 모델이 아니라 모델 '아래'를 바꾼다

바이스트라타 기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센서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하는 Zero-Copy 방식이다1. 일반적인 구조에서는 센서 데이터가 AI 모델로 전달되고 다시 제어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동안 여러 차례 복사가 일어난다1. 복사 한 번은 작아 보이지만, 매 프레임 센서 데이터가 쏟아지는 로봇 안에서는 그 복사가 누적된 지연으로 쌓인다. 바이스트라타는 센서 수신부터 AI 판단, 제어까지 이어지는 중간 데이터 복사를 없애 밀리초 단위의 지연을 줄인다1.

영역칩 종속형 AI 소프트웨어바이스트라타 런타임
타깃 하드웨어특정 벤더 GPU 하나에 맞춘 전용 코드엔비디아 외 퀄컴·AMD·ARM 등 크로스플랫폼1
데이터 경로센서 → 메모리 → GPU → 제어, 단계마다 복사센서 데이터를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 (제로카피)1
지연복사 횟수만큼 누적중간 복사 제거로 밀리초 단위 축소1
칩 교체 비용하드웨어가 바뀌면 소프트웨어 재개발런타임 레이어가 하드웨어 차이를 흡수1
경쟁 레이어모델·프레임워크 성능GPU 제어 + 머신러닝 최적화의 결합 레이어1

표의 오른쪽 열은 바이스트라타가 공개한 설계 방향이다. 실제 상용 보드에서 측정한 벤치마크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포지션의 장점은 모델 회사와도, 칩 회사와도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은 양쪽 모두가 자체 SDK 와 프레임워크로 이 레이어를 흡수하려 든다는 점이다. '밀리초 단위'라는 표현이 벤더별 숫자로 바뀌는 순간이 이 회사의 첫 번째 시험이다.

어떻게 쌓이나 — 세 겹의 레이어

  1. GPU 를 벤더 밖에서 제어한다 출발점은 GPU 제어 기술이다. 박한길 CTO 가 펄어비스·넷마블에서 다룬 GPU 렌더링은 칩을 한계까지 쓰는 일이었고, 바이스트라타는 그 제어 기술을 머신러닝 최적화와 결합해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 구동 소프트웨어로 만든다1. 칩마다 다른 명령 체계를 한 겹 아래에서 통일하는 작업이다.
  2. 데이터 복사를 없앤다 그 위에 제로카피 경로를 얹는다. 센서 수신부터 AI 판단과 제어까지 이어지는 중간 복사를 제거하고 GPU 메모리에서 직접 처리해, 실시간 AI 구동에 필요한 지연을 깎는다1. 로봇과 자율주행처럼 판단이 곧 움직임이 되는 영역을 겨냥한 설계다. 김형규 CBO 의 삼성테크윈·정밀기계연구소 경력은 그 움직임이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아는 쪽이다1.
  3. 런타임 레이어로 묶어 현장에서 검증한다 이번 투자금은 AI 런타임 레이어 개발과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에 투입된다15. 바이스트라타가 내건 목표는 피지컬 AI 의 글로벌 표준 플랫폼이다5. 기술이 레이어가 되고, 레이어가 표준이 되는 경로를 밟겠다는 것이다. 표준이 되려면 먼저 레퍼런스가 필요하고, 그 레퍼런스를 사는 돈이 이번 투자다.
“특정 제조사의 칩에 종속되지 않고, 로봇과 자율주행이 요구하는 실시간 AI 를 어떤 하드웨어에서든 구동하는 크로스플랫폼 소프트웨어.” — 바이스트라타 공식 포지셔닝, 서울대학교기술지주 투자 발표 기준15

서울대기술지주는 무엇을 샀나 — 칩이 아니라 칩 사이의 틈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최근 인비보 CAR-T 개발사 엠브릭스, 금융 AX 솔루션의 관악연구소 등에 연이어 투자해 왔다34. 바이오와 금융 AI 사이에서 바이스트라타는 피지컬 AI 인프라라는 세 번째 축이다. 투자 발표는 이 회사를 피지컬 AI 핵심 기술 보유 기업으로 규정했고, 목표를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적었다5. 대학 기술지주가 상용 레퍼런스가 없는 인프라 레이어에 초기 자금을 넣는 것은, 기술의 깊이를 보고 시장의 시간을 사 주는 전형적인 딥테크 베팅이다.

The Bet

베팅의 논리는 단순하다. 피지컬 AI 가 커질수록 로봇과 차량 안에 들어가는 칩은 다양해지고, 칩이 다양해질수록 하드웨어 차이를 흡수하는 런타임 레이어의 값이 오른다. NVIDIA 한 곳만 쓰는 세상에서 바이스트라타는 필요 없다. 퀄컴·AMD·ARM 이 로봇과 차량에 실제로 들어가는 세상에서는, 모델을 다시 짜지 않고도 칩을 갈아탈 수 있게 해 주는 레이어가 가장 먼저 호출된다1. 서울대학교기술지주는 그 세상이 온다는 쪽에, 그리고 게임 GPU 렌더링과 임베디드 제어를 동시에 아는 두 공동대표가 그 레이어를 만들 적임자라는 쪽에 돈을 걸었다15. 반대 시나리오도 분명하다. 엔비디아 생태계가 로봇에서도 그대로 굳어지면 이 레이어는 틈새로 남고, 칩 벤더들이 각자 런타임을 내놓으면 중립 레이어의 자리는 좁아진다.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 베팅이 아직 검증 전 단계의 초기 자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1. 서울대기술지주가 산 것은 매출이 아니라, 칩 다양화라는 큰 흐름의 가장 좁은 통로에 먼저 서 있을 권리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검증 파트너의 이름 투자금 용처가 국내외 로봇·자율주행 기업과의 협력 검증이다15. 어떤 기업이, 어떤 칩이 들어간 어떤 기기에서 바이스트라타 런타임을 돌리는지가 공개되는 순간 이 회사의 서사는 설계도에서 레퍼런스로 바뀐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채로 해가 바뀌면 그 자체가 신호다.
  2. 지원 하드웨어 조합의 수 퀄컴·AMD·ARM 은 현재 타깃 목록이다1. 실제 상용 보드에서 동일한 모델이 몇 개 벤더 위에서 돌아가는지, 그 포팅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가 크로스플랫폼이라는 말의 실체다. 목록이 데모가 되고 데모가 양산 보드가 되는 속도를 본다.
  3. 밀리초가 숫자가 되는 시점 제로카피로 지연을 줄인다는 주장은 아직 공개된 벤치마크 수치가 없다1. 센서 입력부터 제어 출력까지의 종단 지연을 벤더별로 공개하는지, 그리고 그 수치를 근거로 후속 라운드에서 금액이 공개되는지가 다음 기사의 재료다.
결국 바이스트라타는 칩을 팔지 않는다. 칩과 칩 사이에서 복사되고 버려지던 밀리초를 판다.
그 밀리초가 실제 로봇 한 대 안에서 측정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