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 산업은 오랫동안 '공간'을 단위로 움직였다. 창고 하나, 온실 하나, 서버실 하나를 통째로 식히고, 비어 있는 자리에도 같은 전기를 썼다. LG전자 사내벤처 STUDIO341에서 나온 신선고는 그 단위를 '제품과 구역'으로 쪼갰고, 거기에 임팩트 투자사 MYSC가 아모레퍼시픽이 출자한 펀드로 프리A 자금을 붙였다14.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투자자가 무엇을 샀는지는 공개됐다13.

LG전자 사내벤처 스핀오프 → 제품·구역 단위 분산 냉각 → 콜드체인에서 검증 → 스마트팜·AI 엣지 DC 냉각 인프라
Pre-A MYSC 투자 · 아모레퍼시픽 출자 '어 모어 뷰티풀 챌린지 2호' 펀드 · 금액 비공개1
2곳 2025년 냉각 솔루션 공급 스마트팜 · 인천·파주1
3곳 공개된 엣지 데이터센터 냉각 공동개발 파트너 · 제타큐브·코리아IDC·귀뚜라미 나노켐1

왜 '분산 냉각'이었나 — 가장 큰 기계가 가장 많이 낭비했다

냉각은 본질적으로 '공간을 사는' 비용 구조였다. 냉동창고는 창고 부피만큼, 서버실은 룸 부피만큼 식힌다. 물건이 절반만 차 있어도 비용은 공간 전체에 매겨지고, 설치비는 공간 규모에, 운영비는 가동 시간에 비례한다. 신선고가 공격한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공간 전체를 한꺼번에 냉각하는 대신 자체 냉각·단열 기술로 필요한 제품과 구역만 선택적으로 식히는 개별·분산형 냉각 장치를 만든다14.

핵심은 '모듈'이다. 고객이 원하는 온도와 크기, 사용 환경에 맞춰 냉각 모듈을 구성하고, 회사는 이 구조가 초기 설치비와 운영 중 에너지 사용을 함께 줄인다고 설명한다1. 냉기를 공간에 채우는 대신 물건에 붙인다는 발상이고, 그래서 첫 제품군이 택배·의료·식품 등 용도별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정온 패키지였다1. 정온 패키지는 창고를 짓지 않고도 저온을 만든다. 택배 상자 하나, 의약품 보관함 하나가 각자의 냉각 단위가 되고, 물류 흐름을 따라 냉기가 함께 움직인다. 다만 절감 폭을 숫자로 입증한 공개 자료는 아직 없다. 지금 단계에서 이 주장은 회사 측 설명이며, 그 점은 뒤에서 다시 짚는다.

출신이 기술의 신뢰도를 일부 담보한다. 신선고는 LG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STUDIO341에서 출발했고1, 스스로 LG전자의 냉장고·에어컨 기술력을 활용한 쿨링 솔루션을 표방한다5. 냉각과 단열은 재료·압축·열교환의 축적이 필요한 영역이다. 소프트웨어처럼 몇 달 안에 따라잡기 어렵고, 그래서 대기업 냉각 사업부의 유전자를 들고 나온 팀이라는 사실이 투자 판단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 이성훈은 이번 자금을 냉각·단열 기술 고도화와 제품 양산, 사업화 확대에 쓰겠다고 밝혔다1.

시점도 맞물린다. 투자가 발표된 같은 주, 글로벌 메가머니는 AI 인프라와 전력으로 쏠렸다2. AI 연산이 늘면 전력이 늘고, 전력의 한 축이 냉각이다. 신선고가 중장기 타깃으로 적은 시장이 바로 AI 엣지 데이터센터용 냉각 장치다1. 콜드체인에서 번 신뢰를 서버랙 앞까지 끌고 가겠다는 로드맵이고, 투자자는 이 순서를 샀다. 데이터센터 냉각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지만, 엣지라는 작은 단위로 들어가면 신선고의 모듈 논리가 오히려 유리해진다.

공간을 식히는 회사 vs 물건을 식히는 회사

비교의 축은 하나다. 냉각 설비를 '공간'에 맞추는가, '대상'에 맞추는가. 전통 방식에서는 냉동창고·온실·서버실마다 다른 설비 회사가 공간 규모로 견적을 냈다. 신선고는 온도·크기·사용 환경이라는 세 변수로 모듈을 조합하고, 그 조합을 콜드체인·스마트팜·데이터센터에 같은 방식으로 적용한다1.

영역전통 중앙집중 냉각신선고 분산 냉각
냉각 단위창고·온실·서버실 공간 전체필요한 제품·구역만 선택 냉각1
설비 구조고정식 대형 냉동기·공조 설비온도·크기·사용 환경별 냉각 모듈 조합1
초기 설치비공간 규모에 비례필요한 모듈만 설치 · 절감은 회사 측 설명1
운영 에너지빈 공간까지 같은 전력으로 냉각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 MYSC 투자 논거1
적용 범위용도별로 별도 설비 (냉동창고·온실·서버실)정온 패키지 → 스마트팜 → AI 엣지 DC, 한 기술 축13

표의 마지막 행이 이 회사의 설계도다. 전통 방식에서는 콜드체인 창고 사업자, 온실 설비 업체, 데이터센터 공조 업체가 서로 다른 회사다. 신선고는 세 시장을 하나의 냉각·단열 모듈로 관통하려 한다. 위클리 리포트가 이 회사를 맞춤형 냉각 인프라로 부른 이유다3.

하나의 기술 축, 세 개의 시장

로드맵은 회사가 직접 적어 뒀다. 단기는 콜드체인 물류에서 제품과 사업모델 검증, 중장기는 스마트팜과 AI 엣지 데이터센터 진출이다1. 세 시장은 고객이 다르지만 요구는 같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를, 항상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식혀 달라는 것이다.

  1. 콜드체인에서 검증한다 단기 타깃은 신선식품·의약품을 저온으로 유통하는 콜드체인 물류 시장이다. 택배·의료·식품 등 용도별 정온 패키지가 첫 제품군이고, 회사는 여기서 제품과 사업모델을 먼저 검증한다고 밝혔다1. 모듈 하나가 시범 도입을 넘어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지가 이 단계의 전부다.
  2. 스마트팜으로 넓힌다 신선고는 2025년 인천과 파주의 스마트팜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했다1. 온실 전체를 식히지 않고 필요한 구역만 식히는 적용이고, 공개된 실적 중 가장 구체적인 레퍼런스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2025년 청년그린창업 스프링캠프와 2026년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 선정도 이 축에 붙어 있다1.
  3. AI 엣지 데이터센터로 간다 엣지 데이터센터는 이용자 가까이에 작은 규모로 분산 설치하는 데이터센터다1. 작고 흩어진 서버실은 중앙 공조가 비효율적이라 분산 냉각의 논리가 그대로 들어맞는다. 랙 몇 개짜리 시설에 대형 공조를 붙이는 것은 창고 한 칸을 위해 냉동창고를 짓는 것과 같은 낭비다. 신선고는 제타큐브와 초소형 데이터센터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올해는 코리아IDC·귀뚜라미 나노켐 등과 모듈식 엣지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1.
"공간 전체를 일괄적으로 냉각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냉각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 비용과 운영 위험을 함께 낮추는 기업." — MYSC 관계자, 투자 배경 설명1

The Bet — 왜 아모레퍼시픽 펀드가 냉각 하드웨어를 샀나

The Bet

이번 라운드의 투자자는 임팩트 투자사 MYSC이고, 자금은 아모레퍼시픽이 출자하고 MYSC가 운용하는 '어 모어 뷰티풀 챌린지 2호' 펀드에서 나왔다1. 펀드 이름은 뷰티지만 투자 논리는 에너지다. MYSC는 투자 배경을 "에너지 비용과 운영 위험을 함께 낮추는 기업"으로 적었다1. 임팩트 자본이 사는 것은 매출 곡선보다 절감의 구조다. 식히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식히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에너지 임팩트가 되고, 콜드체인·스마트팜·데이터센터 어디에 적용돼도 같은 임팩트가 반복된다. 그래서 금액 비공개 Pre-A라는 작은 라운드에 뷰티 대기업 출자 펀드가 냉각 하드웨어를 넣는 조합이 성립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청년그린창업 스프링캠프와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 선정도 같은 결이다1. 정부와 임팩트 자본이 이 회사를 읽는 키워드는 냉각이 아니라 에너지다. 베팅의 핵심은 한 문장이다. '필요한 곳만 식힌다'가 세 개 시장에서 똑같이 팔린다면, 이 회사는 냉각 장치 제조사가 아니라 냉각 인프라 회사가 된다3.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세 시장은 영업 구조와 구매 결정자가 전혀 다르고, 양산 전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Pre-A는 검증보다 약속에 가깝다. LG전자와의 현재 지분·공급 관계도 공개된 자료에는 없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정온 패키지의 양산 전환 투자금 용도의 첫 줄이 냉각·단열 기술 고도화와 제품 양산이다1. 콜드체인 고객이 시범 도입을 넘어 반복 발주로 넘어가는지, 그리고 양산 단가와 고객 수가 공개되는지가 첫 신호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Pre-A는 양산 라인이 돌기 시작할 때 비로소 숫자가 생긴다.
  2. 엣지 DC 공동개발의 납품 전환 제타큐브, 코리아IDC, 귀뚜라미 나노켐과의 협업은 현재 '공동 개발'과 '추진' 단계다1. 이 중 하나라도 실제 설치 사례로 바뀌면 중장기 로드맵이 현재형이 된다. 반대로 12개월 뒤에도 공동개발 문구만 남아 있다면, 이 회사의 서사는 콜드체인 장비 회사로 좁아진다.
  3. 절감 수치의 제3자 검증 초기 설치비와 운영 에너지 절감은 지금까지 회사 측 설명이다1. 인천·파주 스마트팜처럼 이미 돌아가는 현장에서 측정된 수치가 공개되는 순간, 다음 라운드의 가격이 정해진다. 임팩트 펀드가 들어온 회사라면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적다.
결국 신선고는 냉기를 공간이 아니라 물건에 붙이는 기술을 판다.
그 냉기가 서버랙 앞에 닿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