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와 화학 플랜트의 압력·온도·유량을 다루는 제어기 상당수는 지금도 수십 년 된 PID 제어 위에서 돈다. 사람이 미리 정해둔 설정값으로 설비를 돌리는 구조라, 수소 저장이나 탄소 포집처럼 작은 조건 변화에도 민감한 친환경 설비가 늘수록 효율의 빈틈이 커진다1. 대안인 글로벌 APC 는 전문가가 공정 모델을 직접 짜는 프로젝트형이라 중소·중견 설비에는 문턱이 높았다1. 그 틈에 '설비는 그대로 두고 AI 만 얹는다' 는 리트로핏을 들고 나온 부산의 6인 팀에, (재)큐네스티가 1억원 시드를 넣었다1.

기존 PLC 설비 → 액시온 엣지 장착 → PINN 게이트로 안전 검증 → 발전·화학 설비 자율 운전
1억원 2026년 7월 시드 · (재)큐네스티 · 4분기 2억원 추가 유치 목표
1,000시간 고위험 현장 누적 실증 데이터 · 동서발전·에코프로 실증 2건 진행
10%+ 에코프로 CCU 설비 공정 효율 개선 목표 · 자사 시뮬레이션 기준

왜 리트로핏이었나 — 설비를 바꾸지 않는 것이 진입 조건이었다

산업 제어에 AI 가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알고리즘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데이터만으로 학습한 모델은 학습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명령을 낼 수 있고, 발전소 제어실에서 그 한 번은 곧 사고다1. 그래서 대형 플랜트는 전문가가 공정 모델을 손으로 짜고 조건이 바뀌면 다시 조정하는 APC 를 비용을 감수하며 썼고,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중견 설비는 PID 설정값을 그대로 두는 쪽을 택했다1. 수십 년간 유지된 이 분단선이 로엔코리아가 노리는 자리다.

회사의 답은 두 겹이다. 첫째, 설비를 교체하지 않는다. 액시온(AXION) 은 이미 운영 중인 PLC 기반 설비에 그대로 장착하는 리트로핏형 피지컬 AI 폐루프 제어 솔루션으로, 운전 조건이 바뀔 때마다 AI 가 최적 제어값을 실시간으로 찾아 기존 제어기에 직접 반영한다1. 둘째, AI 의 명령이 PLC 에 들어가기 전에 물리 법칙으로 한 번 더 거른다. 물리정보신경망(PINN) 의 잔차를 기준으로 질량·에너지 보존을 어기는 명령을 걸러내는 '제어명령 거부 게이트' 구조이고, 2026년 8월 국내 특허 출원과 심사청구를 마쳤다1. AI 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제품 구조 안에 박아 넣은 것이 이 회사의 출발점이다. 회사는 이 조합을 '산업의 자율주행' 이라고 부른다1.

팀의 이력이 이 선택을 설명한다. 우동주 대표는 부산대 조선해양공학 석사 출신으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역학·시스템 설계를 맡았다1. 소프트웨어 회사가 제어를 배운 순서가 아니라, 플랜트 설계자가 AI 를 도구로 집어든 순서다. 팬리스 밀폐형·IP65·DIN 레일 장착·DC 9~36V 사양의 엣지 제어기와 HMI 운영 콘솔, AI 추론·학습 파이프라인을 전부 자체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1. 현장 제어반에 그대로 꽂히는 형태가 아니면 리트로핏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2022년 설립 뒤 6명 규모로 본사를 부산 펜타플렉스로 확장 이전했다1.

그래서 이번 라운드에서 1억원이라는 숫자보다 눈여겨볼 것은 실증 두 건이다. 한국동서발전 그린수소 실증단지의 고체수소 저장 시스템 압력 제어는 통합 제어실·PLC 제어반·HMI 구축을 끝내고 10월 초 PoC 에 들어갔다1. 에코프로의 탄산리튬 생산용 CCU 설비는 계측·제어 장비 4종을 확정했고, 자사 시뮬레이션 기준 공정 효율 10% 이상 개선을 목표로 잡았다1. 고위험 현장에서 쌓은 누적 1,000시간의 실증 데이터는 설립 4년차 6인 팀이 쥔 가장 비싼 자산이다1.

PID·APC 와 액시온 — 무엇이 다른가

비교의 축은 '얼마나 똑똑한가' 가 아니라 '어디까지 바꿔야 쓸 수 있는가' 다. PID 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효율을 포기하고, APC 는 효율을 얻지만 전문가·모델·프로젝트 비용을 요구한다1. 액시온은 그 사이에서 PID 쪽의 도입 비용과 APC 쪽의 적응 능력을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포지션이다.

영역기존 PID 운전 · 글로벌 APC로엔코리아 액시온
제어 로직사람이 정한 고정 설정값(PID) · 전문가가 짠 공정 모델(APC)운전 조건별 최적 제어값을 AI 가 실시간 탐색
도입 방식APC 는 전문가 모델링이 필요한 프로젝트형 구축기존 PLC 설비에 엣지 제어기 장착(리트로핏)
조건 변화 대응모델 재조정 필요 · 비용 재발생실시간 재탐색 후 기존 제어기에 직접 반영
안전 장치운전원 판단 · 데이터 학습 AI 는 불가능 명령 위험PINN 잔차 기반 제어명령 거부 게이트(특허 출원)
과금·적용 규모대형 플랜트 중심 프로젝트 단가엣지 HW 단위 · 구축형 · 구독형(RaaS) 3종, 중소·중견 설비까지

표에서 결정적인 행은 '안전 장치' 다. APC 가 비싼 이유도, PID 가 살아남은 이유도 결국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설비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액시온은 그 책임의 경계를 사람에서 물리 법칙으로 옮긴다. AI 가 내놓은 제어값이 질량·에너지 보존을 어기면 PLC 에 닿기 전에 걸러진다1. 자율주행차의 긴급 제동에 해당하는 장치를 공정 제어에 먼저 깔아 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 게이트가 너무 자주 개입하면 효율 개선 폭은 그만큼 줄어든다. 안전과 효율의 트레이드오프를 어디에 둘지는 실증 데이터가 답해야 한다.

실증에서 매출까지 — 액시온이 가는 세 갈래

제품 매출은 아직 없다. 실증 단계인 만큼 현재 수익은 엔지니어링 용역과 시스템 통합 공급 계약에서 나온다1. 이 구간을 어떻게 건너는지가 시드 이후 12개월의 전부다.

  1. 실증으로 레퍼런스를 만든다 동서발전 그린수소 실증단지와 에코프로 CCU 설비는 각각 '고위험 압력 제어' 와 '공정 효율' 이라는 서로 다른 증명을 맡는다1. 여기서 나온 수치가 이후 모든 제안서의 첫 페이지가 된다. 2026년 9월 15일 과기정통부·NIPA 주최 '2026 지역 디지털 스케일업 챌린지' 본선 2등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은 그 전 단계의 외부 검증이다1.
  2. 파트너 채널로 현장에 들어간다 산업용 제어기 기업 바흐만(Bachmann) 의 국내 유일 솔루션 파트너라는 지위는 6인 팀이 직접 영업으로 닿을 수 없는 제어반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다1. 리트로핏은 결국 기존 제어기 벤더와 같은 편에 서야 하는 사업이다.
  3. 대기업 그룹 계열사로 확장한다 국내 대기업 그룹 3곳에 계열사 적용 제안서를 냈다1. 한 그룹 안에서 PLC 기반 설비는 여러 계열사에 반복 등장하므로, 첫 계열사 계약 하나가 구독형(RaaS) 매출의 시작점이 된다. 도입 방식을 엣지 HW·구축형·구독형 세 가지로 쪼갠 이유도 여기에 있다1.
"설비 교체 없이 피지컬 AI 로 '산업의 자율주행' 을 연다." — 로엔코리아, 회사 공식 포지셔닝1

The Bet — 큐네스티가 1억원으로 산 것

The Bet

큐네스티가 산 것은 매출이 아니다. 제품 매출은 아직 없다1. 산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설비를 바꾸지 않아 PID 로 돌아가는 설비 전체가 잠재 시장이 되는 리트로핏이라는 진입각. 둘째, 산업 현장이 AI 를 거부해 온 유일한 이유인 안전을 특허 출원된 거부 게이트로 정면 돌파한 구조1. 셋째, 동서발전과 에코프로라는 고위험 현장 두 곳이 이미 제어반을 열어줬다는 사실1. 시드 단계 딥테크에서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진 경우는 드물다. 부산의 초기 투자 척도 자체가 소액 다건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올 상반기 19개 스타트업에 넣은 돈이 총 23.5억원이고5, 그 척도에서 1억원은 이례적으로 작은 숫자가 아니다. 베팅의 성패는 금액이 아니라 10월 PoC 결과가 4분기 2억원 라운드에 어떤 밸류로 연결되는지에 달렸다1.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10% 는 아직 자사 시뮬레이션 숫자이고1, 1억원은 6인 팀의 하드웨어·현장 실증 비용을 오래 버티게 하는 금액이 아니다. 특허는 출원과 심사청구 단계라 등록 전이다1. 그리고 리트로핏은 기존 제어기 벤더가 자체 AI 모듈을 내놓는 순간 포지션이 흔들리는 사업이다. 바흐만 파트너십이 방패가 될지 종속이 될지는 계약 구조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동서발전 PoC 의 실측 결과 10월 초 시작한 고체수소 저장 압력 제어 PoC 에서 거부 게이트가 실제로 몇 번 개입했고 압력이 설정 범위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됐는지가 첫 성적표다1. 이 숫자가 공개되는 순간 '피지컬 AI 제어' 는 개념에서 사례로 바뀐다.
  2. 에코프로 CCU 에서 10% 가 실측으로 찍히는가 자사 시뮬레이션 기준 목표치가 현장 계측값으로 바뀌는지, 그 폭이 10% 에 못 미치더라도 투자 회수 기간을 정당화하는 수준인지가 두 번째다1. 이 결과가 곧 대기업 그룹 3곳 제안서의 설득력이다.
  3. 4분기 2억원 라운드와 첫 제품 매출 회사가 밝힌 다음 일정은 2026년 4분기 2억원 시드 추가 유치다1. 용역·SI 매출 외에 엣지 HW 나 구독형(RaaS) 에서 첫 제품 매출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라운드에 큐네스티 외 투자자가 들어오는지가 티어를 가른다.
결국 로엔코리아는 설비가 아니라 '설비를 AI 에 맡겨도 된다는 조건' 을 판다.
그 조건이 시뮬레이션 수치에서 현장 수치로 바뀌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