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은 오랫동안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공식이었다. 히트 상품 하나를 만들어 해외 벤더에 실어 보내는 방식이 표준이었고, 헤어케어는 글로벌 대기업의 영토로 남아 있었다. 그 공식 바깥에서 소비자 수요를 쪼개 멀티 브랜드를 직접 기획·유통해 온 회사가 바이트랩이다. 포브스 아시아가 아시아·태평양 16개 국가·지역의 비상장기업 100곳을 추리면서 이 회사를 명단에 올렸다 — 한국 기업은 9개사뿐이다12.

세분화 수요 발굴 멀티 브랜드 기획 글로벌 직접 유통 Forbes Asia 100
100곳 Forbes Asia 100 to Watch 2026 · 아태 16개 국가·지역, 한국은 9개사
15배 매출 성장 · 2021년 40억원 → 2025년 약 600억원
20개국 릴리이브 앞세운 진출국 · 올해 목표 매출 1,000억원 이상

왜 헤어케어였나 — 공식 바깥의 카테고리가 지렛대였다

K-뷰티의 글로벌 확장은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이라는 두 카테고리에 눌러앉아 있었다. 수출 물량도, 성공 사례도, 투자 서사도 대부분 이 두 축에서 나왔다. 헤어케어는 시장이 작아서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유통 장벽이 두꺼워 한국 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으로 취급돼 왔다. K-뷰티의 확장이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넘어 헤어케어와 라이프스타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정을 둘러싼 배경이다1.

2020년 설립된 바이트랩(대표 조용훈)은 이 지점을 반대로 읽었다1. 경쟁이 밀집한 카테고리 대신, 세분화된 수요가 방치된 곳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헤어케어 브랜드 릴리이브(lilyeve)가 그 결과물이고, 이후 스킨케어 색동서울(Saekdong Seoul), 라이프스타일 바르너(Baruner)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1. 방법론은 '브랜드 커머스'다. 소비자의 구체적인 문제와 수요에서 출발해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구축부터 마케팅과 유통까지 직접 수행한다1. 벤더에 기대는 간접 수출과 달리, 어떤 수요가 어느 나라에서 열리는지를 회사가 직접 본다.

성적은 채널이 증명한다. 릴리이브는 CJ올리브영에서 판매를 확대했고, 미국 아마존 헤어케어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다1. 국내 최대 뷰티 채널과 세계 최대 이커머스, 양쪽에서 동시에 검증된 한국 헤어케어 브랜드는 흔치 않다. 매출은 2021년 40억원에서 2025년 약 600억원으로, 4년 만에 15배가 됐다1.

포브스 아시아는 산업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시장 적합성, 사업 모델과 혁신성, 매출 성장·투자 유치 역량을 종합 평가해 100곳을 고른다1. 올해로 6회째인 이 리스트에서 바이트랩은 헤어케어와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는 K-뷰티의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1.

'브랜드 수출'과 '브랜드 빌딩'은 다른 사업이다

바이트랩의 모델을 기존 K-뷰티 수출 공식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하나의 브랜드를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의 세분화된 수요를 찾아 여러 브랜드를 기획하고 글로벌 유통까지 직접 연결하는 '브랜드 빌더' 모델이다1.

영역전통 K-뷰티 수출바이트랩 브랜드 커머스
브랜드 구조단일 히트 브랜드 의존릴리이브·색동서울·바르너 멀티 포트폴리오
제품 기획트렌드 추종형 기획소비자의 구체적 문제·수요 기반 개발
카테고리스킨케어·메이크업 중심헤어케어·라이프스타일로 확장
유통벤더·총판 경유 간접 수출브랜드 구축부터 마케팅·유통까지 직접 수행
성장 궤적단기 히트 후 정체 반복4년 매출 15배 · 약 20개국 전개

표의 오른쪽 열은 더 무겁고 느린 사업이다. 브랜드마다 기획·생산·마케팅·유통을 직접 감당해야 하고, 실패한 브랜드의 비용도 회사가 진다. 대신 성공의 공식이 회사 안에 축적된다. 단일 브랜드의 성공은 운일 수 있지만, 반복되는 성공은 시스템이다. 포브스 아시아의 평가 축 — 사업 모델과 혁신성, 매출 성장 — 이 가리키는 지점도 여기다1.

40억이 600억이 되는 동안 — 세 번의 선택

  1. 수요를 쪼개 브랜드를 만든다 시장 전체가 아니라 소비자의 구체적인 문제 단위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그 단위마다 브랜드를 배정한다. 헤어케어의 릴리이브, 스킨케어의 색동서울, 라이프스타일의 바르너가 그렇게 나왔다1.
  2. 채널 양쪽에서 검증한다 국내에서는 CJ올리브영 판매 확대로 대중 검증을, 해외에서는 미국 아마존으로 글로벌 검증을 받았다. 릴리이브의 아마존 헤어케어 카테고리 1위가 이 전략의 정점이다1.
  3. 검증된 공식을 수평 확장한다 검증이 끝난 브랜드는 약 20개국으로 밀어낸다1. 2021년 40억원이던 매출이 2025년 약 600억원까지 오는 동안 이 사이클이 반복됐고, 올해 목표는 1,000억원 이상이다1.
"소비자의 구체적인 문제와 수요에서 출발해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 구축부터 마케팅과 유통까지 직접 수행한다." — 바이트랩의 브랜드 커머스 모델1

The Bet — 자본이 AI로 쏠린 해에, 매출로 명단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는 바이오와 AI 양강 구도였다3. 포브스 아시아가 고른 한국 기업 9곳에서도 AI·로봇이 두각을 보였다2. 그 명단에서 컨슈머 브랜드 커머스는 이질적인 존재다. 유행하는 기술 서사 없이, 매출 성장이라는 가장 오래된 언어로 리스트에 올랐다.

The Bet

포브스가 지목한 것은 샴푸 한 병이 아니라 브랜드를 반복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자본과 관심이 AI·바이오로 쏠린 해에23 컨슈머 회사가 실적으로 이 명단에 들었다는 사실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 K-뷰티의 다음 성장은 스킨케어 바깥 — 헤어케어·라이프스타일 — 의 카테고리 확장에서 나온다. 둘, 그 확장을 감당하는 단위는 단일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 빌더다. 릴리이브가 증명한 공식을 색동서울과 바르너가 재현하는 순간, 600억은 통과점이 된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연 매출 1,000억원 돌파 여부 회사가 공언한 올해 목표다1. 600억에서 1,000억으로 가는 구간은 단일 히트 브랜드의 관성만으로는 어렵다. 달성 여부가 '브랜드 빌더' 서사의 1차 검증이다.
  2. 두 번째 히트 브랜드의 등장 공개된 성과는 릴리이브에 집중돼 있고, 색동서울·바르너의 브랜드별 매출 기여는 공개되지 않았다1. 릴리이브 없이도 성립하는 매출 구조가 나오는지가 멀티 브랜드 모델의 실질 시험대다.
  3. 아마존 1위의 지속성 미국 아마존 헤어케어 카테고리 1위는 '기록한 바 있다'는 과거형이다1. 순간의 스파이크가 아니라 상시 상위권으로 유지되는지, 약 20개국 유통이 특정 시장 편중을 넘어서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바이트랩이 파는 것은 샴푸가 아니라, 수요를 찾아 브랜드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이 두 번째 릴리이브를 만들어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