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진료는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커프를 한 번 감아 얻는 숫자 하나에 기대 왔다. 하지만 혈압은 하루 안에서도 오르내리고, 진료실의 한 번은 그 곡선 위의 점 하나일 뿐이다. 그 점을 24시간의 선으로 바꾸겠다며 손목 위 초소형 혈압계를 들고 병원으로 들어간 회사가 참케어다. 거기에 유한양행이 10억원을 붙였다1.

초소형 혈압측정 기술 → 병원용 24시간 활동혈압계 → 유한양행 영업망 결합 → 스마트병동·RPM·재택의료
10억 유한양행 전략적 투자 · 2026년 9월 말 절차 완료1
24h H2-ABPM · 일상생활 중 연속 측정 · 실시간 모니터링1
4 협력 확장 검토 영역 · 스마트병동·입원환자 모니터링·RPM·재택의료1

왜 '병원용'이었나 — 소비자 웨어러블 대신 의료기기를 골랐다

손목에서 혈압을 읽는 기기는 소비자 시장에 이미 많다. 그러나 그 숫자가 진료실의 처방을 바꾸는 일은 드물다. 의사가 믿고 쓰는 혈압 데이터에는 의료기기로서의 신뢰도와 진료 기록에 들어갈 수 있는 형식이 필요하다. 참케어는 처음부터 이 쪽을 겨냥했다. 회사의 사업 기반은 독자 혈압측정 기술과 초소형화 기술이고, 이 둘로 손목밴드형 혈압계 H2-BP와 24시간 활동혈압측정기 H2-ABPM을 개발했다1.

H2-ABPM은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도 24시간 혈압을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다1. 의료기관은 이를 고혈압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에 활용한다1. 참케어는 이 제품을 중심으로 병원·의원 대상 혈압측정 솔루션 공급을 확대해 왔다1. 소비자에게 앱을 파는 대신 의사에게 검사 장비를 파는 길을 택한 것이다.

24시간 활동혈압측정 자체는 새로운 검사가 아니다. 문제는 환자가 하루를 온전히 착용해 내느냐였다. 기기가 크고 불편할수록 측정은 중간에 끊기고, 끊긴 데이터는 진단에 쓸 수 없다. 참케어가 판 것은 '24시간 측정'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환자가 24시간을 실제로 견디게 하는 크기였다. 초소형화는 편의 기능이 아니라 측정 완료율이고, 측정 완료율은 곧 진단의 질이다.

타이밍도 있다. 협력 분야로 거론된 원격환자모니터링과 재택의료는 혈압 데이터의 쓰임새가 외래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다1. 병원 안에서만 쓰이던 24시간 혈압계가 병동과 가정으로 나갈 수 있는 창이 열리는 시점에, 참케어는 그 창을 제약사의 영업망과 함께 통과하려 한다.

유한양행이 본 것도 그 지점이다. 이번 투자에는 초소형 웨어러블 혈압측정 기술,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관용 모니터링 솔루션의 사업 확장성,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1. 기술 하나를 산 것이 아니라 '기술이 들어갈 병원'까지 묶어서 본 셈이다. 다만 회사의 매출, 공급 중인 의료기관 수, 누적 투자액은 이번 발표에 공개되지 않았다. 참케어가 밝힌 것은 기술과 제품, 그리고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는 방향뿐이다1. 그만큼 이 회사는 숫자보다 구조로 읽어야 한다.

진료실 커프 vs 참케어 — 혈압 데이터의 다섯 가지 차이

참케어의 포지션을 가장 빠르게 읽는 방법은 전통적인 혈압 측정과 나란히 놓는 것이다. 차이는 기기의 크기만이 아니다. 데이터가 생기는 시점, 흐르는 경로, 그리고 병원에 들어가는 길까지 다르다.

영역전통 혈압 측정참케어
측정 시점진료실 방문 시 간헐 측정H2-ABPM · 24시간 연속 측정1
측정 환경진료실·외래 대기 후환자의 일상생활 중1
데이터 전달측정 후 수기·차트 기록실시간 모니터링1
차세대 측정 원리커프 가압 기반 간헐 측정요골동맥 압력파형 토노메트릭 연속측정 · 개발 중1
병원 진입 경로기기사 개별 영업유한양행 의료기관 영업 네트워크 결합1

네 번째 행은 아직 미래형이다. 커프를 부풀려 혈압을 재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간헐적이다. 한 번 재고, 쉬고, 다시 잰다. 참케어가 개발 중인 기술은 요골동맥의 압력파형을 활용하는 토노메트릭 방식, 즉 센서 타입의 측정이다1. 간헐적 혈압측정의 한계를 보완하고 연속적인 혈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1. 이것이 상용화되면 '간헐'이 '연속'으로 바뀌고, 혈압은 검사 결과가 아니라 생체신호 스트림이 된다.

다섯 번째 행이 이번 투자의 핵심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가장 자주 멈추는 곳은 기술이 아니라 병원 문 앞이다. 유한양행의 의료기관 영업 네트워크에 참케어의 웨어러블 혈압측정 기술을 접목한다는 구상은, 그 문을 제약사의 손으로 열겠다는 뜻이다1.

10억이 하는 일 — 세 단계

금액만 보면 이번 라운드는 크지 않다. 하지만 전략적 투자의 가치는 수표의 크기가 아니라 수표에 딸려 오는 것에서 나온다. 참케어가 밝힌 투자 이후 계획은 세 단계로 읽힌다.

  1. 연구개발·공급 역량 강화 참케어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연구개발과 제품 공급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1. 기술 측면의 우선순위는 초소형 연속혈압측정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다1. 영업망에 실을 '다음 제품'을 만드는 단계다.
  2. 유한양행 영업망에 접목 유한양행의 의료기관 영업 네트워크에 웨어러블 혈압측정 기술을 접목해, 병원용 24시간 활동혈압측정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힌다1. 참케어가 혼자 병원을 하나씩 뚫는 대신, 이미 병원에 드나드는 영업 조직의 가방에 기기를 얹는 구조다.
  3. 병동과 집으로 확장 협력 분야를 스마트병동,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원격환자모니터링(RPM), 재택의료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한다1. 외래에서 시작한 24시간 혈압 데이터가 병동과 가정으로 이어지면, 기기 회사는 모니터링 플랫폼 회사가 된다. 그 끝에 국내외 영업 확대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이 놓여 있다1.

세 단계는 순서가 있다. 첫 단계가 늦어지면 둘째 단계의 영업망은 실을 제품이 H2-ABPM 하나뿐이고, 둘째 단계가 막히면 셋째 단계의 병동·재택 확장은 검토로 끝난다. 참케어가 '상용화를 앞당긴다'는 표현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1.

"국내 의료기관 시장에서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추진해 나가겠다."1 — 참케어 관계자

The Bet — 왜 유한양행은 이 자리를 10억에 샀나

제약사가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돈을 넣는 이유는 대개 하나다. 자기 영업망에 실을 새 품목이 필요해서다. 유한양행의 영업 조직은 이미 의료기관을 돌고 있고, 그 가방에 혈압계 하나를 더 넣는 비용은 새 영업 조직을 만드는 비용보다 훨씬 낮다. 참케어 입장에서는 반대다. 그 가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수년치 영업을 압축하는 일이다.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은 숨길 필요가 없다.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큰 돈을 걸지 않고 영업망에 실을 품목 하나를 확보한 셈이고, 그래서 더 많은 것이 협력의 실행에 달려 있다. 이 구조에는 양면이 있다. 참케어가 유한양행의 영업망에 기대는 만큼 판로의 주도권도 일부 넘어간다. 협력 조건이 독점인지, 기간은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사업협력 모델 자체가 아직 '모색' 단계다1. 종속의 수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참케어는 이미 자체적으로 병원·의원 공급을 확대해 온 회사이고1, 유한양행은 그 위에 얹히는 가속 장치다.

The Bet

베팅의 핵심은 10억원이 아니라 유한양행의 의료기관 영업 네트워크다1. 24시간 활동혈압측정은 고혈압 진단과 치료 효과 평가에 쓰이는 검사이고1, 이 검사를 처방하는 의사는 제약사 영업이 매일 만나는 바로 그 사람이다. 유한양행은 참케어의 초소형 기기를 통해 '약을 파는 자리'에서 '혈압 데이터를 파는 자리'로 한 칸 옮겨 앉을 수 있다. 참케어는 그 대가로 병원 문을 여는 비용을 아낀다. 이 거래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다. 토노메트릭 연속혈압측정이 실제로 상용화돼, 영업망에 실을 '다음 제품'이 제때 나와야 한다1. H2-ABPM 하나로 시작하되, 그 뒤에 연속측정 기기가 따라와야 스마트병동과 재택의료라는 검토 항목이 계약으로 바뀐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유한양행 영업망을 통한 공급 실적 이번 발표는 '구상'과 '검토'의 단계다1. 유한양행 영업망에 실린 H2-ABPM이 실제로 몇 곳의 병원·의원에 들어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첫 공급 실적이 숫자로 나오는 시점이 협력의 진위를 가른다.
  2. 토노메트릭 연속혈압측정의 상용화 요골동맥 압력파형 기반 연속측정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다1. 의료기기로 쓰이려면 인허가가 필요하고, 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상용화 시점이 실제로 당겨지는지가 '앞당긴다'는 약속의 실측값이다1.
  3. 협력 범위의 확정 스마트병동,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RPM, 재택의료는 모두 검토 항목이다1.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계약이나 공동 사업으로 확정되는지, 그리고 글로벌 진출의 첫 시장이 어디로 정해지는지를 본다1.
결국 참케어는 '진료실 밖의 혈압'을 판다.
유한양행의 영업 가방이 그 혈압계를 몇 개 병동에 들여놓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