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니들은 오랫동안 '붙이는 주사'라는 별명에 머물렀다. 피부에 꽂히는 것과, 약이 어디에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주빅(JUVIC)은 일반적인 원뿔 대신 캔들 모양의 니들로 그 통제 문제를 풀었다고 말하고, 독자 원심성형 기술로 핵심 성형공정을 10분 이내로 줄였다1. 이제 그 공정을 무균 양산으로 끌어올리는 일에 정부가 30억원을, 총사업비 40억원짜리 스케일업 팁스 과제로 붙였다1.

캔들코어 형상 → 원심성형 10분 공정 → 무균 초고속 양산 모듈 → 제약사 공동개발 상용화
30억 정부지원금 · 총사업비 40억원 · 2026 스케일업 팁스 특화형1
10분 이내 독자 원심성형 기술로 단축한 핵심 성형공정 시간1
2025 국내외 제약사 파트너십·공동개발 추진 시작 연도1

왜 '캔들'이었나 — 꽂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히 들어가느냐

마이크로니들의 약속은 단순하다. 주사기 없이 피부를 통해 약을 넣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바이오의약품처럼 용량이 효과와 안전을 가르는 약물은 '들어갔다'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들어갔다'를 증명해야 한다. 주빅이 일반적인 원뿔형과 선을 긋는 지점이 여기다. 캔들 모양의 마이크로니들로 정확한 위치에 균일한 양의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1.

이 형상 차이가 시장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쪽에 있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약물이 다수 개발되면서, 이를 전달할 다양한 약물전달 기술의 수요가 늘고 있다1. 약물이 바뀌면 전달 장치의 경쟁 기준도 '꽂히느냐'에서 '얼마나 정확히 들어가느냐'로 바뀐다. 주빅의 차별화된 마이크로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회사의 진단은 그 기준 이동 위에 서 있다1.

다만 형상만으로는 제약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양휘석 대표는 캔들코어 마이크로니들의 핵심 구조와 약물전달 가능성을 확인한 뒤 2025년부터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추진했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안정적인 품질과 양산 역량'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말한다1. 제약사가 요구한 것은 좋은 니들 하나가 아니라, 같은 니들을 무균 상태로 반복해서 찍어낼 수 있다는 증거였다는 뜻이다.

이번 과제의 제목이 그 증거를 정확히 겨냥한다. '바이오의약품의 고효율 정량전달을 위한 캔들코어 마이크로니들 기술 및 무균 확장형 초고속 양산 모듈 시스템 개발'1. 앞 절반은 형상이고 뒤 절반은 공장이다. 주빅은 이번 선정을 계기로 바이오의약품 전달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의 비임상 개발과 무균 양산기술 고도화를 본격 추진하고, 국내외 제약사와 진행 중인 공동개발 과제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후속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1. 정부지원금 30억원이 들어가는 자리는 니들이 아니라 그 니들을 만드는 공정이다.1

원뿔형 vs 캔들코어 — 다섯 줄로 보는 차이

주빅이 공개한 설명을 기준으로, 일반 원뿔형 마이크로니들과 캔들코어의 차이를 다섯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역일반 원뿔형 마이크로니들주빅 캔들코어 마이크로니들
니들 형상원뿔형캔들 모양 · 캔들코어1
약물 전달위치·용량 균일성이 설계 과제로 남는 구조정확한 위치에 균일한 양 전달1
핵심 성형공정공개된 비교 수치 없음독자 원심성형 · 10분 이내1
생산 환경공개된 비교 기준 없음무균 확장형 초고속 양산 모듈 (이번 과제)1
외부 검증자체 검증스케일업 팁스 · 티인베스트먼트 투자·추천 + 정부 30억원1

원뿔형 쪽 칸이 비어 있는 것은 의도적이다. 주빅이 공개한 자료에는 경쟁 방식의 공정 시간이나 생산 환경에 대한 비교 수치가 없고, 이 기사는 없는 숫자를 채우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주빅이 '일반적인 원뿔형과 달리'라는 한 문장으로 자기 위치를 정의했다는 사실이다1. 비교의 무게는 형상 자체보다 그 형상을 10분 안에, 무균으로, 반복해서 만들 수 있느냐에 실린다.

형상에서 공장까지 — 주빅이 쌓아 올리는 세 층

  1. 형상 — 캔들코어 일반적인 원뿔형과 달리 캔들 모양의 니들이 정확한 위치에 균일한 양의 약물을 전달한다1. 양휘석 대표는 이 핵심 구조와 약물전달 가능성을 먼저 확인했다고 말한다1. 바이오의약품의 '고효율 정량전달'이라는 과제명의 앞부분이 여기서 나온다1.
  2. 공정 — 원심성형 10분 주빅은 독자적인 원심성형 기술로 핵심 성형공정을 10분 이내로 크게 단축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1. 형상이 아무리 정교해도 공정이 느리면 양산은 실험실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10분은 주빅이 제약사 테이블에 올려놓은 첫 번째 숫자다.
  3. 공장 — 무균 양산 모듈 이번 과제에서 그 공정을 무균 생산공정으로 고도화한다1. 과제명의 뒷부분인 '무균 확장형 초고속 양산 모듈 시스템'이 이 층이다1. 비임상 개발과 임상시료 제조 역량 강화가 같은 과제 안에 묶여 있다1.

세 층은 순서가 있다. 형상이 없으면 정량전달의 근거가 없고, 공정이 없으면 형상은 실험실 결과에 그친다. 무균 양산이 없으면 공정은 제약사의 품질 요구 앞에서 멈춘다. 이번 과제는 세 번째 층을 겨냥하며, 주빅은 이를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대비해 제품 양산과 임상시료 제조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1.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안정적인 품질과 양산 역량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파트너사의 의약품 개발과 상용화에 기여하겠다.”1 — 양휘석, 주빅 대표

The Bet — 왜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나

스케일업 팁스 특화형은 운영사의 투자와 추천이 먼저 온다. 이번 선정은 운영사 티인베스트먼트의 투자와 추천을 바탕으로 이뤄졌고, 그 위에 정부지원금 30억원이 얹혀 총사업비 40억원의 과제가 됐다1. 민간 투자자가 먼저 판단하고 정부가 그 판단을 검증하는 이중 구조다. 주빅은 국가기관을 통해 현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1.

The Bet

제약사 논의에서 드러난 병목은 기술이 아니라 양산 역량의 증명이었다1. 그 증명을 투자 라운드가 아니라 정부 과제비로 사는 것이 이번 베팅의 구조다. 국내외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과제가 진행 중인 시점에 무균 양산 모듈이 실체를 갖추면, '국가기관의 인정'이라는 문장은 보도자료의 수사가 아니라 제약사 협상 테이블의 신호가 된다1. 티인베스트먼트는 니들을 산 것이 아니라, 니들이 공장이 되는 구간을 샀다.

공개되지 않은 것도 분명히 적어 둔다. 과제 수행 기간, 공동개발 중인 제약사의 이름과 계약 조건, 주빅의 매출과 누적 투자 규모는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티인베스트먼트의 투자 금액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1. 그래서 이 기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돈의 방향이지 돈의 결과가 아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무균 양산 모듈의 실체 10분 이내 성형공정이 무균 환경에서도 유지되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다1. 과제명에 적힌 '확장형 초고속 양산 모듈 시스템'이 설계도에 머무는지, 임상시료를 실제로 찍어내는지를 본다1. 생산 규모나 수율 같은 숫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 제약사 공동개발의 후속 단계 전환 주빅은 국내외 제약사와 진행 중인 공동개발 과제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후속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1. 파트너사의 이름과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후속 단계로 넘어간 과제가 공개되는 순간이 이 회사의 첫 번째 외부 검증이 된다.
  3. 비임상 데이터의 공개 여부 이번 과제의 한 축은 바이오의약품 전달 플랫폼의 비임상 개발이다1. 정량전달이라는 주장이 데이터로 뒷받침되는지, 그 데이터가 어떤 약물 유형을 대상으로 하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설득 재료가 된다. 아직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주빅은 니들이 아니라 '같은 니들을 무균으로 반복해 찍어내는 능력'을 판다.
그 능력이 제약사 계약서에 적히는 순간이,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