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재활에서 관절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오랫동안 의사가 각도기를 대고 손으로 읽는 숫자였다. 외래를 나서는 순간 측정은 끊기고, 집에서 하는 재활은 종이 운동지와 환자의 기억에 맡겨졌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세운 올쏘케어는 그 측정을 센서 없이 일반 2D 카메라 영상 하나로 옮겼다1. 거기에 대웅제약그룹 CVC 대웅인베스트먼트가 리드한 34억2,000만원이 붙었다1.

병원에서 카메라로 측정 → 집에서 DTx 재활 → 허브로 데이터 통합 → 수가 등재·글로벌 인허가
34.2억 프리 시리즈A · 대웅인베스트먼트 리드, 4곳 참여
25곳 아나파 PS 사용 의료기관 ·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병원 포함
42.4억 누적 투자액 · 퓨처플레이 시드 포함

왜 '카메라'였나 — 센서를 떼어내자 병원 밖이 열렸다

관절가동범위와 근력은 근골격계 진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숫자다. 수술을 할지 말지, 수술이 잘 됐는지, 재활이 진행되고 있는지가 모두 이 숫자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숫자를 얻는 방법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았다. 의료진이 각도기를 관절에 대고 눈금을 읽고, 근력은 손으로 저항을 주며 등급을 매긴다. 재는 사람에 따라 값이 흔들리고, 환자가 외래에 오지 않으면 아예 잴 수 없다. 수술 전과 후, 퇴원 뒤 석 달의 변화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기술을 넣으려는 시도는 대개 몸에 무언가를 붙이는 쪽으로 갔다. 웨어러블 센서, 마커, 전용 측정 장비다. 정밀도는 올라가지만 장비를 사야 하고, 환자 몸에 붙여야 하고, 집에서 혼자 쓰기는 어렵다. 올쏘케어의 선택은 반대 방향이다. 센서를 몸에 붙이지 않고 일반 2D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서 관절가동범위와 근력을 수치로 뽑아낸다1. 측정 장비가 카메라 한 대 수준으로 내려오는 순간, 측정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는 병원 진료실에서 환자의 거실로 확장된다. 여기서 2D 라는 말은 별도의 깊이 센서가 없는 보통의 카메라라는 뜻이다. 장비를 더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병원과 가정 양쪽에서 도입 비용을 낮춘다.

이 회사가 교원창업이라는 점이 여기서 중요하다. 올쏘케어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김종호 교수가 2024년 4월 세웠다1. 측정의 신뢰도가 임상에서 어떤 의미인지, 어떤 근거가 있어야 의료진이 믿고 쓰는지를 안에서 아는 사람이 만든 제품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병원용 측정 기기 아나파 PS는 정형외과 국제학술지에 측정 신뢰도 연구를 발표했고, 회사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등 전국 25개 의료기관이 쓰고 있다1.

설립 3년이 되기 전에 대학병원 레퍼런스가 이만큼 쌓였다는 것은, 제품이 의료진의 기존 워크플로를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들어갔다는 신호로 읽힌다. 카메라 한 대면 되는 측정은 도입 장벽이 낮고, 신뢰도 논문은 도입 결정권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근거를 채운다. 올쏘케어가 먼저 판 것은 치료가 아니라 측정이었고, 측정이 깔리자 그 위에 치료와 관리가 올라올 자리가 생겼다.

이번 라운드와 함께 나온 소식이 그 두 번째 층이다. 가정용 디지털치료기기 아나파 ME가 동결견, 흔히 오십견이라 부르는 적응증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1. 확증임상은 의료기기가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마지막 단계의 임상이다. 측정 기기로 병원에 들어간 회사가, 이제 치료기기로 제도 안에 들어가겠다는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전통 재활 vs 올쏘케어 — 측정이 바뀌면 흐름이 바뀐다

차이는 측정 도구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측정이 어디서, 얼마나 자주, 누구에 의해 일어나느냐가 바뀌면 재활의 흐름 자체가 달라진다. 전통 방식과 올쏘케어를 다섯 가지 영역에서 나란히 놓으면 그 차이가 드러난다. 올쏘케어는 병원용 아나파 PS, 가정용 디지털치료기기 아나파 ME, 의료진 포털 아나파 허브 세 제품으로 수술 전 평가부터 퇴원 후 가정 재활까지를 한 흐름으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1.

영역전통 근골격계 재활올쏘케어 아나파
측정 도구각도기·수기 근력 등급, 측정자별 편차일반 2D 카메라 영상을 AI 로 수치화 (아나파 PS)
측정 장소외래 진료실, 방문했을 때만병원(아나파 PS) + 가정(아나파 ME)
가정 재활종이 운동지·구두 설명, 수행 여부 확인 불가맞춤형 재활운동 DTx, 동결견 확증임상 착수
데이터 흐름진료 시점 기록으로 단절아나파 허브에서 두 제품 데이터 통합 조회
도입 장벽전용 장비·센서 구매와 부착카메라만으로 측정, 25개 의료기관 도입

표에서 눈여겨볼 곳은 아래 두 줄이다. 데이터가 병원과 집 사이에서 끊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데이터를 만드는 데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다는 것. 두 조건이 동시에 성립해야 "수술부터 가정 재활까지"라는 문장이 구호가 아니라 제품이 된다. 한쪽만 성립하면, 정밀하지만 병원 밖으로 못 나가는 장비이거나, 집에서 쓰지만 의료진이 믿지 않는 앱으로 남는다. 올쏘케어의 세 제품은 각각이 아니라 이 두 조건을 동시에 채우는 조합으로 봐야 한다.

아나파 3종은 어떻게 하나의 흐름이 되나

  1. 병원에서 잰다 — 아나파 PS 의료진이 환자의 근골격계 기능을 카메라 영상으로 측정하는 의료기기다. 정형외과 국제학술지에 측정 신뢰도 연구가 실렸고, 전국 25개 의료기관이 쓴다1. 회사는 이 제품을 건강보험 수가와 연계해 개원가로 보급을 넓힐 계획이다1. 대학병원에서 검증된 측정이 동네 정형외과까지 내려가면, 측정의 표준이 되는 셈이다.
  2. 집에서 운동한다 — 아나파 ME 환자가 집에서 맞춤형 재활운동을 하도록 돕는 디지털치료기기다. 동결견 적응증에 대해 식약처 확증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고,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다기관 임상을 시작한다1. 같은 카메라 기술이 집에서도 동작하므로, 환자가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숫자로 남는다.
  3. 의료진이 본다 — 아나파 허브 두 제품의 데이터를 의료진이 함께 보는 관리 포털이다. 병원에서 잰 값과 집에서 운동한 기록이 한 화면에 모이면, 수술 전 평가와 퇴원 후 재활이 같은 환자의 같은 숫자로 이어진다1. 외래에서 "운동은 잘 하셨어요?"라고 묻는 대신 그래프를 보게 된다.

순서가 중요하다. 측정 기기가 먼저 병원에 깔리고, 그 병원의 의료진이 환자에게 가정용 DTx를 처방하고, 허브가 둘을 묶는다. DTx 단독으로 시작한 회사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처방 경로인데, 올쏘케어는 이미 병원 안에 들어가 있는 측정 기기를 그 경로로 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새 앱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측정 결과를 집으로 연장하는 일이 된다.

"이번 투자 유치와 확증임상 승인을 계기로 다기관 임상 근거를 탄탄히 쌓고, 수술부터 가정 재활까지 아우르는 근골격계 의료 AI의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1 — 김종호, 올쏘케어 대표

The Bet — 대웅인베스트먼트는 무엇을 샀나

이번 라운드는 대웅제약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대웅인베스트먼트가 이끌었고, 토러스벤처스, 신용보증기금, 제이앤피메디파트너스, 올바른팜이 참여했다1. 지난해 퓨처플레이의 시드 투자를 포함한 누적 투자액은 약 42억4,000만원이다1. 투자금의 용처는 분명하다. 아나파 ME의 확증임상을 마치고 품목허가와 건강보험 수가 등재를 추진하고, 아나파 PS는 수가와 연계해 개원가로 보급을 넓힌다. 동시에 미국 FDA와 유럽 CE 인허가를 준비하고, 내년 초 CES 2027에 참가해 해외 시장을 두드린다1.

금액 자체보다 돈의 출처와 용처가 이 라운드를 설명한다. 제약그룹 CVC가 리드했고, 공공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참여했으며, 돈이 가는 곳은 마케팅이 아니라 임상과 인허가다1. 다시 말해 이 라운드는 제품을 더 팔기 위한 돈이 아니라, 제품을 제도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한 돈이다. 재활 DTx 는 품목허가와 수가라는 두 관문을 넘어야 병원이 처방하고 돈을 받는 구조가 되는데, 올쏘케어는 지금 그 첫 관문 앞에 서 있다.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센서 없는 2D 영상 측정이 임상 등급의 정밀도를 내느냐는 질문은 이 분야에서 늘 따라붙는다. 올쏘케어가 내놓은 답은 국제학술지에 실린 측정 신뢰도 연구와 25개 의료기관의 실사용이고, 다음 답은 다기관 확증임상 결과가 될 것이다1.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 질문은 열려 있다.

The Bet

제약그룹 CVC가 정형외과 교수의 AI 회사에 리드로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이 베팅의 성격을 말한다. 대웅인베스트먼트가 산 것은 알고리즘의 정확도 하나가 아니라, 25개 의료기관에 이미 깔린 측정 기기와 식약처 확증임상에 들어간 치료기기, 그리고 둘을 잇는 포털이 만들어낼 근골격계 환자 데이터의 흐름이다1. 측정이 수가에 오르고 DTx가 품목허가를 받으면, 이 흐름은 병원이 돈을 받으며 쓰는 인프라가 된다. 반대로 확증임상이나 수가 등재 어느 한쪽이 늦어지면, 25곳의 레퍼런스는 매출 없는 도입 실적으로 남는다. 베팅은 그 둘이 이번 투자금이 소진되기 전에 맞물린다는 쪽에 걸려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아나파 ME 확증임상 완료와 품목허가 동결견 적응증 다기관 임상이 어떤 결과로 닫히느냐가 모든 것의 선행 조건이다. 회사는 투자금으로 확증임상을 마치고 품목허가와 수가 등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1. 임상 종료 시점, 결과 공개 여부, 그리고 허가 신청까지 걸리는 시간을 본다.
  2. 아나파 PS 수가 연계와 개원가 확산 현재 25개 의료기관은 대학병원 중심이다1. 건강보험 수가와 연계해 개원가로 넓히겠다는 계획이 숫자로 나타나는지, 즉 도입 기관이 대학병원 밖에서 늘어나는지를 본다. 유료 계약 비중과 측정 건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3. FDA·CE 인허가 진행과 CES 2027 해외 인허가는 준비 단계이며 제출·승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1. CES 2027 참가가 해외 파트너십이나 첫 해외 레퍼런스로 이어지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내 수가와 해외 인허가를 동시에 밀 수 있는 자금인지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올쏘케어는 관절을 재는 '눈'을 판다.
그 눈이 수가표에 오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