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조영술을 비롯한 심혈관 중재시술은 X선 투시 영상을 보며 진행한다. 환자만이 아니라, 매일 시술대에 서는 의료진도 반복적으로 방사선을 함께 맞는다. 촬영량을 줄이면 피폭은 낮아지지만 프레임과 화질이 떨어져 시술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지는 이 교환 조건을, 업계는 오래 감수해 왔다1. 그 조건을 '적게 찍고 AI로 채운다'는 방식으로 뒤집은 회사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에서 나왔고, 설립 4개월 만에 카카오벤처스와 서울대기술지주가 시드 머니를 붙였다123.
왜 '프레임 보간'이었나 — 장비가 아니라 촬영 횟수를 줄이는 선택
심혈관 중재시술의 방사선 문제는 새 이슈가 아니다. 문제는 해법의 구조에 있었다. 피폭을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X선 영상을 덜 찍는 것인데, 덜 찍으면 프레임 수와 화질이 떨어지고, 의료진이 혈관과 기구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진다1. 안전과 정보량이 서로를 깎아먹는 구조다. 이 구조 안에서는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코로로직의 Angio-FILM(앤지오필름)은 이 교환 조건의 한쪽을 AI로 대체한다. 낮은 프레임으로 촬영한 관상동맥조영술 영상을 AI 기반 비디오 프레임 보간(VFI) 기술로 실시간 고프레임 영상처럼 복원하는 방식이다1. AI가 연속된 영상의 앞뒤 프레임을 비교해 혈관과 의료기기의 위치·움직임 변화를 분석하고, 두 프레임 사이에 존재할 중간 시점의 영상을 추정해 새 프레임을 생성한다1. 방사선을 줄이는 변수는 촬영 횟수이고, 정보량을 지키는 변수는 AI다. 하나로 묶여 있던 두 변수를 분리한 것이 이 제품의 핵심이다.
두 번째 선택은 '어디에 놓느냐'다. 앤지오필름은 기존 혈관조영 장비를 교체하지 않고 시술 환경에 추가 설치해 병원 영상 시스템과 연동하며, 영상을 병원 내에서 실시간 처리하는 엣지 방식을 택했다1. 장비 교체가 필요 없다는 말은 곧 도입 결정의 단위가 '대규모 자본 투자'에서 '추가 설치'로 내려온다는 뜻이다. 병원의 도입 부담을 낮추는 설계이자, 특정 장비 제조사에 묶이지 않는 독립형 포지션이기도 하다1.
창업의 출발점도 이 선택과 맞물린다. 코로로직은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이 2026년 5월 설립한 의료 AI 기업이다1. 시술실에서 방사선을 직접 맞는 사람이 문제를 정의했고, 해법을 시술 흐름을 바꾸지 않는 방식으로 잡았다. 영상을 읽어주는 진단 보조가 아니라, 시술실의 물리적 조건 자체를 건드리는 도구를 골랐다는 점이 이 회사가 다른 의료 영상 AI와 갈리는 지점이다.
전통 시술 환경과 무엇이 다른가 — 다섯 가지 비교
차이는 알고리즘 하나가 아니라 시술실에 들어가는 방식 전체에 걸쳐 있다. 출처에 공개된 제품 설명을 기준으로, 기존 관상동맥조영술 환경과 앤지오필름을 연동한 환경을 다섯 축으로 놓고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1.
| 영역 | 기존 관상동맥조영술 환경 | 앤지오필름 연동 환경 |
|---|---|---|
| 피폭 저감 수단 | X선 촬영량 감축, 그 대가로 프레임·화질 손실 | 저프레임 촬영 + AI 프레임 보간으로 고프레임 복원 |
| 시술 정보 연속성 | 프레임이 줄면 혈관·기구 움직임 확인이 끊김 | 앞뒤 프레임을 비교해 중간 시점 영상 생성, 연속 확인 |
| 도입 단위 | 대규모 장비 교체 | 기존 장비 유지, 추가 설치·병원 영상 시스템 연동 |
| 영상 처리 위치 | 장비 성능에 종속 | 병원 내 엣지 방식 실시간 처리 |
| 장비 제조사 관계 | 제조사별 장비 사양에 묶임 | 특정 제조사 비종속 독립형 |
다섯 축을 관통하는 한 줄은 '병원이 지금 가진 것을 버리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기술의 우열 이전에, 도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의 계산식을 바꾸는 설계다. 장비 교체 주기가 긴 병원일수록 이 계산식의 차이는 커진다. 다만 이 표의 오른쪽 열은 아직 제품 설명이고, 다기관 임상이 끝나야 성적표가 된다.
설립 4개월, 세 개의 체크포인트
시드 투자가 회사 나이보다 빠른 이유는 4개월 안에 찍힌 세 개의 체크포인트에 있다. 순서가 중요하다1.
- 학회에서 먼저 검증받았다 2026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글로벌 심혈관 중재시술 학회 EuroPCR 2026에서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제품을 시연했다1. 설립과 같은 달이다. 회사보다 연구가 먼저 있었고, 회사는 그 연구를 사업화하기 위한 그릇으로 만들어졌다는 순서를 보여준다.
- 모병원과 같은 부스에 섰다 8월 국제 병원의료산업박람회 KHF 2026에 분당서울대병원 공동관으로 참가했다1. 스타트업 단독 부스가 아니라 모병원의 공동관이라는 점은, 임상 현장이 이 제품을 자기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신호다.
- 규제 첫 관문을 통과했다 같은 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신고를 완료했다1. 이후 로드맵은 다기관 임상 검증, 식약처·FDA 510(k) 인허가, ISO 13485 품질인증 순으로 제시됐다1. 이번 시드 투자금은 이 순서를 밟는 데 쓰인다.
The Bet — 왜 카카오벤처스와 서울대기술지주가 시드에서 샀나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123. 그러나 투자자 조합은 읽힌다. 서울대기술지주가 들어왔다는 것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기술의 사업화 트랙이 대학 지주 체계 안에서 인정됐다는 뜻이고, 카카오벤처스가 함께 들어왔다는 것은 그 기술이 대학 밖 시장 논리로도 시드 단계에서 읽혔다는 뜻이다. 기술이전형 창업이 흔히 넘지 못하는 '연구실 밖' 관문을 첫 라운드부터 두 종류의 투자자로 통과한 셈이다.
베팅의 핵심은 '피폭'이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진의 문제라는 점에 있다. 환자는 한 번 시술받지만, 시술자는 반복해서 시술대에 선다1. 수요의 주체가 병원 안에서 도입을 말할 수 있는 사람과 겹친다. 여기에 장비 교체 없이 추가 설치되는 엣지 방식이 도입 문턱을 낮춘다1. 설립 4개월 안에 학회 발표·시연, 병원 공동관 참가, 식약처 신고까지 찍은 속도가 실행력의 근거다1. 남은 리스크는 명확하다. AI가 생성한 중간 프레임이 시술 판단에 쓰일 만큼 정확하다는 다기관 임상 근거, 그리고 FDA 510(k) 통과다. 이 두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이 베팅은 '기술이 맞다'가 아니라 '이 팀이 증명해 낼 수 있다'에 대한 베팅이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다기관 임상 검증의 착수와 설계 투자금의 첫 용처로 명시된 항목이다1. 몇 개 기관에서, 어떤 지표로, 보간 영상과 고프레임 원본의 차이를 검증하는지가 공개되는 순간 이 회사의 기술 리스크는 숫자로 바뀐다. 현재까지 정확도 관련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 FDA 510(k)와 ISO 13485의 진행 단계 식약처 신고는 마쳤다1. 다음은 식약처 인허가, FDA 510(k), ISO 13485 품질인증 순으로 제시됐다1. 제출 시점과 심사 단계가 다음 라운드의 협상력을 결정한다.
- 분당서울대병원 밖 첫 설치 엣지 방식과 장비 비종속을 강조한 만큼, 모병원 외 다른 병원 시술실에 실제로 추가 설치되는 사례가 나오는지가 관건이다1. 이 사례 하나가 '연구실 기술'과 '판매 가능한 제품' 사이의 경계다.
그 방법이 분당서울대병원 밖 시술실과 FDA 심사대에 닿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