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제작은 오랫동안 사람의 수로 돌아가는 산업이었다. 작가·감독·촬영감독·PD 가 회의로 판단을 맞추고 그 합의가 콘티와 샷 리스트로 내려가는 구조인데, 생성형 영상 AI 가 등장한 뒤에도 장면이 바뀔 때마다 캐릭터와 배경이 달라지는 드리프트 탓에 상업 현장에선 반쪽짜리 도구에 머물렀다1. 그 네 역할을 AI 에이전트로 옮기고 생성 모델을 그 아래에 깔아 둔 2025년생 스타트업 담가라에,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고유계정으로 돈을 넣었다13. 금액은 비공개다1.
왜 '프리프로덕션'이었나 — 병목은 생성이 아니라 연속성이었다
생성형 영상 모델은 이미 여럿이다. Seedance, Kling 같은 모델은 프롬프트 하나로 그럴듯한 장면 하나를 뽑아낸다1. 문제는 그 다음 장면이다. 컷이 바뀌면 같은 인물의 얼굴과 의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배경의 질감이 흔들린다. 담가라가 드리프트라 부르는 이 현상은 데모 영상에선 넘어갈 수 있어도, 같은 인물이 끝까지 같은 인물이어야 하는 상업 영상에선 결과물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1. 모델 성능이 올라가도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일관성은 별개의 문제로 남았고, 그 간극을 현장에선 다시 사람이 메워 왔다.
담가라의 선택은 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대신 그 위층, 즉 기획·시나리오·콘티·샷 설계로 이어지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AI 로 묶고, 생성 모델은 아래에서 갈아끼우는 구조를 택했다14. 작가·감독·촬영감독·PD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 4개가 서사와 연출을 교차 검증하고, 그 결과가 샷 단위 설계로 고정된 뒤에야 생성 단계로 넘어간다1. 연속성은 생성 단계가 아니라 그 이전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이 회사의 전제다. 드리프트를 사후에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설계도에서 흔들릴 여지를 줄이는 접근이다.
이 접근은 팀의 출신과 맞닿아 있다. 담가라는 2025년 설립됐고, 상업 영상과 미디어아트 제작 경험을 AI 와 결합한 콘텐츠 테크 스타트업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1. 씨엔티테크 관계자가 투자 배경으로 꼽은 것도 기술보다 현장이었다. “실제 영상 제작 현장의 의사결정과 워크플로우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팀”이라는 평가다1. 에이전트에 작가·감독·촬영감독·PD 라는 직함을 붙인 것 자체가, 제작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를 그대로 소프트웨어로 옮기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숫자는 공격적이다. 담가라는 자체 프로젝트 기준으로 수작업 대비 제작 비용을 95% 이상, 제작 기간을 90%가량 줄였다고 밝혔다1. 회사에 따르면 CES 2026 최고혁신상을 받았고, 복수의 영상 제작사·공공·클라우드 파트너사와 유료 실증(PoC)과 구매의향서를 체결한 상태다1. 다만 절감 수치는 어디까지나 '자체 프로젝트 기준'이고, 외부 고객 프로젝트에서 같은 숫자가 재현되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료 PoC 가 그 검증 무대다.
수작업 파이프라인 vs 스토리싱크 프로 — 다섯 지점에서 갈린다
기존 제작 방식과 생성형 도구를 단건으로 쓰는 방식은 달라 보이지만, 공정이 사람의 손에서 끊긴다는 점에선 같다. 스토리싱크 프로는 그 끊김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이어 붙인다14.
| 제작 단계 | 전통 제작 · 단건 생성 도구 | 스토리싱크 프로 |
|---|---|---|
| 기획·시나리오 | 작가·PD 가 회의로 합의, 수정마다 재회의 | 작가·PD 에이전트가 서사를 교차 검증1 |
| 콘티·샷 설계 | 감독·촬영감독이 수작업으로 콘티 작성 | 감독·촬영감독 에이전트가 연출을 샷 단위로 설계1 |
| 영상 생성 | 촬영 인력·세트, 또는 모델 하나에 프롬프트 반복 | 프롬프트어댑터가 Seedance·Kling 등에서 작업별 모델 자동 선택1 |
| 장면 연속성 | 생성 도구는 컷마다 캐릭터·배경 드리프트 발생 | 설계 단계에서 연속성 고정, 드리프트 억제에 초점1 |
| 비용·기간 | 인력 수와 일정에 비례 | 자체 기준 비용 95% 이상 · 기간 약 90% 절감1 |
표의 핵심은 세 번째와 네 번째 행이다. 어떤 모델을 쓸지 고르는 일과 장면 사이의 연속성을 지키는 일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맡는다. 이 회사는 생성형 도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생성형 도구의 관리자 포지션을 노린다. 모델이 바뀌어도 관리자 자리는 남는다는 계산이다.
에이전트 넷과 어댑터 하나 — 워크플로우가 돌아가는 방식
구조는 단순하다. 위에는 판단하는 에이전트 네 개, 아래에는 모델을 고르는 어댑터 하나, 그 사이를 하나의 워크플로우가 관통한다1.
- 네 역할이 서로를 검증한다 작가·감독·촬영감독·PD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 4개가 서사와 연출을 교차 검증한다1. 작가 역할의 시나리오를 감독 역할이 연출 관점에서 되묻고, 촬영감독 역할이 샷으로 옮길 수 있는지 따지는 상호 견제로 읽힌다. 사람 제작진이 회의실에서 하던 일을 소프트웨어 안으로 옮긴 셈이다.
- 어댑터가 모델과 비용을 고른다 자체 개발한 프롬프트어댑터 엔진이 Seedance, Kling 등 영상 생성 모델 가운데 작업에 맞는 모델을 자동으로 골라 제작 비용을 조절한다1. 특정 모델에 묶이지 않는 구조이므로, 모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담가라의 선택지는 넓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 후반 편집까지 한 흐름으로 닫는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콘티·샷 설계, 영상 생성, 후반 편집까지 제작 과정 전체가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묶인다14. 회사가 밝힌 비용 95% 이상, 기간 90% 절감은 이 통합 워크플로우를 전제로 한 자체 프로젝트 기준 수치다1.
The Bet — 씨엔티테크는 모델이 아니라 '통제권'을 샀다
생성형 영상 모델은 Seedance, Kling 처럼 이미 여럿이고 앞으로 더 늘어난다1. 모델끼리 경쟁할수록 생성 단가는 내려가고, 그 위에서 어떤 모델을 언제 쓸지 결정하는 레이어의 가치는 올라간다. 씨엔티테크가 산 것은 영상을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제작 현장의 의사결정과 워크플로우를 통제하는 시스템이다1.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다. 모델 회사들이 장면 연속성을 모델 안에서 직접 해결해 버리면, 프리프로덕션 레이어가 지켜야 할 영역은 그만큼 얇아진다. 담가라가 유료 PoC 와 구매의향서를 실제 매출로 바꾸는 속도가, 그 레이어가 얼마나 두꺼운지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1.
투자 금액이 비공개라는 점은 이 베팅의 단계를 말해 준다. 액셀러레이터가 고유계정으로 들어갔고, 충남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고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는 2026 스케일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발굴한 기업이다1. 회사 스스로도 다음 단계로 프리팁스 등 후속 스케일업을 꼽았다1. 초기 단계의 베팅이고, 그래서 검증해야 할 것이 많은 베팅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액셀러레이터가 직접 자기 계정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그 검증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쪽이 먼저 움직였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PoC 가 매출로 바뀌는 비율 복수의 영상 제작사·공공·클라우드 파트너사와 유료 PoC 와 구매의향서를 체결했다1. 구매의향서는 의향이지 계약이 아니다. 이 가운데 몇 곳이 연간 계약으로 전환되는지가 첫 번째 지표다. 전환이 더디면 자체 기준 절감 수치가 외부 프로젝트에서 재현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 B2B SaaS 과금 구조의 공개 박관용 부대표는 B2B SaaS 상용화를 다음 단계로 못박았다1. 프로젝트 단위 용역이 아니라 구독 과금으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프롬프트어댑터가 조절한다는 제작 비용이 고객 청구서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봐야 한다. 모델 사용료를 그대로 넘기는 구조인지 마진을 얹는 구조인지에 따라 사업의 성격이 달라진다.
- 프리팁스 이후의 라운드와 금액 공개 이번 투자는 금액 비공개의 액셀러레이터 단계다1. 회사가 언급한 프리팁스 선정 여부와, 그 뒤 따라오는 라운드에서 금액과 리드 투자자가 공개되는지가 시장이 이 회사를 어떤 티어로 보는지 알려 주는 지표다1.
자체 기준 95% 가 남의 프로젝트에서도 95% 인지가, 다음 이야기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