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상 생성은 지난 몇 년간 데모로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정작 만드는 쪽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지·음성·영상 모델을 따로 오가며 이어 붙여야 하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 한 번 더 돌릴 때마다 비용이 쌓인다. 그 '시도의 비용'을 툴 통합과 GPU 내재화로 깎겠다는 회사가 네이션에이다. 2022년 설립된 이 회사에 하나증권·KDB산업은행·현대투자파트너스·일신창업투자가 시리즈A 85억원을 넣었고, 누적 투자액은 117억원이 됐다1.

해외 제작 툴 + 인터랙티브 드라마 → 스토리 생성 기술·이용자 데이터 → 통합 플랫폼 + 자체 GPU → 편당 원가 절감·조기 BEP
85억 시리즈A · 하나증권 후속, KDB산업은행·현대투자파트너스·일신창업투자 신규
117억 누적 투자 유치액 · 2022년 설립 이후
3년 연속 CES 혁신상 · 2024년부터

왜 '모델'이 아니라 '원가'였나 — AI 영상의 병목은 시도 횟수에 있었다

생성형 영상 시장의 경쟁은 그동안 모델 성능 중심으로 읽혀 왔다. 누가 더 긴 영상을,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뽑아내느냐가 뉴스의 기준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영상을 납품해야 하는 크리에이터와 기업의 체감은 다르다. 한 편을 완성하려면 이미지 생성, 음성, 음향, 영상 생성, 편집을 각각 다른 툴에서 돌리고, 그 사이를 사람이 손으로 잇는다.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치면 처음부터 다시 돌린다. 네이션에이는 이 지점을 "사용자가 여러 도구를 오가며 드는 수고와 비용"이라고 규정했다1.

유수연 대표의 표현은 더 직접적이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시도할 때마다 비용부터 걱정해야 한다면 AI 영상 제작이 대중화되기 어렵다"1. 모델 하나의 성능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에 닿기까지 드는 시도 횟수의 총비용이 대중화의 변수라는 진단이다. 이 진단이 맞다면 경쟁의 축은 모델 벤치마크에서 워크플로와 추론 원가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축에서는 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는 회사도 싸울 자리가 생긴다.

회사가 이 진단에 이르기까지 밟아 온 경로가 있다. 네이션에이는 2022년 설립 이후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두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하나는 AI 영상 제작 도구 Neuroid로, 회사는 이를 All-in-One Animation OS라 부른다. 다른 하나는 시청자가 선택에 따라 줄거리를 바꿔 가며 보는 인터랙티브 드라마 플랫폼 Glaze다12. 제작 도구와 시청 플랫폼을 같은 회사가 동시에 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드는 쪽의 병목과 보는 쪽의 반응을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었고, 회사는 그 과정에서 스토리 기반 영상 생성 기술과 이용자 데이터를 쌓았다고 설명한다1.

이번 라운드의 용처는 그 진단의 연장선에 있다. 투자금은 영상 제작 플랫폼 고도화, GPU 인프라 강화, 제품 개발, 해외 고객 확보에 쓰인다1. 투자자 구성도 눈에 띈다. 기존 주주 하나증권이 후속으로 따라붙었고, KDB산업은행과 현대투자파트너스, 일신창업투자가 새로 들어왔다1. GPU 서버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에 정책금융과 증권사 자금이 함께 붙은 그림이다. 리드 투자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멀티툴 조립 vs 단일 워크플로 — 제작 파이프라인은 어디서 갈리나

네이션에이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내놓는 것은 두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AI 영상 제작 플랫폼이다. 이미지와 음향, 음성 생성부터 영상 생성과 편집까지를 한 흐름으로 잇고, 해외 크리에이터와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넓힌다1. 지금 대부분의 AI 영상 제작이 굴러가는 방식과 어디서 갈리는지 다섯 축으로 놓고 보면 다음과 같다.

영역기존 AI 영상 제작네이션에이 통합 플랫폼
제작 워크플로이미지·음성·음향·영상 툴을 각각 구독, 사람이 수동으로 연결생성부터 영상 편집까지 단일 흐름으로 통합
추론 인프라외부 AI 서비스 API 에 의존, 호출량에 비례한 과금자체 GPU 서버 운영 · 추론 과정 최적화
편당 비용 구조시도 횟수가 늘수록 비용이 그대로 증가외부 의존 축소·처리 효율로 편당 비용 절감 추진
데이터 축적툴별로 분절, 시청 반응이 제작 툴에 돌아오지 않음제작 도구와 인터랙티브 드라마에서 함께 쌓은 스토리 생성 기술·이용자 데이터
타깃 고객범용 소비자 혹은 국내 레퍼런스 우선해외 크리에이터·기업 고객 중심

표의 왼쪽은 특정 경쟁사가 아니라 지금 AI 영상 제작이 실제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오른쪽이 약속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통합 플랫폼은 출시 예정이고, 편당 비용이 얼마나 내려갔는지에 대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1. 투자자가 산 것은 완성된 숫자가 아니라, 숫자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그 구조가 실제 수치로 바뀌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조건이 된다. 특히 데이터 축적 축은 두 서비스를 함께 운영한 회사만 가질 수 있는 항목이라, 통합 이후에도 시청 쪽 데이터가 제작 쪽으로 계속 흐르는지가 관건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 세 단계

네이션에이의 경로는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해외로 나가는 통상의 순서와 다르다. 처음부터 해외에서 두 서비스를 돌렸고, 외부 검증을 겹겹이 쌓은 뒤, 인프라를 안으로 들였다.

  1. 해외에서 두 서비스로 먼저 검증했다 2022년 설립 이후 해외 이용자를 겨냥해 제작 도구 Neuroid와 인터랙티브 드라마 플랫폼 Glaze를 병행 운영했다. 이를 통해 영상 제작부터 시청, 상호작용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12. 제작과 소비를 한 회사가 함께 운영한 경험이 통합 플랫폼의 설계 근거가 된다.
  2. 외부 검증을 겹겹이 쌓았다 팁스(TIPS)와 스케일업 팁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엔비디아 인셉션과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CES 에서는 2024년부터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1. 정부 프로그램, 빅테크 액셀러레이터, 국제 전시회라는 성격이 다른 검증이 한 회사에 겹친 경우다.
  3. 인프라를 안으로 들였다 GPU 서버를 직접 운영하면서 영상 생성 모델이 결과물을 만드는 추론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외부 AI 서비스에 기대는 비중을 줄이고 처리 효율을 높여 영상 한 편당 비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1. 이번 투자금의 주요 용처 중 하나가 바로 이 GPU 인프라 강화다.
"AI 영상 제작 플랫폼의 경쟁력은 개별 모델의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얼마나 쉽고 경제적으로 완성하게 돕느냐에 달려 있다."1 — 유수연, 네이션에이 대표

The Bet — 왜 증권사와 정책금융이 GPU 를 사는 회사에 들어왔나

The Bet

투자자가 산 것은 "AI 영상의 승부처가 모델이 아니라 원가와 워크플로에 있다"는 명제다. 모델은 빅테크가 계속 더 좋은 것을 내놓을 것이고, 개별 스타트업이 그 경쟁에서 앞서기는 어렵다. 반면 여러 모델을 한 흐름으로 묶고 그 흐름을 자기 GPU 위에서 싸게 돌리는 능력은, 모델이 바뀌어도 남는다. 네이션에이는 여기에 제작 도구와 시청 플랫폼을 동시에 굴리며 쌓은 스토리 기반 생성 기술과 이용자 데이터를 얹는다1. GPU 를 직접 사는 사업은 자본이 많이 든다. 기존 주주 하나증권이 후속으로 들어오고 KDB산업은행이 새로 참여한 구성은, 이 자본집약성을 투자자가 계산에 넣었다는 뜻으로 읽힌다1. 리스크도 분명하다. 외부 모델 API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내재화의 이점이 좁아지고, 통합 플랫폼이 기존 두 서비스의 이용자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데이터 우위도 흐려진다. 회사가 내건 답은 유료 고객 확대와 운영 효율로 이른 시일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는 것이다1. 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1. 통합 플랫폼의 출시와 이용자 이전율 두 서비스를 합친 플랫폼이 언제 나오고, Neuroid와 Glaze의 기존 이용자가 얼마나 옮겨 가는지가 첫 번째다12. 통합의 명분은 툴을 오가는 수고와 비용의 절감이었다. 이용자가 그 명분에 동의하는지는 이전율로 드러난다.
  2. 영상 한 편당 제작 비용의 공개 여부와 하락 폭 회사는 GPU 내재화와 추론 최적화로 편당 비용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1. 다음 라운드 전에 이 숫자가 나오는지, 그리고 외부 모델 API 가격 하락 속도를 앞서는지가 베팅의 성패를 가른다.
  3. 유료 고객 수와 손익분기점 시점 회사는 유료 고객을 늘리고 운영 효율을 높여 이른 시일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겠다고 밝혔다1. 해외 크리에이터와 기업 고객 중 어느 쪽이 먼저 매출을 만드는지, 그리고 BEP 가 투자금 소진보다 먼저 오는지를 봐야 한다.
결국 네이션에이는 AI 영상에서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여유'를 판다.
그 여유가 GPU 청구서를 이기는지가, 다음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