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리테일은 셀프 계산대를 들여놓고도 바코드를 버리지 못했다. 바코드가 없는 빵·급식·즉석식품 앞에서 카메라 계산대는 ‘정확하지만 비싼’ 해외 장비의 영역으로 남았고, 아시아·태평양 매장은 그 가격을 감당하지 못했다12. CU·GS25·세븐일레븐 싱가포르에 완전무인매장을 깔아 온 Fainders AI가 이번엔 그 계산대를 겨냥했고, 거기에 정부가 3년·최대 15억원을 붙였다1. 2022년 TIPS 일반트랙을 ‘우수’로 마친 회사의 두 번째 검증이다1.
왜 ‘계산대’였나 — 무인매장보다 바코드 없는 매장이 먼저 아팠다
비전 AI 자동 계산대는 새 아이디어가 아니다. 카메라가 쟁반 위 상품을 한 번에 읽어 계산하는 장비는 해외 선두 업체가 이미 고성능 제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 장비는 비싼 탓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장에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1. 정확도는 증명됐지만, 동네 베이커리 한 곳이나 구내식당 한 곳이 감당할 수 있는 원가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시장은 열려 있는데 들어갈 장비가 없는 상태가 오래 이어졌다.
파인더스에이아이는 2020년 설립된 컴퓨터 비전 기업이다. ‘매장 고객에게는 편의성을, 유통사와 점주에게는 수익성 향상을 제공한다’는 미션 아래 오프라인 매장의 계산 과정을 AI로 바꿔 왔다1. 이 회사가 먼저 증명한 건 계산대가 아니라 매장 전체였다. CU, GS25, 세븐일레븐 싱가포르에 완전무인매장 기술을 적용했고, 완전무인매장과 AI 자동 계산대를 모두 상용화한 비전 AI 기업이라는 포지션을 잡았다1. 공식 홈페이지에는 삼성웰스토리·GS리테일·BGF리테일·스포애니·창이공항 로고가 고객사로 걸려 있다3. 편의점 본사부터 급식 대기업, 공항까지 레퍼런스의 폭이 넓다.
그런데 이번 과제의 축은 무인매장이 아니라 AI 자동 계산대 VCO(Vision Check-Out)다. VCO 는 현재 국내 베이커리와 단체급식 매장, 그리고 일본 등에 공급되고 있다1. 베이커리와 급식소의 공통점은 하나다. 상품에 바코드가 없다. 빵은 포장 없이 쟁반에 올라가고, 급식 반찬은 모양이 매번 다르다. 바코드 셀프 계산대가 가장 무력한 곳이 여기였고, 그 문제를 카메라로 푸는 접근이 VCO 다2. 바코드가 없는 매장이야말로 비전 계산대의 가장 좁고 깊은 수요처다. 편의점에서 증명한 비전 기술을 편의점보다 더 아픈 곳으로 가져간 셈이다.
딥테크 TIPS 는 민간 투자사가 발굴하고 투자한 딥테크 스타트업에 정부가 기술개발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1. 파인더스에이아이는 2022년 TIPS 일반트랙을 ‘우수’ 판정으로 마쳤고, 이번에는 운영사 끌림벤처스와 두 번째 과제를 수행한다1. 같은 회사가 두 번 선정됐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과제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반트랙이 ‘무인매장이 돌아가는가’ 를 물었다면, 딥테크 트랙은 ‘계산대의 정확도와 원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가’ 를 묻는다. 3년, 최대 15억원이 그 질문에 붙은 가격이다1. 누적 127억원을 투자받은 회사가 여전히 정부 R&D 자금을 택한 건, 이 과제가 당장의 매출보다 VCO 원천기술 쪽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1.
바코드 계산대 vs VCO — 기술 격차가 아니라 가격 격차다
비교의 기준을 둘로 놓는다. 하나는 국내 매장 대부분이 쓰는 바코드 셀프 계산대, 다른 하나는 해외 선두 업체의 고성능 비전 계산대다. 전자는 싸지만 바코드 없는 상품 앞에서 멈추고, 후자는 정확하지만 아시아·태평양 매장이 사지 못했다1. VCO 가 서려는 자리는 그 사이다.
| 영역 | 기존 계산대 (바코드 셀프 · 해외 비전 장비) | 파인더스에이아이 VCO |
|---|---|---|
| 상품 식별 방식 | 바코드 스캔, 없으면 화면에서 수기 선택 | 카메라 비전 인식 · 다각도 2D 이미지 + 3D 형상 정보 학습1 |
| 바코드 없는 매장 (베이커리·급식) | 점원 수기 입력, 대기열 발생 | 국내 베이커리·단체급식 매장과 일본에 공급 중12 |
| 겹쳐 쌓인·비정형 상품 | 오인식 또는 인식 포기 | 3D 형상 정보 결합으로 정확 인식 목표1 |
| 하드웨어 원가 | 해외 선두 비전 장비는 고성능·고가, 아태 보급 제한 | 모델 경량화로 원가 절감, 아태 매장 가격 목표1 |
| 무인 운영 범위 | 계산대 1대 단위 자동화 | 완전무인매장(CU·GS25·세븐일레븐 싱가포르)부터 계산대까지1 |
표에서 읽어야 할 건 셋째 줄과 넷째 줄이다. 겹쳐 쌓인 상품을 3D 형상 정보로 읽는 것은 정확도 과제고, 모델을 경량화해 하드웨어 원가를 낮추는 것은 가격 과제다1. 보통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시장에서, 이 회사는 둘 다를 한 과제에 넣었다. 여기에 신규 상품 등록 간소화까지 얹었다1. 빵집은 신제품이 수시로 나오는 곳이라, 등록 비용이 곧 운영 비용이다.
TIPS 두 번으로 쌓은 경로 — 매장에서 계산대로, 증명에서 원가로
이 회사의 궤적은 세 단계로 읽힌다. 각 단계는 앞 단계가 증명한 것 위에 올라간다.
- 일반트랙으로 매장을 증명했다 2022년 TIPS 일반트랙 과제는 완전무인매장 기술이었다. 결과는 ‘우수’ 판정이었고, 그 기술은 CU·GS25·세븐일레븐 싱가포르 매장에 실제로 들어갔다1. 함명원 각자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일반트랙에서 완전무인매장 기술을 증명했다” 는 단계다1.
- VCO 로 바코드 없는 매장에 들어갔다 무인매장이 편의점의 문제였다면, 계산대는 베이커리와 급식소의 문제였다. VCO 는 국내 베이커리·단체급식 매장과 일본 등에 공급되며 바코드가 없는 상품을 카메라로 계산하는 영역을 열었다12. 누적 투자 유치액 127억원이 이 두 단계를 받쳤다1.
- 딥테크 트랙으로 정확도와 원가를 동시에 건다 이번 과제는 여러 각도에서 찍은 2D 이미지와 3D 형상 정보를 함께 학습하는 AI 모델이다. 겹쳐 쌓이거나 모양이 제각각인 상품을 정확히 인식하고, 신규 상품 등록을 간소화하며, 모델을 경량화해 하드웨어 원가를 낮춘다1. 정확도는 올리고 원가는 내리는 두 방향을 한 과제에 묶었다.
세 단계를 관통하는 건 ‘바코드 없이 계산한다’ 는 하나의 문장이다. 무인매장은 그 문장을 편의점 규모에서, VCO 는 베이커리·급식 규모에서, 딥테크 과제는 원가 수준에서 증명하려 한다1.
The Bet — 정확도와 원가는 서로 당기는 힘이다
딥테크 TIPS 가 민간 투자사의 선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건, 끌림벤처스가 먼저 이 과제에 돈을 걸었다는 뜻이다1. 정부는 그 위에 R&D 자금을 얹는다. 베팅의 구조는 그래서 ‘VC + 정부’ 의 이중 검증이다.
비전 계산대 시장에서 정확도와 원가는 보통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외 선두 업체는 정확도를 택했고, 그 대가로 아시아·태평양 보급을 얻지 못했다1. 파인더스에이아이의 베팅은 3D 형상 학습으로 정확도를 올리면서 동시에 모델 경량화로 원가를 내리는 것이다1. 두 축이 서로 당기는 힘이라 민간 자본만으로 3년짜리 원천기술 과제를 끌고 가기엔 부담이 크고, 정부가 딥테크 TIPS 로 최대 15억원의 R&D 리스크를 나눠 진다1. 정부 검증이 지금 의미 있는 이유는, 이 회사가 이미 매장을 증명했고 남은 변수가 ‘원가’ 하나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베이커리·급식·일본에 깔린 VCO 는 그 원가 실험의 현장이 된다1.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3년 과제의 첫해는 성과보다 방향을 보는 시기다. 아래 세 가지는 회사가 공개하면 과제의 진척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읽게 해 주는 지표다.
- VCO 공급 카테고리의 확장 현재 공개된 공급처는 국내 베이커리·단체급식 매장과 일본이다1. 매장 수나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베이커리·급식 바깥의 새 카테고리, 혹은 일본 외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VCO 가 번지는지가 첫 번째 신호다.
- 겹침·비정형 상품 인식 정확도의 공개 이번 과제의 핵심은 다각도 2D 이미지와 3D 형상 정보를 함께 학습하는 모델이다1. 겹쳐 쌓인 빵, 모양이 다른 반찬에서 인식률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그 수치를 회사가 공개하는지가 과제 진척의 가늠자다.
- 하드웨어 원가 절감 폭과 가격 포지션 모델 경량화의 목표는 하드웨어 원가 절감이고, 최종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매장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다1. 해외 선두 장비 대비 어느 가격대에 서는지, 그리고 누적 127억원 이후의 다음 라운드가 이 원가 성과에 연동되는지를 본다1.
정확도를 올리면서 원가를 내리는 일이 3년 안에 되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