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AI 는 오랫동안 '대시보드'에서 멈춰 있었다. 센서가 데이터를 쏟아내고 모델이 이상을 표시해도, 마지막 손잡이는 여전히 사람이 돌렸다. 그 마지막 손잡이까지 AI 에 넘기겠다는 회사가 있고, 거기에 왕뚜껑·팔도비빔면·도시락을 만드는 팔도 나주공장이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15. 계약 규모 약 19억4000만원, 중소벤처기업부가 총사업비 23억7000만원을 얹은 1년짜리 실증이다1.
왜 라면이었나 — 가장 오래된 연속 공정이 가장 정직한 시험대였다
라면 제조는 반죽을 섞고(믹서), 면대를 압연하고(롤러), 찌고(증숙), 튀기는(유탕) 연속 공정이다1. 각 단계의 출력이 다음 단계의 입력이 되고, 한 곳에서 면대 두께가 흔들리면 중량이 흔들리고, 중량이 흔들리면 증숙·유탕에서 수분과 지방이 흔들린다. 그동안 스마트팩토리가 이 연속성을 다룬 방식은 대체로 '보여주기'였다. 센서를 붙이고, 대시보드에 그래프를 띄우고, 이상이 생기면 알람을 울렸다. 알람 뒤의 판단과 조작은 라인 옆에 선 사람의 몫으로 남았다. 데이터는 많아졌지만 공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이 팔도 나주공장에 구축하는 것은 그 공백을 정면으로 겨눈다. 구축 대상은 5개 시스템이다. AI 기반 제조 이상탐지, 증숙·유탕 공정 성분 최적화, 믹서·롤러 공정 면대 두께 최적화, 롤러 공정 라면 중량 최적화, 그리고 이를 묶는 AI 기반 통합 운영·제어 포털1. 라면 공정의 사슬을 앞에서 뒤까지 하나씩 AI 로 덮는 구성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PLC 등 기존 생산설비와 연계해 AI 의 판단을 실제 설비 제어로 연결하는 '피지컬 AI' 다15.
왜 하필 식품인가. 부품을 조립하는 이산 공정은 불량품 하나를 골라내면 된다. 라면 같은 연속 공정은 흐름 자체를 조정해야 한다. 튀김 조건을 얼마나 바꿀지, 롤러 간격을 얼마나 좁힐지가 곧바로 다음 제품의 수치를 바꾼다. 여기서 AI 가 '권고'가 아니라 '조작'을 맡는다면, 그것은 어느 공장에서든 통한다는 가장 강한 증명이 된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은 이미 2026년 8월 화장품 제조사 코스메카코리아의 전 공정 AI 자율제조 플랫폼을 구축했다1. 같은 달 팔도 계약이 공개됐다15. 화장품에서 라면으로, 레퍼런스의 폭이 한 달 사이에 산업 하나를 건넜다.
정부가 이 실험에 돈을 얹은 구조도 의미가 있다. 이번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인공지능혁신추진단이 운영하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 사업의 과제다1. 총사업비 약 23억7000만원 가운데 약 19억4000만원이 엠아이큐브솔루션과 팔도의 구축 계약으로 잡혔고, 엠아이큐브솔루션은 대표 공급기업으로 참여한다1. 순수 상업 계약이었다면 팔도 한 곳의 판단이었을 일이, 정부 과제로 묶이면서 '중소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 를 확산한다'는 정책의 레퍼런스 케이스가 됐다. 중기부와 과기정통부가 KAIST 피지컬 AI 실증랩을 찾아 중소 제조 현장 확산 협력을 논의한 것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2.
대시보드 AI 와 피지컬 AI 사이 — 나주공장이 갈라놓는 다섯 층
| 공정 영역 | 기존 스마트팩토리 | 엠아이큐브솔루션 자율제조 플랫폼 |
|---|---|---|
| 이상탐지 | 임계값 알람, 원인은 사후 추적 | 전 공정 센서·MES 데이터 실시간 연계 분석, 원인 파악과 조치 자동 권고, 지속 학습1 |
| 증숙·유탕 (찌기·튀기기) | 완제품 샘플 검사로 수분·지방 확인 | 수분·지방 등 주요 성분 실시간 예측, 최적 공정 조건 도출1 |
| 믹서·롤러 (반죽·압연) | 작업자가 경험으로 롤러 간격 조정 | 면대 두께 실시간 예측·최적화1 |
| 롤러 중량 | 계량 후 규격 이탈분 처리 | 라면 중량 최적화로 이탈 자체를 줄이는 방향1 |
| 실행 계층 |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이 설비를 만진다 | AI 판단을 PLC 등 기존 설비 제어로 연결, 통합 운영·제어 포털에서 관장15 |
표의 왼쪽과 오른쪽을 가르는 것은 모델의 정확도가 아니다. 마지막 행, 실행 계층이다. 앞의 네 행이 아무리 정교해도 사람이 손잡이를 돌리는 한 그것은 '조언하는 AI' 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이 파는 것은 손잡이 자체다. 그리고 이 손잡이는 새 설비가 아니라 나주공장에 이미 깔려 있는 PLC 등 기존 설비에 연결된다5. 공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라인 위에 제어 층을 얹는 방식이어야 1년이라는 사업 기간1이 성립한다.
MES 에서 자율제조까지 — 110개 공장이 쌓아 올린 세 계단
- 데이터 층: MES 로 바닥을 깔았다 엠아이큐브솔루션은 지금까지 110개 이상의 제조기업에 제조실행시스템(MES) 을 포함한 제조 AI 솔루션을 공급해 왔다1. MES 는 공정의 모든 이벤트를 기록하는 장부다. 이 장부가 없으면 AI 는 배울 데이터가 없다. 팔도 나주공장의 이상탐지 시스템도 센서와 MES 데이터를 함께 읽는 구조로 설계됐다1.
- 판단 층: 이상탐지·설비효율·품질예측으로 올라섰다 같은 고객군에 이상탐지(FDC), 설비효율(OEE), 품질예측, 공정최적화를 얹었다1. 장부를 읽고 '지금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말하는 단계다. 여기까지는 업계 다수가 도달한 자리이기도 하다.
- 제어 층: 자율제조로 손잡이를 잡았다 2026년 8월 코스메카코리아 전 공정 AI 자율제조 플랫폼을 구축했고1, 이어 팔도 나주공장에서 PLC 연계 제어까지 닫는다15. 화장품과 식품, 서로 다른 두 연속 공정에서 같은 플랫폼이 제어 층까지 올라간다면, 그 다음 고객에게 내밀 카탈로그는 '분석'이 아니라 '자율 운전'이 된다.
The Bet — 왜 팔도는 이 회사를 골랐나
팔도의 베팅은 단순하다. 왕뚜껑·팔도비빔면·도시락을 만드는 주력 공장1에 AI 제어를 붙이는 일은 실패 비용이 크다. 그래서 상대는 데모가 아니라 이력이 있어야 했다. 110개 이상 제조기업 공급 이력과, 바로 그 달 코스메카코리아에서 전 공정 자율제조를 닫은 기록이 그 이력이다1. 총사업비 23억7000만원 가운데 정부 과제 예산이 얹혀 리스크를 나눠 진 구조1는 첫 발을 떼기에 충분한 안전판이다. 엠아이큐브솔루션 쪽의 베팅은 더 크다. 식품 대기업의 대표 공장에서 피지컬 AI 가 1년 안에 '권고'를 넘어 '제어'까지 증명되면, 이 회사는 스마트팩토리 벤더에서 자율제조 플랫폼 회사로 티어가 바뀐다. 반대로 제어 층이 권고 층으로 후퇴하면, 남는 것은 잘 만든 대시보드 하나다.
다음 12개월에 지켜볼 지표 3개
- '권고'에서 '제어'로 닫힌 시스템의 수 5개 시스템 가운데 이상탐지는 조치를 자동 '권고'하는 구조이고, 성분·두께·중량 최적화와 통합 운영·제어 포털은 설비 제어와 연결되는 구조다15. 사업 기간 1년1 안에 실제로 PLC 를 AI 가 움직이는 시스템이 몇 개인지가 이 계약의 진짜 성적표다.
- 팔도 안에서의 수평 확장 나주공장은 팔도 주요 제품의 생산 거점이다1. 한 공장의 실증이 다른 라인이나 다른 공장으로 번지는지, 아니면 과제 종료와 함께 멈추는지가 '플랫폼'이라는 이름의 실체를 가른다. 후속 계약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식품 카테고리 밖의 다음 연속 공정 화장품에서 식품으로 건너오는 데 한 달이 걸렸다1. 정부가 중소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 를 확산하려는 정책 흐름2 위에서, 세 번째 산업 레퍼런스가 언제 나오는지가 이 회사의 성장 속도를 결정한다.
그 손잡이가 라면 한 봉지의 무게를 지켜내는지가, 다음 이야기다.

